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는 애니랑 비슷하고
만화 외전(잼바라) 설정 조금 넣엇습니다
완결.... 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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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가장 큰 장점은 모든 사람에게 최선을 다한다는 것이다. 나는 사무실을 촬영 스튜디오로 착각하며 꺅꺅대는 고등학생에게도 최선을 다해 응해주었다.
일요일이어서 직원은 한 명도 없었다. 나는 회사 구석구석을 안내하며 변호사 사무실의 업무, 직원들의 역할을 설명했다. 대중 앞에 서는 모델과 스타 뒤에 많은 백스태프가 필요한 것처럼, 변호 업무도 사무지원이 필요하다. 많은 서비스업처럼. 자신의 인생에서 백스태프나 사무지원이란 것을 한 번도 고려해본 적 없었을 부잣집 소녀들은 입을 벌리며 감탄하며 들었고, 나는 그들을 다시 내 사무실로 데리고 왔다.
사전에 받아본 질문지는 모범적이었다. 변호사가 된 계기, 준비기간과 준비과정의 챌린지, 직업의 보람이나 적성 등.
천방지축 고딩이라 해도 좋은 학교 좋은 집안 학생들이고, 또 불필요한 질문은 앙드레가 미리 커트했을테니까. 물론 오늘 현장에서 나올 질문은 달랐다. 뻔한 질문이지만 소녀들은 본인들이 창의력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여자친구 있나요?! 데이트하는 사람 있나요?"
나는 앙드레를 보며 씨익 웃었다. 앙드레가 불끈거리는 모습이 재밌다.
"데이트는 자주 합니다만 현재는 여자친구는 없어요."
"여자를 싫어한다는 소문은 사실이 아니죠?"
"하하하. 사실이 아닙니다. 제가 동료와 데이트하는 파파라치 사진이 실린 적도 있는데요."
여기서 '동료'란 '동료 모델'이지만 앙드레가 불끈거리는 게 재밌어서 일부러 말을 줄였다.
"이상형은 어떤 타입인가요? 혹시 나이 차가 많이 나도 괜찮은가요?" 프랑소와즈의 조카가 눈에 빛을 내며 물었다.
"자신의 일에 충실하고 당당한 여성. 나이는 상관없습니다." 나는 모범적인 답안을 했지만, 완전한 사실이었다.
질의응답시간 80퍼센트를 연애와 사랑에 대해 쏟은 후,
모범질문지의 답안은 빠르고 간략하게 답했다.
"학생들, 레포트에 쓸 사진은 자유롭게 찍으면 되고요. 책상위의 서류는 촬영 금지입니다. 사진을 다 찍으면 다시 제 자리로 오세요."
나는 소녀들을 한 명씩 내 책상 의자에 앉힌 후 통창을 배경으로 서류를 검토하는 포즈를 취하게 했다. 앙드레가 한 명씩 사진을 찍어주었다.
"우리는 촬영 스태프가 더 적성인 것 같아요." 나는 웃으며 그에게 말했다.
"저는 확실히 그런데 제로델 변호사님은 아니시죠. 변호사님은 무대 중앙에 서는 게 어울리는 분입니다."
"과연 그럴까요?" 나는 그가 생각하는 것만큼 밀어부치며 승리를 추구하는 타입이 아니다. 승리하기에 좀더 좋은 조건을 가졌을 뿐. 변호사는 법정의 주인공이 아니니까.
하지만 나는 나답게 그가 멋대로 착각하게 내버려두었다. 어차피 그는 나와 프랑소와즈와의 데이트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른다.
"SnS에는 제 사무실에서 찍은 사진과 입구의 간판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만 올릴 수 있습니다. 다른 사진은 공개해서는 안 되어요." 나는 확실히 경고하고, 대신 소녀들과 나란히 서서 서비스컷도 찍어주었다. 이 사진들은 부모들에게 좋은 인상을 줄 것이다.
우리는 탕비실에 미리 배달시켜놓은 브런치 세트를 먹었다.
"점심이나 저녁은 이렇게 때우는 경우가 많아요. 스태프는 그렇지 않지만 개업 변호사는 야근이 많은 편입니다."
