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동네 두 가지 매력, 서교동

[꿈투74]

한 동네 두 가지 매력, 서교동

서교동은 상반된 매력을 지닌 동네다. 한적한 주택가와 젊은 청춘이 오가는 번잡한
홍대 앞 골목이 큰길을 사이에 둔 채 공존한다.

흔히 서교동이라 하면 KT&G 상상마당 인근의 홍대 앞을 떠올린다. 1970년대 예술가들이 일군 ‘홍대 앞 서교 365’를 말한다. 사실 서교동은 꽤나 넓은 동네다. 지하철역 상수역, 합정역, 망원역, 홍대입구역 사이에 있는 지역으로 어떤 역을 기준으로 하느냐에 따라 동네 분위기도 크게 바뀐다. 최근 망원역 인근 풍경이 달라지면서 이곳과 인접한 서교동에도 눈에 띄는 공간들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서교 365와 큰길을 사이에 둔 곳 으로 최근 비엔나커피로 유명한 아이들 모먼츠, 세탁 카페 ‘워시타운’, 유명 셰프들이 찾는 돼지곰탕 전문점 ‘옥동식’ 등 동네 가게라 부를 수 있는 소담하고 정겨운 가게들이 생겨났다.

 “서울의 여느 지역과 달리 아직 공동체가 남아 있는 곳이에요.” 마포 토박이 인 ‘안도북스’의 임화경은 4~5층 빌라와 작은 출판사, 디자인 사무실이 밀집한 이 골목에 애정을 드러냈다. 이 조용한 골목에서 합정역 방향으로 향하면 금세 풍경이 달라진다. 높은 건물로 둘러싸인 우리가 익히 아는 서교동, 서교 365 일대다. 최근 이 서교 365에 과거 이곳의 풍경을 기억하는 이들이 새 공간을 열었다. 그리고 그들이 사랑했 던 홍대 앞의 젊고 싱그러운 문화를 이어가고자 한다. 익숙한 동네 서교동은 끊임없이 생동하고 있다. 여기, 그 새로운 면면을 모았다.

코티지드바니

코티지드바니Cottage de Bunny는 홍대 부근에 위치한 여러 ‘비스크돌’ 작업실 중 한 곳이다. 비스크 돌은 도자기를 구워 만든 인형으로, 매년 열리는 <아트 토이 컬처>, <키덜트 & 하비> 전시 등에서 쉽게 볼수 있다. 비스크 돌 작업은 인형 디자인부터 만드는 과정까지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만큼 작가가 공방을 열어두는 것은 드문 일이다. 코티지드바니는 작가 김수야의 작업실이자 숍을 겸하는 공간으로 주말에 한정해 사람들에게 공개한다.

 ‘토끼의 집’이란 뜻처럼 분홍색으로 아늑하게 꾸며진 작업실엔 그녀의 작품과 수집품, 판매를 위한 국내 다른 작가의 비스크 돌과 해외 피겨 상품이 모여 있다. 김수야의 작품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 토끼를 형상화하거나 토끼를 닮은 사람 형태로 만드는데, 하나같이 독특하고 귀여운 모습을 하고 있다. 전시 때만 주문받아 제작을 하며, 작업실에 비치된 작품들은 그 자리에서 구매도 가능하다. 상시 문을 열진 않기에 방문 전 문의한 후 찾는 것이 좋다.

LOCATION 서울시 마포구 잔다리로 93 2층

TEL 070-7857-0427

워시타운

해방촌에 자리한 셀프 빨래방 겸 카페 론드리 프로젝트가 워시타운Wash Town이란 새 이름을 걸고 서교동의 고즈넉한 골목에 2호점을 열었다. 론드리 프로젝트처럼 깨끗한 빨래를 연상시키는 말끔한 인테리어로, 테이블 위에는 가벼운 읽을 거리와 맛있는 커피가 준비된다. “세탁소는 동네 사람이 모이는 공간이잖아요. 이곳이 소통의 장이 되기를 바랍니다.” 주인장은 모르는 사람끼리도 함께 어울릴 수 있는 공간을 지향해, 가게 중간에 여럿이 앉을 수 있는 넓은 테이블을 들여놓았다.

