火王山 觀龍寺 事蹟

[계림]

관룡사 사적기

(경상남도 유형 문화재 제 183호)

관룡사에는 관룡사 사적기 1책과 그 목판의 일부가 보관되어 있다. 사적기는 3부분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첫째는 신유한이 1733년(영조 9) 작성한 본문으로 평해 군수였던 그가 1733년 정월 잠시 고향에 들렀을 때 찾아온 관룡사 승려 명학으로부터 들은 내용을 3월 임지로 가서 작성한 것이다.

둘째는 명학이 1734년에 작성한 발문으로 사적기를 쓰게 된 내력으로, 장로 학령으로부터 들은 이야기를 고령의 신유한에게 찾아가 부탁하게 된 내력들이 적혀 있다.

셋째는 후록으로 사찰내 각 전각과 부속 암자에 보관된 경전과 기물의 목록을 비롯하여 불사를 주도한 사람과 들인 비용 등을 적어 놓았다.

嶺南 昌寧縣 火王山 觀龍寺 事蹟

昌寧縣東有火王山 高大森秀 是其名火王者 古而不知其義 新羅景德王錫邑號火王郡 而是爲邑之鎭山 故得斯名 蓋千有五百餘年云

山之東畏佳之區 有刹曰觀龍寺 俗傳 火王之頂有三池 龍伏其中 寺之創也 値龍乘雲上天 衆目欣瞻 寺以觀龍名志異也.

萬曆 壬辰 島夷陸梁 澤量人骨血 火盡人室屋昌 又賊路之衝 被毒鋒尤烈是寺之佛殿僧舍栴檀林 越悉化爲昆明劫燼 所以寺中文獻傳述之跡 便如在書契 以前芒芒然不可攷 寇退後 黎民乍集

萬曆庚戌 有過去比丘若干人 風來葉定披荊 而掃遺墟築禪堂數楹 後數年有號靈雲長老 過而唏曰 異哉此寺之蕩於燹 如以鴻毛置爐炭 岡攸遺者 獨一藥師殿無羌 且其簷角有火焦痕 蓋由殿之靈而不受毒焰 投止以炬 而獨免於災者耶 衆生讙焉 遂謨人舊而修之 迺於樑頭疊木交架處 得永和五年己酉題字 本蒼而古墨蹟著木面不磨 其斯爲東晋穆帝年號 拒九年癸丑王右軍蘭亭修禊前 五年己酉設此殿至今千有二百餘年云 自是寺之名以古特聞 聞風而往者日益 衆僉曰故事恨不書作者名

萬曆丁巳 靈雲因起大雄殿 性允秦丹采造佛像俱位而峰焉 天啓己未 創香積殿 壬戌建金堂 崇情丙子建上室 丁丑作滿月堂 卽靈雲之爲也 崇禎甲戌有圓音閣 又有極樂殿 性允之爲也

我仁廟甲申 德岑作僧堂 丙戌作含月堂 顯廟壬寅 普天蒼黑龍菴 丙午靈輝作浩然堂 肅廟丁巳 移黑龍爲文殊殿 有僧文覺 又以其祖師戒哲別築於東峰外 而曰靈隱菴者 徙入于本寺爲淸風堂 其外諸天雨花之勝 有曰靑龍菴黃龍菴東菴極樂菴 皆言數十年來諸法子募緣 而工修者各有名錄可徵 肅廟 甲申秋七月 大雷雨川翻洞裂 人言火王之龍怒而騫 頹沙走石汰甚急 金堂浮屠覆於水 居僧之溺死者二十二 寺以此中衰 琳宮紺宇被水危多傾墜緇徒困於貧岌岌乎殆矣

越九年壬辰 上人學齡住持本寺 設維那以殖貨 使弘淳視事 遂起大雄殿改築含月堂建天王門 移明鏡堂爲返淵寮 又移香積殿爲安壤寮 翌年癸巳 天王門彩畵成 因奉四天王繪像 重修十六羅漢 又采藥師古殿 戊戌復作禪堂 凡費三千餘日 用財以千計 寺之勝煥然一新 惟學齡住持弘淳幹蠱之力也 僧堂之火而改構 上室之救而重新 雙玉印瓊是辨焉

