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망시장 리포트]석유의 나라 아랍에미리트, 재생에너지로 다시 태어나다
석유의 나라 아랍에미리트, 재생에너지로 다시 태어나다
writing 아담 압델 하미드(Adam M. Abdel Hameed) 주한 아랍에미리트 서기관
아랍에미리트(UAE, 이하 ‘UAE’)는 아시아 남서쪽에 있는 아라비아반도의 남동쪽, 걸프만에 접하고 있는 국가다. 동쪽과 남쪽으로는 각각 오만 및 사우디아라비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UAE는 아부다비(Abu Dhabi), 두바이(Dubai), 샤르자(Sharjah), 아지만(Ajman), 움알카이와인(Umm al-Qaiwain), 라스알카이마(Ras al-Khaimah), 푸자이라(Fujairah) 이렇게 7개의 에미리트(아랍 토후국)가 모여 국가를 이룬 연방공화국이다. 영국에서 독립하면서 6개의 에미리트가 1971년에 연방을 결성했고, 이듬해 일곱 번째 에미리트인 라스알카이마가 연방에 가입했다. 각각의 에미리트에는 지방정부가 따로 있으며 영토 면적과 인구 차이가 크다. 하지만 모든 에미리트는 지방 행정구역과 부처를 동일한 패턴으로 운영하고 있다. 연방정부와 지방정부 간의 관계는 헌법으로 정해져 있으며 권한 배분에 어느 정도 유연성이 허락된다.
수입원 다각화로 석유 위주 경제구조에서 탈피 중
2008년 UAE 경제는 세계 경제의 악재에도 불구하고 무려 7.4%나 성장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추정에 따르면 2009년 성장률은 3% 내외가 될 전망이다. UAE 경제에 가장 중요한 요소는 역시 석유와 천연가스다. UAE는 세계 탄화수소 에너지자원 보유량의 약 8%를 보유하고 있으며 아직까지는 에너지 부분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석유와 가스의 생산국이자 수출국이다.
하지만 UAE는 석유와 가스에만 의존하는 현재의 경제구조에서 벗어나고자 애쓰고 있다. 화석연료 에너지는 이미 고갈 위기에 처해 있을 뿐 아니라 그 사용 자체가 지구를 병들게 한다는 인식하에 UAE 정부는 장기적 과제로 지속가능한 재생에너지 정책을 도입해 왔다. 그리고 같은 맥락에서 국제적인 녹색성장 노력에 부응하는 한편 모든 대체에너지 분야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아부다비에 세계 최초의 제로 카본(zero carbon) 도시인 마스다르 시티(Masdar City)를 건설하고 있는 점만 봐도 재생에너지에 대한 UAE의 관심과 노력을 엿볼 수 있다. ‘제로 카본 도시’란 필요한 모든 동력에너지를 재생에너지에서 공급받는 도시로, 이산화탄소와 폐기물 방출이 없는 도시를 지향한다. 최근 아부다비가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 International Renewable Energy Agency)의 본부 소재지로 선정됐는데 본부 건물이 바로 이 마스다르 시티에 들어서게 된다. 중동 지역에 국제기구 본부가 들어서는 건 이번이 첫 사례로 그동안 재생 및 청정에너지의 세계적 요구에 대해 UAE가 기울인 노력을 인정받은 결과다.
한편 오랫동안 화석연료가 국가의 거의 유일한 수입원(收入源)이었던 UAE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수입원 다각화 정책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에서 비(非)석유 분야의 비율은 62.1%였다. 제조업, 도소매업은 물론 정비업, 건설 및 부동산업, 공공서비스, 금융업, 운송.창고.통신업, 농업 및 물 관련 사업, 음식점, 숙박업 등을 모두 합한 것이다.