방금 전까지 멋진 책상에서 모델처럼 포즈를 취하다가 사무직의 현실적인 점심식사를 먹으니 더욱 진짜 직업인이 된 느낌을 받는 것 같았다. 변호사 사무실의 묘미는 몇시간에 걸친 녹취록 타이핑이지만 거기까지는 알려주지 않기로 했다.
"탕비실은 사진찍어도 되죠?" 소녀들은 빵을 든 채 셀카를 찍고 바로 SNS에 올리다가 한명이 팔꿈치로 물병을 쳤고, 루이자의 옷에 물을 쏟았다. 앙드레가 냅킨을 가지러 간 사이, 나는 손수건을 건냈다.
앙드레가 냅킨을 주자, 루이자는 냅킨으로 옷을 닦았다. 그리고 나에게 말했다.
"손수건은 빨아서 돌려드릴게요."
"괜찮습니다. 그냥 주세요." 하지만 루이자는 손수건을 소중히 접어 큰 인형 모양 백팩에 집어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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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의 연애를 바라보는 건 유쾌한 경험은 아니다. 여자에게 차인 뒤면 더더욱.
나는 짐을 가지러 이베트의 집으로 갔다. 내 물건이 담긴 상자는 현관 옆에 놓여있었고, 나는 마지막 작별인사를 하려고 초인종을 눌렀다. 문을 연 이베트는 나의 목을 끌어안고 집안으로 끌어들였다.
"이번이 마지막이야. 이별 기념 섹스."
우리는 충분히, 여러 차례 즐겼고 그녀는 즐거워했다. 나는 그녀의 풍만한 몸을 더듬으며 잠들었다. 그리고 아침이 되자 사정없이 내쫓겼다.
"이별 기념이란 말이 진담일 줄은 몰랐어…" 나는 항변했지만 그녀는 단호했다.
'아침에도 한번 더 하고 싶었는데… 그럴거면 미리 이야기해줬어야지. 실컷 만지게…'
나는 한숨을 쉬며 짐을 자동차 트렁크에 실었다. (사실 이후에도 이런저런 핑계로 두어 번 더 불려갔는데 똑같은 꼴을 당해서 나중에는 찾아가지 않았다.)
집에 들러서 짐을 놓고, 가토쇼콜라를 들고 오스칼의 집으로 향했다. 갖다주겠다고 약속은 했지만 제로델과 함께 있는 건 아닐지 찝찝했다.
가슴골이 반쯤 드러난 가운을 걸친 오스칼 뒤에 역시 목욕 가운을 걸친 젖은 머리의 남자는 제로델이 아니라 페르젠이었다.
'누구인들 무슨 상관이람. 어차피 난 저 자리에 못 서는 걸.' 나는 자조했지만, 또 오스칼이 같이 저녁식사를 하자고 제안하자 거절할 수 없었다.
나는 페르젠이 흘리는 원자재 생산 정보를 들으며 회사의 조달 비용을 생각했다. 원자재 가격이 오르고 금리도 올라서 당분단 우리에겐 불리하겠네, 라고 고민하다가 또 자조했다. '우리'라니…
'게다가 어차피 이 정도 정보는 그사세 레벨에서 이미 서로 공유하고 있을텐데 말이야.'
내 기분과 상관 없이 오스칼은 행복해했다. 나에게 둘의 관계를 보여줘서 기뻤던 것 같다. 페르젠은 그녀의 어깨를 안고 와인을 마셨고, VR게임에서 득점할 때마다 뺨에 키스했다. 그녀는 밝게 웃고 즐겁게 떠들며 저녁식사를 했다. 나는 차를 가지고 왔기 때문에 술도 마시지 않았고, VR게임을 좋아하지도 않았지만 오스칼이 행복하면 그걸로 되었다고 생각했다.
"다음주에 백야 축제인데, 금요일에 몽마르뜨에서 재즈와 일렉트로닉 파티를 한대. 같이 갈까?" 오스칼은 페르젠에게 제안했다.
"프랑스에서 백야 축제라니. 스웨덴에서 와인 축제 하는 느낌이잖아?" 페르젠은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스웨덴의 신생원자력 발전소 회사가 프랑스에 영업하러 오면 기분이 어떻겠어?"
"비웃지 마. 너희도 이상한 축제가 충분히 많을 거잖아."
"그럼, 그럼, 미드소마처럼." 페르젠은 오스칼의 허리를 안고 정수리에 소리나게 입을 맞췄다. "넌 금발이니 타겟이라고."
