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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유가족도 함께해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맞아 16일 전국 각 교구에서 추모 미사를 봉헌했다.
서울에서는 이태원 참사 희생자 서울광장 분향소 앞에서 사제 40여 명과 신자 약 400명 그리고 두 참사 유가족들이 추모 미사에 함께했다.
강론에서 서울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하성용 신부는 지난 10년에 대한 소회를 나누고, 국가는 다른 무엇보다 진상을 규명하도록 촉구했다.
그는 “헌법에는 국가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지만, 세월호를 비롯한 여러 사회적 참사 등 지난 10년간 계속해서 어이없이 벌어졌습니다. 그때마다 그 자리에 있어야 할 국가는 없었습니다. 이제는 그만하라고, 이제는 무죄라고, 이제는 새롭게 출발하라고 폭력적이고 강압적이고 갑질적으로 대응하기 전에 기본 중에 기본인 진상부터 규명해 주기를 제발 국가에 바랍니다"라고 말했다.
하성용 신부는 강론에서 국가의 진상 규명을 강력하게 요청했다. ⓒ김지환 기자
미사 가운데 춤꾼 서정숙 씨가 진혼무를 공연했다. 이어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고 이주영 씨의 아버지 이정민 씨(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가 추모 발언을 했다.
이정민 씨는 낮에 안산의 추모 행사에 가면서, 참사를 겪은 유가족이 또 다른 참사를 겪은 유가족을 찾아가는 마음이 아프고 힘들었다며, 이태원 참사 유가족과 세월호 참사 유가족을 하나의 운명 공동체로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세월호 유가족이 지난 10년간 긴 싸움을 해 오면서 여기까지 온 것에 대해 저희는 너무도 감사하고 존경스럽게 생각합니다. 세월호의 10년이 없었다면 과연 지금 그 참사를 기억하는 몇이나 될까 생각해 봅니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의 아픔과 참사는 영원히 잊혀지고 기억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분들이 있었기에 지금 우리도 이 자리에서 버틸 수 있었습니다”라며, 세월호 유족과 함께 대한민국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더욱더 목소리를 높이고, 더는 이런 참사가 생기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서울광장에서 열린 추모 미사는 서울대교구 사회사목국 정의평화위원회, 새세상을 여는 천주교여성공동체,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 한국남자수도회사도생활단 장상협의회 정의평화환경전문위원회, 한국천주교여자수도회장상연합회 JPIC분과위원회, 함께 걷는 예수의 길이 공동 주최했다.
춤꾼 서정숙 씨의 진혼무. ⓒ김지환 기자
이태원 참사 유족 이정민 씨는 똑같이 참사를 겪은 유족으로서 세월호 유가족에 대한 위로와 연대의 메시지를 전했다. ⓒ김지환 기자
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 수도자들이 추모곡으로 ‘잊지 않을게’를 불렀다.
의정부교구에서는 정의평화위원회(이하 정평위) 주최로 주교좌 성당에서 세월호 참사 10주기 추모 미사를 봉헌했다.
이날 미사는 교구 총대리인 이정훈 신부가 주례하고, 최재영 신부(의정부교구 정의평화위원장)를 비롯해 교구사제단 22명과 신자 250명이 참석했다.
미사에 앞서 다 함께 위령기도를 바친 뒤, ‘세월호’라는 배 이름에 묻히고 ‘희생자 304명’이라는 숫자에 가려진 희생자 이름을 부르며 미사를 시작했다.
최재영 신부가 주교회의 담화문을 낭독하고 있다. ⓒ장성렬
강론은 사전 제작한 세월호 가족 인터뷰 영상으로 대신했다.
영상에서 "어떤 힘으로 세월호 투쟁을 계속하고 있는가" 하는 질문에 예은이 아빠 유경근 씨는 “밖에서 볼 때는 정말 열심히 싸운다 이렇게 보이실 수 있겠지만, 저희 엄마 아빠들은 우리가 막 투쟁한다 이런 거창한 모습이 아니라 그냥 엄마니까 하는 거고, 아빠니까 하는 거다라는 마음으로만 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어떻게 할지를 몰라서 그렇게 문자 보내고 통화할 때도 거기서 당장 나와야 한다. 배 밖으로 나가야 한다는 말조차 하지 못했던 정말 바보 같은 엄마 아빠들이잖아요. 당장 나와야 한다라고 얘기를 했더라면 살았을 텐데 기껏 한다는 소리가 선생님 말씀 잘 들어라 배에서 시키는 대로 잘해 어른들 말씀 잘 들어라, 우리 선원들 얘기 잘 들어야 된다. 심지어는 질서를 지켜라 이런 말도 안 되는 개 같은 소리를 엄마 아빠들이 했단 말이죠.
얼마나 원망을 많이 했겠어요? 내가 아무리 힘들어도 예은이보다 힘들 일이 없고요. 내가 아무리 아파도 예은이보다 아플 일이 없습니다. 저희 엄마 아빠들은 그거 하나로 지금까지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거 하나 갖고 끝까지 버티고 싸울 겁니다. 그게 우리들의 힘입니다”라고 답했다.
의정부교구 정의평화위원회가 주최한 세월호 참사 10주기 추모 미사에서 이정훈 신부가 주례했다. ⓒ장성렬
또 준형이 아빠 장훈 씨는 참사 이후 한국 사회의 나아갈 방향에 대해 이야기했다.
“지금 여태까지 온 사회도 그렇지만 앞으로 나갈 사회의 방향에 대해 말할 때, 다 끝난 거 아니냐고 말하는 분들도 계시고 아직도 해결해야 될 문제가 많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계십니다. 저는 다 끝났다고 하시는 분들조차도 오히려 그분들하고 좀 대화를 해보고 싶은 게 뭐냐면, 끝났으면 다 끝났다고 생각하시면 그다음 단계는 어떻게 가야 될까요를 좀 묻고 싶은 거예요. 그냥 다 끝났으니까 잊어버리고 우리 딴 일 하자가 아니고, 이걸 계기로 그러면 어떻게 발전을 시켰으면 좋겠는지 이걸 좀 이야기하고 싶은 거죠. 왜 그러냐면 어떤 참사라든지 어떤 사건이라든지 이게 그냥 다 끝나가지고 마무리됐어. 추모 시설도 짓고 뭐 다 했어 그리고 나서 우리 딴 일하고 따로 다르게 살면 돼! 이게 가능할까요? 참사 이전과 이후는 달라져야 한다. 이게 어떻게 달라질 것인지 그냥 막연하게 안전한 대한민국 이런 이야기만 했지, 어떻게 안전하게 바꿀 것인지에 대한 청사진이랄까 이런 것들을 내놓지 못하고 있거든요. 그런 것들을 좀 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맞은 2024년 우리 사회는 어떤 교훈을 얻었을까? 이태원 참사, 오송 지하차도 참사로 이어지는 또 다른 사회적 참사와 이를 대하는 국가의 모습에 대해 더 이야기해야 할 이유는 차고 넘치는 듯하다.
한편,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은 지난 15일 진도 팽목항에서 추모 미사를 봉헌했다. 전국 교구에서는 12일 수원, 15일 대구, 마산, 16일에는 대전, 서울, 인천, 안동, 의정부, 청주, 광주, 제주, 춘천이 교구와 성당별로 추모 미사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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