UAE의 수입원 다각화 노력은 대부분의 에미리트가 반드시 해야 하는 필수적인 정책이다. UAE가 보유한 탄화수소 에너지자원의 90% 이상을 국토가 넓은 아부다비 에미리트가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에미리트는 성장을 위한 동력 발굴이 더욱 절실하다. 그러한 가운데 가장 성공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곳이 바로 두바이다. 이미 두바이는 석유나 가스보다 관광, 운송, 무역, 건설, 부동산 개발, 금융 서비스 등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더 높아졌다. 한편 두바이, 아부다비, 샤르자에 위치한 경제자유구역은 다각화 전략을 가속화하는 핵심 원동력 중 하나다. 이들은 외국기업의 투자를 유치하고 수천 개의 일자리를 만들며 기술이전을 가속화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 UAE 경제는 매우 견실하며 유동성이 높다. 2009년 정부 지출의 증가와 함께 연방 예산이 21%나 확대됐는데 이는 다른 국가들보다 더 빠르게 경기 침체에서 벗어날 수 있음을 보여주는 확실한 증거다. 또한 UAE는 2008~2009 세계경제포럼이 제시한 다보스 경쟁력 지수 중 이미 6가지를 달성했다. UAE에서 영업하고 있는 자국 및 외국 은행들은 재정적으로 매우 탄탄하다. 예금의 75%가 UAE 국민들의 자산이라는 점도 금융 분야의 견실성을 뒷받침한다. 기업 투자 측면에서 보면 UAE 내에서 이뤄지는 투자가 국가 경제발전의 원동력이 되고 있으며, 해외투자도 안정적인 장기 투자로 이어지고 있다.
양국의 상호 투자, 활발히 진행 중
한국-UAE 양자간 무역은 1980년 공식 수교 이후 매우 빠르게 증가해왔다. 특히 원유를 수입에 의존하는 한국이 최근 들어 사우디아라비아 다음으로 많은 양의 원유를 UAE에서 수입하고 있다. 양국간 무역 규모는 2008년에 최고치인 249억 9천7백만 달러를 기록했는데, 전년도인 2007년의 교역량 163억 6천만 달러에 비해 무려 52.8%나 증가한 수치다. 양국간 교역은 2008년 이전에도 빠른 증가세를 보여 왔는데 한국의 원유 수입량 증가가 중요한 원인이긴 하지만, 한국의 무선통신 제품과 자동차 등 공산품이 UAE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것도 양국 교역 증대에 큰 역할을 했다.
현재 UAE는 한국의 두 가지 주요 프로젝트에 약 19억 3천 달러를 투자한 상태다. 그 중 하나는 아부다비 국영 석유화학 분야 투자회사인 IPIC(International Petroleum Investment Co.)가 현대오일뱅크에 투자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두바이 국영 항만운영업체인 DPW(Dubai Ports World)가 부산신항에 투자한 것이다. 한국 기업들 역시 UAE의 프로젝트에 다수 투자하고 있다.
양국간 투자 확대는 상대국 시장과 비즈니스 환경 그리고 상대국의 투자 기회에 서로 얼마나 관심을 가지느냐에 달려 있다. UAE의 경우 지난 6월 한국을 방문한 대규모 투자 사절단이 한국 시장에 대한 UAE의 관심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 사절단에는 특히 아부다비의 주요 업계 및 투자기업 대표들이 대거 참여해 한국 업계와 생산적인 만남을 가졌다. 양측은 장차 한국의 공동투자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하기로 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이것이 양국간 투자를 더욱 활성화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재생에너지 등 비석유 분야의 투자 환영
앞서 언급했듯이 UAE는 이미 널리 알려진 화석연료 외에 재생에너지 투자에 대한 관심이 많다. 또한 국가의 수입원을 다각화하는 중이다. 따라서 투자 유망 분야도 제조업, 운송업, 통신업, 부동산업 등 비석유 산업들이다. 외국기업이 UAE 시장에 진출할 때는 비석유 분야에 대한 직접적인 투자 외에 수입원 다각화와 관련한 지원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제조업과 서비스업 등에 필요한 인프라 개발에 참여하는 것도 여기에 포함된다. 에너지 분야에서는 아부다비 마스다르 시티처럼 재생에너지를 기반으로 하는 클린 시티.그린 시티 건설 등 환경친화적 기술과 프로젝트도 유망하다.
UAE에는 관세와 여타 세금 혜택, 투자금과 이윤의 용이한 흐름 등 다양한 인센티브가 외국 투자자들을 기다리고 있다. 외국인의 생활을 지원하는 시설 또한 그 어느 국가보다 앞서간다. 태산을 넘고 대양을 건너며 사막을 가로지르는 불굴의 투지를 가진 한국 기업인들이 UAE에서 함께 번영을 창출하고 누릴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