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갑진년((甲辰年) 새해인사를 한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봄이 열린, 3월의 첫길목에 서서 지난 날을 뒤돌아보니,
보람된 일도 후회스런 일도, 즐거운 일도 슬픈 일도,
바쁜 일도 여유로운 일도 많았으나,
무엇 보담 시간이 왜 그렇게
빨리 흘러가 버렸는지 하는 생각에 깜짝 놀란다.
자녀들이 챙겨주는 칠순여행을 3,4년 전에 다녀 온 것 같은데,
벌써 십 몇년의 세월이 흘러 80대 언덕을 달리고 있으니
그 놈의 시간은 흘러도 흘러도 너무 빨리 흘러간 것 같다.
나이 들면, 할일 줄고, 잠도 줄고, 바깥출입 뜸하고, 바삐 챙겨야 할 일 별로 없고
그러니 시간은 더디 가고 무료하고 지겹게 느껴야 함이 정상인데,
왜 나이 들수록 시간은 빨리 흐르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요즈음 날자가 왜, 이렇게 빨리 지나가는지……
흐르는 시간의 아쉬움이 왜, 이렇게 가슴을 쥐어 짜는지……
세월 가는 소리가 왜, 이렇게 크게 들리는지……
주위가 암울해 잿빛이라고, 세상이 우울하고 컴컴하다고,
삶이 힘들어 죽겠다고 하는데도
세월은 바퀴에 가속이 붙은 듯, 일상을 비켜, 후다닥 저 멀리 달려 가고 있다.
인생을 살다 보니, 세월 가는 속도가
흐르는 물같이, 흘러가는 구름같이, 화살같이, 총알같이, 빛같이, 눈 깜짝할 새……
가속에 가속이 붙어 지나감을 느낀다.
또, 세월 가는 소리도,
봄날의 온기가 소매에 스며드는 소리같이,
잔잔한 시냇물 흐르는 소리같이, 산들바람 소리같이, 몰아치는 삭풍같이,
사라져 가는 기적소리같이, 머리 맡 천둥 소리같이…..
크게 더 크게 변하여, 귓가에 가슴에 아련하게 울린다
그런데, 오늘 밤시간에,
마치 기차레일이 덜컹거리고 흘러 가듯이, 세월 가는 소리가 들린다고….
귓가에 멀어져만 가는 소리가 가슴을 아리게 다가 오는데……
요즈음 문득, 깨어 난 새벽, 세월 가는 소리가 들린다.
기적 소리를 내면서, 멀어져 가는 기차처럼, 설핏 잠든 밤에도, 세월은 마구 흘러 간다.
사람들이 자다가 벌떡 일어나, 꿇어 앉아 기도하는 마음을 알겠다!
그 이유를 나름대로 곰곰이 찾아보면,
인생은 마치 “두루마리 휴지”같아서 끝으로 갈수록 더 빨리 없어진다.
누구나 자기집의 화장실 변기 옆에 설치된 휴지꽂이에
두루마리 휴지를 끼워 본 경험이 많을 것이다.
처음에는 크고 두툼해 보였으나 반쯤 사용하고 나면
그때부터는 아주 빨리 줄어드는 것을 본다.
아마 인생도 그런가 보다.
그런데 며칠 전, 네델란드 심리학자 다우베 드라이스마가 쓴 책,
‘나이가 들수록 왜 시간은 빨리 흐르는가’ 를 읽어보니
그 이유를 어느 정도 알게 되었다.
이 책에서는 “인생을 강물과의 시합”에 비유하고 있다.
젊은 이는 강물보다 더 빨리 달릴 수 있다고 믿기에, 강물이 더디게 흐른다고 느낀다.
중년엔 강물과 비슷한 속도로 뛴다.
숨이 찬 노인엔 강물이 너무 빠르다고 한다.
이제껏 시간의 빨리 흐름을 당혹감의 눈으로 보다가,
이런 눈으로 이해해 버리니
이제는 자연과 시간이란 큰 테두리 안에서
위안을 얻으며 아래의 결론을 얻게 된다.
“새들은 날아가고, 말들은 달려가고,
사람들은 걸어가고, 굼벵이는 기어가지만
모두 한날 한시인, 2025년 을사년(乙巳年)년 새해 첫날에 도착한다.”
첫댓글 恩波 수필가님, 글 재미있게 읽고 감사 드립니다
저도 나이 드니 시간을 도둑맞은 것처럼
정수리에 있던 해는 어느새 기울기 시작하고
황혼의 빛에 놀라기도 합니다
어느새 가버렸는지 금쪽 같은 시간들
어려서는 빨리 자라서 어른이 되고 싶었는데
그렇게 안 가던 시간이
나이 들수록 왜 그러게 잘 가는지 그게 궁금합니다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 오늘 삼일절 이네요
문운 가득하시고 건필하시길 기원합니다
熙停 님!
따뜻한 격려, 감사합니다.
금년의 봄이 시작하는
3월이 열리는 첫 길목에서
지나온 세월을 바라보니
왜 그렇게 빨리 흘렀는지
회한의 상념이 가슴을 짓누릅니다.
나이 먹으면서
인생의 희망을 이야기하고
세월의 등을 타고 흘러온 인생을
감사의 눈으로 봐야함이 정상인데
이러한 회한과 아쉬움의 글을 써놓고 보니
자신의 삶을 다시 한번 되돌아 보며
얼마남지 아니한 生을 어떻게 살아야 할찌
기도하는 마음으로 바라봅니다!
이 房에서 님의 글을 읽으며
공감과 새로운 삶의 방향도 바라보고 있습니다!
필시 나이와 시간은 서로 깊은 상관관계가 있어서 그럴텐데
하고싶은 것은 많고 살날이 점점 줄어 들어서 그렇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2월 22일~24일 2박 3일 동안 남파랑길(부산 오륙도에서 다대포 해변까지)
도보여행을 하면서 바다를 바라보기도 하고 낮으막한 산을 넘으며 진달래꽃,매화꽃,동백꽃을 보면서
자연의 아름다움에 다시 감탄을 했습니다.
인생살이의 나이와 시간관계의
정곡을 지적해 주셨습니다.
바다와 봄꽆의 풍광을 즐기시는 멋,
참 좋습니다.
저도 작년 11월에 부산가서, 동기생 몇분과
해운대에서 다대포까지 차량으로 즐기며
다대포해변에서 횟정식으로 시간보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