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름다운 사기(詐欺) I #00-#10/120
아름다운 사기(詐欺) 00요약문-주제 등장인물 간략한 줄거리
작품명
아름다운 사기(詐欺)
김영재
스토리 요약문
주제
비디오 프로젝트의 진행을 배경으로 한 화가, 조각가, 미술평론가, 미술행정가 등의 일상과 행위미술, 불교미술, 민화 등 미술현장의 생생한 에피소드를 영화화
제목의 ‘사기(詐欺)’는 아름다운 기술(記述)-아름다움의 기술(技術), 즉 미술(美術)의 뜻에서 패로디했다.
제목의 ‘아름다운 사기(詐欺)’는 ‘아름다움의 기술(記述)’ 혹은 ‘아름다운 기술(技術)’ 이라는 이름을 가진 미술(美術)의 이면에 깔린 사기성(詐欺性)을 드러내며, 전체 드라마의 인물, 내용, 구성 등 결구(結構) 상의 사기성을 의미할 수 있다.
작품은 소재의 다양화를 통하여 제한된 소재의 유사한 제작관행에 신선한 돌파구를 모색하며 미술이라는 전문적인 소재를 바탕으로 미술계의 섬세한 생리를 친근한 언어와 문제제기 형식으로 접근한다.
다양한 시각에 의한 문제제기 및 관객이 스스로 답을 도출할 수 있는 퍼즐을 제시한다.
어려운 용어나 개념은 자연스럽게 줄거리의 진행 속에서 부담스럽지 않게 흘러가도록 상상과 팬터지(Fantasy)를 요소 요소에 삽입하여 보는 재미와 신비감 증폭시킨다.
장난끼있는 우스개Practical Joke를 활용한 코믹터치나 기발한 황당뉴스, high-comedy, 돌발적인 엉뚱한 상황 도입, 전개상황 등을 삽입하여 화면의 잔재미를 더하도록 했다.
등장인물의 카메라 사각(死角)을 메꿔 주는 간판, 뉴스, 상황 등 신비화장치를 도입한다.
대화나 독백 등의 화면은 애니메이션이나 클레이메이션, 컴퓨터 그래픽이나 비디오 효과기 혹은 솔류션 등을 십분 활용할 수 있도록 여유를 두었다.
고전적 영화문법과 한국적 정서를 결합한 영상문법을 동원하여 현장성, 흥행성을 돋보이게 했다.
벤치마킹한 영화문법 및 시네마투르기에 있어서, 영상문법은 장 끌로드 로로슈 감독의 “남과 여”, 하이코메디로는 잉마르 베르히만 감독의 “산딸기”, 황당뉴스는BBC Entertainment의 "My Hero" 등을 원용했다.
신비화 도구에 있어서는 내레티브한 의미를 배제한 단막 에피소드 형식으로 삽입되고, 영화를 보는 관객이 스스로 의미화하도록 했다.
신비화도구 I은 화면의 구성요소로서의 곤충이 등장, 의미와 무관히 시각적 요소로만 기능한다. 신비화도구 II는 시각적 구성효과만을 삽입하므로써 관객이 시각적으로 싱숭생숭한 연결고리를 찾느라 골머리를 앓게 만들어 준다. 신비화 도구 III은 영화 “몬도가네”의 항가리 무곡 5번 연주를 번안하여 삽입했다.
