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 수 (여행 28일째) 포카라 / 포카라짱 게스트 하우스 / #25
"트래킹을 한만큼 쉬어야 한다" 라는 서울뚝배기 사장님 말을 따르기에는 몸이 근질근질 하다. 아침에 일어나자 몇일간의 트래킹의 휴유증이 좀 남아 있다. 아주 약간의 근육통이 남았고 설산을 보면서 느끼는 트래킹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을 받으면서 담배를 하나 피고 있다.
자고 있는 태우를 조용히 두고 앞에 있는 호수가로 나왔다. 여기 포카라의 레이크 댐사이드는 네팔왕의 별장이 있는 자리다. 지금은 왕정이 사라졌지만 별장주변엔 아직도 무장한 군인들이 있다.
아무도 그들을 신경쓰지 않지만 그들이 있어서 여기가 왕정의 별장이었다는 사실에 더 깊은 인상을 심고 있지 않나 싶다.
아주 잔잔한 호수에 어울이리 않을법한 파란색, 녹색의 무동력 보트들이 조화롭게 둥둥 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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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가 사라지는게 눈에 보인다.>
보트가 보이기 시작한건 호수가에 있던 짙은 안개가 사라지면서 부터 이다. 짙은 안개가 호수 수면 바로 위부터 움직이는게 보이더니 잠시후엔 안개 전체가 움직이는게 보이기 시작한다. 내가 있는 쪽에서 먼쪽으로 안개가 사라지기 시작하는거다. 안개가 모두 사라지는데 걸린 시간은 10분도 되지 않았다.
안개가 사라진곳엔 따뜻한 해빛이 비쳐 지면서 해빛이 호수에 반사되면서 반짝이는 물결만이 남았다.
이때 혼자 걸어오는 동양 남자를 만났다. 사실 한국인이던 외국인이던 어렵지 않게 말을 거는 내 자신을 여행하던중에 발견했기 때문에 이번에도 쉽게 인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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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 한국분? 이신가요?" 진태 형님이었는데 전직 직업군인이신 정말 남자다운 체격을 가지고 있는 멋진남자(?) 이다.
"어.. 네. 안녕하세요" 로 시작된 이 형님과의 인연은 카트만두까지 이어진다.
---단순히 개인적인 생각이에요.---
여행중에 다른여행자들에게 말을 건다는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 대상이 남자가 여자에게 혹은 여자가 남자에게 걸기 쉬운거다. 목적이 있는 말을 건네게 된다면 상대방도 쉽게 알아차린다. 그순간 불편의 시작인 것이다.
여행하면서 아니면 한국에 온 서양사람들을 보고 느낀건데 -서양사람들 모두를 한가지로 보는건 아니다- 지나치는 사람들에게 미소를 줄수 있는 여유가 있다. 부럽다. ---
모르는사람, 처음보는 사람이랑 대화하기가 쉽지는 않다. 그러면 나는 일단 그 사람이랑 나랑 공통점을 찾는다. 좋아하는 음악이나 영화나 여행지에 있을땐 둘다 경험했을법한 경험들을 이야기한다. 그러면 대화가 늘어나고 두사람의 공통적인 이야기가 아닌 이야기를 하더라도 상대방이 집중해줄수 있는 호감이 생기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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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시간 여행을 하다보니까 현지인 피부랑 비슷하게 되어 버렸다. 꼬마 아이는 정말 순수한 현지인 꼬맹이다. 나에게 아무것도 바라지 않았고 쑥수러운지 말도 잘 하지 못했다. 항상 가지고 다니던 쵸콜렛이 이날 딱 없어서 아무것도 주지 못해 미안했다.>
진태 형님이랑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패러글라이딩 까지 같이 하기로 약속했다. 패러 글라이딩은 내 계획에 전혀 없던 일이었다. 진태 형님이랑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신뢰가 생겼고 같이 알아보기로 했다. 한시간 반에 144$ 란다. 정말 적지 않은 돈이다. 저 돈이면 10일을 아무런 부족함 없이 지낼수 있는 금액인거다.
이래 저래 망설이는 나한테 진태형님이 그랬다.
"희성아, 한국에서 하면 30만원가까이 하는데 여기선 반값도 안되는 금액이야. 근데 그것보다 양평앞산에서 뛰는거랑 히말라야를 뒤에 배경으로 뛰는거랑 비교 할수 있겠니?"
