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계획은 대중교통을 이용해 ‘성내리 → 무암사 → 남근석 → 갈림길 → 누운 남근석 → 갈림길 → 성봉 → 중봉 → 동산 → 새목재 → 까치성산 → 작성산 → 쇠뿔바위 → 무암사 → 드라마세트장’의 16km 구간을 6시간 동안 환 종주할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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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산
높이: 896.2m
위치: 충북 제천시 금성면 성내리
동산은 충북 제천시 금성면 성내리에 위치한 산으로 금수산과 맥락을 같이하며 금수산 정상에서 북쪽 제천 방면으로 이어지는 능선상의 갑오고개와 새목재 사이에 우뚝 솟은 산이다. 동산은 기암괴석과 절벽이 병풍을 이뤄 줄곧 감탄사를 자아낸다. 등산로도 절묘한 형태의 바위군을 오르내리는 길로 돼 있어 흥취를 더한다. 능선에 서면 산속의 바다처럼 저 멀리 펼쳐지는 충주호의 전경이 일품이다.
무암골 무암계곡의 오른쪽 능선이 동산, 왼쪽 능선이 작성산(까치성산) 이다.
동산만을 따로 오르거나 동산 정상에서 새목재로 내려서 작성산까지 연계산행을 하여 무암사로 하산하기도 한다. 동산은 이웃한 금수산, 작성산과 함께 매스컴에 자주 오르내릴 정도로 잘 알려져 있다.
수도권에서 당일치기 산행이 가능하리만큼 교통편이 매우 좋고 남근석, 안개바위, 장군 바위, 애기바위, 소뿔바위 등 기암괴석과 아기자기한 암릉, 그리고 분재처럼 아름다운 소나무가 많고 무암사(霧岩寺)가 있다.
충주호반의 제천시 금성면 성내리 마을이 산행의 출발점. 성내 편의점이 있는 성내리 무암골 입구를 기점으로 무암사까지 약 3km. 마을을 지나 무암저수지 아래에서 오른쪽으로 도로, 왼쪽으로 오솔길이 있다. 왼쪽 오솔길로 따라가면 무암저수지 위에서 도로와 만난다.
무암사를 향하여 가다 보면 동산 주능선에 올라서는 길이 오른쪽으로 애기바위, 안개바위, 장군바위, 남근석 4개 코스 안내 표지판이 차례로 나온다. – 한국의 산하
이번 주 토요일은 한 안내산악회가 계획한 충북 제천의 동산, '작은 동산' 연계 산행에 동행할 예정이다. 동산은 애초 대중교통을 이용해 동산과 '작은 동산'이 아닌 동산과 작성산을 환 종주하는 산행을 2019년 1월 충청도권 산행 중 하나로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천고지, 백두대간, 인기 명산 산행에 밀려 차일피일 미루다 2023년까지 왔다. 그런데, 4년이 지난 현재는 급격한 지방 소멸로 대중교통으로는 당일 산행이 거의 불가능한 산이 돼, 안내산악회가 움직이기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마침 가성비 좋은 산악회에서 1월 31일 계획을 발견하고 신청한 산행이다.
1월 말 신청 당시만 해도 과거에 대중교통을 이용한 산행 계획을 세웠다는 것만 기억했지, 구체적인 코스에 관해서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 해서 안내산악회 산행 게시판의 A 코스인 동산, '작은 동산' 연계와 B 코스인 동산, 작성산 연계 산행 중 코스가 더 긴 A 코스를 따라 움직일 예정이었다. 그런데 출발을 며칠 앞두고 과거에 만든 계획을 검토하다가, 당시 계획은 '작은 동산'이 아닌 '작성산'과 연계하고 있다는 걸 발견했다. 해서 작성산과 작은 동산에 관해 이것저것 알아본바, 당시에 작은 동산이 아니라, 작성산을 선택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해서 이번 산행은 과거에 만든 계획대로 작성산과 연계해 달릴 예정이다. 산악회 기준 B 코스! 분위기로 봐서 몇 명이나, 작성산을 향해 달릴지는 모르겠지만, 혼자 조용히 즐기는 산행을 좋아하니, 아무도 없다면, 금상첨화다!
당일 동산과 가까운 월악산 산악날씨에 의하면 기온은 영상 12~13도를 오르내리고, 바람은 3~4m/s로 조금 강하게 분다는 예보다. 영상 7~8도에 불과했던 지난 연화산행 때, 바람막이를 벗어 배낭에 넣고 달렸던 기억이 있어, 이번에는 겨울용 등산복을 벗고, 봄·가을용 등산복을 입고 갈 예정이다. 물론 만약에 대비해 바람막이는 겨울용을, 그리고 패딩도 배낭에 넣어간다. 물론 점심은 신사역표 김밥, 그리고 산악회 계획을 보면 명확하지는 않으나, 날머리가 무암사 입구라, 지도를 보면 지난 옥순봉 산행[산행기] 때와는 달리 주변에 식당이 많이 보인다. 6시간이 주어진 산행 시간 중 4시간 반 동안 달리고, 1시간 반은 하산주에 할당하는 걸 목표로 한다. 어디까지나 상황에 따라 변할 수 있는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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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연화산행 때[산행기] 지하철 시간을 잘못 알고 있어, 새벽부터 뛰어다닌 덕분에 이번에는 5시 10분경 기상해 누룽지를 끓여 아침을 먹고, 모든 준비를 마친 뒤, 버스 앱을 주시했다. 앞으로 이 산악회를 이용할 때 집을 나서는 기준 시각을 설정하기 위해 마을버스의 이동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그 결과 마을버스 정류장에 6시 6분경 도착하는 버스를 타면,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불광역에서 오금행 6시 12분 열차를 탈 수 있다는 걸 확인했다. 혹시 문제가 생겼다 해도, 6시 27분 열차를 타면 좀 빡빡하기는 하나, 산악회 버스를 타는 데는 문제가 없다. 해서 앞으로 신사역을 기점으로 하는 산악회를 이용할 때는 5시 10분경 기상해 6시경 집을 나서기로 했다.
