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의 이름으로/靑松 권규학
온 세상이 붉은 장미로 덮이는 계절이 오면
반세기 전, 바람 앞의 등불 같은 조국을 구하고자 싸움터에서 장렬히 산화하신 선열들의 면면이 떠오른다.
누구의 이름으로 총부리를 겨누었고, 또 누구의 명령으로 피의 전쟁을 치렀는가?
붉은 피를 흘리며 스러져간 선열들의 처참함이 장미의 붉은 꽃잎에 속속들이 스며 있다.
문득 암울한 '주에시대'의 수도원에서 벌어지는 연쇄 살인사건을 무대로 한 추리소설 한 편이 생각난다.
가톨릭 내에서도 종파별로 서로 이단시하고, 전쟁까지도 불사하며 선택을 강요하는 시기, 그 시대
지식인의 고뇌를 담은 이탈리아의 철학자이자 역사학자인 '옴베르토 리코'의 '장미의 이름'이란 작품이다.
장미, 장미라는 이름!
너무나 곱고, 고혹적인 미(美)로 말미암아 차라리 처절하게 산화할 수밖에 없다는 말인가?
그 아름다운 장미의 이름에 나는 또 왜 이렇게 전쟁의 처절함과 연쇄 살인사건의 섬뜩함을 클로즈업시키는가?
해마다 유월이 오면 어김없이 떠오르는 자문자답식 이야깃거리기도 하다.
우리는 늘 눈앞에 보이는 것만 믿으려 하고, 보이지 않게 숨은 것에는 누구나 관심을 두지 않는다.
장미는 아름답지만, 아름다움만 보고 그 속에 감춰진 가시를 보질 못한다.
그 가시보다도 더 쓰리고 시린, 차라리 가슴을 찢어 내도 시원하지 않을 처절한 아픔까지도….
이제, 장미의 계절인 유월이다.
유월엔 다시 한 번 생각하고, 우리 모두 '장미의 이름'으로 한마음 한몸이 되자.
그래서 철저히 분쇄하고 차단하자. 저기 저 붉은 무리의 적화야욕을…….(12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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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장미의 계절 6월도 어느세 절반이 흘러 가네요![~](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8.gi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