오늘은 오랜만에 일정이 없는 주말이라, 집에서 밀린 일들을 처리하며 보냈습니다.
그러다 약 2년정도 키운 행운목이 비실비실한 것 같아...
이녀석을 들고 주변 꽃집을 돌아다니며 어떻게 키워야하나 물어보려고 했습니다.
뭐 작은 행운목에 지극정성이냐 하시겠지만.. 2년전에는 아주 작은 녀석이었는데
수돗물도 안주고 생수에 영양제까지 줘가며 수경재배를 해서 결국 흰 뿌리를 내렸고 ^^
제가 주변 산에서 퍼온 흙에 직접 심고 하다보니 애착이 가네요 ㅎㅎ
어쨌든.. 제가 흙을 잘못퍼온건지, 뭔가 문제가 있는건지 해서 물어보려고
꽃집을 좀 돌아다녀봤습니다.
참고로 제 집 바로 뒤에는 꽤 큰 재래시장이 있고, 그 주변으로 상권이 제법되는 편입니다.
첫번째 꽃집은 횡단보도 바로 옆 꽃집이었습니다.
목도좋은데, 아저씨가 심드렁한 표정으로 비닐봉지에 카네이션을 포장하고 있더라고요.
그런 심드렁한 표정은 둘중 하나입니다. 초고수 이거나 도와줄 생각이 없는 분이시거나 ^^
대부분은 후자입니다만..
뭐 그래도 바로 쌩까고 갈 수 없으니..
자초지종을 설명드리고.. 이거 분갈이라도 해야하나요 여쭤봤습니다.
일부러 종이가방에 있는 화분도 흔들흔들 해봤습니다.
역시 아저씨는 제가 드리는 설명은 귀에 안들어오나봅니다. 분갈이라는 단어를 듣자마자 "여기서 분갈이 못해요" 하시는데
그래서 제가 또 여쭤봤습니다. "그럼 어디로 가는게 좋을까요"
아저씨는 으례 그 심드렁하고 총기도 없는 눈으로.. "글쎄요 시장안으로 한번 들어가보세요" 하시네요.
흠.. 별 도움이 안됩니다. 제가 아는 두번째 꽃집을 찾아가봤습니다.
여기 역시 지나가다 눈으로만 본 곳입니다.
인사를 드리고 꽃집 안으로 들어가니 화초들이 줄지워져 자라고 있습니다.
나무들은 꽤 키우는 집인것 같습니다. 아줌마와 아들로 보이는 남자아이가 뒤에서 컴퓨터를 하고 있네요..
역시 정중하게 설명을 드리고 이걸 어떻게 해야하나요 분갈이라도 해야하나요 여쭤봅니다.
손님은 저 뿐입니다.
아줌마는 제 종이가방안에 있는 행운목이를 슥 보시더니 물이 부족한 것 같다며
수경재배한 아이들은 물을 좋아하기때문에 물을 많이 주어야 한답니다.
분갈이는 할 필요가 없을 거니 그냥 가보라며 하십니다...
뭐 일단 물을 많이 주면 된다는 답을 얻었으니 감사하다 인사를 드리고 가게를 나섭니다.
원래 분갈이를 하거나, 분갈이해주시면 좀 죄송한 마음이 들테니 보고 마음에 드는 화초가 있으면 하나 더 사려고 했는데..
아줌마가 귀찮아 하시는것 같아 그냥 슥 나옵니다.
아줌마 뒤에는 오늘 살까 했던 행운목이 한 10그루가 있습니다. ㅎㅎ
두 집 모두 제가 들고 갔던 종이가방안의 행운목을 꺼내보지도 않았습니다.
어쨌든 저는 답을 얻었지만, 서비스 정신이 투철하신분이라면,
애써 화분을 종이가방에 담아 옮기며 물어보는 주인을 생각하여 한번 보자고 말씀하실법도 한데말이죠. ㅎㅎ
그 종이가방을 들고 걷는동안.. 이거 무슨 내가 레옹도 아니고.. ㅎㅎ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집에 잠시 화분을 두고 저녁 찬거리를 사러 시장통에 왔습니다.
그런데 못보던 화초집이 있길래 잠시 들러봤습니다. 여긴 대박집이네요 ㅎㅎ
주변상권에 맞게 토마토, 고추 모종을 팔고 봄에 맞춰 화사하게 핀 꽃을 팔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화초집을 둘러싸고 묘목을 구경하며 아줌마한테
이건 얼마에요 이건 이름이 뭐에요 이건 어떻게 키워요 물 많이줘요 적게줘요 이거주세요 저거주세요
난리가 났습니다. 신통한건 아줌마는 모든 질문에 막힘없이 술술 대답합니다.