기다리는 마을버스가 6시 5분경 정류장에 도착할 예정이라, 6시 2분경 배낭을 둘러메고 집을 나서, 정확히 6시 6분에 도착한 버스를 타고 불광역으로 향했다. 그리고 불광역에서 6시 12분 오금행 열차를 타, 6시 43분 신사역에 도착해, 개찰구로 나가 먼저 점심으로 먹을 김밥 한 줄을 샀다. 산악회 버스가 도착하기에는, 아직 이른 시간이라, 역 구내에서 배낭에서 버스에서 사용할 보조 가방을 꺼낸 후 김밥을 넣었다. 이후 오가는 등산객을 구경하다가, 55분경 5번 출구로 나갔다. 그리고 깜짝 놀랐다. 여기서 이렇게 많은 등산객을 본 게 언제인지 기억도 안 난다. 하긴 자리가 빈 28인 버스 두 대나, 만원의 44인승 버스 한 대나 타는 인원은 비슷하고, 44인승 5대만 출발해도 200명 수준이다.
버스 정류장 앞에는 코로나 이전 가끔 이용하던 산악회의 산행이라기보다는 상춘인 광양 '쫓비산'으로 향하는 버스가 승객을 태우고 있다. 혹시 안면이 있는 등산객이 있나, 살펴보며 정류장으로 가 자리를 잡고 앉아 내가 타야 할 버스가 도착하기를 기다렸다. 6시 59분 사당을 출발한, 역시 '쫓비산'으로 향하는 버스가 먼저 도착하고, 그보다 조금 늦은 7시 3분경 내가 타야 할 친일 매국의 고장 충북 동산의 들머리 갑오고개로 향하는 버스가 도착했다. 해서 배낭을 짐칸에 넣고, 보조 가방을 들고 버스에 탄 후 등산화를 벗고, 슬리퍼로 갈아 신었다. 그리고 옆자리 승객이 타면, 자리를 피할 준비를 하고 있는데, 버스가 출발한다. '응? 죽전에서 타나?' 그런데, 죽전에서도 안 탄다. 말인즉 내 옆자리 비었다. 이런 걸 과거에는 ‘계 탔다!’고 했다.
가뜩이나 좁은 44인승 버스라 다들 불편한 가운데, 유일하게 혼자만 두 자리를 차지하는 행운을 만끽하며, 잠이 들었다가 깨어, 시계를 보니, 8시 35분경이다. 다른 산악회 버스라면 현 위치가 궁금해 지도 앱으로 확인했을 테지만, 이 버스는 핸드폰 충전 시설이 없어, 배터리를 절약하기 위해 전원을 꺼놓은 상태다. 지도 앱 보자고 다시 켜면 그만큼 배터리를 소모해, 창밖의 경치로 확인하기로 했다. 그렇게 창밖을 보며, 기억을 더듬어 위치를 확인하고 있는데, 많이 본 경치다. 그리고 조금 있자, 버스의 실내등이 켜지고, 대장이 휴게소에서 20분간 휴식한다고 공지한다. 딱히 볼일이 있는 건 아니나, 비록 두 자리를 혼자 차지했지만, 거의 두 시간 가까이 좁은 좌석에 웅크리고 있었기 때문에 스트레칭이 필요해 버스에 내리고 보니, 고구려 주제 소공원 있는 충주의 천등산 휴게소다.
옆에 주차한 버스는 잘 아는 산악회의 익숙한 빨간 버스다, 목적지가 궁금해 확인했다. 소백산 자락길 3구간이다. 허리가 좋지 않아, 오늘은 집에서 쉬고 있는 마누라가 타기로 했던 버스다. 그걸 확인한 후 공원으로 가 기병과 중원고구려비 모형, 삼족오를 사진으로 남기고, 그냥 가기 섭섭해 화장실에 들른 후 버스로 돌아와, 짐칸에서 배낭을 꺼내 들고 탔다. 그리고 배낭을 옆자리에 두고 다시 졸고 있는데, 버스가 출발하자 인솔 대장이 마이크를 잡고 이번 산행 코스와 주의 사항에 관해 설명한다. 장황하게 설명을 한 후 산행과는 무관한 얘기를 시작하려는 순간, 손을 들고 질문했다. "B 코스는?"이라는 아주 간단한 질문이다. 관심 밖의 A 코스 설명으로 끝내려고 해서 던진 질문이다. 그러자, 대장이 당황한 듯하더니, B 코스에 관한 얘기를 시작한다. 먼저 이번 산행 코스는 대장이 올린 게 아니고, 다음 36개 구간의 백두대간을 2시간 이상 단축할 수 있는 산꾼만이 B 코스를 주어진 시간 내에 완주할 수 있고, 끝으로 남근석 또한 잊으라고 했다.
산악회의 산행 계획을 보면 B 코스의 날머리는 무암사에서 직진한 무암사 입구지만, B 코스 산행자를 위한 픽업 절차가 빠져 있다. 당연히 교리에서 버스가 서울로 가는 길목에서 픽업할 걸로 생각했는데, 대장에 의하면 B 코스 또한 A 코스와 같이 교리가 날머리란다. 그럼, 주어진 6시간 내에 완주하는 건 나 같은 인간에게는 불가능이다. 그리고, A 코스에 포함된 남근석까지 왕복하는 것도 잊으라고 했지만, 이왕 코스를 바꾸기로 한 거 남근석은 다녀오기로 했다. 그런데, B 코스가 사라지는 것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승객이 생각보다 많아, 여기저기서 같은 질문을 퍼붓자, 대장이 애초 산행에 주어진 시간에서 한 시간을 추가해 7시간으로 하겠다고 발표했다. 남근석은 다녀오지 말라고 신신당부했지만, 왕복할 수 있는 시간을 준 거다. 고로 들머리 도착 예정이 9시 40분이니, 마감은 4시 40분이 된다. 그래도 서울에 도착하면 7시 내외라 다들 불만이 없다. 와중에, 뒤에서 자투리를 없애버리자고 제안하자, 그걸 받아들여 마감을 5시로 변경했다. 결국 산행에 주어진 시각은 7시간 20분이다. 추가 시간 없이 끝까지 고집을 부렸으면 산악회 게시판이 발칵 뒤집히는 사태가 발생했을 텐데, 대장이 현명한 결정을 했다.