등장인물
윤서진: 평론가, 미술비디오 제작자, 백남준 프로젝트 지원 대상에 선정되지만 내외적 요인에 가로 막힌다. 30대 중반
조연주: 행위 영상작가, 대중 음악가. 윤서진의 소심하고 결벽적인 연모의 대상이지만, 상상속의 연인으로 끝난다. 20대 후반
정인봉: 불교학자, 윤서진 친구. 대담하고 비약적인 불교논리와 몽상적 환상으로 비현실적 생활과 사랑을 한다. 30대 중반
김숙영: 여 조각가, 윤서진이 아는 작가. 현실적인 성취가 뒷받침되는 야망과 의지로 조각계의 입신을 꿈꾼다. 정인봉의 저돌적 애정공세가 펼쳐진다. 30대 중반
한지성: 화가, 출판경력자. 윤서진과 박물관 프로젝트 인쇄부분을 협업으로 해 낸다. 현실적인 생활과 순수예술의 세계를 조화해 나간다. 30대 중반
정민성: 평론가 지망생. 윤서진과 행위미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므로서 화려한 외관에 가려진 미술계를 노정한다. 20대 후반
홍진표: 행위미술가. 윤서진의 만만한 대화상대. 미술행위의 허구성을 보여준다. 30대 초반
강삼출: 시인(강노을). 약간 모자란 시인. 자신의 순수한 심성과 끓어 오르는 시심을 털어 놓을 대상으로 윤서진을 지목한다. 30대 초반
사찰주지: 불교학회에서 정인봉을 만나 금일봉을 전달한다. 정인봉은 윤서진과 사찰을 방문한다. 40대 초반
주지의 어머니: 무명에 찌든 악랄한 노파. 나찰 혹은 일천제의 표상으로 등장한다. 60대 후반
조연
주진환: 미술행정가, 대표. 행위미술 기획에 윤서진을 끼워 넣는다/ 김윤정: 주진환 부인, 실장. 행위미술 행사를 총괄한다 / 장세욱: 촬영감독 NeoMedia Lab. 윤서진의 비디오 프로젝트 레포트를 도와준다 / 유용식: 학예실장. 윤서진의 프로젝트를 기화로 현실적이고 실제적인 미술행정을 일러준다. / 홍성문: 윤서진 친구 사장. 비디오 프로젝트의 자부담금이 빌릴 수 있는 돈이 아니라는 것을 깨우쳐준다. / 구은정: 큐레이터. 비디오 전시기획자. 점진적 프로젝트 포기의 단서를 제공한다./ 조형준: 현대민화 및 이론가. 민화연구의 난맥상을 파헤친다. / 장달구: 민화이론가. 민화에 관련된 업무를 믿고 거들먹거린다. / 강인재: 우창 건설 부사장. 그림을 사들여 일획천금을 꿈꾼다./ 방태우: 대림인쇄소 사장. 윤서진의 박물관 비디오 프로젝트 중 인쇄부분 담당./ 현성보: KCN 회장. 윤서진의 비디오 프로젝트를 지원한다./ 정명환: 방송국 사장. 윤서진의 비디오 작품을 방영해준다. /유창우:교수, 전시기획자. 비디오 전시를 기획한다. / 박순임: 아신미술관 관장. 비디오 프로젝트의 실질적인 정보와 인맥을 가지고 있다.
단역 및 엑스트라
강인재 부인/ 장달구 졸개/대림인쇄소 과장/박건시: 화가/붕어빵의 여인/ 각 미술관 박물관 관장들, 관람객들 /러샤트:위구르인 가이드(혹은 대역)/ 미술관 행정직원 1, 2/ 전시장의 작가들 /군청직원/ 매표소 직원 /횟집 종업원/경비1, 2/방송위 직원 1, 2/접수원/젊은 여자 1 /다른 직원 /조폭차림 남4/KGN 비서 /여직원 1, 2, 3/경비/음향담당/ 식당 사람들/옆 사무실 여편네/ 커피 숍 사람들/식당 종업원
간략한 줄거리
소심한 책상물림 미술평론가이자 비디오 제작자인 윤서진은 방송콘텐츠 제작기금을 받게 된다. 그러나 회사가 어려워져 자부담금을
마련하지 못하는 바람에 시간이 지체된다. 백방으로 돈을 빌리러 다니고, 퍼포먼스 페스티벌 촬영 등 기금마련을 위해 동분서주하지만 기껏 미술행정가 주진환의 농간에 실리와 명분과 이름이 없는 노역봉사로 끝나는 등 기금마련에 난항을 겪는다.
조연주와 퍼포먼스 행사 비디오 촬영에서 만나게 된 윤서진은 조연주에게 시적 영감과 연정을 느낀다. 그러나 만날 때마다 조그만 단서를 확대 해석하면서 스스로 담을 쌓아 나간다.