今上丙午 僧允言致學漢晶 以往年淸風堂告災今爲空地棄 一心拮据 作堂於淸風之址而曰彌陀殿 己酉 大禪師祖安合衆願作靈山殿 畵如來八相造佛像以奉之 其傍別設香爐殿 使秦六時香 又修滿月堂 改扁曰霽月自堂以東越小澗舊有觀音殿 諺傅萬曆庚戌規彦師所建 而從基址十步許徙而築之 今爲紙舍云

是年春正月 余自東郡告歸伽倻田圃 山人明學踵余門 道本寺如畵 且以院中齡長老語丐 余文甚力 余於明學有舊雅知 其從雪松大師讀楞伽諸書頗透佛理 卽啞然而笑曰 曩吾見世之學佛者 善言功必以數椽之宮 沾沾自大欲壽 其名居恒蹶蹶然惡之

迺今以觀龍之蹟 而始悟所聞於齡師者 亦不是妄想矣 夫山河大地皆幻也 彼金珠壁楣慧日曇花無非幻中景也.釋徒之爲法 又皆鶉居 鷇食素逝而遊於無生 而若峀雲均而徇野火 視吾人之父子夫婦昆弟孫曾世守其堂室者

處執不侔 卽其所寓之宮 非衆緣不就 所搆之功 非書契不傳 今而得藥師殿經始於晋穆帝永和五年己酉云者

惟梁門墨書是徵後 余生千有餘年 而得 今上五年己酉所作靈山殿者 亦將文字以也 雖然藥師殿古書記年而不記人 觀者憾焉 意其木久而色黯 書久而墨沈 字域隱現而不可辨與 抑亦古者不貴名與

吾斯之有意 自萬曆庚戌以迄 今上己酉爲堂爲殿曰菴曰寮 造佛繪像 額扁丹采 倡而建者 廢而修者 首事人秦功人悉錄其名 使夫千百年而觀者 無如永和之缺也 於乎宰物者之護憯觀龍寺何若是深也\

當賊焰彌天之日 獨令藥師殿樑間六字 不格於兇炬 如古文尙書之避秦火 所以賊旣平而寺制 旋復百餘年 而至聖上己酉 燦然大興 吾於是乎 不准爲寺僧私喜而竊祝 我聖朝天界神嘏億萬 斯慶願 與諸僧手頂而共戴之也 遂爲之具述其事記 山人歸告 齡師異日而質諸雪松 如曰吾文可傳貯之梁壁間俾勿壞

聖上九年歲在癸丑暮(春)之初 通訓大夫行平海郡守江陵鎭管兵東僉 節制使靑泉 申維翰 周伯書於梧月樓

貧道自辛亥之歲 住錫于觀龍寺 就彌陀殿談經修業 與寺中諸長老日夕款話 所以得本寺終始廢興之蹟甚詳 齡長老年今八十餘前後 互張各殿各房創修之役 功德爲最 且曰本寺事蹟尙無可徵 吾老且死懼不得 遂意蓋往求文於世之能文君子人耶

貧道 於靑泉子 素有一日之雅 欲一進以請 時靑泉子視家嶺東逅會 癸丑元朝休告迫靈川舊舍 亟往候之口談 觀龍寺顚末 信宿娓娓 因以齡長老所托懇之再三 靑天子遂用貧道口陳之實 濡筆而志之百年勝蹟 一朝而成 甚盛事也 然以職務有繫幹 盖怱怱歸 及暮春迺得手書而投之 貧道卽告諸長老 謀所鋟梓 因是歲荐饑 居僧四散 剞劇氏十無一存至今秋始募工 越刻以壽其傳於乎 此時廢興 豈偶然哉 藥師殿 樑間遺墨 能不受島寇之火 而使今人知其爲永和五年己酉創也 自永和千有二百餘年 至于我聖上五年己酉 而寺之諸堂殿色彩炳烺一新 又得靑泉子記文筆跡 乃在聖上九年癸丑暮春 亦彷佛於永和九年癸丑暮春王右軍蘭亭遺帖矣 佛敎所謂種種因緣 非此之謂與 竊有所感於心者 謹書此以跋

