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MBC 9시 뉴스에서 폐타이어 등의 쓰레기를 넣고 만든 시멘트의 6가크롬 보도 이후 자료를 찾아봤습니다.
이 쓰레기를 사용한 시멘트 사용하지 못하도록 해야하는 거 아닌가요?
국민병인 된 아토피 원인 ‘국내 시멘트’
<필자 최병성님은 지난 5월부터 시멘트 제조과정의 문제점을 접하고 5개월여 동안 조사를 벌여왔다. 문제를 처음 접한 순간부터 지금까지 충격적인 사실은 속속 드러나고 있다. 사람들의 건강이 현재의 제조과정을 통해 생산되는 시멘트로 인해 얼마나 위험한 상황에 처했는지 앞으로 3회 걸쳐 기사를 연재하기로 한다. -편집자 주>
요즘 아이들 4명당 1명 꼴로 아토피를 앓는다 한다. 아토피는 단순한 질병이 아니다. 가렵고 따가운 고통으로 인해 이제 막 자라나는 아이들의 성격이 변하고, 가려움 때문에 오래 집중할 수 없어 성취력도 떨어진다고 한다. 온몸에 생긴 상처와 흉터로 인한 고통도 심각해서, 아토피는 아이들의 미래를 도둑질하는 무서운 질병이 되었다.
그 동안 아토피의 원인을 잘못된 음식문화와 새집의 장판과 벽지에서 나오는 포름알데히드 등에서 찾았다. 그러나 ‘새집증후군’이란 말이 나오기 시작한 요 몇 해만 아파트를 지어왔던 것도 아닌데, 벽지와 같은 마감재를 사용한 것도 어제 오늘 일이 아닌데, 왜 최근 급격히 새집증후군과 아토피 같은 질병이 많아진 것일까?
새집증후군, 산업쓰레기 시멘트 제조시기와 일치
원인을 알 수 없는 신기한 질병이란 의미를 지닌 ‘아토피’ 용어처럼 아토피의 원인은 다양할 것이다. 그러나 아토피 등을 가져오는 많은 새집증후군의 원인들 중 그 동안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것이 하나 있었다. 바로 시멘트의 문제다. 1999년부터 시멘트가 산업쓰레기들로 만들어졌는데, 바로 ‘새집증후군’이란 말이 사용된 최근 몇 년의 시기와 일치한다.
2005년 3월 KBS <환경스페셜> “콘크리트 생명을 위협하다” 방송에서 시멘트에 포함된 발암물질인 6가크롬이 아토피 등과 같은 질병을 초래하는 등 인체에 상당히 위험하다고 보도했다. 또 마감재를 하지 않은 시멘트 건물에서 휘발성 유기물질이 일본의 5배 넘게 검출됐다고 보도했다. 방송에서는 콘크리트 건물에서 뿜어 나오는 휘발성 유기물질의 원인을 레미콘의 혼화제에서 찾았다.
그러나 원인은 혼화제만이 아니다. 보다 근원적인 이유는 바로 시멘트가 만들어지는 재료 속에 숨어 있었던 것이다.
최근 환경부가 ‘소성로의 관리 강화방안’이란 졸속대책을 발표했다. 말로는 “소성로의 규제를 강화한다”고 하면서 ‘WDF’ 라는 ‘폐유기용제’의 사용을 합법화했다. 시멘트에 포함된 6가크롬 문제가 불거지자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서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으로 ‘관리를 강화하는 방안’을 냈지만, 정부는 국민건강에는 조금의 관심도 보이지 않았다.
환경부가 소성로의 사용을 합법화한 폐유기용제란 폐윤할유, 폐절삭유, 폐페인트, 폐락카 등 각종 산업생산과정에서 발생된 찌꺼기 기름들과 소각재와 분진 등을 혼합한 것을 말한다. 각종 폐유의 총합인 폐유기용제 안에는 엄청난 양의 중금속과 클로로벤젠, 디클로로페놀, 트리클로로에틸렌 등 암의 원인이 되는 유독물질이 다량 포함되어 있다.