"응, 그럼 몽마르뜨에서 만날까? 아님 네가 우리 회사로 올래? 나랑 앙드레와 함께 이동하자."
"나? 나도 가는 거야?" 나는 의아해하면서 물었다. 솔직히 나는 오늘로 충분하니, 그만 빼줬으면 했다.
"둘이 데이트하는데 방해될 것 같은데."
"무슨 소리야. 백야 축제는 매해 너와 함께 가는데. 설마, 너 다른 사람이랑 갈 생각이었어?" 오스칼은 장난스레 손가락을 들어 나를 가리켰다.
"좋아, 그러면 너도 이베트를 데려 와."
"아냐, 그런 게 아니라… 난 이베트랑 헤어졌어."
나는 최대한 중립적으로 말했다. 왜 헤어졌는지(차였는지), 언제 헤어졌는지(차였는지)는 말하지 않아야지.
"아… 미안해."
오스칼은 정말로 미안해했다. 오스칼은 언제나 내가 데이트하는 걸 좋아하지 않았다. 상대방이 아깝다며 노골적으로 심술을 부린 적도 많았다. 프레파 시절엔 내 옷을 뒤져 여자친구의 진주 목걸이를 찾아내서 추궁하기까지 했다.(대충 넘어가긴 했지만.) 그러던 프랑소와즈가 내가 헤어졌다는 말에 진지하게 아쉬워하는 표정을 보여서 의아했다.
'연애 초기에 사랑 전도사가 되면서 세상이 핑크빛으로 보이는 현상인가보네.' 나는 좋게 생각하기로 했다.
"너희는 언제나 사이가 좋구나. 나도 앙드레 같은 형제가 있으면 좋겠다."
페르젠은 여전히 오스칼을 안은 채 내려다보며 말했다. 그리고 나를 돌아보았다.
"앙드레, 몽마르트까지는 네 차를 타고 가자. 내 차는 눈에 띄니까. 네가 자주 가는 선술집도 들리자고."
페르젠의 차는 벤츠 S5시리즈였다. 나는 그다지 기분이 좋지는 않았지만 내색하지는 않았다. 페르젠이 루이 카페의 충성스런 부하란 것은 알고 있으나, 내가 그런 역할을 할 생각은 없었다. 단지 그가 오스칼의 연인이니까 친절하게 대해주고 싶었다.
"아, 나는 지하철을 생각했는데… 불편할까?"
오스칼은 말했다. "앙드레도 술 마셔야 하고, 주차 생각하면 지하철을 타고 가는 게 나을 거 같아. 돌아올 때는 택시를 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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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처음 마리와 프랑소와즈를 만났을 때, 프랑소와즈도 눈여겨보았다면 우리의 삶은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프랑소와즈를 돌아볼 수 없었다. 마리는 나의 완벽한 이상형이었기 때문이다.
내가 마리와 프랑소와즈를 만난 것은 흔한 대학생들의 홈 파티였다. 창틀에 기대 병맥주를 홀짝이는 마리는 먼 곳에서부터 빛이 났다. 우아하게 떨군 고개, 고급 샴페인잔을 쥐듯 맥주병을 쥐고 있는 손가락, 로로피아나 드레스, 카멜리아가 달린 힐까지. 그녀는 요란한 비트 속에서도 왈츠무도회에 데뷔한 상속녀 같았다.
그녀가 너무나 자연스럽게 맥주를 마시고 있어서 나는 마리가 미성년자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안녕, 처음 보는 얼굴인데, 무슨 과에 다니고 있어?"
상속녀와 외모와 스타일은 전형적인 프랑스인이지만 나는 일단 영어로 물었다. 여기는 런던이니까. 그때 그녀 바로 옆의 키 큰 여학생이 프랑스 억양이 강한 영어로 대답했다.
"그러는 너는 누구지? 이름은? 학교는?"
순간적으로 이 둘은 레즈커플인가? 라는 생각이 들며, 자리를 피하고 싶었지만 다시 찬찬히 보니 그런 것 같지는 않았다.