 마치 시골 마을 초입에 자리한 평상처럼 모여 앉기 좋은 곳이다. 커피 외에도 아이스크림 올린 블루크림소다, 생과일 에이드, 홍차 등이 있어 메뉴 선택의 폭이 넓다. 빨래방 본연의 기능에도 충실하다. 런드레스, 넬리 등 친환경 세제를 비치하고, 이불처럼 부피가 큰 빨랫감을 넣을 수 있는 대형 세탁기도 설치했다. 조만간 하얀 벽을 활용해 미니 전시도 진행할 예정이다.

LOCATION 서울시 마포구 월드컵로10길 48
TEL 070-7794-8488

Q 왜 서교동을 선택했나? 홍대 앞은 여전히 다양한 문화 콘텐츠가 있는 동네이자 지역 내 커뮤니티도 발달한 동네라 생각한다. 그 점이 소통의 장을 지향하는 워시타운과 잘 맞는다.

Q 해방촌과 손님층이 다른가? 평일에는 의외로 커피를 마시기 위한 인근 사무실 사람들이 주를 이룬다. 주말에는 강아지와 함께 산책 나온 신혼부부, 혼자 사는 사람 등 해방촌과 달리 동네에 놀러 온 사람보단 동네 거주자가 많이 보인다.

Q 서교동에서 가장 좋아하는 곳은? 워시타운 바로 앞 골목. 작은 출판사 사무실과 거주 공간이 뒤섞인 곳인데, 건물이 전부 소담해 일본의 작은 마을에 온 듯한 기분이 든다.

이현덕(‘워시타운’, ‘론드리 프로젝트’ 대표)

고메 구락부

상상마당 인근 서교동에는 최근 미식가들이 주목하는 공간이 문을 열었다. 프랑스어로 ‘미식가’란 뜻을 지닌 고메와 일본어로 ‘모임’을 뜻하는 구락부를 합친 고메 구락부로, 전국 음식점 컨설팅을 해온 김인복 대표가 차린 한식 전문 식당이다. 대표적인 메뉴는 평양냉면과 돼지고기 비비큐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대중적인 메뉴로 누구나 편히 찾아와 미식을 즐길 수 있는 셈이다. 특히 냉면에 특별한 애정을 쏟았는데, 1930년대 경성과 평양에서 유행한 음식이 냉면이었단 사실을 기반으로 당시 서적을 참고해 이곳만의 ‘평양꿩냉면’을 만들었다.

꿩고기 육수와 소고기 육수를 적절한 비율로 섞어 만든 국물에 매장에서 빻은 메밀가루로 만든 면을 넣고 소고기와 꿩고기 고명을 올려 내준다. 자극적이지 않으나 밍밍하지 않은 육수와 메밀만 들어갔음에도 탱탱한 면발이 냉면 애호가를 불러 모은다. 단체 손님이 주로 앉는 2층에선 종종 음식 관련 세미나도 열린다. 요리 칼럼니스트나 연구자들이 음식의 역사나 맛을 소개하는 이벤트로, 일반 손님에게도 열려 있다. 

LOCATION 서울시 마포구 와우산로17길 19-5

TEL 02-322-6020

텐트서울

과거 홍대 앞은 인디 뮤지션과 클럽 문화의 중심이었다. 그러다 이런 문화 공간들이 이태원으로 옮겨가면서 서교동에는 놀 공간이 사라졌다. 지난가을, 다시 한번 홍대 앞의 부흥을 꿈꾸며 만들어진 텐트서울Tent Seoul은 이미 힙스터 사이에서 입소문이 났다. 디자인 매거진을 시작으로 디자인 관련 워크숍, 네트워크 형성, 연구 등을 하는 디노마드D.NOMADE 출신 주인장이 만든 텐트서울은 감각적인 인테리어와 음악, 서교동 일대가 내려다보이는 루프톱을 자랑한다.

 디노마드 사무실을 개조한 공간으로, 거친 벽면에 그려진 그래피티 아트, 주인장이 해외여행에서 수집한 독특한 소품, 실내를 밝히는 은은한 촛불과 분홍빛 조명, 열대 식물이 이국적인 분위기를 낸다. 기본 칵테일 외에 텐트서울에서 창작한 칵테일을 갖추었고, 자주 메뉴를 바꾼다. 외부 음식 반입이 가능해 원하는 안주를 사와 칵테일에 곁들여 먹을 수 있다. 