휴게소를 떠난 지 얼마되지 않아, 버스가 힘겹게 고개를 올라간다. 들머리인 갑오고개가 멀지 않다는 얘기라, 바로 등산화로 갈아 신고, 미니 스패츠를 착용하는 거로 등산 준비를 마쳤다. 그리고 조금 지나, 버스가 고갯마루에 도착해 주차장으로 들어갔다. 그 시각이 9시 40분으로 대장의 도착 예상이 정확히 맞았다. 이미 등산 준비가 끝났고, 배낭까지 옆자리에 있던 터라, 급할 게 없어 모든 승객이 내린 후 배낭을 둘러메고, 버스에서 내려 주변을 둘러봤다. 그리고 산행을 시작하기 전, 시원한 차나 한 모금하려고, 배낭 옆주머니를 더듬었으나, 얼린 차가 없다. 혹시 짐칸에 떨어진 게 아닐까, 버스로 달려가 확인했으나 없어, 곰곰이 기억을 더듬어 보니, 애초 집을 나설 때 냉동실에서 꺼내지 않았다! 처음 계획은 얼린 차 500mL와 안 얼리 차 500mL 해서 총 1L의 시원한 물을 준비하려고 했는데, 시원한 거와는 거리가 먼 500mL만 있을 뿐이다. 물을 아껴야 하는 상황이라, 바로 넥워머와 바람막이를 벗어 배낭에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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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물은 부족하나, 산행 준비가 끝나, 등산 앱으로 갑오고개의 고도를 확인했다. 549m! 제비봉 산행의 들머리인 얼음골 높이가 218m[산행기]라 얼음골과는 다른 고개라 그보다는 높을 거라고 예상했지만, 이 정도일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최고봉인 동산 정상과의 표고차가 350m 정도에 불과하다. 동네 뒷산 수준도 아니다. 그래서 '동산'인가? 어쨌든 주차장에서 산행 준비가 열심인 등산객을 다시 한번 둘러보고, 이정표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주차장에서 2.5km 거리의 동산을 향해 출발한 시각이 9시 42분이다.
정상이 고도가 높으나, 들머리도 높아 들머리와의 표고차가 얼마 안 되는 산행은, 들머리부터 정상까지 급경사로 코를 땅에 박고 올라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갑오고개에서 시작하는 제천의 동산 역시 마찬가지로 시작부터 급경사라, 먼저 오르기 시작했던 등산객이 뒤로 쳐지기 시작해 몇몇을 추월해 갔다. 물론 그렇다고 내가 체력이 탁월해 급경사를 잘 오른다는 게 아니라, 오르는 방법을 알고 있을 뿐이다. 땅에 코를 박고 오르는 동안 잠깐잠깐 휴식을 위해 멈출 때 앞은 바닥밖에 보이지 않으니, 뒤로 돌아 뭐가 보이는지 살펴봤다. 다른 산과 다를 게 없어, 아직 잎이 돋기 전이라 앙상한 가지 사이로 갑오고개에서 반대로 이어지는 능선과 '국립 제천 치유의 숲' 산책로가 보인다. 그나마 이것도 잎이 무성해지면 볼 수 없는 모습이다.
가끔 휴식을 겸해 뒤로 돌아보지만, 어차피 높이만 달라졌을 뿐 바뀐 게 없으니, 같은 장면의 반복이라, 기록으로 남기는 것도 귀찮아 그저 가쁜 숨을 가라앉히며 감상만 할 뿐이다. 그렇게 위로 올라, 산행 시작 12분가량이 지나자 바로 위로 성벽 같은 게 보인다. 산 소개에 산성에 관한 건 보지 못했는데, 산성인지 산사태 방지를 위한 석축인지 명확히 구분이 안 된다. 결과적인 얘기나, 성봉에서 작은동산 갈림길로 가는 길목에 성벽이 있는 건 확실한데, 이게 그것과 이어지는 성벽인지는 알 수 없다. 구글링으로는 동산의 산성에 관한 게 안 나온다. 그 맞은편 작성산이야 애초 산성으로 유명하지만. 어쨌든 석축에 올라, 한숨 돌리고 주위를 둘러보자, 암봉이 앞을 막고 있다. 당연히 등산로는 암봉을 우회하고 있다. 그런데 암봉을 자세히 살펴보니, 오를 수 있을 거 같은데, 아무도 오르지 않는다. 그렇다고 반대편이 어떤지 모르는 상황에서 혼자 무턱대고 갈 수는 없어, 다른 등산객과 함께 우회 등산로를 따라갔다.
아쉬운 눈초리로 왼쪽의 암봉을 바라보며, 등산로를 따라가자, 바위가 갈라진 곳이 있고, 그 맞은편 바위 정상에서 내려온 밧줄이 보인다. 속으로 ‘유레카’를 외치고, 등산로에서 벗어나, 밧줄이 있는 곳으로 올라가는데, 반대쪽 바위에서 인기척이 들려 돌아보자, 그 바위에서 내려오는 산꾼이다. 그가 나를 보더니, 바위를 피해 다니려면 동네 뒷산이나 가지 여기까지 뭐 하러 왔냐고 한마디 한다. 얼굴이 뜨거워지는 순간이다. 그나마 밧줄을 보고, 산꾼이 다니는 바위라는 걸 깨닫고 올라온 게 조금이나마 체면을 살렸다. 어쨌든 그 바위 정상에 올라서서 보니, 계속되는 암릉이다. 내가 원하는 산행으로 그 밧줄을 보지 못했다면 알 수 없었을 동산의 보배다.
암릉의 특징 중 하나가, 숲이 울창한 흙길 능선과 달리 방해물이 없으니, 자연 전망대라는 거다. 여기 또한 다르지 않아, 탁월한 전망대임은 틀림없다. 다만, 오늘은 미세 먼지로 뿌옇게 보여 아쉬울 뿐이다. 다시 바위 능선을 따라 정상을 향해 가다가 전망대가 나타나면, 주위를 둘러보고 새로운 게 있으면 기록으로 남기기도 하며 계속 갔다. 그러다 어느 순간 바위 능선이 끝나고, 다시 흙길이다. 그리고 우회했던 등산로가 올라와 합류한다. 마침 같이 출발했다가, 바위에서 헤어졌던 등산객이 올라오는 게 보인다. 하나로 합쳐진 등산로를 따라 정상으로 향하는데, 나무에 놀라운 게 달려있다. 산악마라톤 구간 표시다. 그걸 보자, 걷기도 버거운 곳을 달리는 사람들에게 경의를 표하는 나를 발견했다.
