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하일기에 대한 글을 쓴 지 일년이 다 되어가는데 아직도 손을 놓지 못하고 있다. 고치기를 수차례, '한 권으로 내야 승산이 있습니다. ' 요즘은 이 말에 충실하여 쓴 내용 중 일부를 솎아내고 있다. 그래도 엄청난 분량이다.720페이지. 뺀 내용이 아까워 컴퓨터 압축파일 만들듯 출판사 눈치보며 골자만 택해 껴넣으려고 안간힘이다. 이 정도 공을 들인 책은 여직 없었다. 내게 열하는 요즘 말 금수저인 셈이다. 2도 칼라에 페이지가 만만하지 않은 만큼 글도 신중해지고 기대도 크다. 출판사도 일정비율을 감당하기로 한 만큼 그들 의견을 무시할 수도 없다.
그러면서 더욱 느는 조바심이다. 과연 이 책이 뜰 수있을까. 그만한 가치가 있으려나. 얼마 전 열하일기 관련한 책이 또 탄생했다. 궁금증이 인다. 그는 올 6월 경 국회에서 열하관련한 사진 전시회도 열었던 저명한 인사다. 때가 무르익어 나온 게 11월인지 아니면 선거철을 겨냥한 때인지는 모르겠지만 신경이 쓰이는 것은 사실이다. 내 책이 1월 중에 나올 예정이니 불과 시차가 2개월 밖에는 안된다. 내 돈을 다들인 책이라면 감수하면 그만인데 출판사도 부담을 일부하는 통에 걱정이 앞서는 노릇이다.
요즘 젊은이들 간에 금수저 흙수저란 신조어가 생겼다. 저성장이 고착화되고, 고령화가 심화되면서 자수성가할
기회가 줄어들다보니 한국 청년들 대부분은 ‘부모가 최고의 자산’이라며 ‘세습 자본주의’를 인정한다. 청년세대들 사이에는 좋은 집안에서
태어났다는 뜻의 ‘은수저를 물고
태어났다’는 영어 표현을 확대 해석하는 ‘수저 계급론’이 유행처럼 나돈다.
부모의 재력이 좋은 가정에서 태어나 노력하지 않아도 평생 잘 살 수 있는 청년이 ‘금수저’, 가난한 부모 밑에 태어나 죽도록 고생해도 신분
상승이 어려운 청년이 ‘흙수저’다. 그런 점에서 열하일기로서는 그의 책은 태생이 금수저이고 내 책은 흙수저라 할 것이다. 어제는 그의 글집 1쇄가 매진됐다는 뉴스도 나왔다. 아주 특별한 뉴스다. 시내 큰 서점에 들렀다. 그의 책은 역시 금수저 답게 화려한 옷으로 장식하여 빛을 발한다. 그간 낸 책으로서 이번 책이 나로선 금수저인데 열하로선 흙수저란 생각이 들고만다. 하지만 태생이 그렇다는 것 뿐 그것으로 끝은 아니다. 금수저라하여 금만 캐는 것이 아니고 흙수저라하여 흙만 파는 것은 아니다. 비록 수저는 다르지만 똑같이 밥을 먹으니 별반 다들 것도 없다.
오히려 불평등은 동기부여를 하는 좋은 면이 있고 사회발전의 원동력이 된다. 해낼 수 있다는 강한 의지와 긍지는 바로 상대적 빈곤에서 출발한다. 열하일기에 나오는 청나라 황제 , 심양의 궁에도 써 있고 북경 자금성 건청궁에도 써 있는 편액의 글자는 正大光明이란 글이다. 비록 만주족이지만 그들의 통치를 선정이라 여기며 지금도 추앙받고 나라가 부강해진 원동력은 바로 정대광명 그 의미에 있었다. 만주족이라 특별하지 않았으며 한족이라고 따로 취급 받지 않았다. 공명정대하게 등용하고 정치를 행하여 그만큼 부강했다.
사실 요즘 한국은 부유층 상위 10%의 평균 소득이 하위의 10.1배(2013년)로 OECD 국가 평균 9.6배보다 높을 정도로 소득불평등도가 심각하다. 불평등은 지나치면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나쁜 결과를 낳을 수 있다. 각자의 재능과 노력에 따라 생기는 ‘결과의 불평등’과 아무리 노력해도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흙수저’를 벗어날 수 없는 ‘원초적 불평등’과는 차원이 다른 것인데 같은 맥락으로 전락하여 내심 우려가 되는 것은 사실이다.
이 말은 민주주의지만 또한 자본주의이기 때문에 생기는 동상이몽일지 모른다. 그럴수록 더욱 세상은 '공평정대' 하여야 한다. 이는 누구에게나 주어진 똑같은 기회를 말한다.새는 좌우 날개로 하늘을 비로소 잘 날 수있다. 우로 기울면 파시즘으로 가기 십상이고 좌로 기울면 포퓰리즘으로 변하기 십상이다.좌우 균형된 모습, 다만 무엇이든 공평하여야 한다. 그런데 요즘 명성을 앞세운 공평하지 않은 처사가 비일비재하여 뉴스꺼리가 되고 있다. 이는 세상을 위태롭게 한다. 아무튼 내 글은 공평정대하게 판단하여 주시기를. 기대하시라!... 열하일기 자취소리, 김혈조가 옮기고 조성원이 꾸미다.
***이선우선생님 이글 그린에세이에 올려주시면 안되나요.....자연스런 선전이 되게 말이죠.... 농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