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 연휴 마직말 날인 일요일 오전 11시 반경 나는 충무로역에서 내려 대한극장에 영화 '파묘'를 여섯 분의 같이로 회원님들과 같이 보기 위해 도착했다. 약속은 12시까지 로비에서 만나기로 했으나 벙주인 관계로 일찍 도착한 것이었다. 영화관 측에서는 12시에 문을 연다고 써붙여 놓고는 아직 개문을 하지 않고 있었다. 조금 있으니 유랑자님께서 오셨다. 그리고 정든님. 남자 셋이 먼저 도착한 것이었다. 내가 그 점을 지적하자 정든님 왈, 여자들은 원래 늦게 온다, 라는 말씀이었다. 글쎄? 그럴 듯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곧 이어 조안나님이 도착하셨다. 저만치 누가 손을 흔드는데 마스크를 하고 옅은 갈색 바바리를 입고 챙있는 모자로 중무장을 해서 얼른 누구인가 알아맞출 수 없었다. 여류 탐정 같은 모습이었다. 어쨌든 반갑게 인사하고 우리들은 극장 로비로 입장했다. 매표구에서 예매한 표를 입장표로 바꾸는데 약간의 실랑이가 있었다. 여태까지 내가 갔던 다른 극장들에서는 예매 사실을 확인하고 곧장 표로 바꿔주고 그 표를 가지고 경로 우대에 해당되는 분들은 차액을 돌려받는데 이곳에서는 일단 할인에 해당하는 분들이 모두 오셔야 일괄 매표처리해 준다는 것이었다. 듣기에도 복잡한 절차에 나는 왕짜증이 났다. 결국 그 분들이 오시는 대로 신분증을 확인시켜 주기로 하고 유랑자님께서 중재를 나서 무사히 매표를 할 수 있었다. 나는 나중에 매표 직원ㅡ젊은 친구 ㅡ에게 사과했다. 짜증을 내서 아깐 미안했다고. 나이가 들면 괜히 짜증이 심해진다고 양해하라고. 직원은 괜찮다고 흔쾌히 사과를 받아주었다. 그래서 드는 생각인데 나이가 들수록 짜증이 쉽게 나고 화가 많아지면 죽어서도 그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죽기 전에 화를 다 풀고 가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하면 죽어서도 원귀가 되어 세상을 떠돌지 않을는지?..... 영화 '파묘'는 그런 주제를 다룬 미스테리 내지는 호러 영화였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원귀는 일본 전통 쇼군(장군) 차림을 한 일제의 망령이다. 듣기에 따라서는 스포일러가 될지도 모르지만 그렇다고 해서 영화를 보는 데 지장이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알 만한 친일파 거두의 관으로 위장하고 그 밑에 쇼군의 관을 수직으로 내리박은 그 의도가 무시무시하게 느껴졌다. 영화는 어떤 정치적 의도도 시사하지 않았다. 다만 실재하는 소재에 충실할 따름. 나 또한 원귀가 실재한다고 믿는다. 나이가 들수록 왕짜증이 부쩍 심한 걸 보면....
첫댓글 짜증도 나이를 들어가는데대한 양념쯤ㅎ
회원들을 위해 그러셨겠죠ㅎ
수고하셨습니다~^^
ㅋㅋㅋ 후기를 잘 올리셨습니다^^
괜히 이르게 바바리 입고 갔다가 추워서 혼났네요, ^^
수고 많으셨습니다ㅎㅎ
- 여류탐정 조안나-
원귀가 실재한다고 믿는다고요? ㅎ
지솔님께 그런 면도 있군요
근데 파묘 후기는 정말
흥미롭게 잘 쓰셨습니다 ~^^
벙주로 수고해주시다보면
얘기치않은 상황이 가끔 생기지요^^
훈훈하게 마무리되어 다행입니다
귀신을 믿을 수도 안 믿을 수도
좀 생각해 봐야겠습니다.
다음 영화가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