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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령 (ararshin@dailyseop.com) 기자 | ||||||||||||||||||||||||||||||||||||||||||||||||||||||||||||||||||||||||||||
너무나 대중적인 책이지만 국가보안법에 발목이 잡혀 ‘불온서적’으로 낙인찍힌 태백산맥. 아이러니라고 말하기에는 너무도 비극적인 이 책의 저자인 조정래 작가가 국회에서 의원들에게 국보법 폐지에 대한 강의를 했다. 그만큼 시대가 변화했다는 것을 실감케 한다. 22일밤 9시 국보법 폐지안 연내처리를 위해 240시간 농성중인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요청으로 국회 의총장에서 한 조정래 작가는 고통을 깊이있게 감내한듯 1시간여 동안 진행된 강연동안 담담하며 차분한 목소리로 자신과 국보법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모여 있던 우리당 의원들은 오랜만에 학생시절로 돌아간 듯 열의찬 얼굴이었으며 일부 의원들은 달뜬 모습까지 비쳐줬다.
조 작가는 “황석영씨가 국보법 위반으로 감옥생활을 하면서 ‘집필을 허가해 달라’는 단식투쟁을 했다”며 “문인들이 집필허가를 촉구하는 면담을 하면서 당시 천정배 의원과 통화를 했다. 천 의원이 내가 면담자라고 하니까 “왜 하필 혐의자를 뽑았느냐?”고 물었던 것이 계기가 돼 나는 그 뒤로 스스로 ‘혐의자’라고 칭했다”고 말했다. 조 작가는 “혐의자가 국회의원을 상대로 강의를 하는 걸 보니 세상이 많이 변했다”고 덧붙였다. 조 작가는 “1994년 4월 책 아리랑을 집필하고 있을 때 보수단체들에게 고발당했다”면서 “검찰, 보안사 등이 모두 동원됐는데 이형일 의원이 ‘많은 사람들이 당신편이지만 도를 넘지 말라’고 언질을 줬다”면서 “작가로서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환호하거나 도를 넘을 정도의 바보는 아니었다”고 자신의 이야기를 풀었다. 조 작가는 “‘한강’쓰던 것을 멈추고 태백산맥 시절로 다시 돌아가 검찰과 다시 마주쳤다”면서 “그러던 검찰이 최근에 발표하기를 혐의사실에 대해 금년 내에 발표하겠고 했다. 아마 검찰이 지금까지 시간을 끈 것은 어떻게 해결할지 전혀 감을 잡지 못하고 있다가 국보법이 없어지거나 부분개정이라도 되려는 낌새를 보이니까 다시 말을 꺼낸 것 같다”고 분석했다.
조 작가는 웃음 뒤 정색을 하며 “고발한 사람을 (자신이) 사람이기 때문에 용서는 할 수 없지만 이해는 한다”며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사람이고 사적 감정들이 모여서 반공을 등에 업고 애국을 표방하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 작가는 “더 무서운 것은 1부가 나간 뒤부터 새벽 2, 3시에 시간을 맞춰 전화가 오는데 ‘네 집 폭파한다’ ‘네 식구들 다 죽인다’ ‘네 아들 학교를 어디 다니는 줄 안다’ 는 협박을 받았다”면서 “‘끝까지 쫓아가서 죽여 버리겠다’는 등 협박을 들을 때마다 ‘이런 전화가 올수록 잠을 잘 자자’는 최면을 걸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나환자 협회에서 ‘15만명이 집에 쳐들어 오겠다’고 한 적도 있어 설득하느라 혼이 나기도 했다”며 “내가 겪은 일들은 ‘개인적으로’ 너무 힘들었다. 태백산맥 발간한 지 18년됐고 연재한 지는 20년 됐다. 수많은 협박 속에서 사는 기분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 참여정부 과제인 국보법 폐지, 김영삼, 김대중 정권에서 했어야 조 작가는 국보법 폐지 등 개혁입법은 김영삼, 김대중 정부에서부터 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 작가는 “국보법 문제가 나오니까 엄청 바쁜 스타가 돼 버렸다”고 분위기를 환기한 후 “노무현 정권은 국보법 폐지 등 (개혁입법에 대한) 짐을 짊어 졌는데 이 정권이 투철한 사회의식을 가지면서 하는 일”이라며 여당의 속내에 대해 이해를 밝혔다. 그는 “민주주의를 위해 투쟁한 경력으로 대통령이 됐던 김영삼 정부가 과거사법을 처리했어야 했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하면서 “(김영삼 정권)이 국보법을 (처리)하지 못했으면 친일파 문제라도 처리했어야 했다”고 아쉬움을 표시했다. 이어 “김대중 정권은 공약으로 국보법을 걸었으니까 당연히 없애야 했다”며 “김영삼 정권이 아들 하나를 감옥에 보내니까 경쟁을 하듯이 아들 둘을 감옥으로 보내는 등 두 정권이 허송세월을 보냈다”고 양김 시대를 질타했다.