윤서진의 친구이자 불교학자인 만년 강사 정인봉은 스님을 통하여 불교의 단면을 보여준다. 윤서진의 소개로 조각가 김숙영을 만나자 마자 불같이 돌진한다.
때마침 영월 박물관 순회전에서 윤서진은 출판과 영상물 제작을 맡아 자부담금을 마련한다. 그러나 프로젝트 기획안에서 제작의 목표로 잡았던 작가와 유족간의 불화설, 저작권위반사례 수집설, 작가관련 명칭 및 상호등록 등의 악재가 불거진다.
피날레에서 그간의 사건들은 ‘사기(詐欺)’를 연상케 하는 결론으로 치닫는다. 예술은 사기, 윤서진의 행각 및 연정과 그 진행의 사기성, 정인봉의 불교학과 현실적 세계가 보여주는 허구 및 사기성들이 미술에서의 사기적인 면모를 까발리면서 마무리된다.
스토리 본문
아름다운 사기(詐欺)
이 드라마의 등장인물들은 현실의 모티브를 적이 가공하여 결구하였음. 행위미술 페스티벌 등에서 공개된 작가이름과 이벤트 등은 익명으로 게재되며, 녹화기록을 영상화할 경우 동의 혹은 허가를 얻어 실명으로 공개될 수도 있을 것임
범례:
(( )) 쌍괄호 안은 상상 혹은 팬터지(Fantasy), 블루/화이트 스크린의 배경, 혹은 몽타주/짜집기 구성 **
신비화도구 I...내레티브(Narrative)적인 의미는 없이 화면의 구성요소로 등장하는 곤충, 마지막 대목에서 산화(散華)한다
**신비화도구 II...조폭차림의 남자 넷, 시각적인 구성효과
**신비화도구 III...영화 ‘몬도가네(Mondo Cane-개 같은 세상)패로디, 남자 7음계와 같은 키순서와 7음계 음정, 통, 짝, 퍽의 세 음절, 시각적인+주변적인 음향효과-논리적 연관 없이 신비화 도구 II와 연계할 수 있음,
연재목차
아름다운 사기(詐欺) I #00-#10/120
아름다운 사기(詐欺) II #11-#20/120
아름다운 사기(詐欺) III #21-#30/120
아름다운 사기(詐欺) IV #31-#40/120
아름다운 사기(詐欺) V #41-#50/120
아름다운 사기(詐欺) VI #51-#60/120
아름다운 사기(詐欺) VII #61-#70/120
아름다운 사기(詐欺) VIII #71-#80/120
아름다운 사기(詐欺) IX #91-#90/120
아름다운 사기(詐欺) X #101-#110/120
아름다운 사기(詐欺) XI #111-#120/120
# 01 편집실-윤서진
**풍뎅이나 말벌의 날갯짓이 신경을 거슬리다가, 화면에서 사라지면,
전광시계 2008년 5월 12일-모니터, 컴퓨터, 자판, 전선, 프린터-일정표 등 팬닝
TV 모니터에는 비디오작품이 상영되고 있다. 그 위로
자막, 출연진... 주연, 조연, 엑스트라...
정상 타이포(Typography)로 나오다가 , ‘뭐, 저런 게 다 있어?’ 할 정도로 휘 늘어 졌다가 비비꼬이고, 그리고 사라진다.
((윤서진:(off-sound)내가 루즈(Rouge)를 발라 줄 때 그녀는 말했다. '키스하지 마세요'))
헤드셋을 끼고 전화하면서 서류 작성하고 있는 남자 뒷모습
((윤서진:(off-sound)그녀는 말했다. '당신은 어떻게 돈 버는 재주만 없소이...' ))
서서히 전화음성 높아지면서
# 02 편집실-섭외-박관장
윤서진: “...이번 프로젝트의 성공은 관장님에게 달려 있습니다. 이론적인 배경을 바탕으로 영상매체를 다루는 거야 제 일이겠지만 저는 섭외와는 좀 멀어서요. 한국작가들은 다 섭외가 되거나 자료가 준비되는데, 해외작가 쪽은 관장님이 해주셨으면 하고요.”