500원짜리 토마토 모종을 사가는 사람에게도 3만원짜리 화초를 사가는 손님에게도
아줌마는 신바람나게 장사하고 있습니다. 저도 분위기에 들떠서 그만 작은화분 하나 사버렸습니다. ㅎㅎ
제가 돈을 지불하려고 건네는 순간 저 말고도 아줌마에게 돈을 들이대는 사람이 세명이나 더 있었습니다.
그중에 하나는 10만원짜리 수표였습니다.
수표를 내는 아줌마가 "아줌마 알바 둬야겠다~" 하고 너스레를 떠니
아줌마는 "알바 뽑았었는데 힘들다고 도망갔어~깔깔" 하면서 더 너스레를 떱니다. ㅎㅎ
돈을 썼는데 기분이 좋습니다. 예쁜 화분을 보니 봄이 느껴져서 기분이 더 좋습니다 ㅎㅎ
오늘 제가 경험한 교훈은 세가지입니다.
1. 장사는 누군가를 "도와주고" 그 댓가로 돈을 받는 것이다.
저는 확신합니다. 제가 종이가방을 들고 세번째 꽃집아줌마한테 갔으면
틀림없이 종이가방을 직접 열어보고 단 1초라도 고민하는 척을 했을 겁니다.
내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주는 사람에게 사람들은 돈을 지불합니다.
바꿔서, 돈을 벌고 싶다면 남을 도와줄줄 알아야합니다. 지식으로, 몸뚱이로, 시간으로 남을 돕는겁니다.
세번째 꽃집 아줌마는 꽃 이름을 달달 외우고 있고 (지식)
새벽시장에 가서 상품가치가 있는 꽃은 모조리 사왔습니다(시간, 육체)
이렇게 돕고자 하니 사람들은 앞다투어 돈을 줍니다.
2. 언제나 친절해라
첫번째 두번째 꽃집은 저라는 잠재고객을 잃었습니다. (구두쇠라서 고객가치는 별로 높지 않겠지만^^)
화초를 어떻게 키웠는지 요새 어떤 꽃이 예쁜지 관심이 없습니다. 친절하지도 않습니다.
그러고서 그들은 가장 좋은 진열대에 마진이 가장 높은 카네이션을 둡니다.
사람과 관계가 없는 상태에서는 어중이떠중이 손님만 옵니다. 그래서는 장사 안됩니다.
잘 아는 동네 꼬맹이가 할머니 드리고싶어서 사가는 카네이션이 되어야 합니다.
제가 다음번에 누군가에게 꽃을 선물해야 할때,
아주 좋은 화분을 선물해야할때 (= 돈을 충분히 지불할 용의가 있을떄)
저는 어디를 갈까요 ^^
3. 고객은 손님이 아니라 나보다 더 큰 사업가일 수도 있다.
저는 직장인입니다만 항상 장사꾼, 사업가의 눈으로 물건을 보고 생각하려고 합니다.
그들은 그들의 최선의 서비스를 다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저의 기준에서 그들은 형편없었습니다.
그래서 다시는 가지 않을 것입니다.
제가 언젠가 장사를 하게 된다면 저는 모든 손님이 세이노선생님이라는 생각으로 서비스 수준을 맞출겁니다.
물론, 진상고객도 있겠지만.. 대체로 비싼 돈을 낼 줄 아는 사람들은 겸손하고 예의바릅니다.
(예외는 항상 있지요)
고객의 마음을 알고 서비스 해야 (그 서비스는 돈드는 것도 아니지요)
고객이 구름처럼 몰려듭니다.
4. 대박집에서 일해라 (= 좋은 사장을 만나라)
그 대박집에서 일하던 알바가.. 왜 그만뒀는지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힘들면 힘들수록 더 버텼어야 합니다.
손님이 몰리고 사장이 돈을 쓸어담는 모습을 옆에서 보아가며
사장만큼 실력을 갖추고 사장의 입담을 배울 각오가 되었다면..
사장이 말하는것처럼 그냥 힘들다고 그만두지는 않았겠지요..
두번째 집에서 일한다면 몸은 편할지 모르나, 오래가지 못합니다.
손님이 없는데 직원월급을 어떻게 줍니까.
섣부른 판단이겠지만, 그 알바생 참 현명하지 못했습니다.
그냥 오늘 느낀 점을 주절주절 써봤습니다.
남은 주말 모두 행복하게 지내시기바랍니다. ^^
첫댓글 저랑 진짜 많이 비슷하시네요. 저도 그런 생각 많이 하면서 장사하시는 분들 면밀히 잘 관찰하는 편이거든요. 장사가 안되는 분들은 다 이유가 있는 것 같습니다.
역시 안되든 잘되든 그 만한 이유가 다 있군요. 좋은글 감사히 잘 읽고 갑니다.
