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루가 뛰노는 초원
(2019. 4.8)
조 흥 제
오늘이 월요일이어서 이웃에 있는 ‘내를 건너서 숲으로’ 도서관에 못 가고 조금 먼 ‘증산도서관’에 갔다. 가방을 여니 안경집이 없다. 안경이 없으면 책을 볼 수 없어 공부하기는 틀려서 바람이나 쐬고 싶었다. 어디를 갈까 생각하다가 중앙선을 타고 용문역에 가고 싶었다.
나는 봄이면 춘천 가는 경춘선, 문산 가는 경원선, 인천공항, 서울~인천~수원~왕십리를 경유하는 경기 남부, 서울~천안~온양 가는 전철도 탔다. 하지만 경춘선이나 용문에 가는 중앙선을 가장 많이 탄다. 2시간 정도 걸리고 한강 가를 달려서 경치가 좋기 때문이다.
오늘은 용문가는 전철을 타고 가니 남한강 가에 꽃이 만발해서 정신을 뺐기다 용문역 못미처 원덕역에서 내렸다. 농촌 기분이 나기 때문이다. 헌데 점심 먹을 식당이 없다. 둘레 길을 걸으니 개울을 막은 조그만 둑이 있다. 개울 건너 초원에 움직이는 물체가 있다. 자세히 보니 뛰어 노는 짐승이다. 노루다. 뒤에 또 한 놈이 뛴다. 대낮에 노루가 뛰어 노는 곳이 전철 가에 있다니 별유천지다. 그들은 부부일까? 남매일까. 그 뒤에 산이 가파르고 높다. 지도를 보니 주읍산(582)이라고 되어 있다. 내가 산에서 노루를 본 것은 피란지 옥천 산골에서다. 낮에도 산에서 뛰어다니는 노루를 볼 수 있었다. 그만큼 우리의 산하에는 노루가 많았다. 노루와 비슷한 것으로 고라니가 있는데 어떻게 구별하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등산을 많이 다녀도 등산로 근방에는 노루가 얼씬도 하지 않아 보지 못하였는데 인가가 드문 개울가에 한 마리도 아닌 두 마리가 뛰어 다니면서 놀 줄은 예상을 못했다. 노루가 있다는 것은 위험이 없어서이리라.
마을을 한 바퀴 도니 집을 크게 많이 짓는다. 얼마 안 있으면 노루가 뛰어 노는 환경이 파괴될 것을 생각하니 씁쓸한 생각이 든다. 그나저나 점심을 먹어야겠는데 어떻거나. 다시 역으로 나와 차를 타고 용문역에서 내려 순두부백반을 먹었다. 차 타고 오면서 노루가 뛰어놀던 풀밭을 다시 보았다.
6년 전 기록이다. 지금 그곳은 어떻게 변했을까? 한번 가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