조 작가는 “영화 개봉시 협박을 당한다고 경찰에 신고하니 ‘정식으로 고발이 들어오면 하겠다’고 무시했다”며 “이 땅에선 국보법의 피해를 받은 사람들은 ‘극장을 폭파하겠다’는 말을 들어도 하소연조차 할 수 없는 위치이며 법의 보호조차 받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조 작가는 경찰에 조사를 받았던 시절을 회상하면서 “40대 정도 되는 경찰들이 자기들끼리 주고받는 것처럼 하면서 ‘잘 걸렸어’ ‘우리가 노려왔잖아’하는 말을 하면서 (자신의) 기를 꺾으려고 했다”면서 “당시의 경찰들은 국보법으로 고문도 할 수 있고 죽일 수도 있다는 감정을 깔고 있었던 것이며, 이 것이 당시 경찰의 문제였다"고 비판했다. 조 작가는 “‘당신은 무엇 때문에 그 소설을 써서 고통을 당하는가’하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이에 대해 의문이 많을 것”이라며 “‘문학은 그 시대의 산소를 제공하는 것’이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문학가들이 모두 위대해서가 아니라 그런 문학이 있었다는 것을 전제로 노력하라는 일침”이라고 말하면서 자신이 글을 쓰는 이유를 설명했다. 또한 그는 “작가가 무엇을 써야 할 것인가 실존적인 질문을 하고 답을 하려는 것은 당연하다”며 “우리나라처럼 처절한 역사, 고통스런 역사 속에서 어떤 것을 써야 하는가는 너무나 자명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조 작가는 “평론가들은 한국문학의 원류를 ‘분단문학’이라고 했다. 다시 ‘분단극복문학’이라고 하고 있다”며 “이는 평론가들이 국보법에 걸리지 않게 교묘하게, 슬기롭게 글을 쓰고 있어서 나온 표현이다. 이 말은 결국 문학이 국보법이 제안한 범위를 넘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작가들은 바로 이 말 앞에서 엄청나게 고민하게 된다”며 “해방 이후 분단을 소재로 해서 쓴 작품은 60%가 넘는데, 하지만 이 작품들은 국보법의 틀 안에서 쓴 것이기 때문에 대부분 반공작품”이라고 말했다. 태백산맥, 빨치산 도깨비, 흡혈귀 아니라는 것 말하고 싶었다
조 작가는 “이에 대한 자잘못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이해할 건 이해하고 용서할 것은 용서해야 통일이 이뤄지지 않겠느냐”며 “상반된 이념이 만들어 놓은 정치 갈등은 문화라는 단계를 거치지 않으면 (해결이) 안된다. 분단을 쓰되 제대로 써야 겠다는 생각으로 태백산맥을 쓴 것”이라고 동기를 밝혔다. 그는 소설에 대해 “‘너는 빨갱이야’라고 말한 것은 1차적인 해석”이라며 “이념은 인간이 인간답게 살기위해 만든 것 아닌가. 인간은 현재 가지고 있는 이념이 실패하면 또 다른 이념을 만들게 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소설 속 등장인물) 그들이 찾아가는 어두운 저 아침은 ‘인간답게’ 살기 위한 아침이지, 사회주의를 향해 가는 아침이겠느냐”고 반문했다. 조 작가는 “2회분을 쓰고 마누라에게 협박을 받고 있다는 말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이대로 쓰면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더니 시인인 마누라는 그때 만큼은 주부의 영혼에서 작가의 영혼으로 갔을 것이다. 