박순임관장 전화 목소리, 윤서진 듣는다
박관장:(off-sound)“그럼요. 며칠 전에도 국제전화로 이번에 작고하신 작가의 부인과 통화를 했어요. 얼마나 속상해하는지 마음이 아파 죽겠어요.”
윤서진: “그래도 유족(遺族) 입장에서는 작고(作故)한 작가를 기리는 프로젝트가 진행된다면 좀 위안이 되지 않겠습니까?”
박관장:(off-sound)“그러길 바래야지요.”
윤서진: “제출할 서류는 다 준비했고요. 자원인사로 관장님 넣어도 좋겠습니까?”
박관장:(off-sound)“그래요. 내가 힘이 된다면 도와 드려야지요. 그런데 어떤 내용이에요?”
TV 모니터, 비디오 상영, 팬닝(Panning), 모니터의 파란 색에 반사된 윤서진의 얼굴
윤서진: “제가 콘티(Conti.)를 보내드리겠습니다만, 요약해서 말씀 드리자면 열전(列傳)과 비디오와 행위 3부로 제작할 예정입니다.”
박관장:(off-sound)“그야, 김선생이 만든다면 잘 만들겠지요. 우선 콘티 보내주세요. 한번 봤으면 좋겠네요.
이번에 잘 되면 유럽 여행도 가시겠네요. 평론하시려면 세계 각국의, 특히 구미(歐美)의 공기를 맡아 보셔야죠.”
윤서진: “하하, 더 이상 도와 달라는 부탁을 안 드려도 명분은 충분할 것 같네요.”
윤서진, 자원인사난에 박순임(아신 미술관 관장) 입력한다.
# 03 응모서류작성
윤서진, 편집실 컴퓨터로 서류 만들고 있다.
편집실 문이 열려 있고 바깥으로 회사 직원들 지나다닌다.
몇 번 고치고, 출력, 출력 교정, 다시 출력..
# 04 미술행정가 도장 받기
인사동, 북적거리는 사람들, 낙원동 쪽 좁은 골목,
허름한 건물의 4층을 올라가는 윤서진
윤서진을 보자마자 주진환(미술행정가), 방정맞게 인사한다.
주진환: “이 영감, 아직 안 죽었어?”
윤서진, 우물쭈물 가지고 간 서류봉투를 내민다. 서류를 보는 주진환
윤서진: “일단 자원인사로 네 이름을 올리는 건데, 혹시 비디오를 조작하거나 만들 수 있다면 이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도 있어.”
주진환: “비디오를 어떻게 한다고?”
윤서진: “간단한 것은 자석(磁石)을 브라운관 안에 내장해서 관객이 건드리면 음극선(陰極線)이 왜곡되는 것이 있고, 준비된 모니터를 방수처리해서 어항 안에 갖다 두거나...”
주진환, 탐욕스러운 표정, 예산안을 뒤진다.
주진환: “예산은 얼마나 잡혀 있는데?”
윤서진: “예산이랄 게 있나? 원래 요강(要綱)에는 없는 항목이라 많이 책정을 못해. 거기 엑셀(Excel) 파일에 보면 설치 및 가공 있지?”
주진환: “가만 있자... 여기... 칠백 만원이네?”
윤서진: “비디오가 완성되면 네 연구소 이름이거나 네 이름을 넣어줄 수 있어. 그리고...”
윤서진에서 주진환으로 이동
주진환: “몇 점이나 되는데, 만들어야할 것이...”
윤서진: “최소 다섯 점, 많으면 열 점 정도...”
주진환: “이건 인건비도 안 나오는 일이네. 한 두점 정도는 만들어 줄 수 있을지... 인부 몇 사람은 사서 며칠이나 일하면 되려나...?”
윤서진: “실리는 없겠지만 명분이나 명예는 확실하지 않아?”
주진환: “글쎄, 도와주면 좋겠지만, 나도 인부 시켜서 해야 하는 일이라서...”
