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월에 도자기 연수를 받았습니다. 그 때 연수했던 선생님들의 요청으로 여주대 도예과 교수님을 졸라서 교수님 작업장에서 주 1회 모여 흙을 만진지가 벌써 5년이 훌쩍 지났습니다. 만드는 실력은 신통치 않지만 그래도 흙을 만지며 배우고 느낀 것을 다시 학교에서 아이들과 적용해 보면서 느기는 재미로 지금껏 이어오고 있는 소모임입니다.
1회와 2회 전시회는 교육청에서 보잘 것 없는 소품들 모아 놓고 제법 폼 내면서 했는데 이후 세월이 세월인지라 교육청은 커녕...... 올해는 전시회장 구하기까지 온갖 고초를 겪었습니다. 여주에 전시회장은 군민회관 전시실과 도자엑스포 전시장이 있는데 도자엑스포 전시장은 접근성이 떨어져 3년 전에 이용해 보고 나서는 고개를 흔드는 곳입니다. 군민회관 전시실 이용에 임대료가 턱없이 비싸 (관내 예술단체의 경우는 무료이나 우리는 교사모임이기에 해당이 안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일반인 기준) 결국 포기 했습니다. 다행히 신륵사 주지스님께서 사정을 들으신 후 흔쾌히 신륵사 문화원을 내어 주셨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올 해도 전시회는 이어질 수 있었습니다.
올해는 시유를 우리가 직접 해 봤습니다. 작은 것들은 많이 해 봤지만 70Cm이상 되는 큰 기물들은 해 본적이 없거든요. 역시나 우려대로 유약이 너무 얇게 입혀져 제 색을 내지 못했습니다. 우리의 기대와는 반대로 참 볼품 없는 것들이 나왔습니다. 그중에 어떤 것들은 우리 눈에 봐줄만 한 것들도 있었고요. 생각 같아서는 다큐멘터리에서 처럼 망치로 다 깨버리고 다시 만들겠지만 시간 여유가 없으니 그냥 가기로 했습니다. 관람하시는 선생님들께 왜 이런 것들이 나오게 되었는지 설명해 주는 것도 도움이 되겠다는 나름대로의 변명거리도 만들어 놓고요. ㅎㅎ
제가 올 해 연습한 것은 수레질입니다. 옹기기법으로 흙가래를 쌓아 올려 두드리면서 모양을 만들어 가는 기법인데 두드릴 때 떡살을 이용하면 제법 화려한 무늬와 질감을 얻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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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파기로 만든 주먹만한 향로입니다. 흙을 둥글게 뭉친 후 떡살로 모양을 잡고 반을 잘라 그 속을 파낸 것입니다. 모양을 낼 때 운동화로 찍어도 예쁜 무늬를 볼 수 있습니다. 저 뒤에 보이는 작은 꽃무늬는 회원선생님 딸의 운동화고요, 왼쪽 뒤에는 슬리퍼로 두들겨 맞은 흙덩이가 있습니다. 밝은 갈색이 재유, 검은 색이 흑유를 시유한 후 표면을 닦아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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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아리입니다. 약 60Cm X 40Cm의 크기입니다. 제법 큰 놈입니다. 물레를 차면 쉽게 만들지만 우리는 그 수준이 되지 못하기에 열심히 흙가래를 밀어서 쌓아 올렸습니다. 이런 항아리 모양은 만들면서 무너지기 쉬운 형태라 조심스러운데 이놈 몸매는 참 잘나왔습니다. 그런데 유약이......ㅠㅠ 허옇게 흘러 내린 것이 백유의 제대로된 색인데 얇게 시유되어 바탕 흙색이 얼룩덜룩 하게 나와서 기대와는 다른 녀석이 되었습니다. 그래도 제 수준에서는 만족해하며 올려 놓았습니다. 햐얗게 잘 나왔으면 달항아리 되는건데...... 쩝~~~ 가장 아쉬운 녀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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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이 70Cm정도의 화병입니다. 황이라보 유약인데 역시 얋게 시유되어 흘러내리는 효과가 없습니다. 철유를 시유한 것처럼 보입니다. 목이 조금만 짧았어도 참 좋았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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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 것보다 좀 작게 만들어 쌍으로 하려고 했는데 수레질 할 때 밑둥을 너무 세게 치는 바람에 전체적으로 중심이 무너졌습니다. 어쩔 수 없이 굵게 한 방씩 얻어맞아 저렇게 되었습니다. 전체적으로 윗부분이 너무 무거웠던 것 같습니다. 황이라보를 시유했습니다. 윗부분에 적이라보를 살작 분무했더니 붉은 색이 그대로 나왔네요. 괜한 짓을 했습니다. 참 못생겼습니다. 게다가 무겁기까지...... 가스비 낭비할까봐 소성하지 않으려 했는데 미운놈도 내 자식이라는 사부님의 말씀 때문에 운 좋게 살아 나온 녀석입니다.