암릉 구간이 끝나고, 다시 흙길을 따라 정상으로 향하는데, 어느 순간 급경사로 바뀐다. 정상이 멀지 않다는 얘기다. 그리고 더 올라가자 등산 앱이 정상 반경 50m 내에 도착했음을 음성으로 알려준다. 그때 시각이 10시 49분이다. 위로 보이는 봉우리가 정상이라 생각하고 동영상을 찍으면 올라, 도착해서 주변을 둘러보니, 돌탑은 보이나, 정상석은 없다. 정상석이 없는 정상도 많기는 하지만, 분명 산행기에서 정상석을 본 기억이 있다. 그리고 나보다 조금 앞선 등산객이 그 돌탑을 무시하고 우회전해, 그를 따라 거의 평지나 다름없는 등산로를 따라 1분가량 가자, 정상이다. 정상에는 두 명의 등산객이 정상석을 배경으로 인증을 남기고 있고, 10여 미터 앞선 등산객이 그중 한 명에게 인증을 부탁한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가, 나도 부탁해 사진을 남겼다.
먼저 도착해 있던 두 명의 등산객이 떠나고 난 후, 정상 주변을 둘러보고 기록으로 남길 걸 사진 찍고, 노란 등산복의 산꾼을 뒤에 남기고 다음 목적지로 향했다. 그리고 10시 58분에 새목재 갈림길에 도착했다. 새목재? 많이 본 고개다. 좌회전해야 하는 중봉 또한! 문제는 내가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른다는 거. 해서 주위를 둘러보니, 먼저 출발했던 두 명 중 여성은 중봉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게 보인다. 그런데 남성은 안 보이는 거로 봐서 새목재 방향으로 간 거 같다. 더 혼란스러운 상황이라, 등산 앱의 지도를 확인했다. 새목재 방향이 애초 내가 가고자 했고, 인솔 대장이 정말 빠른 산꾼이 아니면 가지 말라고 했던 작성산으로 가는 길이다. 지도를 보며 어디로 갈까 고민하고 있는데, 정상 방향에서 노란 등산복의 산꾼이 온다. 이정표를 보고, "새목재!" 한마디 하더니, 망설임 없이, 그 방향으로 우회전한다. 그 패기에 감탄하며, 나도 주저 없이 중봉 방향으로 직진했다.
대장의 말에 따라 작성산은 버리기로 하고, 중봉 방향으로 향하는데, 약간 내려가는 듯하기는 하나, 거의 평지나 다름없다. 정상 직전의 봉우리부터, 정상, 중봉이 비슷한 높이를 가진 삼형제봉으로 보인다. 평지나 다름없어 걷는 게 쉬운 것도 있지만, 해빙으로 땅속의 얼음이 녹아 진흙 길이라 푹푹 빠져 더 힘들다. 해서 조심조심 중봉으로 가다가, 11시 2분에 무암사 갈림길을 통과했다. 무암사까지 1.3km에 불과하다. 그럼, 작성산으로 갔어도 문제가 없었다는 건가? 이런 생각으로 머리가 복잡한 가운데, 등산 앱이 반경 50m 내에 정상이 있다고 알려준다. 중봉이다. 당연히 동영상을 찍으며 올라가는, 정상에서 내려오는 부부로 보이는 등산객 한 쌍을 만났다. 어디서? 언제? 출발했기에, 벌써 하산하는지 궁금해하며, 그들이 내려오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정상에 도착해 보니, 정상석은 없고, 누군가 '중봉 892m'라 적은 평평한 돌을 중간에 세워놓은 돌탑이 정상 표지 역할을 한다.
동산 중봉에 왔으니, 그냥 갈 수는 없어, 삼각대를 설치하고 타이머를 이용해 인증을 남겼다. 이후 중봉을 떠나 0.95km 거리의 성봉으로 향했다. 성봉 가는 길목에, 오른쪽 울창한 숲 사이로 조금씩 보이는 작성산 능선을 아쉬움에 가득 차 바라보고, 기록으로도 남겼다. 그렇게 길을 가는데, 뒤에서 인기척이 들려 돌아보니, 새목재로 내려갔던 노란 등산복의 산꾼이다. 새목재로 내려갔다가 돌아오는 거다. 막상 작성산 방향으로 갔지만, 가다 보니, '이게 아니다!'라는 판단에 돌아오는 거 같다. 그의 모습을 확인하고 다시 길을 가는데, 숲 사이로 저수지 같은 게 보여, 멈춰서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냥 저수지가 아니라, 충주호다! 이 동네에서는 청풍호라 부르지만. 그리고 보니, 채 한 달도 안 지난, 2월 23일 청풍호 건너, 제비봉~구담봉~옥순봉에 올랐었다[산행기].
계속해서 성봉을 향해 가며, 고개로 내려가지, 암릉이 앞을 막고 있다. 물론 등산로는 그 왼쪽 옆으로 우회하고 있다. 그런데 이 암릉은 다른 등산객에는 방해물일지 모르나, 내게는 축복이라, 망설임 없이, 암릉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혼자만 즐기기 아까워 동영상을 찍었다. 암릉 끝에 도착해 보니, 왼쪽으로 벼랑 밖으로 튀어 나간 전망대가 있어, 아주 당연히 그리로 갔다. 끝에 도착해 보니, 서 있기가 불편해 뾰족한 바위에 조심스럽게 앉아, 미세먼지로 잘 보이지 않는 청풍호의 전경을 감상했다. 물론 사진도 찍고. 마침 그때 바위 능선을 우회해 가고 있던, 노란 등산복의 산꾼이 인기척을 느끼고 뒤로 돌아보자, 익숙한 인물이 사진을 찍는 걸 보더니, '어떠냐?'고 물었다. '안 올라왔다면, 평생 후회할 뻔했습니다!'가, 내 대답이다!
반대편에서 바위 능선으로 올라온 노란 등산복의 산꾼이 감탄을 터트리고 있는 동안, 암릉에서 내려가 다시 성봉을 향해 가는데, 배가 고프다. 11시 29분이니 점심시간이다. 해서 배낭에서 김밥을 꺼내 먹으면서 다시 시작된 바위 능선을 탔다. 왼손에는 카메라, 오른손에는 김밥! 김밥을 쩝쩝거리며 동영상을 찍으며 성봉으로 가는데, 등산 앱이 정상 반경 50m 내라고 알려준다. 그런데, 다른 정상과 달리 성봉은 정상에 도착하는 순간 음성이 나왔다. 하지만, 등산 앱의 지도에는 도착 전이다. 그럼, 등산 앱이 얘기하는 정상은 여기가 아니다. 어쨌든 성봉 정상도 중봉과 같이 '성봉 804'라 적인 평평한 돌이 중간에 있는 돌탑이 표지 역할을 하고 있다. 다른 게 있다면, 중봉은 돌탑 옆 나무에 매달려 있던 산악마라톤 구간 팻말이 돌탑에 놓여 있다는 거 정도.