LOCATION 서울시 마포구 어울마당로 51 연빌딩 5층
TEL 010-3937-2771

Q 서교동은 어떤 동네인가? 세월이 흘러도 홍대 앞은 여전히 디자인, 아트의 중심이다. 텐트서울은 서교동의 후미진 골목을 상상하며 만들었다. 실제 인근에서 활동하는 그래피티 아티스트를 섭외해 벽면을 꾸몄다. 

Q 사무실 건물을 선택한 이유가 있나? 사무실 건물은 저녁이면 조용하다. 이토록 조용한 건물 5층에 다다랐을 때 예상치 못했던 공간이 툭 튀어나온다. 찾아오는 사람들이 의외의 공간을 발견하는 기분이  들었으면 했다.  

Q 서교동에서 가볼 만한 곳은? 얼마 전 문을 연 코워킹스페이스 YCL. 디노마드와 함께 문을 연 공간으로 자유로운 분위기의 인테리어가 특징이다.

박효철(‘텐트서울’ 디렉터)

서교동 과수원

메세나폴리스 뒤편 조용한 주택가에 노란색 대문이 보인다. 간판도 없이 버거, 비어, 커피, 브런치 등 메뉴만 쓰여 있다. 대문 안으로 쑥 들어가면 미국 시골 마을에서나 볼 법한 집이 나타난다. 충남 당진에서 사과 과수원을 운영하며, 이곳에서 생산한 사과를 사용한 요리를 선보이는 서교동 과수원이다. 이곳의 대표 메뉴는 사과를 활용한 크림소스가 들어간 ‘당진 사과 버거’다. 아삭한 사과 슬라이스와 두툼한 패티, 치즈를 녹여 구운 바삭한 치즈 스커트가 조화를 이룬 메뉴다.

사과의 상큼한 맛이 버거 특유의 느끼한 맛을 잡아준다. 여기에 직접 만든 사과청과 사과 농축액을 넣은 에이드를 곁들이면 건강한 한 끼 식사가 완성된다. 사과 외의 과일을 활용한 요리와 디저트도 낸다. 주인장이 발품을 팔아가며 모은 앤티크 소품으로 꾸민 공간과 넓은 테라스 공간은 주말 근교 여행을 떠나온 기분이 든다. 반려견과 함께 방문해도 된다.   

LOCATION 서울시 마포구 양화로11길 24

파마씨커피

새하얀 공간에 개나리 가지, 대리석 바 테이블, 공원 벤치 같은 긴 의자, 그리고 큰 창을 통해 들어오는 햇살이 한데 어우러진다. 지친 도시인에게 카페인을 처방한다는 의미를 지닌 파마씨커피Pharmacy Coffee다. 지난 3월 문을 연 카페로, 주택을 개조한 아늑한 분위기가 SNS를 통해 인기를 끌고 있다. 이름의 의미처럼 메뉴는 커피와 홍차가 주를 이루며 그중에서도 대표 메뉴는 바닐라 향이 은은한 크림 라테다.

 비엔나커피를 변형한 것으로 아메리카노나 드립 커피 대신 라테를 이용했다. 우유가 들어갔음에도 텁텁하거나 느끼하지 않고 고소함이 배가된 것이 특징이다. 매일 아침 만드는 신선한 크림과 라테가 깔끔한 뒷맛을 남긴다. 단맛이 싫은 이들은 플랫 화이트를 마셔볼 것을 권한다. 우유와 궁합이 좋은 균형잡힌 맛의 원두를 사용한다. 조만간 이들이 직접 로스팅한 원두와 더 다양한 종류의 홍차를 선보일 예정이다. 

LOCATION 서울시 마포구 독막로5길 32 1층

TEL 02-324-4916

왕창상회

서교동에서 가장 맛있는 커피를 꼽는다면 단연 왕창상회다. 본래 연남동에 자리했던 스페셜티 카페로 지난해 서교동으로 이전해 그 맛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금홍 커피 로스터스’라는 황금색 스티커가 붙은 유리 벽 안에서 끊임없이 로스팅이 이뤄지고, 그 원두를 사용해 커피 바에서 바리스타가 향긋한 커피를 내려준다. 유행에 민감하기보단 기본에 충실한 커피를 지향하는 곳으로 생두 본연의 맛을 최대한 끌어내는 데 집중한다.