아내가 한동안 말없이 있다가 ‘작가가 쓰고 싶은 걸 못쓰면 되겠느냐’고 말했다. 그 뒤의 상황은 어려웠지만 이 말이 산을 넘을 수 있는 힘이 됐다”고 밝혀 많은 박수를 받기도 했다. 조 작가는 “우리의 역사가 굴절됐기 때문에 길게 쓰지 않으면 안될 필연적인 이유가 있다”며 “나는 대한민국에 긴 이야기를 써서 돈을 많이 벌었으니 행운이고 긴 소설을 쓰다가 탈장에, 위궤양에, 척추 디스크까지 걸렸으니 또한 비극”이라고 말했다. 조 작가는 “‘역사가 진실인가’ 이 질문에 항상 답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청산리 전투에 대해 우리나라는 민족주의자인 김좌진 장군이, 북에서는 사회주의자인 홍범도 장군이 지휘를 했다고 주장한다”며 “100년 후 통일이 된다고 전제할 때 후손이 역사를 비판한다면 뭐라고 하겠느냐. 자신들의 정권의 연장을 위해 역사를 왜곡한 것을 보고 뭐라 하겠느냐”고 물었다. 그는 “민족반역집단이라 할 것”이라고 스스로 답했다. 김태홍, “지도부는 없다” 농성중인 의원 중 지도자 탄생할 것 이날 우리당 의원들은 강의를 시작할 때 10명 정도 있었지만 조 작가가 강의를 하는 동안 30여명이 참석했다. 특히 유시민 의원이 자청해서 “민주노동당 의원들도 함께 들었으면 좋겠다”고 즉석 제안해 유 의원이 민노당 의원 농성장으로 찾아가 이영순, 강기갑, 최순영 의원과 함께 등장, 많은 박수를 받기도 했다.
김 의원은 “서로 애정과 신뢰는 물론 상대방의 빛나는 영혼을 발견하는 속도가 눈부시다”며 “농성단 30명은 나머지 260여명을 흡입하고도 남을 에너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암약중인 이철우 의원이 12년 만에 나타났다”며 “우리당을 놀라게 만들고 국민을 놀라게 만든 ‘이철우’ 귀신(정신, 영혼)이 한국을 지배하리라 믿는다”고 한나라당의 주장을 패러디해 참석자들이 폭소를 터뜨렸다. 그는 “세상의 변화가 빠르기 때문에 평상시 변화를 예견하는 사람은 3%, 변화와 같이 가는 사람은 5%, 변화를 따라가는 사람은 80%, 나머지는 변해 봤자라고 거부한다고 한다”며 “여기에 참여하는 의원들은 ‘기똥차게’ 눈치가 빠른 사람”이라고 자평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우리당 지도부를 향해 “지도자는 똑똑하면 안된다. 방정맞아도 안된다. 어려울 때 일의 바탕을 일궈내고 남을 탓하지 않으면서 세상을 만드는 밑거름이 되는 게 지도자”라며 “12월 20일부터 30일 사이에 대한민국의 지도자들이 탄생 할 것이다. 현재 대한민국 지도자가 갔다. 이름은 밝히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날 강의엔 정의용, 김태년, 유시민, 유승희, 유선호, 우원식, 선병렬, 장향숙, 양승조, 이경숙, 강창일, 장영달, 김선미, 한광원, 김태홍, 김형주, 최규성, 한병도, 최성, 우상호, 오영식, 강기정, 염동연, 이은영, 정청래, 이영호, 전병헌, 정봉주 의원 등 우리당 의원과 함께 민노당 이영순, 강기갑, 최순영 의원이 참석했다. 또한 김희숙, 허인회, 윤선희 우리당 중앙위원과 중개련, 우리당 청년회 등 당직자, 유시민 의원의 ‘시민사랑’회원, 김형주 의원 지역구민들이 함께 참석해 국회 의총장을 꽉 메웠다. ⓒ 데일리서프라이즈 |
첫댓글 김선생인가. 글고 의사양반 빼곤 우익 전부 욕한 책. 참. 그 두 사람도 우익인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