정상에 이정표가 서 있는데, 직진은 '남근석 1km', 좌회전은 '학현리 3.0km'다. 날머리가 교리니, 일단 학현리 방향은 아니다. 그리고 날머리가 어디든 남근석에 가기로 했으니, 남근석 방향으로 직진했다. 이 길은 우회로가 없는 암릉이라, 등산객이든 산꾼이든 바위 능선을 타야 했다. 해서 앞선 등산객을 추월하기도 하고, 반대편에서 올라오는 등산객과 반갑게 인사를 나눈 후 교행하기도 했다. 와중에 새목재에서 내 이정표가 됐던 여성 등산객도 추월했다. 그리고 400여 미터를 내려간 후에 남근석 갈림길에 도착했다. 남근석까지 0.6km! 산행 전 지도에서 확인한 거다. 왕복 1.2km에 불과해 자신 있게 남근석을 다녀오겠다고 나섰던 거다. 그런데, 직진하면 교리가 아닌, ‘성내리’다! 애초 대중교통으로 동산에 오르기로 했을 때의 날머리이자 들머리인 성내리! 무언가 이상했지만, 성내리로 가는 중간에 작은동산 갈림길이 있을 거라 믿고, 남근석 방향으로 우회전해 내려갔다.
물론 왕복할 거라, 배낭을 내려놓고 가야 하나, 등산객, 심지어 관광객까지 오가는 길목이라, 남근석 방향으로 5m 정도 떨어진 곳에 배낭을 내려 두고, 내려가며 보니, 내가 생각했던 지형이 아니다. 갈림길에서 무암사 가는 길목 600m 지점에 남근석이 있는 건 지도로 알고 있었고, 무암사 또한 해발 500여 미터 높이에 있어 왕복에 많은 시간과 체력이 필요할 거로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아니다, 갈림길에서 10여 미터를 가자, 밧줄이 매달린 급경사다. 그리고 50여 미터를 내려가자 급경사 암릉이다. 그걸 접하는 순간 솔직히 이게 '웬, 횡재냐?' 했다. 문제는 그 암릉을 타고 남근석을 향해 더 내려가니, 저 아래 계곡 옆에 절집이 있고, 그 조금 위에 송이버섯이 희미하게 보인다. 말인즉 다시 돌아오는 건 지옥 길이 될 확률이 높다는 거다. 와중에 오른쪽으로 작성산과 동산을 연결하는 능선도 보이는데, 그것도 심상치 않다. 왜 인솔 대장이 작성산으로 못 가게 했는지 깨닫는 순간이다. 물론 남근석도.
남들이야 어떻든, 솔직히 개인적으로 지금까지 경험한 많은 칼바위 능선 중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암릉이다. 신이 나서 동영상을 찍기도 하며, 내려가 12시 4분에 문제의 남근석에 도착했다. 아래로 내려가면 갈수록, 점점 가까워지는 남근석을 보며, 자연석이 아니라 인공의 냄새가 난다는 건 레고 같이 돌을 꿰맞춘 거 같아서다. 그런데 가까이에서 보자, 오랜 세월 운우에 시달려 갈라진 거라는 게 내 생각이다. 셀 수 없는 세월을 운우에 시달리면 남근’석’이라도 어떻게 견디겠는가? 인생무상!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남근석을 배경으로 인증을 찍어 줄 사람이 아무도 없어, 바위 위에 핸드폰을 절묘하게 올려놓고, 그걸 배경으로 사진 몇 장을 남겼다. 물론 그 자체도 기록으로 남긴 후, 무암사와 청풍호의 모습도 사진 찍고, 다시 성내리 갈림길로 돌아섰다.
남들은 어떤지 모르나, 나는 밧줄이 있든 없든, 암릉이든 암벽이든 올라가는 것보다 내려오는 게 더 어렵다. 그런데, 지금은 다시 갈림길로 올라가는 거라, 두려움은 전혀 없다. 다만, 급경사로 체력 소모가 심할 거라는 게 걱정일 뿐. 신이 나서 밧줄을 전혀 이용하지 않고, 암벽을 기어오르며, 갈림길로 향해, 100여 미터를 올라가자 나보다 앞서 올라가는 산꾼이 보인다. 분명 내려갈 때 교행한 산꾼이 없었고, 남근석과 노닥거릴 때 지나쳐 간 등산객도 없었는데, 앞에서 올라가는 사람이 있다는 건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어떻게 된 일인지 물어보기로 하고, 위에서 우리 일행이 내려와 그들에게 길을 양보하며 위로 올라갔다. 그런데, 당연히 남근석은 버리고 교리로 갔을 거로 생각했던 이정표 여성 산꾼도 내려오고 있어 의외였다.
가끔은 네 발로 암벽을 기어오르는데, 앞서가던 산꾼이 쉬고 있다가 나를 보더니, '대단하십니다!' 한다. 뭔, 소린지 몰라, 의아한 눈으로 쳐다보자, 자기는 남근석으로 내려가다가, 직벽에 질려서 포기하고 돌아가는 길이라고 했다. 의문이 풀리는 순간이다. 그런데, 문제는 남근석을 향해 내려오는 등산객에게 위험해 돌아가는 길이라고 얘기하는 거다. 그러자 대부분 등산객이 걸음을 돌린다. 물론 그들에게도 변명거리는 많다. 최고는 버스에서 인솔 대장이 가지 말라고 신신당부한 거! 되돌아가는 그들 뒤를 따라 위로 올라가, 12시 37분경 갈림길 이정표 20여 미터 아래에 도착하자, 오른쪽 등산로에서 조금 벗어난 곳에 배낭이 놓여 있는 게 보인다. 내려갈 때만 해도 내 배낭이 유일했다. 처음이 중요하다는 걸 다시 한번 느낀다. 그리고 그 배낭에서 10m가량 위에 있는 내 배낭이 있는 곳에 도착해, 그걸 둘러메고, 위로 올라, 12시 39분에 성내리 갈림길에 도착했다.
