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출근길 아침마다 詩를 보내주는 지인이 있다. 시를 바라보면 진흙처럼 엉겼던 마음이 흙탕물로 변하고 의미를 되새기다 보면 불순물들이 가라앉은 맑은 마음이 된다. 사람마다 마음의 정화를 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좋은 글을 찾아 읽거나 음악을 듣는다든지 청량한 공기를 마시러 야외로 나가거나 하는 등 각자의 방식으로 평정심을 유지하고자 한다. 엉망으로 엉킨 마음의 진흙을 가만히 바라보다 보니 얼마 전 참여했던 체험이 생각났다.
지난달 친구들과 `땡땡 마을`로 도예체험을 다녀왔다. 땡땡마을은 울산 울주군 상북면 옛 궁근정초등학교 자리에 작년 10월 세워진 `울산마을교육공동체거점센터`의 애칭이다. 누구나 자신이 가진 노하우로 마을교사가 될 수 있으며, 배우길 원하는 사람은 학생이 되는 마을 배움터인 것이다. 그래서 `누구나`라는 뜻의 땡땡 교실, 땡땡 마을로 불린다. 우리는 이 새로운 공간이 너무 궁금했다. 대체 무얼 하는 곳인지 여기서는 무엇을 배울 수 있고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그 모습이 매우 궁금해서 무턱대고 전화부터 했다. 갑작스러운 전화에도 땡땡마을에서는 너무나 흔쾌히 방문을 반기시고 체험도 할 수 있도록 연계해 주셨다.
설레는 마음으로 찾아간 거점센터는 교육청과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학교가 유기적으로 교육장소 제공, 예산 지원, 마을교사 발굴, 수업의 현장 체험 등 협력 사업을 함께 구상하고 공유하여 지역의 학습공동체를 구축한 곳이다. 폐교를 중심으로 학교와 마을을 이어주는 사랑방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이다.
도예, 요리, 목공, 재활용, 요가, 그림, 댄스 등 이미 다양한 수업과 체험으로 알찬 프로그램이 많이 준비되어 있었다. 학교와 연계하여 학생들의 방문 일정이 빼곡히 들어찬 월간 계획을 보니 개관한 지 이제 만 1년 된 센터의 발전이 눈부셨다.
울산광역시교육청 교육혁신과에서는 `땡땡마을에는 웃음소리가 넘쳐나요!`라는 제목으로 2021년 생활 SOC 공모전에 응모하여 대상을 받았다. 폐교가 지역주민과 학생들이 함께 할 수 있는 교육, 생활공간으로 탈바꿈한 사례로 기획 단계부터 운영까지 지역주민과 전문가, 교원이 참여하여 이끌어 갔다는 점에서 심사위원의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한다. 마을과 교육청과 지방자치단체의 협업으로 마을 특색을 살린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지역 마을 교육활동가를 거점센터 임기제공무원으로 선발하는 등 적극적인 마을교육공동체를 실현한 점도 좋은 평가의 이유라고 한다.
우리가 방문했을 때는 가을의 절정으로 땡땡마을을 감싼 울긋불긋한 산과 코끝 매운바람과 높고 푸른 하늘이 맞아주었다. 운동장에 심긴 배추와 허름한 후드티를 입은 허수아비와 `ㅁㅇㄱㅇㄱㄷㅊ(마을교육공동체)` 의 구조물이 정겨웠다. 도예 체험은 인근 도자기 공예방을 운영하시는 분이 마을 교사로 연계되어 우리나라 도자기 역사부터 흥미롭게 설명해 주셨다. 접시를 만드는 내내 너무나 친절하게 알려주셨고, 부드러운 흙을 만지는 동안 내 마음도 시를 바라보듯 엉긴 마음이 정화됨을 느꼈다. 도예 체험 후 직원분께서 마을공동체 내부를 꼼꼼히 안내해 주셨다. 대부분 초등학교 행정실장으로 구성된 우리는 리모델링한 시설에 감탄하고 각자의 학교에 반영할 만한 요소를 찾는다고 여기저기 사진도 찍으며 유익한 시간을 보냈다.
땡땡마을에서 직접 만든 작은 소품들과 구석구석 허투루 지나치지 않는 공간의 활용과 다양한 연령층의 직접 참여의 모습에서 따뜻함과 감동을 받았다. 무라야마 사키의 `오후도 서점이야기` 에서 "오후도는 손님과 마을을 키우는 서점이었다.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이곳에 문화를 키우고, 고향 사람들에게 좀 더 나은 생활과 행복한 삶을 안겨주고 싶은 바람을 품고 존재하는 서점이었다. 서점 주인은 이를 필요로 하는 손님들에게 어울리는 책을 고르고 추천해왔다. 책을 읽는 습관이 아직 몸에 배지 않아 어렵사리 책장을 넘기는 젊은 고객들에게, 활자 세계에 속해 있지만 미지의 분야로 떠나고 싶어 하는 고객들에게" 라는 구절처럼 땡땡마을에서 소소한 행복의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울산 중심에서 조금 벗어난 곳에 위치해 있지만, 그래서 더욱 가족들과 함께 나들이하기 좋은 땡땡마을에 도예 말고도 다양한 프로그램이 많이 준비되어 있으니 학교에서, 지역에서, 가정에서 많은 체험 활동을 신청해 보시기를 추천한다. 최근에는 마을 어르신들과 조청 만들기도 하셨다고 한다. 함께 하지 못해 아쉬울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