내년에는 제대로 물레를 배우고 싶은데 밥그릇 겨우 만들 정도의 수준이라 마음만 있습니다. 내년에도 전시회는 계속 할 계획이니 그 때는 물레기물 몇 점이라도 만들어보겠습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런 것들 많이 보아 두시면 멋진 도자기 금방 알아보실 수 있습니다. 이렇게 생긴 것 빼고는 다 괜찮은 것들이거든요.
첫댓글 비네님은 비누도 잘 만드시고, 도자기도 잘 만드시고, 못 만드시는게 뭔가요![?](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59.gif)
![ㅎㅎ](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70.gif)
![ㅎ](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6.gif)
비누는 녹여서 틀에 부으면 만들어지는 것이고, 도자기는 흙가래 밀어서 쌓아 올리면 나오는 쉬운 것들입니다. 전문 작가들은 엄청난 고민과 노력이 따르지만 저희들은 그저 시간만 있으면......ㅎㅎ.
비네님께오선 재능을 타고나신 듯 합니다. 특히 세번째 친구 볼수록 명작입니다. 볼수록요.......................
도자기 천재가 탄신하셨다고 생각합니다.
부끄럽습니다. 솔내님 작품들 보신다면 저것은 흙장난 수준이라는 것을 금방 아실겁니다.
돌부처 눈에는 모두 멋지고 잘생긴 도자기로 보입니다...부럽습니다...^^
제 눈에도요~~~ ㅋㅋ
ㅋㅋㅋ 난 솔직하게 말해야지...시중의 그 많은 도자기가 다 만만하게 나온 게 아니였군요...ㅎㅎㅎ그래도 피카소 분위기도 나고 멋집니다.^^*
수레질이 은근히 매력 있어요. 모양을 변형 시키기가 쉽고, 질감도 좋고...... 그러다보니 의도하지 않은 모양이 되기도 합니다.
도자기 장인의 혼을 느낄수 있습니다. ^^*
장인이라뇨? 에구..... 그저 흙장난입니다. 감사합니다.
도자기가 아니고 한지공예같이 보입니다...모양은 잘 모르기에 패스하고 땟깔만큼은 눈에 콕 찍혔습니다.
모양도 제가 의도한 것과는 조금 다릅니다. 두드리다 보니 조금 커지고, 넓어지고...... 유야기 제대로 입었으면 참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진합니다. 그렇게 하나씩 경험해 가는 것으로 만족합니다.
코일링 기법으로 만드는 도자기는 물레 성형과는 다른 둔탁함이 묘한 매력을 주지요 훌륭한 작품입니다...^^
솔내님은 보시지 말라고 썼어야 하는데...... 부끄럽습니다.
