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의 밤 정취를 안고 방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사뿐사뿐 설렌다.
안에서 알아본 몇몇이 고개를 돌려 눈인사를 건네 온다. 방으로 들어서니 곧 지원장님이 내 자리를 편안님 옆으로 안내해 주시고, 그러자 그 자리에 앉아 계시던 온기쁨님이 얼른 자리를 옆으로 비켜 주신다. 말없이 눈빛만으로도 모든 게 알아서 착착 돌아가는 센스쟁이들~^^
매주 줌에서 만나는 얼굴들이지만 직접 뵌 분은 몇 되지 않는다.(대구3지원 축복 지원장님, 나의 기짝지 대대박님, 우리 지원 마스코트 사랑찬님, 분원에서 얼굴만 한 번 뵌 적 있는 무던한님, 나의 럽메 룸메 솔메 도메 편안님)
고향님, 좋아합니다님, 찐심님, 순수님, 온기쁨님, 오설레임님, 온사랑님, 여행꾼님, 강심장님까지는 줌에서 만난 사이이고,
봄날의햇살님, 미소향기님, 소소님은 아예 처음 뵈는 분들이다.
모두들 빙 둘러앉아 눈길이 한곳으로 향해 있고 그 교차점에 빙그레 선생님이 앉아 계신다. 사는 얘기, 공부 얘기, 마음 얘기들이 오가는데 내가 합석했을 땐 이미 자리가 마무리될 즈음이었다.
소재만 달랐지 우리들 고민의 주제는 대동소이했고, 너도 알고 나도 아는 고민, 문제도 알고 답도 알면서 미련으로 붙잡고 있는 택도 없는 고민 상담에 빙그레 선생님의 처방은 명쾌했다.
"그건 하늘이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한번 해보자는 거지. 하늘이 똑똑해, 내가 똑똑해? 하늘이 똑똑하지. 알면 놓아버리고 가볍게 널널하게 살고, 쓰레기통이 좋아서 아까워서 못 버리겠으면 그냥 그러고 살어. 시간은 많아. 이번 생에 못 하면 다음 생에 또 그러고 깨지면서 살면 돼."
초등학교 동창회에 참석 차 외출하셨던 큰선생님이 돌아오시자 빙그레 선생님과의 도담 자리는 마무리되었다.
온사랑님, 여행꾼님이 늘 보던 사이처럼 반갑게 내게 다가와 환영해 주신다.
'오~ 이분들 놀라운 분들일세.'
기통자들이라 그런가 표정과 행동에 꾸밈이 없이 자연스럽게 사람을 무장해제시키는 따스한 힘이 느껴진다.
어색할 틈도 없이 금세 마음이 편안해졌다.
자리를 방구들에서 주방 식탁으로 옮겼다.
큰선생님이 상석에 앉으시고 나는 다른 분들의 배려로 선생님 바로 가까이에 앉았다. 공부 안 하는 놈이 대개 그렇듯이 원래 눈에 띄지 않는 구석자리나 끝자리를 좋아하는데, 가까이 앉아 선생님 얼굴과 눈빛, 음성을 필터링 없이 바로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한 사람씩 돌아가며 막걸리를 권하시며 공부의 진척을 물으시고, 대답을 하면 그에 맞는 가르침이 돌아왔다.
반시계방향으로 순서가 돌아 나는 마지막 차례였다. 다른 분들과의 문답시간 동안 나는 귀를 열어놓고 들으며 동시에 입을 열어 쉼 없이 배를 채웠다. 선생님 앞이라는 체면치레도 없었다. 오후 늦게 간단히 이른 저녁을 먹은 터라 시간이 시간인 만큼 적잖이 출출했던 것이다.
'주먹송편이 어쩜 이렇게 맛있는거야.'
'세상에, 이렇게 맛있는 파인애플은 생전 처음이야.'
'김치는 또 뭐야, 너무 맛있잖아.'
가까이 앉은 여자분들이 놀라운 듯 바라보다가 음식 접시를 하나둘 내게 밀어주셨다. 무한리필 먹방쇼의 시작이었다.
나는 본시 술을 못 하지만 큰선생님 주시는 술이라 예의상 한 잔 받아만 놓았는데,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는지 '에라, 한번 마셔 보자.' 하는 마음이 불쑥 일었다. 송편과 과일로 배도 든든히 채웠겠다 한 잔 먹고 죽지는 않을 것 같아 평소와 달리 호기를 부렸다.
한 모금 머금으니 역시 술은 내 취향이 아니다. '이 맛없는 걸 왜들 그리 마시는지...' 허나 이왕 내지른 주먹을 중간에 거두어들이기란 쉽지 않다. 목구멍에 술길을 냈으니 한 잔은 비워야지.
내가 내 얼굴을 보지는 못하지만 이내 후끈 달아오르는 게 느껴졌다.
이윽고 내 차례가 되었다.
"덤프트럭 운전을 하는데 손목과 무릎이 아파서 절이나 와공 같은 수련은 못 하고 감사합니다만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손목하고 무릎이 아프면 절은 하기 어렵지만 와공은 할 수 있어요. 와공을 하면 단전에 힘이 생기고 하체로 기운이 돌아서 무릎도 좋아져요."
선생님 말씀에도 난감하단 내색을 보이자 순간 예상치 못한 말씀이 돌아왔다.
"와공을 하면 정력도 좋아져요."
속을 들킨 기분이었다.
'내가 음란서생과인 걸 어떻게 아셨지?'
선생님은 내게 딱 맞는 가장 먹음직한 미끼를 던지신 것이다.
'이분이 내 마음을 꿰뚫어 보시는구나.'
술기운에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전신의 맥박이 쉼없이 쿵쾅거렸다.
문득 부질없는 생각이 올라와 혼자 속으로 피식 웃었다.
'산 좋고 물 좋고 기운 좋은 곳에서 씨를 맺으면 장차 세상을 떠받칠 동량지재를 얻는다는데...'
울려님
마음에 감동과 사랑이 울려 퍼집니다~^^
큰? 수확 건저가심을 축하드립니다
응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울려님
마음에감동과사랑이
퍼짐니다큰수학건저가심
진심으로축하드림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율려님
한편의 소설을 읽은것같아요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율려님 감사합니다.
덕분에 재미나게 읽었습니다.
글 사이사이에 함께한 시간들이
보여졌습니다.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율려님 감사합니다.
너무재미나게 읽었습니다. 지난번 본원엠티가 생각이 나서 좋았습니다.ㅎㅎ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율려님 감사합니다.
재밌는 소설을 읽는 것처럼, 옆자리에 앉아
같은 시간을 보낸것 같았습니다.
산 좋고 물 좋고 기운 좋은 곳에서 귀한 막걸리 마셨으니
율려님이 바로 세상을 떠 받칠 동량이 되실 의향은?
미안합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