폐유기용제 사용허가라니, 한술 더 뜨는 환경부
지금까지 인체에 유해한 폐유기용제가 단순한 연료가 아니라, 시멘트가 구워지는 소성로 안에 불법적으로 사용되어 왔다. 시멘트가 구워지는 소성로가 아무리 고열이라 할지라도, 폐유기용제와 혼합된 시멘트는 당연히 그 안에 인체에 유독성을 고스란히 담고 있을 것이다. 무기물인 콘크리트 건물에서 휘발성 유기물질이 발생되는 원인이 여기에도 있다.
환경부는 지금까지 폐유기용제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과 위험성에 대한 조사를 단 한 차례도 하지 않고, 소성로 안에 위험한 폐유기용제 사용을 묵인해오다가 이번엔 한 술 더 떠 아예 폐유기용제의 사용을 합법화 해주는 발표를 한 것이다. 폐유기용제 사용 허가가 급선무인가, 그에 포함된 중금속과 유독성 물질이 시멘트에 들어갔을 때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파악하는 일이 우선이어야 하는가.
폐유기물에는 각종 유독성 물질이 포함된다. 폐기물 중간처리업자가 그 안에 어떤 유독성 물질을 섞어 넣는다 할지라도 알 수도 없고, 통제도 불가능한 현실이다. 일반폐기물 속에 유해성 지정폐기물이 섞여 들어가는 각종 불법이 발생하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이런 유독성 물질이 시멘트 제조과정에 사용되고 그것이 바로 안방으로 들어오게 한 정부의 무책임한 정책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환경부는 산업폐기물을 원료로 만드는 시멘트 회사의 뒤를 봐줬다는 것뿐 아니라, 국내 대기업들의 골칫거리인 산업쓰레기 처리도 도와줬다는 비난을 피할 길이 없다. 폐기물을 공급하는 쓰레기 공급업체로는 국내의 이름만 대도 알만한 대기업들이라고 할 수 있는 A전자, B제철, C정유, D타이어 등 국내 거의 모든 대기업들이 여기에 포함되어 있다.
대기업 산업쓰레기와 시멘트회사의 ‘공생’
시멘트 업체로 반입되는 산업폐기물 목록을 살펴보면 경악을 금할 수 없다. 제강 슬래그, 고령토, 슬러지, 폐석고, 폐타이어, 소각재, 탈황석고, 폐주물사, 합성수지, 파이넥스철, 석유코크스, 합성고무, 쉐일, 열병합발전소 석탄회, 납석, 아연슬래그, LCD 슬러지, RPF, 티탄석고 등. 이런 것들이 국내에서 생산되는 시멘트의 원료가 된다.
시멘트 회사는 시멘트를 만드는 생산시설이지 쓰레기 소각장이 아니다. 그런데 어떻게 생산시설이 국내 모든 쓰레기를 치우는 쓰레기 처리공장으로 전락한 것일까? 정부의 무책임함과 돈벌이에 눈 먼 기업들이 하나가 되었기 때문이다.
쓰레기를 발생하는 기업들은 시멘트회사로 쓰레기를 보내면 절반도 되지 않는 가격에 처리할 수 있다. 시멘트 회사는 타 기업으로부터 발생된 쓰레기를 받으면서 쓰레기 처리비용으로 많은 돈을 받는다. 또, 이렇게 받아들인 각종 쓰레기 중 타지 않는 쓰레기는 원료로, 연소성 쓰레기는 연료로 사용하니 원료 구입비와 연료비용을 절감하게 된다. 쓰레기 처리비용으로 돈을 받고, 그것으로 연료와 원료를 대체해 돈을 버니, ‘꿩 먹고 알 먹고’인 것이다.
쓰레기 처리로 막대한 돈을 벌다 보니 이젠 시멘트 회사들이 서로 쓰레기 유치 경쟁을 벌이는 아이러니한 일이 발생하고 있다. 시멘트 회사가 쓰레기 처리장으로 변신해 덕을 보는 것은 기업들만 아니다. 산적한 쓰레기를 처리해야 할 숙제를 갖고 있는 정부인데, 시멘트 회사가 처리해주니 고마울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정부는 이토록 고마운 시멘트 회사의 입맛에 맞게 각종 규제를 완화하고 혜택들을 주는 것이다.