이렇게 로스팅한 원두는 에스프레소 커피로 마셔도, 드립 커피로 마셔도 각기 저마다의 맛을 낸다. 이곳에서 만드는 원두를 구매할 수도 있으며, 시즌에 따라 산지가 다른 원두가 준비된다. 친절하기보단 무심할 정도로 묵묵한 주인장과 바리스타들, 그리고 은은하게 흘러나오는 음악 덕분에 오직 고요히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고픈 날 찾기 좋다. 커피와 궁합이 좋은 ‘까눌레’, ‘말차꾸론’ 등 가벼운 베이커리류도 준비된다. 커피만큼이나 기본에 충실한 디저트다.

LOCATION 서울시 마포구 월드컵로8길 27 

TEL 02-732-5210

안도북스

너의 작은소형 출판사가 많은 서교동에는 작은 서점도 많다. 그중 주택가에 자리한 안도북스는 ‘동네 책방’의 소박하고도 친근한 이미지를 잘 담고 있다. 손수 쓴 책 소개 문구, 책방지기가 여행지에서 모은 아기자기한 소품, 편히 앉아 잠시라도 책을 뒤적일 수 있는 의자 등에서 다감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주인장이 고른 책 역시 연령대와 직업군이 다양한 동네 주민의 특성을 고려한 면이 보인다.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여행이나 사진, 일러스트 책, 에세이, 실용서 등을 갖춰, 누군가에게 책을 선물하고 싶을 때 찾기에도 좋다. 독립 출판물이나 소규모 출판사의 책 등을 경계 없이 들여오며, 동네 주민의 요청도 받는다. 신간 코너를 비롯해 주제별로 책을 모아둔 코너가 3~4곳 있어, 책을 고르기에도 수월하다. 블로그에는 책방지기가 쓰는 ‘책방 일기’가 올라오는데, 작은 동네 책방 운영자만의 에피소드와 고민 등을 읽다 보면 안도북스가 더욱 친근해진다.   

LOCATION 서울시 마포구 성미산로6길 21
TEL 02-363-1023

Q 서교동에 자리한 이유는? 고향이 마포구 아현동이라 이 지역 자체가 익숙한 공간이다. 특히 이 골목은 동네 주민이 많이 다니는 길로 한가롭고 조용한 정서가 감돈다. 

Q 어떤 책방을 만들고 싶은가? 대부분의 사람들이 조그만 가게에는 선뜻 들어오기를 어려워한다. 사람들이 편하게 들어와 책을 볼 수 있는 공간이 되도록 책이나 가구 배치를 고민한다. 많은 사람이 책을 통해 새로운 경험을 하기를 바란다.   

Q 서교동에서 가볼 만한 곳은? 책방에서 멀지 않은 성미산 공동체 마을 골목. 서울답지 않은 온정이 느껴지는 곳으로 가볍게 산책하기 좋다. 

골목에는 쉬기 좋은 카페도 있다.

임화경(‘안도북스’ 대표)

그 밖의 맛집

옥동식

돼지곰탕만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 흔히 아는 돼지국밥과 달리 맑은 국물이 특징이다. 바 테이블로 이뤄져 혼밥, 혼술하기 좋다. 재료가 떨어지면 문을 닫으니 이른 시간에 찾는 것이 좋다. 

LOCATION 서울시 마포구 양화로7길 44-10 3차신도빌라 

TEL 010-9140-9911

딩가 케이크 하우스

인형의 집처럼 꾸며진 딩가 케이크 하우스Dinga Cake House는 요즘 인스타그래머들에게 인기 있는 케이크 숍이다. 어린 시절 만화에서 보았을 법한 모양새의 알록달록한 케이크는 특별한 날 선물로 제격이다. 

LOCATION 서울시 마포구 잔다리로 93 

TEL 010-6271-2991

뚜이에모아

캐주얼한 프렌치 레스토랑 뚜아에모아Toi Et Noi. 신선한 재료로 만든 브런치를 비롯해 저녁 식사로도 좋은 파스타, 스테이크 메뉴가 준비된다. 프랑스어로 ‘너와 나’라는 뜻을 지닌 이름처럼 연인과의 데이트 장소로 좋다.

LOCATION 서울시 마포구 어울마당로5길 35 서교동복합시설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