내 할아버지는 나와 파비앙에게 여러 나라 문화를 주입식으로 가르치셨는데, 언젠가 있을 외국 상류층과 만남의 자리에서 자연스럽게 녹아들어가기를 원했기 때문이었다. 나는 라틴 문화권 학생들은 여자아이들끼리 손을 잡고 붙어다니는 문화라고 배운 기억을 떠올리며 반격했다.
"나는 이쪽 아가씨에게 물었는데? 네가 나에 대해 궁금하다면 먼저 자기소개를 해 줬으면 좋겠어."
키 큰 여학생은 불만스럽게 나를 보았지만, 상속녀가 얼른 답했다.
"안녕. 나는 마리야. 나와 프랑소와즈는 교환학생으로 런던에 와 있어."
그녀는 성도, 학교도, 학과도 말하지 않았지만 나는 별로 신경쓰지 않았다.
"나는 한스 악셀 폰 페르젠이야. 임페리얼 칼리지에서 금융경제학을 전공하고 있어."
"호오, 북유럽 사람이구나?" 마리는 눈을 빛내며 나에게 다가왔다. "어쩐지 키가 크다고 생각했어."
"마리… 우리 돌아가자. 시간이 늦었어." 키 큰 여학생은 불안한 듯 아름다운 상속녀의 드레스 끝을 잡아당겼고 나는 웃었다.
"아직 10시도 안 되었어. 너도 자기 소개를 해야지?"
"나는 프랑소와즈야. 우리는 이제 가야 해."
"네가 프랑소와즈인 건 이미 알고 있어."나는 다시 웃고 마리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맥주 다 마셨니? 영국은 딴 음식은 몰라도 맥주만큼은 맛있어서 좋아."
마리는 내 팔짱을 꼈고 우리는 부엌으로 가서 다른 맥주병을 찾았다.
마리가 미성년자, 그러니까 고등학생이란 걸 안 것은 다음날 아침이었다. 그러니까 우리 둘이 자고 일어난 다음날 아침… 나는 부모님이 마련해주신 플랫에 학교 친구 한명과 쉐어해서 살고 있었기 때문에 기숙사에 사는 친구들보다 여자를 초대하기 쉬웠다. 그렇게 마리를 초대했다. 마리는 부끄러워하며 자신이 처음이라 고백했고 나는 그때도 그녀가 고등학생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작은 지갑에서 빠져나온 여권을 보고서야 알았다. 곧 성년이 되긴 하지만 명백히 미성년자였다.
"젠장!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야. 10시에 늦었다고 할 때 알아들었어야 했는데!"
나는 당장 마리를 깨우려고 했지만 마리는 일어나지 않았다. 어제 위스키를 권하지 말았어야 했어! 스마트폰을 켜고 자는 마리의 눈앞에 들이대 페이스 인증으로 들어가보니 부재중 전화가 10통 넘게 와 있었다. 발신자는 '❤나의 프랑소와즈❤'였다.
나는 당장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마리!" 발신음 세 번만에 프랑소와즈가 전화를 받았다. 나는 말했다.
"어제 만난 한스야. 마리를 어디로 데려다주면 될까?"
"W호텔." 그녀는 짧게 대답했다. ㅎ을 콧소리로 대답하는 그녀의 발음에 웃을 여유가 없었다. 나는 우버를 부르고 마리를 억지로 깨워서 옷을 입혔다. 호텔 직전에서 다시 전화했고, 우버가 정문에 도착했을 때 프랑소와즈는 직원 한명과 함께 정문에 나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나는 마리의 모든 행동에 책임을 느꼈다. 술을 먹였고, 잠을 잔 것까지는 미성년자인 줄 몰랐기 때문이라 변명할 수 있지만, 헤어지면서 전화번호를 받아내 계속 연락했기 때문이다.
프랑소와즈는 언제나 말이 없었지만 나는 그녀가 무언의 비난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고 알 수 없는 죄책감과 야릇함을 동시에 느꼈다.
내가 마리를 사랑한 것은 마리가 미인이어서만은 아니었다. 마리는 예쁘고 우아하고 세련되었지만 그게 그녀의 전부는 아니었다.
나는 숭배할 여왕과 보호할 공주를 동시에 찾고 있었다. 마리는 그런 여자였다. 그녀는 소녀처럼 자유롭고 성인여성처럼 품위있었다.
