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대 미국, 수수한 긴 드레스만 입던 깁슨걸 헬렌은 플래퍼의 삶을 동경했고, 그 첫걸음으로 긴머리를 짧게 자르기로 한다. 헬렌은 긴장된 마음으로 미용실에 들어갔고, 미용사는 헬렌을 반갑게 맞는다.
"어서오세요, 손님!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헬렌은 말을 더듬으며 원하는 스타일을 말했다.
"다, 단발로 해주세요. 저, 저같이 초라한 여자도 머리를 자르면 프, 플래퍼가 될 수 있을까요?"
미용사는 환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손님은 지금도 충분히 아름다우세요. 거기에 머리를 짧게 자르면 더 예뻐보일 거에요. 아참, 이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실래요? 때마침 옆 가게인 사진관과 협업을 진행하는 중입니다. 무료에요!"
헬렌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고, 미용사는 헬렌의 머리를 틀어올렸던 머리핀을 모두 뽑아낸다. 그러자 긴 금발이 폭포수처럼 흘러내렸고, 아름다운 금발을 본 미용실의 손님들은 모두 찬사를 보냈다. 잠시 뒤, 사진사는 미용실로 들어왔다. 사진사는 환하게 웃어보라고 하지만, 헬렌은 남편에 대한 그리움과 슬픔으로 웃지 못한다.
사진사는 미용사와 굉장히 친해보였고, 미용사는 사진사를 꼭 껴안으며 키스를 했다. 미용사는 헬렌에게 사진사는 자신의 남편이라고 말했고, 헬렌은 앞으로의 여자들이 어떻게 살아가게 될 지를 생각한다.
'여럿이 있는 곳에서 부부가 포옹과 키스를 한다고?! 역시 혁신적이야! 앞으로는 여자들도 당당하게 살아가겠지?"
그렇게 사진 촬영이 끝난 뒤 미용사는 가위질에 들어갔고, 헬렌은 눈을 감고 눈물을 흘린다. 헬렌은 1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던 남편 윌리엄이 죽었다는 소식을 들은 뒤로 매일매일을 절망적으로 살았던 헬렌은 남편이 늘 곱게 빗어주던 자신의 긴 머리카락에 더 이상 애정을 가질 수 없었다.
'긴 머리카락을 빗을 때마다 윌리엄과의 추억이 떠올라서 윌리엄을 따라 죽고 싶어! 이젠 잘라버리자! 그리고 새롭게 사는 거야!'
윌리엄은 늘 헬렌이 행복하기를 바랬고, 전쟁터로 떠나면서 자신이 죽었다는 소식을 들으면 기다리지 말고 새로운 남자를 찾으라고 말하기까지 했다. 헬렌은 자신이 하고싶은 것을 하면서 행복하게 사는 것이 남편의 뜻을 지키는 것이라고 생각했고, 주체적인 삶을 사는 플래퍼가 되기로 결심한 것이었다.
미용사의 가위질 몇 번에 헬렌의 아름다운 황금빛 금발머리가 순식간에 잘려나갔고, 헬렌은 긴 머리를 볼 때마다 죽은 남편이 떠오른다며 자신의 머리카락을 팔겠다고 말한다. 미용사는 이 정도 머리카락이면 비싼 값에 팔 수 있으니 미용 비용을 받지 않겠다고 말한다. 미용사는 헬렌의 머리를 다듬은 뒤 헤어롤로 말았고, 파마를 해서 구불거리게 만들었다. 그런 다음 헤어드라이어로 스타일을 완성했다. 그리고 헬렌에게 완성된 머리를 보여준다. 헬렌은 넋을 놓은 표정으로 말한다.
"이게, 정말 저인가요?"
미용사는 산뜻해진 헬렌에게 너무 잘 어울린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오, 너무 잘 어울리시네요! 서비스로 화장도 해드릴게요!"
미용사는 헬렌에게 짙은 화장을 해주었고, 헬렌은 만족한 표정으로 미용실을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