윤서진, 답답하다. 서류를 만지작거리다가 비장의 카드를 꺼내 든다.
윤서진: “그런데 하나 묻자. 내가 두 달이나 너 따라 다녔던, 그 환경문화촌 조성되면 내게 뭐 좀 떨어지는 게 있어? 콩가루 같은 거 말야...”
주진환, 정색
주진환: “내 건데 어떻게 떼어 줘? 그게 무슨 천원에 세 마리 짜리 붕어빵이야?”
충격 받은 윤서진, 서류를 가지고 나온다. 계단 내려와서 계획서의 자원인사란에서 주진환 이름을 북북 긋는다.
# 05 학예실장 도장 받기
국립현대미술관 휴게실, 유용식(학예실장), 자판기에서 커피 한잔, 코코아 한잔을 뽑는다. 커피는 맹물만 나온다.
유용식: “학예실 커피가 낫겠다. 넌 코코아 괜찮아?”
윤서진: “잘 들어가는 부엌, 진 솔 마른 솔 가린다더냐?”
유용식: “학예실에 휘핑(Whipping) 크림은 없어도 자판기 코코아 보단 나을 텐데...커피 괜찮다면 두 잔 갖고 오고...”
윤서진, 어깨를 으쓱 해 보인다.
유용식: “괜찮다면 괜찮고...”
커피를 가져오는 동안 윤서진, 서류를 다시 본다.
유용식, 여유 있게 학예실에서 자기 커피를 가져온다.
**신비화 곤충 날갯짓...
회의실 탁자 같은 휴게실 탁자에 앉으면 윤서진, 맞은 편 유용식에게 서류를 건넨다.
유용식, 커피를 홀짝거리며 서류를 건성으로 훑어본다. 서류를 돌려준다.
유용식: “임원이나 스탭(Staff)으로 이름은 곤란해. 그리고 세금계산서 같은 게 날아오면 골치 아파.”
윤서진: “알았어. 한국어, 영어 각 스무 개씩 모두 마흔 개 문항을 만들어 뒀어. 넌 미국에서 공부했으니까 영어 잘 할꺼고...그러니까 한국어로 대답하고, 영어로도 대답해주면 더 좋겠어. 그리고 나중에 입력된 원고도 내게 좀 주고... 비디오아트 연구에 너 만한 인재가 있겠냐?”
유용식: “어쭈, 아부도 한다, 너...진작 그랬으면 교수가 돼도 한 십 년 전에 됐을 텐데...
유용식, 목소리가 낮아진다.
유용식: “영어 이야기하면 칭찬이 될 거라는 착각은 버려. 코리아 타운에 웨스턴 애비뉴하고 버몬트 애비뉴 사이에 있는 사람들은 평생 영어 한마디도 안하고 살아. 난, 그래도 UCLA라도 다녔으니까 학교 가면, 에이, 그것도 한인 학생들하고 어울리지 않을 때나 영어를 쓸 수 있는 기회가 있겠지. 아니, 기회가 있을 수도 있지...”
행정직으로 보이는 직원 둘이 옆 옆자리에 앉는다. 윤서진, 목소리가 낮아진다.
윤서진: “ 알았어. 겸손으로 들을께. 하여튼, 이번 선정되면 한턱 쓸게. 공공기금(公共基金)이니까 그 돈에서 쓸 수는 없겠지만...”
유용식, 지레 큰 소리로 말한다.
유용식: “너는 돈 받기도 전에 영창 갈까봐 그것부터 걱정이지? 이 쫌생아.
공공기금이 뭔지 알아? 이 나라에서 최고 머리 좋은 사람들이 기획을 하고 기금 집행을 하는 돈이야. 만약에 집행한 공금(公金)이 문제가 생기면 그 담당자가 목이 날아가. 그래서 그렇게 겁을 주는 거야. 그러면 한 푼도 개인 용도로 쓰지 못하는 공금은 왜 받을까?