聖上 十年 甲寅 秋九月 旣望圭 山人 明學 跋

嶺南昌寧縣火王山觀龍寺事蹟(영남창녕현화왕산관룡사사적)

창녕현 동쪽에 火王山(화왕산)이 있는데 높고 크며 숲이 빼어나다. 이름을 火王(화왕)이라 한지가 오래 되었으나 그 뜻은 알 수 없다. 신라 경덕왕(742～765)때 고을 이름을 火王郡(화왕군)이라 하였는데, 이 산이 고을의 鎭山(진산)이므로 이름을 얻었던 것이다. 무릇 천오백여 년이 된 셈이다.

산 동쪽의 아름다운 곳에 사찰이 있으니 觀龍寺(관룡사)라고 한다.

俗傳(속전)에 따르면 화왕산 꼭대기에 세 개의 못이 있는데 그 속에 용이 있어 사찰을 창건할 때 용이 구름을 타고 하늘로 올라감에 여러 사람들이 기쁘게 바라보았다. 그리하여 그 異蹟(이적)을 기리기 위해 사찰의 이름을 觀龍寺(관룡사)라 하였다고 한다.

萬曆(만력) 壬辰年(임진년,1592)에 섬나라 오랑캐(倭寇)가 육지에서 날뛰어 뼈와 피가 늪을 이루고 집들은 모두 재가 되었다. 도적들이 지나간 길목은 그 해독이 더욱 극심하였다. 이 절의 佛殿(불전)과 僧舍(승사)를 비롯한 (전단림)모두 불타 잿더미가 되었다. 그리하여 절에 있던 文獻(문헌)과 傳述(전술)들이 書契(서계)에 기록되어 있었으나 예전 일을 아는 것이 막막해져버렸다.

왜구가 물러간 뒤 백성들이 모여 들어 萬曆 庚戌(경술,1610)에 과거의 비구 약간명이 있어 바람결에 나뭇잎이 날려오듯 자리를 정하여 가시덤불을 걷고 옛터를 정돈하여 선당 몇 칸을 지었다. 그 몇 년 뒤에 靈雲(영운) 장노라는 이가 지나가다가 탄식하여 󰡒이상하도다! 이 절이 화재를 입은 것은 깃털 하나가 화로 속에서 재가 되는것과 같아 수습할 것이 없는데, 유독 약사전 하나만은 아무 피해를 입지 않고 처마 끝에 불길이 살짝 닿았던 흔적만 있구나. 이는 약사전에 靈(령)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불길이 해독을 입지 않고 막아내어 홀로 재앙을 면하였구나󰡓하였다.

중생들이 기뻐하여 마침내 옛 모습에 따라 수리하기로 하였는데, 들보 끝의 나무가 겹쳐진 곳에서 󰡐永和5年己酉(영화5년기유,349)󰡑라는 題字(제자)를 얻었다.

본래 선명하였을 아득한 옛 먹의 흔적이 나무 위에서 닳아없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이는 東晋(동진) 穆帝(목제)의 년호로서, 그 9년 癸丑(계축,353)에 왕우군(왕희지)이 蘭停修禊(난정수계)하기 이전이다. 5년 기유에 이 약사전을 지었다면 지금으로부터 천이백여 년 전인 셈이다.

이렇게 아주 오래된 것으로 절 이름이 알려지자 소문을 듣고 찾는 사람이 날로 늘어 입을 모아 말하기를 󰡒옛 일에 그 사람의 이름을 적지 않아 한스럽다.󰡓고 하였다.

萬曆 丁巳(1617:광해9)에 靈雲(영운)이 대웅전을 일으키고 성충이 단청을 입히고 불상을 갖추어 만들어 모셨다. 天啓(천계) 己未(기미,1619:광해11)에 향적전을 창건하고 壬戌(임술,1622:광해14)에 금당을 세웠다. 崇禎(숭정) 丙子(병자,1636:인조14)에 上室(상실)을 짓고, 丁丑(정축,1637:인조15)에 만월당을 지었으니 모두 영운이 한 일이다. 崇禎 甲戌(갑술,1634:인조12)에 원음각과 극락전을 지은 것은 성충이 한 일이다.