갈림길에서 당연히 성내리 방향으로 내려갈 거로 생각했던, 같이 온 일행이라 여겼던, 등산객들이 다시 성봉 쪽으로 올라간다. 그걸 보고 깜짝 놀라, 내가 사람을 착각하고 있는 게 아닌가 기억을 더듬어 봤다. 분명 들머리에서 본 기억이 있다. 혹시 그들이 길을 오해하고 있는 게 아닐까? 어디로 방향을 잡아야 할지 몰라, 망설이고 있는데, 마침 성내리에서 올라오는 등산객이 있어 교리로 가려면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 물었다. 교리는 성봉 정상 갈림길에서 좌회전해야 한다는 게 그 사람의 답이다. 어이가 없어 헛웃음이 나왔다. 대장이 남근석 가는 것도 말린 이유가 명확해진다. 왕복 1.2km가 아니라, 암릉 2.0km 왕복이다. 그것도 표고차가 거의 300m에 달하는! 해서 다시 성봉을 향해 올라, 12시 53분경 바로 아래에 도착했다. 당연히 정상으로 올라가지 않아도, 교리 방향으로 우회하는 등산로가 있다. 하지만, 여기까지 다시 온 이상 인증이나 남기자는 생각으로 정상에 올라, 타이머를 이용해 표지 돌탑에 앉아 사진을 찍었다.
성봉에서 우회전해 학현리 방향으로 내려가는데, 저 앞에 아무리 봐도 산성 일부로 보이는 성벽이 보인다. 갑오고개에서 올라올 때 본 석축이 성벽이 아닐까 생각되는 순간이다. 그건 서울로 돌아가 확인해 보기로 하고, 계속 길을 가니, 이정표는 다 떨어져 나가고 기둥만 서 있는 삼거리가 나타났다. 그리고 일행이 그 앞에서 방향을 어디로 잡아야 하는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와중에 직진하는 등산로에서 올라온 등산객도 합류했다. 오늘 여기저기 갈림길에서 생각보다 많은 등산객을 만나는 게 제천 동산이 꽤 유명한 산이라는 방증이다. 이정표는 떨어져 나갔지만, 다행히 누군가 기둥에 방향을 적어놓아, 길을 혼동할 염려는 없었다. 직진은 학현리, 교리는 우회전이다. 그런데 우회전해 교리 방향으로 뻗어가는 능선 또한 암릉이라, 전망은 좋은데, 앞선 등산객 때문에 지체된다. 그걸 눈치챈 일행이 길을 양보해 줘, 페이스를 유지하며 작은 동산으로 향할 수 있었다.
인솔 대장이 버스에서 남근석으로 가는 걸 말리며, 작은 동산으로 가는 길목에 '누운 남근석'이 있으니, 그걸로 만족하라는 말을 했었다. 해서 누운 놈이 어디에 있나, 유심이 바닥을 살피며 갔는데, 안 보인다. 대신 밧줄이 걸린 직벽이 나타났다. 내려가는 게 쉽지 않은 직벽이다. 어찌어찌 직벽을 내려간 후 뒤돌아 그 모습을 기록으로 남겼으나, 역시 눈으로 보는 것과는 다르다. 어쨌든 산행이 끝날 때까지 누운 놈을 보지 못해, 이후 구글링해봤다. 그랬더니, 저 밧줄이 걸린 암벽 옆에 있다는 거다. 난 땅에 박힌 것만 찾고 있어, 미처 발견하지 못했다. 해서 누운 놈을 보러, 다시 갈까 생각 중이다. 직벽을 내려와 땅에 누워 있는 놈을 찾으며, 길을 가니, 저 멀리 사거리가 보인다. 그리고 그 옆 쉼터 의자에는 인솔 대장과 그 일행이 쉬고 있다.
1시 25분에 사거리에 도착해 이정표를 보니, '모래고개'다. 우회전은 '교리', 좌회전은 '학현'이다. 직진은 아무런 정보가 없고, 작은 동산에 관한 건 기둥에 '작은 동산 길'이라는 게 다다. 해서 이리저리 둘러보니, 교리 쪽으로 내려가는 등산객이 보인다. 그런데, 그 방향은 아무리 봐도 작은 동산이 아니다. 해서 인솔 대장에게 '작은 동산은?' 하고 물었다. 직진하란다. 추가로 곧 따라가겠다고. 그런데, 당시에는 몰랐는데, 이 글을 쓰며 보니, 이정표 옆, 모래재 소개에 궁금한 모든 게 있다. 어쨌든 대장과 그 일행에게 인사하고, 다시 산을 오르기 시작해, 1시 39분에 등산 앱이 작은 동산 반경 50m 내라고 알려준다. 역시 동영상을 찍으며 작은 동산으로 향해, 1시 41분에 도착했다. 고로 50m에 2분이 걸렸다.
삼각대와 타이머를 이용해 인증을 남기는 와중에 삼각대가 쓰려졌다. 다행히 핸드폰은 이상이 없다. 쓰러진 삼각대를 세우고 다시 사진을 찍어, 인증은 남겼다. 이후 주변을 둘러보니, 상처 난 소나무가 있다. 봉화를 비롯해 오지에서 많이 만날 수 있는 상처 난 소나무다. 그리고 그 밑에는 일제가 송진 수탈을 위해 상처를 낸 거라는 설명문이 있다. 충청북도의 소나무가 일제의 수탈로 입은 상처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 '뭐가 뛰면 뭐도 뛴다!'라고 와중에 충북 도지사께서 설화를 일으키신 거 같은데, 그건 훌륭하신 충북 도민들이 잘 해결할 거로 생각한다. 도지사라는 멍충이가 '친일 매국노'라고 커밍아웃하는 나라다!
일제 강점기 수탈의 흔적을 기록으로 남기고, 길을 재촉해, 1시 54분에 낭떠러지 전망대에 도착해, 청풍호를 감상하고 바로 떠났다. 그리고 2시 3분에 목장 삼거리에 도착했는데, 이정표에 의하면 '외솔봉 0.68km', '교리 주차장 3.5km'다. 외솔봉? 이 코스에 그런 봉우리도 있었나? 가보면 아는 거고, 서둘러 주차장을 향해 가는데, 2시 7분에 외솔봉 반경 50m 내라고 알려준다. 해서 동영상을 찍으며 올라가며 보니, 정상 직전에 이정표가 있고, 주차장은 오른쪽으로 내려가야 한다. 봉우리를 넘을 거라는 예상이 틀렸다. 그리고 외송봉에서 우리 일행 중 한 명이 내려와 주차장 방향으로 직진한다. 그 모습을 지켜보며, 외솔봉에 들를까 말까 잠깐 고민하다가 남는 게 시간이라 외솔봉으로 갔다.
