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녀의 간호사 꿈 지켜주고 싶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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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편한 몸으로 홀로 아들과 손녀를 돌보는 허순임(바울라) 할머니가 자신의 어려운 사정을 말하고 있다. | "사람들은 제가 이렇게 힘들게 사는 줄 몰라요. 늘 웃으며 다니니까 그럭저럭 잘 지내는 줄 알아요."
전북 익산시 삼기면 서두리의 황량한 들판 한가운데에 있는 작은 집. 허순임(바울라, 79, 익산 황등본당)씨는 얼음장 같이 차디찬 바닥에 앉아 시종 밝은 미소로 말했다. 지체장애인인 허씨는 불편한 다리를 제대로 뻗지도 못한 채 말을 이었다. 지적장애인 아들 김정길(요셉, 53)씨는 대인기피증이 있어 저만치 떨어져 말도 없다. 허씨의 깊게 팬 주름은 홀로 아들과 손녀를 키워온 고생을 안타까이 대변하는 듯했다.
허씨는 태어나 돌이 되기도 전에 생긴 허벅지 종양으로 한쪽 엉덩이뼈가 뭉그러졌다. 이후 한쪽 엉덩이뼈 없이 휠체어에 의지해 평생을 살아왔다. 그러면서도 아들을 길러 장가까지 보냈다.
"아들이 한창 자랄 때인 1960~70년대엔 복지시설이라곤 한 곳도 없었어요. 그런 혜택 없이 홀로 키우다 보니 여간 힘든 게 아니었죠. 그때마다 기도로 주님께 함께해달라고 청하며 살아왔습니다."
어렵게 결혼한 아들 김씨 가슴에는 아내를 떠나보낸 슬픔이 남아있다. 장애가 있었던 아내는 서로 이해하며 평생을 함께할 것을 약속했지만 딸을 낳은 지 3일 만에 집을 나가버렸다. 장애인 아들이 결혼한 것을 기뻐했던 허씨는 슬퍼할 겨를도 없이 그때부터 아들과 손녀 희선(루갈다, 18, 고등학교 3년)양을 함께 돌봤다.
허씨는 집에서 6㎞가량 떨어진 성당에 가기 위해 매일 새벽 전동 휠체어에 몸을 싣는다. 추운 날씨도 아랑곳하지 않고 한 시간 길을 운전해 성당에 간다. 아픈 몸을 이끌고도 미사 참례는 물론 레지오 마리애 등 단체 봉사활동에도 적극적이다. 황등본당 신자들은 허씨를 '신앙인의 모범'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허씨는 "삼위일체 하느님께서 늘 동행해주시기에 지금껏 성당에 잘 다닐 수 있었다"면서 "거룩한 성체의 힘으로 우리 가족이 행복하게 살고 있다"고 말했다. 손녀 희선양도 할머니의 신앙을 닮았다. 할머니가 신앙생활 열심히 하고 나눌 줄 아는 사람이 되라고 가르친 덕에 현재 본당 성가대와 주일학교에서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
허씨는 지체장애 외에도 혈압과 당뇨, 기관지 질병을 앓고 있다. 노인연금과 장애인수당 등을 합쳐 매달 50여만 원이 수입의 전부다. 허씨의 약값과 병원비를 빼고 나면 사는 게 너무 빠듯하다. 희선양은 학교 배려로 고등학교 학비는 면제받았지만, 준비 중인 간호대학에 진학할 수 있을지 막막하기만 하다. 그럼에도 어린 손녀는 "집에 보일러 하나라도 있으면 세 식구가 따뜻한 물로 씻을 수 있을 텐데…"라며 가족 걱정을 먼저 했다.
허씨는 "주님께서 지켜주시기에 어렵지만 그나마 웃으며 지낼 수 있었다"면서 "간호사가 되려는 희선이의 꿈을 지켜주고 싶다"고 말했다. 허씨는 기도만이 희망이라고 노래하듯 말했다.
"기뻐도 주님과, 슬퍼도 주님과. 모든 것 주님께 맡기고 살렵니다. 주님 뜻에 따라 살면 우리는 행복하니까요." 신현숙 명예기자 cheska@pbc.co.kr
▨ 후견인 : 김윤섭 신부(익산 황등본당 주임) 어려운 상황에서도 매일 새벽 전동 휠체어를 타고 성당에 오시는 허순임 할머니의 신앙은 모두에게 귀감이 됩니다. 장애인 아들과 명랑하게 자라고 있는 희선이만 보며 살아가는 할머니에게 평화신문 독자 여러분께서 희망을 선물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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