너 같은 샌님이야 여기 쓴 대로 업적을 남기고, 한국문화를 선양하고...그런 목표가 있겠지. 다른 사람들은 말이지. 공금을 기화로 후원을 받거나 펀딩(Funding)을 유도해. 그리고 제작된 프로그램에 직접, 간접 광고를 넣어 주는 거야.”
윤서진: “프로그램 안에 광고가 들어가면 공영방송에서는 방송을 안 해줘. 자막 광고 하나를 낸다 해도 스폰서는 다시 방송국에 이중으로 후원금을 내야 돼.”
유용식, 한심하다. 다 식은 커피를 입에 대다가 내려놓는다. 유용식, 반쯤 일어나서 떠날 채비를 한다.
유용식: “저녁은 제대로 챙겨 먹는 거야? 전시장에 다니면서 평론가들 모신다고 차린 뷔페도 챙겨 먹어주고, 그러면서 작가들도 사귀고, 인사로 작품 주면 모았다가...”
윤서진: “너, 테라코타(Terra Cotta)로 조각했던 권진규가 왜 목을 매달았는지 알지? 친구나 선배한테 일거리 하나 달라 소리 못해서,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아서 돈 적게 드는 테라코타 작업하다가, 하다가...더 이상 굶을 래야 굶을 수도 없어서......이해가 돼, 요즘은...”
유용식, 머쓱하다. 떨치고 일어선다.
유용식: “알았어. 네가 맞을 거야. 열심히 해봐. 잘된다는 보장은 없지만...”
# 06 화가의 도장 받기
그림 단체전
윤서진, 한지성(화가)의 단체전 전시장으로 들어간다.
작품을 보면서 나란히 선 한지성, 서류에 대뜸 이름부터 써넣는다.
한지성: “그러니까 제가 대본을 쓴 걸로 하자는 이야기 아니에요? 그럼 원고료가 나오겠네요?”
윤서진: “원고료를 받아서 나를 주세요. 그리고 개인 소득신고를 해주시면 제가 그 세금까지 내드릴게요. 대신 박물관 프로젝트를 맡게 되면 수익성 있는 일을 하나 드리지요.”
한지성: “그야, 김선생님이 구성을 하셨으니까 원고료를 받는 게 맞는데, 왜 제게 줬다가 뺏어가지요? 세금까지 물리면서?”
그룹전에 출품한 다른 작가, 윤서진에게 반색을 한다. 윤서진, 가식적인 답례
윤서진, 오렌지 주스 두 잔을 든다. 한지성을 데리고 전시장 한 쪽으로 간다.
윤서진: “우리 프로덕션의 수입이 뻔한데, 제작을 하려면 몇 달간 수입이 되는 일을 못하니까 기금(基金)이 좀 있으면 해서요. 나중에 박물관 프로젝트 잘되면 다 갚을게요.”
한지성: “기금이 나오면 그 돈을 제게 주세요. 그건 김선생이 세금 계산을 해주시고요. 그리고 박물관 프로젝트에서 돈을 받게 되면 먼저 받은 기금을 공제해 드릴게요.
그리고서 그 공제한 금액으로 소득신고를 할게요. 그러면 나는 공공기금을 서류대로 정상적으로 받은 것이 되고, 박물관 프로젝트에서는 적게 받을 테니까 세금 적게 내어도 되겠지요.”
윤서진, 질린다.
윤서진: “알았어요, 알았어...”
윤서진, 오렌지 주스 잔을 테이블에 놓고 나온다.
# 07 행위미술가 도장 받기
윤서진, 자기 집처럼 작업실 문을 열고 들어간다.
컴퓨터 앞에 앉은 홍진표(행위미술가)에게 서류 내민다.
윤서진: “야, 네 이름 좀 넣자.”
홍진표: “형 왔구나. 지금 질의 올라온 거 답변 작성중인데, 뭐라고 썼는지 알아? 들어봐...
변기 막히지 않게 하는 법
1)) 임기응변형- 세탁소 옷걸이를 펴서 쑤신다
2)) 속전속결형- 변기 뚫는 기구, 약 등을 쓴다
3)) 재치만발형- 물을 두 세번 눌러 똥 덩어리를 분산시킨다
4)) 유비무환형- 채소와 물을 평소에 많이 섭취한다
5)) 완전무결형- 똥을 싸지 않을 만큼 적게 먹는다
홍진표, 의기양양하다.
