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C ‘시에라’ 이틀 만에 100대 완판 포드 레인저 완전변경 모델 곧 출시 1t 트럭 선호도 높은 게 넘어야 할 산
GMC가 처음으로 한국에 선보인 픽업트럭 ‘시에라 드날리’. GMC 홈페이지 캡처
GM의 픽업트럭 전문 브랜드 GMC가 한국에 상륙했다. 포드도 픽업트럭 레인저의 완전변경 모델을 조만간 출시한다. 미국 완성차 업체가 한국의 픽업트럭 시장을 달구기 위해 준비 중이다. 미국에선 신차 5대 중 1대가 픽업트럭일 정도로 인기지만 한국에선 그동안 맥을 못 췄다. 왜 한국은 ‘픽업트럭의 불모지’가 됐을까.
픽업트럭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화물 운송 기능을 접목한 차량이다. 미국경제분석국(BEA)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서 픽업트럭은 284만2479대 팔렸다. 전체 판매량(1366만7931대)의 20.8%다. 반면 한국에서 픽업트럭의 점유율은 1.8%에 그친다. 신차 100대 중 픽업트럭을 선택하는 소비자는 1~2명에 그친다. 판매량도 하락세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픽업트럭 판매량은 2020년 3만8929대, 2021년 3만902대, 지난해 2만9685대로 매년 줄었다.
두 나라에서 픽업트럭의 존재감이 이렇게 다른 이유를 박철완 서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생활방식과 도로의 차이에서 찾는다. 박 교수는 2일 “미국은 장을 보고 짐을 싣고 다니는 문화에 익숙해 소위 ‘짐차’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반면 한국은 대형 트럭으로 시내를 돌아다니기엔 주차 등의 제약이 많다”고 설명했다.
한국에서 픽업트럭이 자리 잡지 못하는 배경엔 1t 트럭도 자리한다. 짐을 싣기 위한 실용적인 용도로 픽업트럭을 선택하기에는 1t 트럭의 장벽이 크다는 거다. 현대자동차의 1t 트럭 포터2의 지난해 판매량은 6만9686대다. 승용차 ‘베스트셀링 카’인 기아 쏘렌토(6만8220대)보다 많이 팔렸다. 가격 경쟁력이 월등한 1t 트럭이 픽업트럭의 설 자리를 차지해 버린 거다.
전문가들은 픽업트럭이 한국 시장에서 자리 잡으려면 미국과는 다른 접근방식으로 공략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박 교수는 “픽업트럭을 상업 용도로 쓰기에는 가격경쟁력 측면에서 1t 트럭의 상대가 안 된다. ‘큰 차’를 선호하는 마니아층과 오프로드·레저·캠핑 등 취미생활을 즐기는 인구를 잡는 게 관건”이라고 조언했다. 양재완 한국자동차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레저·캠핑 문화 확산이 국내 픽업트럭의 인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시장에 완성차 업체가 잇달아 픽업트럭 출시를 선언하면서 향후 시장 변화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GMC가 처음으로 한국에 선보인 픽업트럭 ‘시에라 드날리’는 출시 이틀 만에 초도 물량 100여대가 완판됐다. 포드는 조만간 신형 ‘넥스트 제너레이션 레인저’를 출시하고 최근 사전계약을 시작했다. 기아는 43년 만인 내년 말에 신형 픽업트럭 양산을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명오 기자(myung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