중금속, 방사성 물질, 환경호르몬까지
시멘트 회사로 들어가는 산업쓰레기 몇 가지만 살펴봐도 인체에 미칠 유해성이 심각하다는 걸 알게 된다. 시멘트 원료가 되는 소각장의 소각재부터 보자. 소각장에서 쓰레기를 태우고 남은 소각재는 중금속 덩어리인데, 이것이 시멘트 원료로 들어가고 있다. 소각재는 바닥에 쌓이는 바닥재와 공중으로 날아가는 재를 모은 비산재로 나뉘는데, 비산재에 중금속이 더 많으나 위험하긴 둘 다 마찬가지다.
<폐기물 유형에 따른 소각재의 중금속 용출 특성 연구>(충남보건환경연구원, 2005)에서 몇 종류 소각재만 살펴보자. (단위 mg/kg) 도표에서 보듯 소각재에 포함된 엄청난 중금속 농도는 소각재 자체가 인체에 유해한 중금속 덩어리임을 알 수 있다. 이 많은 중금속이 시멘트에 섞여 들어가면 어떻게 되는 것일까.
소각재와 같이 중금속이 다량 포함된 쓰레기로 시멘트를 만드니, 산업쓰레기가 들어가지 않는 중국산 시멘트보다 국내 시멘트 안에 중금속이 170배까지 많다는 끔찍한 결과가 나오는 것이다. 문제는 중금속에 국한되지 않는다. 최근 외국의 한 논문(L. Reijinders ‘소각재의 처리, 사용과 처분’ 2005. 1.)에서 소각재 안에 중금속뿐 아니라 방사성 물질과 환경호르몬이 포함되어 있음을 보고했다.
“석탄재에는 우라늄(U), 토륨(Th), 라돈(Ra) 같은 방사성 원소들이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존재한다. 따라서 석탄재를 실내에 노출되는 건축재로 사용할 경우에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 그리고 도시 폐기물 소각재에는 상당량의 PAH, PCB, 클로로벤젠, 클로로페놀, 염화다이옥신, 벤조푸란을 함유한다. 또한 목재연소에는 상당한 량의 PAH와 염화다이옥신, 벤조푸란이 발생된다.”
하루라도 빨리 잘못된 정책 시정해야
외국의 경우 오래 전부터 시멘트의 유해성분에 대해 법적 규제기준을 두고 있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시멘트가 굳어지면 유독성 물질이 나오지 않아 인체에 유해하지 않다는 말도 안 되는 주장을 계속 펴고 있다.
이런 가운데, 현재 시멘트 업계는 쓰레기 처리비용을 받고 일본에서 많은 양의 석탄재를 들여와 시멘트 제조에 쓰고 있다. 무역협회 통계에 의하면, 석탄재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매립이 원칙이 되어있는 도시생활 쓰레기 소각재까지 일본에서 들여와 국내 시멘트 제조에 쓰고 있다고 한다. 1999년부터 환경부가 합법적으로 허가해주니, 외국의 골치 아픈 쓰레기들까지 국내로 들어왔고, 그 물질이 포함된 시멘트로 지은 건물 안에 우리가 거주하고 있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면, 사람들이 아무리 음식을 가려먹고 벽지와 장판을 친환경으로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실내 마감재는 바꿀 수 있는 여지가 있어도, 시멘트는 선택권이 없다. 깨끗한 시멘트를 만드느라 아파트 건축비가 조금 더 오른다 할지라도 사람들은 그 비용을 감수할 용의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비싼 아파트 분양 값 중에 시멘트 비용이 얼마나 되겠는가. 시멘트가 비싸서 아파트 값이 오르는 게 아니라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다.
그 동안 왜 수많은 아이들이 ‘아토피’를 앓고 있는지 그 원인을 찾지 못했는데, 이제는 그 질병의 원인을 추적하게 됐다. 시멘트 업계는 하루라도 빨리 잘못을 시정하지 않는다면 대 국민소송 등으로 이어질 수도 있고, 이럴 경우 시멘트 회사 존립 자체도 어려워질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국민의 건강을 생각지 않고 기업의 편에서 각종 편의를 제공한 환경부와 정부 관계자는 잘못된 정책에 대한 책임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현재 환경부의 잘못된 폐기물 정책으로 온 국민들은 끔찍한 질병으로 내몰리고 있다. 어마어마한 범죄행위에 해당하는 일들이 정부의 협조 하에 합법적으로 이루어졌다는 현실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