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몸살 >
-2002. 7. 15. 월. 신형호-
운명이란 단어!
그 누구도 선택할 수도
배척할 수도 없는 영역이다.
맡겨 놓고 주어진 삶을
살아가는 수밖에.
하루하루 일상에서
내 마음에 드는 시간이
얼마나 되더냐?
큰 강물의 흐름 속에
던져진 내 자아가
아주 미미한 이성과 감성의
조절 속에서 조금씩 조금씩
나아가는 것인 것을.
지금 내 상태는
몸살인지 감기인지
온몸이 오한이 들고
쑤시고 잠은 오고 최악상태다.
어제는
선친이 돌아가신 지
17주년 되는 忌日이었다.
그래서 봉우 친구들과
등산도 포기했었지.
객지에 흩어진
동생들 식구들도 모두 오고
하루종일 시끌벅적했었지.
우리 집의 제일 큰 제사였으니까.
그런데
낮부터 몸 상태가 어쩐지
비실비실 하더니만
밤늦게
제사를 잘 모시고
동생들은 어머님 집으로 보내고
자정이 지나고 나니
오한이 나고
온 몸이 욱신거리는 것이
정말 장난이 아니더라.
달포 전부터
운동량을 조금씩 늘인 것이
쌓이고 쌓여서
무리를 했나보다.
그리고 방학이 가까워 오니
그 동안 쌓였던
긴장이 한꺼번에
풀린 모양이지.
출근은 했다마는
정상상태가 아니네.
마음의 정리를 잘 하거라.
피상적인 설교내용이
가슴에 와 닿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그 가운데서도
마음에 새길 내용이
조금은 있지 싶다.
그런 설교밖에
할 수밖에 없는 설교자의
내부상태도 생각해 보면
내 자신의 他山之石이
되지 않겠느냐?
“一切唯心造”라는 말
마음이 답답할 때
한번씩 되새겨보는 이 말을
오늘은 너에게 보내 줄게.
이번 주는
상쾌한 기분, 좋은 일만
일어나길 바랄게.
< 즐겁다 >
-2002. 7. 16. 화. 000-
꽤나 한참 전에
'좋은 생각'에 글을 올렸더니
고 3 학생한테서 메일이 왔다.
내 글을
자기 학교에 올렸노라고.
말하는 태도도
생각하는 것도
우리가 걱정할
대한민국 장래를
이 아이가 말끔히 씻어 주네.
아이의 마음이 맑아
주저리 주저리 하는 미사여구보다
산뜻하게 말하고
솔직하게 표현하며
다음 글을 기다리는데
왜 안올려 주냐고
은근히 나무라네.
사실
난 잊어 버렸다.
그냥 지나 가다가
우연히 심심해서 한자 쓴 것뿐인데
엉뚱하게 마음을 새롭게 하네.
가볍게 한자 보냈더니
새벽녘에 공부하다 말고
너무 기분 좋다며 편지가 와 있다.
지구 반대편의
내 나라 어느 한 소녀에게서
지 나이 보다
두 배도 더 되는 내가 받은 편지는
오늘을 싱그럽게 한다.
살아가면서
끈 하나 안 놓치려고
얼마나 안간힘을 써 왔는지
돌아보아 허송한 세월이 아깝다만
차라리
지나가는 작은 인연에게서 받은
그 청순함으로 세상을 본다면
훨씬 더 가볍게 살 것을.
가끔은
내 추한 면이 안타까워
낙망을 하지만
이런 정겨움에
곧바로 힘이 솟구친다.
부모가 되고
어른이 된다는 건
정말 힘들고 피곤한 일이다만
내 가진 책임과 의무 때문에
늘 한 쪽에 돌을 달고 사는데.
이해 타산 없는 아이가
내 돌 한쪽을 부숴주네.
어쩐지 기분이 좋아진다.
즐거운 날이
행운의 날이 될 듯도 하고 말이다.
< 결근 >
-2002. 7. 16. 화. 신형호-
솔직하고 진실한
사연을 모처럼 대해
흐뭇해하는
너의 모습이 눈에 잡히는구나.
그래
맑은 마음으로 단장된
티없이 산뜻한
고3 소녀의 진솔한 사연이
먼 이국 땅에서 살아가는
너의 마음을 어루만지는구나.
사실 난
오늘 하루종일 끙끙 앓다가
낮에 메일 잠깐 열어보고
이제 일어났다.
10여 년만에
처음 결근했다.
몸살에다가 온몸에 오한이 나고
덜덜 떨다가(이 오뉴월 35도 날씨에)
병원 다녀오고 약 먹고
이제 조금 정신이 드네.
건강에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인데도
한번씩 아프면
나는 거의 초죽음이 된다.