난 이말에 바로 하기로 결심했다. 난 귀가 얇다. 사람을 경계하고 조심한다고 하는데 다들 날 잘 속인다. 귀가 얇은게 독이 되는것만은 아니다. 진태 형님을 만나서 계획에도 없던 패러글라이딩까지 하게 되었으니까.
내일 10시에 같은 자리에서 만나기로 하고 헤어졌다. 서로의 숙소를 이미 알고 있어서 무슨일이 생기면 숙소로 찾아가기로 했다.
숙소에 들어가니 태우가 일어나서 짐을 정리하고 있다. 태우는 오늘 포카라를 떠난다. 인도의 서쪽으로 가서 낙타 사파리를 하겠다는 계획을 이행하겠다고 한다. 오후에 델리까지 바로 가는 버스를 예약한후에 태우군과 호수에 있는 보트를 타기로 탔다.
보트에서 보이는 설산의 절경은 너무나 아름답다. 배경이 물위에 높은 산이 둘러쌓여 있고 산정상부근엔 눈들이 있는데 구름이 살짝 눈을 가려주고 있다. 어제 비가 많이 온지라 하늘이 이렇게 청명할수가 없다. 너무나도 하늘이 깨끗하고 이런 하늘은 보고 있는것 자체만으로도 시력이 좋아질것만 같았다.
아점을 트래킹하면서 마주치고 어제 저녁도 같이 먹었던 일본인 일행들과 또 다시 같이 먹게 되었다.
Yuko상과 남자. 남자 이름은 기억나지 않는다. 어쩌면 카트만두에서도 볼수 있을것같다. 어제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했는데 유코상은 오사카의 백화점에서 안내원으로 2년간 일하고 2년간 일한 돈을 들여서 세계여행을 하는중이라고 했다. 벌써 10개월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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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떄든 내 생각은 일본사람들은 2년정도 일하면 수개월동안 여행할수 있는 돈이 생기는구나 .. 여기서 일단 부럽다. 그리고 힘들게 번돈을 여행을 위해서 쓰고 장기간의 여행을 실행하는 그들이 부러웠다. 남자도 거의 비슷한 경우였다.
이메일도 주고 받고 한국 놀러올일 있으면 연락하라고 핸드폰 번호도 알려주었다.
오후 3시. 태우와 작별인사를 하기 위해서 시내로 배웅을 같이 나갔다. 버스를 태워서 보내고 한국들어가면 사진좀 보내주고 남은 여행 잘하라고 했다.
태우가 갔다. 트래킹을 같이한 187cm의 거구지만 웬만한 여자보다 저질체력인 태우가 갔다.
포카라 시내를 한번 쭉 둘러볼까 하고 사람이 많은 쪽으로 무작정 걸어갔다. 이발소도 보이고 인터넷 상점도 보이고 문구점도 보이고 학교도 보인다. 문구점에서 펜을 하나 샀다.
외할머니가 수십년째 문방구를 하시기 때문에 20년전의 문방구 풍경이 어떤지 잘 알고 있다. 여기 포카라의 문방구는 내가 알던 20년전의 문방구와 분위기가 너무 비슷하다. 정리한것처럼 보이지만 그닥 정리되어 있지 않는 문구용품들. 한쪽벽엔 공책과 종이들이 차곡차곡 쌓여있고 천장엔 싸구려 유아 장난감들이 매달려 있다.
20년전의 내가 처음으로 기억하는 할머니의 문방구와 많이 닮았다. 지금은 그 도시에서 가장큰 도매 문구점이 되버려서 허전하기만 했는데 포카라에서 우연히 허전함을 -겨우 펜을 하나 사는것으로- 채운것 같다.
펜 하나 사는데 오래 걸리고 한참을 살펴봐서 주인이 욕을 했을지도 모른다. 부자인 외국인이 기것 펜하나 가지고 고민을 한다고 말이다.
문구점 앞 코너에서는 불법영호 시디를 팔고 있었는데 아주 조잡하다. 웬만한 할리우드 영화는 다 있고 한국드라마나 영화도 종종 있다. 한류의 영향인건가?
방향을 집으로 바꾸고 나서 오는길에 간판에 "campus" 라고 적힌걸 봤다. 학교긴 학교다. 교복을 입은 아이들이 하교를 마구 하고 있다. 날본 그학생들도 깔깔대고 웃고 그 학생들을 본 나도 웃고 있다.
입구에서 살짝 머리를 뺴곰히 들이밀고 안을 구경하려고 하자 학교 수위같은 분이 나오셔서 무엇 때문에 왔냐고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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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 tourist from korea. I'm nothing."