너럭바위인 정상에는 3대 한 가족이 누군가 주변의 돌로 만든 정상석을 배경으로 인증을 찍고 있어, 그들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먼저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러다 내 눈에 띈 게 '청풍호 조망 명소 안내'라는 입간판이다. 정상에서 청풍호 방향으로 20m만 가면 된다. 일초의 망설임도 없이 조망 명소를 향했다. 정상을 둘러싸고 있는 숲을 지나자, 탁 트인 전망대다. 정확히는 외솔봉이 완만한 경사의 암봉이고, 시야를 방해하는 숲이나, 나무는 정상 부근에만 있을 뿐이라, 모든 걸 볼 수 있다. 하지만, 오늘은 미세먼지가 시야를 방해하는 중이라, 모든 게 뿌옇게 보인다. 누운 남근석과 청풍호를 제대로 감상하기 위해 미세먼지가 없는 날 다시 와야겠다고 결심하게 되는 절경이다. 비복 뿌옇게 보이기는 하나, 그래도 뭔가는 남겨야 할 거 같아, 파노라마와 동영상으로 청풍호의 전경을 찍었다. 그리고 조망처에 설치된 주변 경치 소개문을 보고, 산행 중 청풍호를 가로지르는 다리를 보고, 옥순대교? 그럼, 그 옆이 옥순봉인데? 위치나 모양새나 옥순봉은 아니다. 그럼, 저 다리는 뭐지 했는데, '청풍대교'다! 청풍호에는 옥순대교만 있을 거라는 무지가 탄로 나는 순간이다. 아니, 서울 사람의 오만함인가?
청풍호 전망대에서 볼 거 다 보고, 찍을 거 다 찍은 다음 외솔봉 정상으로 돌아갔다. 예상대로 그 가족은 주차장 방향으로 내려가고, 정상에는 아무도 없다. 해서, 오고 간 등산객, 관광객의 작품인 정상석을 사진으로 남겼다. 인증도 찍을까 하다가, 삼각대 설치하는 게 귀찮아, 인증은 포기하고, 외솔봉을 떠나 주차장을 향해 본격적인 하산을 시작했다. 외솔봉의 높이가 482m, 옥순봉 산행 당시 확인한 얼음골의 고도가 218m, 교리 주차장 또한 그와 비슷한 높이라면, 표고차가 거의 300m에 육박한다. 말인즉 하산 길이 급경사일 확률이 높다는 거다. 능선을 따라가다가 좌회전하는 등산로를 따라가며 아래를 보니, 유치원에서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두 아이와 함께 3대의 가족이 조심조심 낙엽 쌓인 급경사를 내려가고 있다.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토끼몰이 당한다는 기분을 느끼지 않도록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따라 내려갔다.
급경사를 7분 정도 내려가자, 임도가 보인다. 문제는 그 임도는 철조망으로 접근을 차단하고 있다는 거. 고로 임도가 아니라 사유지다! 물론 대부분 등산객과 관광객이 철조망을 뚫고 오고 가, 누가 봐도 길은 그 철조망으로 향하고 있다. 그 가족도 그걸 따라 철조망까지 가, 허리를 굽히고 충분히 통과할 수 있게끔 앞선 등산객이 벌려놓은 철조망 사이를 통과했다. 그리고 이게 길이 아닌 거 같다고 얘기하는 게 들린다. 철조망을 발견한 순간 길을 찾고 있던, 나는 그것에서 10여 미터 거리를 두고 나란히 달리는 등산로를 발견했다. 사실 오간 사람이 없어, 유심히 살펴봐야 길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는데, 나뭇가지에 달린 노란 리본 덕이다. 등산로를 따라가며 보니, 애초 길이 안 보이기도 하고, 진흙탕이라, 길을 발견한 사람도 철조망 방향으로 갔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어쨌든 그 길을 따라 30여 미터를 내려가자 이정표가 있고, 포장도로에는 일반인의 통행을 막을 수 있는 철문이 있다. 현재는 활짝 열려 있고, 문의 상태로 봐서는 닫아걸어 잠근 건 아주 오래전으로 보인다. 그 사유지는 외솔봉 직전 '목장 삼거리' 이정표에서 봤던 그 목장이다!
손을 잡고 얘기를 나누며 목장 도로를 따라 다정하게 내려가는 할아버지와 손녀의 뒤를 따라가다가, 어느 순간 그들을 추월했다. 그리고 9분 정도 내려가자 삼거리다. 모래재에서 봤던 교리로 바로 내려가는 길이 합류하는 지점이다. 그리고 그 옆에는 계곡이 있어, 그리로 내려가 땀을 씻었다. 그리고 막 도착한 그 가족에게 계곡을 양보하고 포장도로를 따라 13분가량 가니, 마을이다. 교리다. 현재 시각 2시 50분 사실상 산행이 끝난 시각이다. 그 입구에 있는 ‘자락길 안내도’를 보며, 오늘 산행을 리뷰한 후, 마을 길을 따라 100여 미터를 가자, 갈림길이다. 레이크 호텔 방향 좌회전이 주차장으로 가는 길이라, 좌회전해 내려가는데, 저 멀리, 주차해 있는 버스와 그 주위에 앉아서 쉬고 있는 사람들이 보인다. 응? 벌써 이렇게 많은 사람이? 아직, 마감인 5시까지는 2시간이 넘게 남았는데!
3
내가 꽤 일찍 내려왔다고 생각했는데, 나보다 빠른 일행이 최소 10여 명이 넘는다는 것에 놀라고, 버스를 보며, 내려가자, 마을 입구에 갑오고개로 향하는 산악회 버스에서 인솔 대장이 언급한 식당 두 개가 보인다. 왼쪽은 칼국수, 오른쪽은 매운탕이다. 일단 배낭을 버스에 두고 오기 전 메뉴를 확인할 필요가 있어, 매운탕 집으로 들어갔다. 혼자 먹을 수 있는 메뉴가 아예 없다. 포기하고 건너편 칼국수 집으로 가기 위해 도로를 따라 끝까지 내려가 오른쪽을 보니, 주차 중인 버스가 있다. 순간 어느 게 내가 타고 온 차인지 헷갈렸다가, 곰곰이 생각해보니, 매운탕집 앞에 있는 거다. 고로 저 위에서 봤던 흰 버스는 다른 산악회 버스다. 물론 그 주위에서 쉬고 있던 사람들도 일행이 아니다.