仁祖(인조) 甲申(갑신,1644:인조22)에 德岑(덕잠)이 僧堂(승당)을 짓고 丙戌(병술,1646:인조24)에 함월당을 지었다. 顯宗(현종) 壬寅(임인,1662:현종3)에 보천이 흑룡암을 창건하고, 병오(1666:현종7)에 영휘가 호연당을 지었다.

肅宗(숙종) 丁巳(정사,1677:숙종3)에 흑룡암을 문수전으로 옮겼다. 또 문각이란 승려가 있었는데, 그 조사 계철이 동쪽 봉우리 밖에 따로 건물을 지어 영은암이라 하던 것을 본사 청풍당으로 옮겼다. 그 외 위치가 좋은 곳에 청룡암, 황룡암, 동암, 극락암이 있는데, 모두 근래 수십년간 여러 법자가 인연을 모은 것으로, 공사에 관계한 사람들의 이름은 기록에서 찾을 수 있다.

肅宗(숙종) 甲申(갑신,1704:숙종30) 7월에 천둥과 함께 큰비가 내려 개울을 뒤집고 골짜기를 파헤쳐 놓았다. 사람들은 화왕산의 용이 노하여 뒤척거린다고 하였다. 흙과 돌이 구르는등 산사태가 급심하여 금당과 부도가 물속에 넘어졌고, 빠져 죽은 승려가 22명이었다.

이런 와중에 절은 쇠퇴하였다. 아름답던 절의 건물들은 물을 만나 기울어지거나 무너졌고, 승려들은 기난에 쫓겨 위태로운 지경에 이르렀다.

9년이 지난 壬辰(임진, 1712:숙종38)에 上人(상인) 學齡(학령)이 본사에 주지를 맡으면서, 弘淳(홍순)을 유나로 두어 재원을 늘리는 일을 보게 하였다.

마침내 대웅전을 일으키고 함월당을 개축하였으며 천왕문을 세웠다. 또 명경당을 옮겨 지어返淵寮(반연요)라 하고 香積殿(향적전)을 옮겨 지어 安壤療(안양요)라 하였다. 다음해 癸巳(계사,1713:숙종39)에 천왕문의 采畵(채화)가 완성되었고, 아울러 사천왕상을 그려서 모셨다.

16나한을 중수하고 약사전의 낡은 단청을 새로 입혔으며, 戊戌(무술,1718:숙종44)에 선당을 다시 지었다.

무릇 3천여 일이 걸렸고, 들어간 비용은 천을 헤아렸다. 사찰의 모습이 일신된 것은 오직 학령 주지와 弘淳이 일을 잘 처리한 힘이었다. 화재를 입은 승당을 개축하고 上室(상실)을 거듭 새롭게 지었다. 이렇게 하여 雙玉(쌍옥)으로 도장을 찍듯이 절의 모습이 아름답게 갖추어졌다..

今上(금상) 丙午(병오,1726:영조2) 漢晶(한정)에게 배운 승려 충언이, 예전에 청풍당이 재난을 입어 빈터가 되어 버려져 있던 곳에 마음을 하나로 모아 건물을 짓고 미타전이라 하였다. 己酉(기유,1729:영조5)에 대선사 祖安(조안)이 여러 중생들의 염원을 합쳐 영산전을 지어 여래팔상을 그리고 불상을 만들어 모셨다. 그 곁에 따로 향로전을 두어 육시(아침,낮,해질녁,초저녁,밤중,새벽을 말함)로 향을 올리게 하였다. 또 만월당을 수리하여 이름을 霽月堂(제월당)이라 하였다. 동쪽으로 작은 개울을 건너 옛날에는 관음전이 있었다. 사람들의 말에 따르면 만력 경술(1610)에 規彦(규언)대사가 지었다고 한다. 그 터에서 10보 정도 아래로 옮겨 지은 것이 지금의 紙舍(지사)라고 한다.