글쎄요....앞의 두 꽃집 사장님도 어떻게 하면 장사잘되는지 알겁니다. 하지만 안필요합니다. 성가십니다. 누구나 그렇듯이 그들도 개업첫날에는 내가게를 가졌다는 부푼마음에 손님마다 아주 싹싹하게 대하고 의욕충만했을겁니다. 그런데 지금은 건성건성합니다. 왜 이렇게 됐을까요. 학생들이 악착같이 공부하면 성적잘나온다는건 아는데 그렇게까지는 안하는거랑 비슷한거죠. 학생은 왜 악착같이 공부안하는가. 이 물음부터 해결해야죠.
ㅈㄴㄱㄷ) 저도 이 의견에 동의합니다. 직장인도 악착같이 주위 직장인, 상사들의 일을 내 일처럼 도와주고, 일에 관한 지식을 쌓고, 사장 마인드로 일하면 임원까지는 갈 겁니다. 하지만, 대다수의 직장인들이 알면서도 그렇게까지는 하지 않습니다. 그들이 현실에서 체험한 그럴듯한 이유들을 줄줄이 달겠죠. 앞의 두 꽃집 사장님들도 할 말이 많을 겁니다.
네, 맞습니다. 누구나 정답을 알죠, 지식,시간,노동, 그런데 왜 다들 그렇게 못할까요? 몰라서못하는게 아니라. 오랫동안 못하는겁니다 아마도 성격이나, 그사람의 품성이라고할까요, 성공하는사람들은 대체로 그런인자들이 다른것 같습니다. 끈기있게 기다리고, 노력하는 인자, 한결같은 인자, 그건 타고나기도하고, 후천적으로 정말 피나는 노력으로 얻어지기도 하는거 같습니다.
좋은 글 잘봤습니다. 감사합니다^^
정말잘읽었습니다 많은깨달으얻고갑니다 글써주셔서감사합니다
경험담 감사합니다
우리기 한가지 잊고 있는것은 그런사람들이 많은 수록 사장마인드가 있는 3번째 꽃집이 더욱 우위에 설 수 있다는 것입니다. 사장은 사장그릇이 되는 사람이 되는 것이지 자기가 사업자등록을 했다고 사장이 되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그런데 모든이가 사장그릇이라면 어떻게 되나요? 시장 경쟁이 너무 치열하겠지요? 사실은 첫번째 두번째 집이 많을 수록 사실 우리에게, 아니 저에게 좋습니다. 그들은 곧 망하거나 지지부진할테고, 우위에 있는 저같은 장사꾼이 더욱 성공하니까요.
학생은 왜 악착같이 공부안하는가? 이유는 몇달 공부해서 성적이 팍팍 오르면 좋은데 그게 몇달공부해서 오르는 것이 있고 기본기가 다지는 것이 선행되야 오르는 것이 있다는것..보상의 수레바퀴는 아주 천천히 움직인다는것.. 어디 공부뿐이겠습니까?
동감합니다
감사합니다.
그 세번째에도 실험차 행운목을 들고가셔서 여쭤보셨으면 좋겠어요. 안봐도 비디오이겠지만 궁금해요. 그리고 첫번째 두번째 물어볼때 행동이랑 비슷하게...
카페 회원분들 대부분 지인분들께 세이노책과 철학을 추천했을때 매우 만족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정색하고 거부하는 사람도 있었을 겁니다. 후자 분들의 생각은 골치아픈거 싫고 적당히 벌고 속편히 살겠다는 거죠. 그렇다고 그들의 라이프가 잘못됐다고 말할 순 없지요. 확실히 그런 삶의 방식이 위기에 약하긴 하지만, 위기라는게 꼭 온다는 보장도 없거니와 우리인생도 아닌데 이래라 저래라 막 간섭할수도 없는거죠. 앞의 두사장님은 이런 관점에서 파악해야되는 분들입니다. 먹고살게 해결됐고 그럭저럭 만족하니까 보상의 수레바퀴 구르든 말든 상관없는겁니다. 세이노책과 철학을 귓등으로도 안듣는 분들. 그분들의 입장에서 생각해야죠
감사합니다^^ 와닿는 글이네요
좋은글 감사합니다.
덕분에 배웠네요
단숨에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획일적인 의견만이 아니고 여러 시각으로 보시고 그에대한 의견들이 나오는것 같아 아주 좋습니다. 본문의 글뿐만 아니라 댓글달아주신 분들의 의견도 좋네요. 꽤오래전 접했던 세이노의 철학? 다시한번 생각해보게 해주는군요. ^^;
느끼게 하고 생각하게 하는 좋은 글 잘봤습니다.
흠 님도 꽃집이나 동내 영세업을 하게되면 첫번째 두번째 집과 같을거라 확신합니다. 글 전체에 이론만 넘치고 왜 그래야 하는지 고민이 없어보임. 장사란 사람이 친절한것과 업종이 친절하다는것과는 많이 다르답니다.
안녕하세요. 저... 죄송하지만 시간 괜찮으시면 어떤 뜻인지 조금만 더 자세히 설명해주시면 안되겠습니까? 궁금합니다.
잘 봤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