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부인 리설주에 대한 평양시민들의 평가가 대단히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집권기간 한번도 부인을 공개하지 않았던 김정일과 비교하면 김정은의 부인 리설주의 등장은 북한사회에 충격 그 자체였다. 젊은 지도자의 ‘어린놈 콤플렉스’를 막아줄 비장의 무기라는 평가와 함께 전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았던 리설주는 그러나 북한에서는 상당히 부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남한에 온 평양출신의 한 여성은 리설주의 파격적인 패션과 관련, 평양주민들의 반응을 전했다. 그는 주민들이 리설주에 대해 “자본주의 날라리풍에 물젖은 건전치 못한 여자”, “지도자의 부인이라는 여자가 옷을 야하게 입고 나와 기생처럼 논다”고 비난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년 세대는 물론이고 젊은 세대도 “저렇게 ‘쌔씨개’(경우도 없고 지나친 사람을 이르는 북한 표현)처럼 하고 어떻게 인민을 통치하겠냐”며 “무게가 없고 사회의 물을 흐린다”며 비판 일색이라는 것이다.
작년 8월 31일 조선중앙통신에 보도된 리설주. 조선인민군 무장장비관 전자도서관에 나타난 리설주는 미국 티파니의 열쇠 목걸이(약 480만원)를 착용했고, 프랑스 크리스천 디오르의 클러치 백(약 180만원)과 스위스 모바도 손목시계(약 120만원)로 치장을 하고 있었다.
이밖에 “하루에도 칠면조처럼 열두번씩 옷을 갈아입는다” “머리도 길었다 짧았다 한다” “노래부르던 여자가 어떻게 정치를 하나” 등 비판 여론이 쏟아지고 있다. 이 소식통은 정권에 대한 주민의 불만이 상대적으로 만만한 리설주에게 쏟아지고 있다고도 했다.
리설주의 얼굴에 대한 평가도 “맺히지(야무지지) 못하게 생겼다” “뭐가 좋은지 자기만족에 취해서 입을 다물새 없이 웃는다” 등 부정적인 평가가 많다. 심지어 “현숙하고 노숙한 느낌이 전혀 오지 않는 구실못할 애” “쌍년”이라는 거친 표현도 동원된다고 한다. 인민에 대해서는 자본주의 황색바람에 물든다고 단속을 밥먹듯 하면서도 정작 모범을 지켜야 할 지도자의 부인이 앞장서 자본주의 날라리풍을 전파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이런 비판을 의식했는지 최근 리설주의 옷차림은 진중하고 무게감 있는 모습으로 변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김정은의 부인 리설주가 작년 7월 30일 전승절(戰勝節)경축 모란봉악단 공연을 관람하며 박수를 치는 모습./조선중앙통신
여론이 흉흉하자 보위부에서는 “리설주에 대해 일체 말하지 말라” “발설하면 다 신고해서 잡아가두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가수출신인 리설주의 과거를 지우기 위해 관련 CD와 테이프를 회수하고 그의 과거에 대해 함구령을 내렸다고 한다. 이쯤되면 리설주를 내세워 김정은 우상화에 도움을 주려던 계획은 오히려 상당한 역효과를 불러온 셈이다.
북한에는 과거에도 우상화를 하려다 역풍을 맞은 경험이 있다. 김정은의 생모 고영희의 우상화를 시도하다 김정은의 사생활에 대한 주민들의 관심만 불러일으키는 역효과를 불러일으킨 것이다. 북한은 2년전 고영희 우상화 기록영화인 ‘선군조선의 어머니’를 간부용으로 제작해 보급했다가 주민들로 하여금 김정은 출생 비밀에 관심을 갖게 만들었다. 영화를 본 주민들은 고영희가 김정일을 따라 현지시찰 다닐 때 새까만 선글라스를 낀 것을 보고 “너무 건방지다” “저 안경 좀 벗지, 남편이 안경 쓰고 다니는 것만도 이상한데”라는 비난을 했다고 한다.
리설주가 김정은과 함께 북한 인민군 1017 공군 부대를 방문, 훈련을 지켜보며 웃는 모습. 촬영 날짜 미상./조선중앙통신
또 “저 어머님(고영희)은 장군님(김정일)의 부인이라는데 첫번째는 아닌 것 같고 몇번째인가? 이름은 무엇인가?” “장군님은 바람둥이, 김정은은 첩의 아들”이라는 구설이 퍼지면서 당과 보위부에서 관련 영상CD를 황급히 수거하는 소동을 벌였다. 대북소식통은 평양주민 중 김정일 사망 때 눈물을 흘리기는커녕 ‘잘 죽어 시원하다’는 사람이 많았다고 했다. 또 “김정은이 등장할 때 아버지(김정일)가 아닌 할아버지(김일성)를 모방하고 나선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며, “(김일성 흉내 때문에 김정은이) 덕을 좀 봤다”고 했다.
하지만 김정은이 김일성을 닮기 위해 성형수술을 하고 일부러 살을 찌운 사실을 주민들이 알고 난 뒤 평양에는 “젊은 아이가 비만에 걸린 육종돼지 같다”는 악평들이 나왔다고 한다. 소식통은 “’수령님(김일성)을 닮으려면 뒤에 혹도 함께 붙일 것이지 배만 나오면 다냐’는 조소도 이어지고 있다”며 “간부들이 지도자 관리를 잘못한다는 비난에 직면했다”고 했다. 이런 이유로 북한은 올해 새로 출판한 교과서에 김정은 우상화 관련 내용을 추가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국내 한 탈북자단체가 입수한 북한의 새교과서는 분석 결과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한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북한은 아직 김정은 우상화를 본격화하기 위한 준비가 덜 된 것으로 보인다. 향후 북한이 김정은의 부인 리설주와 생모 고영희를 어떻게 미화할지는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상처난 존엄’에 ‘분칠’을 하기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