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ㅡㅡㅡㅡㅡ 개심사 범종은 지하세계 중생들까지도 천상의 법음을 듣도록 배려하여 종각 바닥에 울림공을 뚫어놓았다, 육중한 몸을 매달고, 오랜 세월 소리를 져다 나르느라 사지가 뒤틀리고 등골 휘어있다. 아무 티끌 없이 오직 한 길로 전하는 불음. 소리만으로 살아 법을 전하는 종각 앞에서 무슨 신세타령을 할까. 고작 반백년 지고 온 육신의 짐을 어찌 무겁다고 할까. 어차피 다 내려놓고 갈 짐이다. 짐을 지는 것도, 내려놓는 것도 자신의 몫, 마음먹기에 따라 무거워지고, 가벼워지는 육신의 짐이다.
마음을 연다는 개심(開心), 개심사에 가면, 개심사 종각 앞에 서면 마음이, 무명(無明)이, 저절로 열리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