이야.... 비네님 이런 솜씨가... 세번째 녀석 너무 마음에 드는데요? ^^
저 녀석 사실 사~알짝 금이 갔습니다. 물 담으면 새요. 흑흑~~~
화병에 꽃 꽂으면 꽂힌 꽃도 이쁘고 화병도 더 이~~~뻐질 것 같네요.정말 둔탁하면서 묘한 매력있네요.
흙가래 성형의 매력이 솔내님 말씀대로 둔탁함과 표현의 자유로움이랍니다. 스타킹에 쌀 넣고 주머니 만들어 두드려도 질감이 좋아요. 심지어는 벽돌, 나뭇가지, 구겨진 호일로도 무늬를 표현할 수 있고요, 대칭, 비대칭 등 원하는 모양을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고 합니다.
어째 비네님 외모하고 만드신 작품하고 매치가...ㅎㅎㅎ 왜 안될까요????? 이상도 하여라. 작품이 정말~ 예술입니다. 어찌보면 귀엽기까지 한데요. 손맛 제대로 즐길수 있는 작품 보여주셔서 감사합니다. 언제까지 하는 건가요?
향로는 너무 귀엽습니다. 아니 너무 작아요. 바닥에 향재 깔고 선향의 경우는 2-3도막 내야할 듯 합니다. 저는 저것 만으로도 흡족합니다. 11일 금요일까지입니다. 조만간 솔내님 작업장을 급습하여 다 함께 도자기 만들어 볼까요? ㅎㅎ
진즉 알려주시지...이번주 금요일이면 내일 모레까지네요. 에효~
정성이 깃든 작품 잘 봤습니다... ^^
도예의 세세한 공정에 대해 모르니 다 좋고 멋져 보입니다. 전시 기간이 길었으면 신륵사 문화원을 한번 가볼 수 있었는데 아쉽네요. 감상 잘 했습니다.^^*
행여나 누가 오실까봐 후다닥~~해치웠습니다. ㅎㅎ
와우~~ 주먹만한 향로 무지 갖고 싶습니다 ^^
만들고 나서 지란지교님 생각 많이 했습니다. 예쁜 놈으로 하나 보내 드릴께요.
ㅎㅎ 도전정신을 높이 삽니다. 처음부터 잘 하는 사람은 없지요. 빗살무늬에다 운동화 바닥무늬 ㅎㅎ 참 재미있군요. 도자기 근처에 가보지도 못한 사람이 대부분인데 부럽습니다.
살고 있는 곳이 도자기가 흔한 지역이라 흙장난 할 기회가 다른 곳에 비해 많습니다. 작가분들께서 보신다면 말 그대로 장난 수준입니다. 운동화, 벽돌, 호두껍질, 쌀......
도자기의 매력은 가장 한국적인데 있습니다 소박하고 단아하고 기품까지 아름다움의 극칩니다 저도 10년전에 생활도자기를 만들어봤는데 흙의 질감은 만지는 순간부터 작품만지는 끝가지 가슴설레입니다 저도 몇작품 남았는데 담에 올릴께요 다퍼주고![엄서요](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36.gif)
![샤방](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7.gif)
뱌방
역시~~~ 정경부인님 대단하십니다. 10년젠에는 취미로 생활도자기 하는 분들이 그리 많지 않았던 시기인데요. 전문으로 흙작업을 한다면 고려해야 할 것이 참 많을텐데 취미로 하니까 흙 만지는 재미로 하고 있습니다.
뭔갈 만든다는 건 정말 부러운 일입니다. 멋지십니다.~~
다른 것들도 마찬가지이지만 특히나 이 흙작업은 집중하기에 참 좋아요, 작업 도중에 흙이 주는 느김도 좋구요. 기회 된다면 한 번 도전해 보세요. 적극 권장합니다.
비네님께 이런 비재가..@,@ 전생에 중국으로 건너가신 그 도공..??? 흠~~ㅡ,.ㅡ
쉽지 않다던데 지금 보니 거의 전문가 수준이시네요~^^
정말 도자기의 소박함이 돋보이는 좋은 작품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