나는 이 해(1729:영조5) 정월에 동군으로부터 伽倻(가야:고령을 말함)의 고향땅으로 돌아왔다. 山人(산인) 明學(명학)이 내집을 찾아와 이 절에 대해 그림을 그리듯이 설명하고, 관룡사 학령 주지의 말을 빌어 내 문장이 매우 힘이 있다고 하였다. 나는 명학을 예전에 잠깐 만난 적이 있었다.

설송대사를 따라 능가경을 비롯한 여러 경전을 읽을 때, 자못 불교의 이치를 깨치자 감탄하여 웃으며 󰡒내가 세상에서 불교를 배우는 자를 보건대 善言功必以數椽之宮 沾沾自大欲壽 其名居恒蹶蹶 然惡之(절에서만 좋은 말로 공덕을 쌓을려 하고 경망하게 오래살 욕심을 부리고 헛되이 명예만 추구하는구나) 󰡓라고 하였다.

관룡사의 사적으로 인하여 학령에게 들었던 것이 망상이 아님을 비로소 깨달았다. 무릇 산하대지가 모두 幻(환)이고, 금주(보배)와 壁楣(벽미), 慧日(혜일:불보살의 지혜), 曇花(담화;우담바라)는 환상중의 광경이 아님이 없다.

승려들이 법으로 삼는 것은 또한 모두가 일정한 거처없이 떠돌며 약간의 음식을 먹고 검소하게 살기를 무생에서 노니는 듯한 것이, 산에서 구름을 내거나 들에서 불길이 번지는 것같다. 우리들 부자, 부부, 형제, 자손이 대대로 집을 지키는 것과는 처지가 같지 않다.

그런즉 승려들이 사는 집은 여러 인연이 아니면 짓지 않으므로 그에 들인 공력은 書契(서계)가 아니면 전할 수 없는 것이다. 지금 약사전이 晉(진) 穆帝 永和5年己酉에 처음 지은 것임은 오직 들보 사이의 묵서를 통해 알 뿐이다.

그 후 천여 년을 지나서 내가 태어나고, 금상(영조) 5년 기유에 영산전을 지은 것 역시 문자를 통하여 알 것이다.

비록 약사전의 옛 글자는 연도는 적었지만 사람을 적지 않아 보는 이가 안타까워한다. 생각건대, 나무가 오래되어 색이 어두워졌는지, 글쓴 지가 오래되어 색이 바랬는지, 혹은 글씨가 희미하여 분간하기 어려운 것인지, 아니면 옛 사람들이 이름을 귀하게 여기지 않았기 때문인가?

나는 이에 유의하여 萬曆 庚戌(1610:광해군2)부터 금상(영조) 己酉(1729:영조5)까지 堂(당)과 殿(전), 암자와 療(요)를 짓고 불상을 만들거나 그리며, 편액과 단청을 입히고, 세우고 수리하는 데서 일을 이끈 사람과 공을 들인 사람들의 이름을 모두 기록하여 백년이나 천년 뒤에 보는 이로 하여금 永和 년간처럼 누락됨이 없게 하였다.

아아! 만물을 주관하는 이가 관룡사를 지켜줌이 어찌 이리도 깊은가. 적(왜구)들의 침탈을 당하여 화염이 하늘을 찌를 때, 오직 약사전 대들보의 여섯 글자만이 융폭한 불길에 닿지 않았으며, 마치『古文尙書(고문상서)』가 진나라의 분서를 피한 것과 같다. 적이 이미 평정되고 사찰이 정돈된 지 백여 년만인 聖上(영조) 己酉(1729)에 크게 일어났다. 이에 즈음하여 나는 단순히 사찰 승려의 사사로운 즐거움을 몰래 축하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 聖朝(성조)가 하늘의 부림과 신의 가호를 받아억만년의 경사를 누리기를 바라는 마음을 여러 승려들과 함께 손모아 바치며 그를 위하여 모든 것을 기록하였다. 산인(명학)이 돌아가 학령에게 고하였다. 다른 날에 설송에게 물으니, 내 문장은 벽과 들보 사이에 묻어 두어 훼손되지 않게 할 만하다고 하였다.