애초 식당에 들러 메뉴를 확인한 이유는 버스가 멀리 있어, 차에 배낭 등을 내려놓고, 다시 식당으로 왔을 때 선택한 식당으로 바로 가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바로 앞에 버스가 있으니, 그럴 필요가 없어, 차로 갔다. 그리고 버스에 타며 보니, 승객은 한 명도 없고 기사만 졸고 있다. 옆자리가 비었으니, 배낭을 그 자리에 두고 등산화를 벗고, 양말도 벗어, 비닐봉지에 넣어 꽁꽁 묶은 다음 배낭에 넣었다. 이후 슬리퍼를 신고 버스에서 내려 칼국수 집으로 갔다. 식당 안에는 두 테이블에 관광객이 만두와 칼국수를 먹고 있고, 노년의 일행이 메밀전병에 막걸리를 마시고 있다. 메뉴를 보니, 혼자 먹을 수 있는 건 메밀전병 아니면, 만두다. 예상했던 바지만, 실망해 칼국수 집에서 나와 혹시나, 메뉴에는 없는 혼자 먹을 수 있는 게 있을까 해서 매운탕 집으로 가 물어봤다. 아침으로 제공하는 콩나물국밥이 가능하다는 말을 듣고 칼국수 집으로 돌아왔다.
노년의 일행 건너편 테이블에 마주 보고 앉아, 어쩔 수 없이 메일전병과 소주를 주문했다. 소주는 이슬이와, 새로운 이슬이라는 교묘한 이름을 붙인, '새로'가 있다. 언제인가는 기억나지 않으나, 처음 보는 술이고, 무가당 소주라는 광고에 속아, 하산주로 마셨다가 뒤끝이 좋지 않았던 기억이 있어, 이슬이를 가져왔다. 그리고 화장실에 가서 발을 씻고 나오니, 주문한 메밀전병이 나와 무사 산행을 감사하는 하산주를 마셨다. 내가 소주를 마시는 걸 보더니, 노년의 산꾼도 막걸리를 비우고 소주를 마신다.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차림표에 '2인 이상 가능하다는 칼국수를 주문해 나눠 먹는 게 어떠냐?’고 물어보려고 했다. 그런데, 노년의 산꾼이 식당 주인장에게 칼국수에 관해 먼저 얘기를 꺼내, 그걸 듣고 있다가, 깜짝 놀랐다. 주인장 말에 의하면, 혼자 온 손님에게는 1인분을 제공하고, 메뉴판에 있는 '2인 이상'은 두 명 이상 온 손님에게 해당하는 문구란다!
더 들을 것도 없이, 둘이 각각 바지락칼국수를 주문했다. 안면도에서 공수했다는 바지락이 가득 들어간 칼국수로 이미 전병의 반을 먹어 배가 부름에도 젓가락질을 멈출 수가 없다. 그렇다고 칼국수만 먹을 수 없어, 이슬이 한 병을 더 가져다가 전병, 칼국수, 이슬이를 번갈아 먹어, 배가 터지는 줄 알았다. 그리고 이후 식당으로 들어온 일행은 둘이 따로 앉아, 칼국수를 먹는 걸 보더니, 다들 칼국수를 주문해 늦은 점심을 먹거나, 안주로 먹는다. 그렇게 이슬이 두 병을 마시고, 칼국수를 깨끗이 비우고, 배가 터질 거 같아, 메밀전병을 두 조각 남긴 후, 산행 마감 시각 30분 전인 4시 30분경 식당에서 나왔다.
식당에서 나와서 보니, 흰 버스는 어딘지 모를 왔던 곳으로 떠나고 없다. 마감 시각이 멀지 않았으나, 아직 도착하지 않은 승객이 있는 거 같아, 식당의 야외 테이블에 앉아, 오가는 관광객과 도착하는 일행을 구경하다가, 마감 10분 전이 4시 50분경 버스에 탔는데, 대장이 없다. 칼국수 집에 없었으니, 아직 매운탕 집에서 술잔을 기울이고 있을 거다. 어쨌든 가장 편한 자세로 버스가 출발하기를 기리고 있는데, 5분 전 대장이 타고 인원을 파악하더니, 마감 직전 서울로 출발했다. 이슬이 두 병 마시고, 짧지만, 암릉을 달린 후라 잠이 몰려왔으나, 버스의 진행 방향을 확인하기 위해 정신을 바짝 차리고 창밖을 주시했다. 무암사 입구를 통과하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그럼, B 코스 산행 후 무암사 입구에서 픽업해도 되는데, 안내산악회나 인솔 대장이 안 했거나, 그 생각을 못 한 거다.
예상대로 무암사 입구를 지나, 고속도로로 향했다. 내가 맞았으나, 인제 와서 그것에 관해 떠들고 싶지는 않아, 다음 동산 산행 때 인솔 대장에게 얘기하기로 하고 잠이 들었다. 그리고 시끄러워 잠이 깨고 보니, 천등산 휴게소다. 물론 고구려 소공원이 없는 서울 방향. 버스에서 내려 볼일 보고, 바로 버스에 타, 다시 잠을 청했다. 마이크 소리에 깨어 보니, 죽전이 멀지 않았다. 조금 후 죽전에 승객을 내려주고 버스가 출발했다. 그리고 5분 정도 지나, 배낭에서 이런 때를 대비해 넣어 다니는 새 양말을 꺼내 신고, 슬리퍼도 등산화로 갈아 신어, 버스에서 내릴 준비를 했다. 그렇게 하차 준비가 끝나고 조금 지난 7시 6분 아침에 출발한 신사역에 도착하는 거로 충북 제천 동산, 작은 동산 연계 산행을 최종 마감했다.
산악회 B 코스가 내가 생각했던 것과 달라, 산악회 A 코스인 '갑오고개 → 동산 → 중봉 → 성봉 → 남근석 → 성봉 → 무쏘바위(누운 남근석) → 모래재 → 작은동산 → 외솔봉 → 교리'의 12.35km(트랭글) 구간을 5시간 25분 동안 달렸다. 이동 5시간 13분, 휴식 12분!
산행에는 최적인 전형적인 봄 날씨였으나, 미세먼지로 조망이 좋지 않아, 청풍호 등을 제대로 감상하지 못한 게 아쉬운 산행이다.
바위 능선을 타는 재미를 즐긴 산행으로 특히 성내리 갈림길에서 남근석까지의 0.6km 구간은 지금까지 다녀본 칼바위 능선 중 다섯 손가락에 꼽을 정도다!
성내리 갈림길에서 남근석까지 구간을 포함해 한번은 꼭 다녀와야 할 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