한 5년 전에도 방학 때
독감으로 고생을 한 적이 있지.
아프니
아무 생각이 안 난다.
내 자신에게 주어진 것이 무엇인지
어떻게 살아가는지
전혀 관계가 없지 싶다.
우선 빨리 정상 컨디션을 찾아야겠다는
생각 외에는.
잠시 아파도
온갖 상념이 다 드는데
암이라는 선고를 받은 사람의
심정은 어떨까
상상만 해도 끔찍스럽다.
아파 보니
정신이 약해지고
마음이 여려지는 것 같다.
너도 건강 조심하여라.
내일 제헌절 공휴일까지 쉬면
다시 원기를 회복하지 싶다.
그 소녀의 편지에서
느끼는 즐거움을
늘 가슴에 안고 살아가거라.
< 다시 여름 속으로 >
-2002. 7. 17. 수. 000-
가을인가 하여 나갔더니
다시 여름 속으로
무더운 날이 왔네.
종잡을 수 없는 날들 속에서
도무지
무슨 미련으로 사는지
맘으로 열고
눈으로 열어 보지만
날은 가고
달은 와도
매일이 그날이구나.
사람이 아프다는 것은
어쩌면
몸에 대해서 다행이라는데
이유는
전혀 아프지 않은 사람은
부러지기 쉬워
언제 갈지 모른다는
이해하기 어려운 말이 있고.
가끔씩 아파 주는 것은
몸에 대한 이상으로
스스로 쉬기도 하고
스스로 건강을 체크하기도 하니
아픈 게 축복이라는 말도 있더라.
성경에
고난이 축복이라 하더니
살다보면
난 그 말을 절실히 믿는다.
어딘가
찔리고 상해지면
더욱 단단해지는 게
우리네 감성이거늘
아픈 줄도 모르고
그냥 강건함만 내세우다
급기야
쉬임 없는 날을
다 살아 버린 소진함으로
어이없게 가 버리신
우리 아버지 생각이 나네.
어릴 땐
맨날 골골 하다가
결혼 후엔
아플 여가가 없어
아플 시간도 없더라만
내 생각엔
내 아픈 건 어릴 때 다
지나가지 않았나 하는
내 나름대로의 신조가 나온다.
어쨌든
제헌절도 끼어 다행이네.
푹 쉬고
무리하진 말아라.
웬만하면
친구들 틈에 끼어
흥에 겨운 시간 많이 보내고
남은 날을
조금이라도 더 웃기를 바란다.
생각이 깊으니
산으로 자꾸 가네.
쉬어라...
< 살고 싶은 삶 >
-2002. 7. 17. 수. 신형호-
비가 오고 나서
땅이 더욱 굳는다는 사실
겨울이 지나고 나서
松栢의 푸름을 더욱
절실히 느낀다는
평범함을
새삼 피부로 느끼고 있단다.
평소에
누구보다 건강관리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는 나였건만
소리 없이 다가오는
바이러스의 공격에는
속수무책이네.
KO 패란다.
오늘도
날씨는 아주 快晴이란다.
난 집 앞의 병원에 갔다 온 것이
신을 신어본 전부이고.
무조건 휴식을 하란다.
원래 별로 부지런하지 않는
내가 큰 과로를 한 것도 아닌데.
그래도
원인 없는 결과는 없지 싶다.
내일이면
한 80% 컨디션을 회복하지 싶다.
다음 주부터 시작되는
방학이
가슴을 설레게 하니까.
심리적인 이유도
회복에 큰 도움이 되네.
학생만 즐거운 것이 아니더라.
고등학교에 근무하면
보충수업 때문에 휴가도
별로 없지만
중학교에는 보충수업이 없어진 지
10여 년이 넘었단다.
좋아하는 산에도
매일 갈 수 있고
낮잠도 느긋하게 즐길 수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은 직업은 없지 싶다.
그래서
내 아들 두 놈도
수학교사 하려고
큰놈은 수학과에 갔고
밑에 놈도 수학교육과를 가려고
방향을 잡고 공부하고 있단다.
치과대학 쪽으로
가라고 해도
아빠 편안하게 하고 싶은 대로
사는 것을 보고
자기도 그렇게 살고 싶다나.
무엇보다 여유시간이
가장 많이 나니까.
내가 도움이 된 것인지
앞길을 방해한 것인지
나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본인들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삶에 저당 잡혀 살지 말고
삶을 즐기면서 살아가는 것을
나는 절실하게 바라니까.
하루가 또 소리 없이 가네.
새로운 내일이 온다는
어둠의 속삭임일까.
좋은날 건강한 날
가꾸거라.
출처: 노피곰 돋은 달하 원문보기 글쓴이: 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