품위를 유지한다는 것은 매우 사치스러운 행위이다. 많은 비용이 든다. 들어가는 비용은, 단순히 돈만을 말하지 않는다. 시간, 노력, 감정, 정보, 지위… 인간이 지구상에서 발명한 모든 유형무형의 자본이 들어간다. 서민은 서민 나름대로의 비용을, 중산층은 본인들 수준의 비용을, 그리고 상류층은 잉여비용을 취향을 유지하는데 다 쏟아붓는다. 품위와 매너와 취향이야말로 개인의 레벨을 보여주는 집단적 정체성이다.
마리는 고급스러운 품위의 집결체였다. 그리고 그녀의 가문은 그녀의 취향을 유지할 비용을 기꺼이 지불하고 있었다.
몇 세대에 걸쳐 내려온 문화 자본이 자연스럽게 녹아 있는 취향, 딸의 품위를 유지할 수 있는 재력과 지위를 가진 부모. 그리고 부모는 자신의 역할을 남편에게 양도한다. 부서지기 쉬운 딸의 아름다움을 보호할 비용을 기꺼이 지불할 능력이 있는 남편에게로.
나는 그녀의 남편이 되기에는 부족했다. 앙드레 같은 친구의 눈에는 내가 충분히 부유해보일지 모르겠지만 계급의 유지 비용은 위로 올라갈수록 효율이 낮아진다. 최상위 계급을 유지하는데는 터무니없이 많은 비용이 들고, 나와 내 집안은 그 정도 레벨은 아니었다. 그래서 마리는 카페 가로 양도되었다.
"나, 아마 카페 가의 장남이랑 결혼할지도 몰라."
마리는 우울하게, 하지만 기대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마리가 나와 결혼한다면 더 이상 내가 사랑하는 마리가 아니게 될 거야.'
나는 슬펐지만 좌절하지 않았다. 루이 카페가 공주인 그녀를 여왕으로 만들어주길 바랬다. 내가 찬미할 수 있는 여왕을. 그러나 실패했다.
"루이가 나를 거부해."
루이와 결혼한 그녀는 여왕이 되었지만 동시에 아직도 연약한 공주였다. 위엄은 혈통에서 나오고 현대 의학은 혈통을 보존해주었다.
'내가 기사가 되어서 그녀를 지켜주겠어.'
여왕으로서의 위엄은 카페 가가 만들어주지만, 공주의 순수함은 내가 지켜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세상으로부터 상처받지 않게…
그래서 나는 앙드레를 이해했고, 우리는 어느 정도 동류의 인간이라 느꼈다.
물론 그는 노동계급이다.
그에게서는 그랑제콜을 졸업한 학력이나 자르제가에서 단련된 예의, 회사의 핵심 위치에서 익힌 매너로도 숨길 수 없는 서민 냄새를 풍겼다. 그가 지키려고 하는 프랑소와즈가 공주가 아니라는 점이 그 반증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귀부인을 숭배하고 지키려는 마음만은 공유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이것도 실패했다.
"마리가 나 때문에 고통받고 있어."
나는 인스타그램 피드를 보며 괴롭게 목소리를 짜냈다. 나는 열어보고 끼워보지 않은 채 책상 위에 놔둔 그라프 반지를 꺼내서 인그레이빙을 소리내어 되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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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럽의 일렉트로닉 공연은 즐거웠다. 랄리푸나처럼 래트로 일레트로닉부터 이름모를 데뷔밴드까지. 우리는 티셔츠와 청바지를 입고 웃고 떠들면서 축제를 즐겼고, 페르젠은 외쳤다.
"대학 시절로 돌아간 느낌이야! 이게 진짜 시티 라이프지!"
그는 북유럽 출신이기 때문에 소박한 삶을 지향했고 나는 그의 그런 점이 좋았다.
"그래서, 앙드레! 우리를 데려갈 술집은 어디지?!" 그는 소음 속에서 유쾌하게 외쳤고 앙드레가 대답했다.
"오늘은 어느 술집이나 만석일 것 같은데, 일찍 헤어졌으면 좋겠어. 나는 먼저 들어가볼게."
일찍 떠난다니 조금 서운했지만 우리도 일어나서 그를 지하철역까지 배웅해주기로 했다.
지하철로 가는 길, 우리는 계속 웃고 떠들었다. 낮이 점점 짧아지고 있지만 아직은 어두워지기 전이었다. 페르젠은 미국 출장에서 있었던 일화를 재미있게 풀어내주었고, 앙드레는 한 번도 유럽 대륙 밖을 나가본 적이 없다며 부러워했다.