聖上 9年(1733:영조9) 歲在癸丑 通訓大夫行 平海郡守

江陵鎭管兵馬同檢節制使 靑泉 申維翰 周伯 書於梧月樓

貧道는 신해년(1731:영조7)부터 관룡사에 주석하였다. 미타전에 나아가 아울러 장로와 함께 경전에 대해 이야기 하며 수업한 지가 오래된 지라 본사의 유래와 폐하고 흥하여진 사적을 소상히 알게 되었다.

학령 장노는 나이가 팔십여 세인데, 앞 뒤의 각 전과 방을 창건하거나 수리한 공사 내역을 이야기할 수 있는 공덕이 가장 많은 사람이다.

그가 말하기를 󰡒본사의 사적을 기록한 것이 없어 내가 죽으면 알 수 없을까 두렵다. 세간의 문장이 능한 군자를 찾아가 봄이 어떨까 생각한다.󰡓고 하였다. 빈도와 靑泉子(신유한)는 일찍이 한 번 만난 적이 있어 한 번 가서 부탁하려 하였다. 마침 청천자가 영동에서 집으로 돌아와서 만날 수가 있었다.

계축년(1733:영조9)초 고령냇가의 집에 찾아가서 묵으며 관룡사의 전말을 이야기하면서 학령 장로의 간절한 부탁을 재삼 전달하였다. 마침내 청천자는 빈도가 이야기한 내용을 붓으로 옮겼는데, 백년의 승적이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니 매우 성대한 일이었다. 그러나 공무를 처리하느라 바빠 총총히 돌아왔고, 늦은 봄에 이르러 손으로 쓴 글을 받았다. 빈도가 여러 장로에게 고하여 판각할 것을 논의했으나 이 해에 가뭄으로 기아가 닥쳐 승려들은 사방으로 흩어졌고 판각 기술자는 열에 하나도 없었다. 이번 가을에 비로소 기술자를 불러 판각하여 전하게 되었다. 아아! 이 절이 폐하고 흥함이 어찌 우연이겠는가?

약사전 들보 사이에 남은 글씨는 능히 왜구의 불길을 피할 수 있어 지금 사람으로 하여금 영화 5년 기유에 창건된 것을 알 수 있게 하였다. 영화 년간으로부터 천이백 년이 지나 우리 성상(영조5) 기유(1729)에 절의 여러 당전의 색채가 일신하였다.

또 청천자의 문필로 된 사적기를 얻은 것이 성상 9년 계축(1733) 늦 봄이니 마치 영화 9년 계축에 왕우군이 난정의 유첩을 남긴 것을 방불케 한다. 불교에서 말하는 여러 가지 인연이 이것이 아니면 무엇이라. 마음 속에 느낀 바에 있어 삼가 축문으로 삼는다.

聖上 10年 甲寅(1734) 秋9月 旣望(16일) 山人 明學 跋

※ 난정수계- 진나라 목제 영화 9년 삼월 삼일에 당시의 명사 41명이 난정에 모여서 곡수에 잔을 띄워 계연을 베풀며 시를 지어 읆은 모임이며, 난정은 절강성 소흥현 서남쪽에 있음

※ 전단림-선승의 수도장

※ 유나 - 절의 재정을 담당하던 승려

※ 간고 - 아들이 아버지의 실패한 사업을 회복함 즉 일을 잘 처리함

[월성]

청천 신유한이 지은 관룡사의 소중한 사적기를 잘 읽었습니다. 몇 개의 오자가 있습니다. 관룡사 용선대를 볼 수 있는 2월 답사를 기다립니다 ^^

[월성]

보경사 사적기에 적광전 내부 벽에 신라왕 일행의 방문 묵서가 중수 전에 선명했다는 것이나 김해 명월사 중수비의 한나라 연호인 건무 몇년 명문이 들은 기와가 담장 밑에서 나왔다는 기사처럼 영화5년이란 약사전 묵서가 있었다는 내용은 임란이후 피폐해진 사찰 중흥을 위한 날조의 흔적으로 보입니다.

[계림]

대부분의 사적기들이 조선후기에 쓰여지는데 믿을 수 있는게 별로 없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