홍진표: “나 고등학생이야. 중학생에서 올라가기는 쉬웠는데, 대학생 올라가면 조금씩 시간 투자해야지...참, 어떤 일이라고?”
윤서진, 서류를 다시 홍진표에게 보여준다. 홍진표, 윤서진이 보여주는 대로 흘깃 본다. 손은 계속 자판 위. 파일 이름을 찾는다.
윤서진:(off-sound)“그러니까 비디오나 컴퓨터 조작 혹은 조립이야. 황학동에서 옛날 브라운관 모니터 몇 개 사서 개조하기도 하고, 쉬운 건 브라운관에 대형 자석을 갖다 대고 음극선을 조작하고 관객참여를 유도하고... 뭐 그런 거야.”
다시 홍진표, 윤서진
홍진표:“ 설치야 늘 하는 거지만, 나 요즘 행위미술만 하는 거 알잖아, 형. 그거 참 행위라면 신이 나서 해줄 수 있는데..”
윤서진:“ 행위도 있어. 그거야 네가 늘 하는 일이니까 먼저 이야기를 안 했지.
홍진표, 갑자기 신난 목소리...
홍진표: “형, 지금 말이야, 나 잠도 잘 못 자.. 얼마나 신나는 일이냐 하면 말이지...어디 산불만 나면 나는 세계적인 슈퍼스타가 되는 거야. 붕어빵 장사 안 해도 살만큼 돈도 생길 테고...”
윤서진: “붕어빵 장사? 붕어빵 장사도 네 스펙(Spec-Specification:Qualification)이라면 손님 쫒아내기 십상일텐데...”
홍진표:“말이 비툴어져서 입이 잘못 나왔어. 스펙 좋은 붕어빵의 여인을 형이 보면 내가 왜 붕어빵, 붕어빵 하는지 알게 될 걸?”
윤서진: “붕어빵의 여인이라... 치마는 둘렀던? 하여튼...그 이야기는 나중에 하고, 우선 나 좀 도와줄래, 말래?”
홍진표, 건성으로 대답하면서 컴퓨터 파일을 모니터에 띄운다.
홍진표: “알았어. 형 일이라면 해야지. 신날 것 같은데...그리고 여기 좀 봐. 이것도 내가 올린 건데...개스비, 전기세, 전화세 절약하는 방법이야...이 요령대로 하면 한달 오만 원에서 십만 원까지 절약되걸랑...”
윤서진: “고맙다마는 서류 기한이 얼마 안 남아서...”
윤서진, 서류 들고 나온다. 홍진표, 부지런히 답변 파일 모니터에 띄운다.
홍진표: “또 감기 신효방도 있어. 감기에는 물이 약이다...바이러스들이 물에 빠져 죽는다...그런 이야긴데...”
윤서진: “그래, 네 이름 써넣는다? 나중에 또 올께...그때 붕어빵 아가씨 이야기도 하고... 안녕...”
홍진표, 입맛을 다신다.
홍진표: “나바론의 요새같은 코딱지를 파낸다...이 이야기는 듣고 가야 되는데...거, 참...”
# 08 비디오 전시장 촬영
비디오전시장, 윤서진과 조수, 구은정(큐레이터)-Virtual Studio
구은정:“콘티를 검토했는데요. 촬영자격이 되고 적법한 절차를 거쳐 촬영신청을 했으니까 촬영은 허락하겠지만, 아직 우리가 촬영해라, 방송해라 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라는 점을 알아 주셨으면 해요”
윤서진: “저작권 문제 때문인가요?”