그때 페르젠이 구글 지도를 보다가 뜨는 알림을 보고 웃음을 멈췄다. 나는 직감했다. 내 모든 피가 바닥으로 쏠리는 기분이었다.
"미안한데, 나도 들어가야 할 것 같아."
"......"
페르젠은 나에게 핸드폰을 건네주었다. 국외발신으로 보내온 이미지는 마리의 얼굴을 벌거벗은 여체와 조잡하게 합성하고 하체는 스웨덴 국기를 합성한 사진이었다. 그리고 하단에는 마리가 보여준 블랙메일과 거의 동일한 음담패설이 적혀있었다.
"내 핸드폰번호를 어떻게 알았는지 모르겠지만, 정식으로 대처해야 할 것 같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이 사건으로 제로델 변호사에게 연락할 필요가 없다는 것도 알았다.
"그녀는 도움이 필요해. 가서 도와줘. 내 몫까지."
나도 내 마음을 정확하게 알 수는 없었다. 하지만 나는 그런 페르젠을 사랑한 것 같다. 자신의 모든 것을 던져 여자를 지키는 사랑. 상처받고 피흘려도 사랑하는 여자 곁으로 돌아가는 남자. 그녀가 자신의 것이 되지 못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보답받지 못하는 사랑에 몸을 던지는 남자. 나는 그가 정말 멋지다고 생각했다.
'페르젠이 마리를 영원히 떠나 나에게 오면, 그에 대한 내 사랑이 식을지도 몰라.'
나는 생각했고 손을 들어 그에게 인사했다. 그는 택시를 타고 떠났다. 그리고 우리는 남겨졌다.
앙드레는 고개를 들어 어두워지고 있는 밤하늘을 가리켰다. 철새가 줄지어 날아가고 있었다.
'철새가 남쪽으로 날아갈 때다. 새들은 왔던 곳으로 돌아가지. 누구도 막을 수 없어.' 나는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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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 문화권 여학생들은 동아시아처럼 손잡고 팔짱끼고 다니고 화장실도 같이 간대요.
영미권에선 레즈냐고 질색한다던데 한중일과 라틴이 확실히 통하는 무언가가 잇어요 ㅋ 레이디 오스칼 히트친 나라도 다 라틴국가고요 ㅋ
마리는 왕비가 정체성이고 페르젠은 왕비를 사랑했다는 해석입니다 중세유럽에서 왕족과 귀족의 신분차는 귀족과 평민이상이라서 마페 역시 신분차 커플이지요.
왕비가 아닌 마리는 마리가 아니고 페르젠의 이상형도 아니겟지요. 그래서 마리는 끝까지 루이의 아내여야 하고요.
또 오스칼은 마리를 사랑한 페르젠을 사랑했다는 설정입니다. 오스칼의 정체성은 '마리의 기사'니까요.
패르젠은 멋지고 영웅적인 왕자/기사의 전형이지만 그것만으로 오스칼의 긴 (짝)사랑을 설명하기엔 밋밋해서 '마리의 연인을 사랑한 마리의 기사 오스칼' 설정을 덧붙여봤습니다.
만화에서 앙펠은 접점이 많지 않지만 애니에선 펠이 앙드레를 깔보면서도 경계했다고 생각합니다.
이 픽에서 제일 설명이 부실한 감정은 앙드레가 오스칼 왜 사랑하냐는 거네요 ㅋ 매번 저 꼴을 당하고도 이유가 없어… 근데 만화/애니도 마찬가지니까 대충 넘어가게씁니당
첫댓글 아 이베트 성님 ㅋㅋㅋ 뻥 차버릴때도 이 언니 똑똑하다 생각했는데 더 멋지네요 ㅋㅋㅋ
제로델은 앙드레를 넘 좋아해요 ㅋㅋ 앙드레가 안 딸려 있었으면 오스칼한테 관심 더 없었을듯 ㅋㅋㅋ
자 오펠이 소원해질때마다 후보로 다시 떠오르는 제로델과 어남앙 (어차피 남주는 앙드레)이야기, 천천히 다음 편 생각나실 때 올려주세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베트가 참여성이죠 ㅋㅋㅋ
페르젠 앙드레 오스칼 마리 넷중 객관적으로 누가 제일 슈렉일까요. 제가 보기엔 앙드레.