나의 발영어의 한계이다.
수위아저씨는 들어와서 구경하고 가라는 친절을 보여주었다. 학교 건물에서 딱봐도 교사같은 분이 나오고 있었는데 날 보고 또 묻는다.
"무엇때문에 오셨나요?"
""I'm tourist from korea. I'm nothing. Just ...um ... tour."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까 이것 저것 많이 물어보고 궁금해 한다. 누군가를 시켜서 짜이도 내오게 하고 같이 마시면서 내손을 잡고 많은 이야기를 했다.
"손을 잡기엔 날씨가 너무 따뜻하다"라는 핑계로 내손을 포개고 있는 교사님의 손을 뿌리치고 싶은데 내 발영어가 문제다.
이야기를 하다보니까 이분이 경제교사란걸 알았다. 과목이 과목이니 만큼 한국의 경제발전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었다. 박정희도 알고 있고 김영삼도 알고 있고 김대중도 알고 있었다. 정말 놀라웠다. 자기한테는 네팔이 한국처럼 경제가 많이 발전했으면 한다고 했다. 그 힘은 교육에서 나온다고 믿는다고 했는데 그러면서 한국의 커리큘럼에 대해서 궁금해 했다.
그나마 그들이 말하는건 의미를 파악할수 있을 정도는 된다. 정확한 표현이 가미된건 이해할수 없지만 말이다. 대신 내 입에서 나오는 발영어는 실력이 늘 생각이 없는것 같다.
"In kore, elementary school 6 year. middle school 3 year. high school 3 year. and unversity 4 year. and korea man must go military service 2 year. fucking 2 year."
내입에서 나오는 영어는 대부분 이런식이다. 경제교사는 어디까지 무상이냐고 물었다. 다 유상이라고 그랬다. 난 그렇게 알고 있으니까. 그러자 네팔에선 전부 중학교까지는 무상교육이라고 그랬다. 맞장구를 쳐줬다.
맞는 말이 아닐수도 있다. 네팔의 교육과정을 말하면서 흥분한 그가 2배는 빨리 말해서 내가 못알아 먹은게 더 많다.
사진도 찍고 이메일도 주고 받고 학교를 나왔다. 한시간 정도 차를 마시면서 수다를 떤거다.
집(숙소)까지 천천히 걸어서 왔다. 작은 골목에서는 남자들이 알까기와 비슷한 놀이에 환장을 하고 있고 전체적으로 차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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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와 여기를 비교해 본다면 확실히 인도보다 개방적이다. 여성들도 거리에서 당당하게 걷고 있으며 상점의 주인들도 여성이 꾀나 있었다. 옷차림도 인도보다 훨씬 자연스러우면서 가벼웠고 오토바이를 운전하는 남자 뒤에 앉은 여성들도 인도와는 달리 허리를 꽉잡고 있었다. 인도에선 항상 여자들이 정면이 아닌 측면을 보고 다릴 조심스레 옆으로 모아서 운전수의 허리를 잡은듯 아닌듯 걸치고 있어서 보는이를 불안하게 만들었는데 말이다.
숙소에 돌아오니 저녁시간이다. 다들 혼자여행하시는 분들인것같은데 나이가 있으셔서 다가가기가 쉽지 않았다. 29살 35살 47살. 식사를 하러 갔다. 닭도리탕을 200루피를 주고 먹었는데 여기선 무엇을 먹어도 정말 실망하지 않는다.
나중에 안사실인데 난 이 가게의 이름도 모르고 매일 가서 밥을 먹었었다. 한국에 와서 이씨 처자랑 이야기를 하다가
"너 포카라에서 소비따네 가봤어? 거기 정말 맛있는데 안가보다니..."
"그런가? 아쉽네.. 안가 본것 같은데"
다음날
"야 내가 너 싸이에서 사진 봤는데 소비따네에서 찍은 사진 있던데"
" (?) 아.. 거기가 소비따네구나. 그집 정말 환상적이었지. 김치도 맛있고 모든 메뉴가 맘에들어 주방장도 인상 좋구. 거기 있으면 가끔 개가 와서 테이블 밑에서 잔단 말이야. 개가 너무 이뻐"
이렇게 해서 내가 자주 갔던 식당 이름이 소비따네 란걸 알게 되었다.ㅋㅋ
내일은 패러글라이딩을 하고 체력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 카트만두로 넘어갈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