구은정:“그 문제도 있겠지만, 사실 아직 정식 박물관이 아니에요. 그렇다고 우리도 손 놓고 놀면서 업무를 맡았다고 할 수도 없고... 워낙 전자작품이 많으니까 작품 정비도 할 겸, 나중에 박물관이 문을 열 때까지 서서히 홍보차원에서 지금 전시를 하는 것이거든요”
윤서진:“ 잘 알겠습니다. 어쨌건 이 프로젝트를 추진할 것이니까, 전시가 있을 때마다 찍어 두려는 것이거든요”
윤서진, 조수에게 신호, 조수 바퀴 달린 삼각대에 카메라 설치, 조명 점검
구은정:“ 편집본을 하나 보내주세요. 심의를 해야하거든요. 그리고 방송을 하게 되면 꼭 우리 승인을 받아주시고...DVD같은 걸 만들어서 판매하시는 건 원 저작권자와 상의하셔야 해요”
윤서진: “제가 공문에 밝힌 대로 오프닝Opening, 클로싱 멘트Closing Ment는 좀 해주시겠죠? 물론 작품 해설까지 해주시면 더 좋고요”
구은정:“나중에 혹시 제가 박물관 큐레이터나 기획자가 되면 해 드릴께요. 지금은 안돼요... ”
윤서진, 비디오 촬영, 조수 조명
# 09 편집실-촬영본 캡쳐
KCN 회사의 사무실 하나를 개조한 편집실
KCNart Production 이라고 종이에 프린트해서 대충 문에 붙였다.
윤서진 뒷모습, TV 켠다. 줌 아웃 하면 시사용 대형 TV 모니터
뉴스(off-sound)
...가짜 박사학위에도 불구하고 어떤 외압에 의해 교수로 채용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 일고 있습니다.
윤서진, 귓가로 흘려들으면서 베가스Vegas 프로그램에서 비디오 캡쳐 받고 있다.
촬영한 테입을 소니Sony 젯완Z1 카메라에 넣는다.
hd1440x1028 29bps로 설정, 모든 설정은 베스트로 설정 후 Record Icon을 누른다.
모니터의 베가스에서 젯완 모니터로, 다시 팬닝하면 TV 리모콘 비친다.
TV에서는 황당 토크쇼가 방송되고 있다. 윤서진 힐끗 본다.
MC:"사회 일각에서는 환경단체가 반대를 위한 반대, 언론에 각광을 받기 위한 선동적 발언을 일삼는 것 같다는 지적들이 조심스레 나오고 있습니다마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윤서진, 젯완의 재생되는 화면, 베가스의 캡쳐 화면 줌인...TV에서는 거만한 목소리의 초빙인사...
전문가:“(off-sound)사실 NGO, Non Government Organization, 그러니까 비영리 민간기구는 기본적으로 도네이션Donation, 그러니까 우리말로는 기부금이라고 하나요? 기부금으로 운영되니까 우리 활동을 알려야 하는 고충이 있긴 합니다. 그래도 우리만큼 건설적인 단체가...“
모니터의 화면, 타임라인의 비디오, 5.1 오디오... 커서 움직이면서 캡쳐받은 영상재생된다. TV 황당 토크쇼 계속된다.
MC:"(off-sound) 수질 오염을 줄일 수 있는 획기적인 아이디어가 있으시다구요?“
전문가:“(off-sound) 샴푸를 하거나 세제로 식기를 씻을 때 수돗물을 용기에 받아쓰지 말고 흐르는 수돗물에 헹구면 오폐수의 농도가 줄어들고, 상대적으로 하수가 깨끗해질 것입니다.”
MC:"(off-sound)수돗물이 그만큼 많이 소모되고, 정수경비도 많이 들고, 서민들 수도사용료도 올라갈텐데요..“
전문가:“(off-sound) 그래봤자 물 값이 얼마나 들겠어요? 세상에 제일 싼 것이 물 값인데. 오죽하면 물장사들이 세상에 돈이란 돈은 다 번다고 그러쟎아요...”
# 10 이동주차
캡쳐 화면에서 편집실 장비 패닝...휴대폰 진동, 리모콘으로 TV의 볼륨을 묵음Silent로 전환
윤서진, : “예, 그러지요”
윤서진 열쇠를 챙긴다.
아름다운 사기(詐欺) I #00-#10/1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