원작 제로델은 앙드레를 좋아햇다고 생각합니다. 오스칼 앞에서만 친구인 척 깔아뭉게는 애니 페르젠보다 더 평등하게 대했고요. 원작 젤은 오스칼보다 앙드레와의 관계가 더 강렬하지 않나요? 해어질때도 앙드레 이야기 하고ㅋㅋ
@눼이 제가 이베트 때문에 떠올린 이미지.
프렌즈에서 로스가 레이첼이랑 헤어졌다고 (we were on a break!!!)생각하고 절망해서 바로 당일 원나잇해버린 복사집 아가씨. 제 기억이 맞다면 배꼽 피어싱을 하고, 챈들러 조이한테서도 평소에 섹시하다고 소문난 동네 여자입니다 ㅎㅎ
로스랑 춤추는 장면인데 로스랑 앙드레랑 겹치기 싫어서 로스는 잘라냈습니다 ㅋㅋㅋ
@alexis 악 ㅋ 컴퓨터 기억력 알렉시스님이 소환하신 추억의 프렌즈네요. 이 아가씨랑 잔 거 레이첼에게 들켜서 싸우고 헤어졋조? ㅋㅋ 이 픽 앙드레도 찐따지만 로스보단 낫다고 해주자고요.
전 프렌즈에서 젤 이상한게 로스가 찐따에 인기없다는 설정인데 원나잇도 많이 하고 여친도 잘 사귀고 결혼도 세번이나 한거 ㅋㅋㅋ
마페관계 해석이 좋네요~ 마루페 삼각관계라 해야 하나?
여왕과 공주를 동시에 원하는 펠/그 이상형을 충족시켜주는 마리.
마리가 미성년자일때 첫관계를 가진 것으로 묘한 책임감과 보호본능을 느끼는 펠의 심리가 넘나 설득력있네요. 원작처럼 동갑이 아니라 어른스런 연상의 남자란 게 신의 한 수.
반면 마리와 같은 나이인 오스칼에 대해선 책임감 1도 없는 것도 참...암만 성인이 된 후 발전했고 오스칼이 쿨해 보인다 해도.. 온도차 무엇ㅡㅡㅋ
그나저나 오스칼 마리 두 사람의 첫남자라니 정말 개늠시키군여ㅡㅡ(괜히 짜증남ㅋ)
이쯤되니 갑자기 불알친구 앙드레와의 베드신이 궁금해지는데요? 눼이님은 생각없다 하셨지만... 존잘 소꿉친구가 갑자기 낮져밤이 상남자로 변신하는 망상은 원작보다 이 세계관에서 더 자연스럽 네요ㅋㅋ
아 저도 이베트 넘 좋아요!
그리고 차이고 돌아설 때마다 좀더 실컷 만질걸하는 앙드레도 넘 웃기고요ㅋㅋ 이베트는 앙드레에겐 아까운 처자지요~ 앙드레가 구제받을 길은 오스칼한테 줍줍 당하는 것밖엔...절레절레.ㅋㅋ
@유리바다 일단 제목이 루앙… 이므로 앙드레는 루루 짝이긴 한데 ㅋㅋㅋ 작은아씨들 엔딩 어떠신가요?
근디 루앙은 집안 반대는 없을 거라 생각하는데요. 나이차가 넘 커서… 앙드레가 조카처럼 키운 루루를 여자로 볼 수 있을까? 하는 근원적인 난제에 부딪쳐버려씁니다 그래서 진도를 못 뺌 ㅜㅜㅜ
이베트는 가슴이 엄청 글래머러스하다는 설정입니다. ㅋ 앙드레가 미련 못버릴 만큼 ㅋㅋㅋ
이베트는 다시 시작해볼까? 하는 마음이 1 정도 있엇는데 아침에 오스칼 전화 듣고 내쫓은 거죠. 다음 남친 생길때까지 이용(?)해 먹었다고 합니다.
마리만큼이나 앙드레 연애 망치기 선수의 대가 오스칼. 마리는 직접 망치는데 오스칼은 직접 망치진 않고 앙드레가 알아서 자폭한다는 차이가 잇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