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며
안녕하세요. 저는 2024학년도 임용시험 부산 합격자입니다. 임용 공부를 하면서 불안감이 들 때마다 합격 수기를 쓰는 상상을 하곤 했는데 제가 정말로 합격 수기를 쓰게되다니 정말 꿈만 같습니다. 제가 공부 중 갈피를 잡기 어려울 때 합격 수기를 참고했었는데 그처럼 저의 합격 수기가 선생님들께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저의 공부방법을 한 단어로 요약하면 ‘요약본’입니다. 개론서부터 제가 직접 작성한 요약본까지 차근차근 정리하여 노트 한 권에 모든 것을 직접 쓰면서 정리하는 것이 제 공부 스타일인데 이러한 공부 방법은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기본서나 개론서 단권화도 아니고 노트에 모든 것을 적는 것은 상당히 비효율적인 방법이기 때문이죠. 따라서 저는 ‘직접 써야 머리에 내용이 들어오는 수험생’, ‘요약본을 만들고 싶었지만 고민하던 수험생’, ‘세상에 이런 것을 진짜 하는 사람이 있었는지 궁금했던 사람’ 등에게 제 합격 수기를 추천합니다. 여기서 자신과 안 맞는 것 같다고 느끼신 분은 여러분의 소중한 시간을 지키기 위하여 아래의 문단만 읽고 빠르게 다른 합격 수기를 찾아볼 것을 권장합니다.
정말로 서론만 읽고 떠날 분들을 위해 제가 진심으로 꼭 전하고 싶은 내용은 여기에 담겠습니다. 먼저 눈 관리 하세요. 장시간 태블릿 사용 등으로 안구건조증과 염증 등이 올 수 있는데 저는 이것 때문에 눈이 너무 아파서 공부를 못하고 하루에 인공눈물약만 10개씩 쓰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조금 나아졌지만 일종의 후유증이라고 해야할지 여전히 눈 피로가 쉽게 쌓입니다. 시력도 엄청 떨어졌으니 여러분은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두 번째로 체력 관리하세요. 저는 3학년 때 실내 암벽등반을 하면서 체력을 길렀고 초수 5, 6월까지는 헬스장에서 1시간 정도는 운동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때 체력이 제가 재수까지 별다른 운동 없이 버틸 수 있었던 배경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체력을 쌓아두었음에도 불구하고 재수 막바지에는 체력이 부족해서 기어다닌다는 게 어떤 말인지 알 수 있을 정도로 힘들었습니다. 그러니 여러분은 평소에 산책, 스트레칭 등을 통해 기본 체력에 투자하셨으면 좋겠습니다.
2. 시기별 공부
1) 초수
초수 시절에는 사범대에 재학 중이었기 때문에 학교 공부와 임용 공부를 병행하며 실시했습니다. 그래서 이래저래 버리는 시간도 많았고 시행착오도 많았지만 이때 올인하여 공부했던 경험이 제가 재수 때 저만의 공부 방법을 어느정도 완비할 수 있었던 배경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저의 초수 시절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하면 너무 길어질 것 같아 제가 생각했을 때 잘했던 점, 아쉬웠던 점으로 나누어 서술하겠습니다
① 잘했던 점
첫 번째는 친구와 함께 공부한 것입니다. 저는 2차를 제외하고 모든 스터디를 이전부터 알고 지내던 친구와 실시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갈립니다. 그러나 저는 스터디 일정과 내용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다는 점, 이미 친한만큼 더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다는 점 등에서 친구와 스터디하는 것이 저와는 잘 맞았습니다. 외롭지 않게 공부할 수 있었고 정보 공유나 서로에 대해 잘 아는 만큼 따끔한 지적도 받을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유독 집중이 안 되는 날이나 놀고 싶을 때는 서로 합의해서 쉬어가는 코스로서 근처에 사는 친구 집에 맥주 들고 가서 모여서 스터디를 하기도 하고 아예 스터디를 째고 역사 끝말잇기 등을 하며 놀기도 했습니다. 이것이 지나치면 문제가 되겠지만 그 당시에는 일종의 휴식으로써 재충전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다만 확실히 함께 공부하는 친구의 성향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감사하게도 저의 친구 중 한 명은 강경 ENTJ로서 제가 놀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지 않았고 또 다른 친구는 확신의 ENFP로서 저에게 많은 에너지를 보내주었습니다. 이 두 친구처럼 서로 공부할 때 시너지를 주는 친구라면 괜히 모르는 사람과 스터디를 했다가 스트레스를 받기보다 친구와 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두 번째는 아침 교육학 스터디를 한 것입니다. 제가 서울에서 거주할 때는 자취를 했기 때문에 하루의 루틴을 지키는 것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늦잠을 자서 하루의 루틴이 망가지는 것을 막기 위해 부산에 거주하는 친구와 전화로 아침 교육학 스터디를 했습니다. 7시 30분에 먼저 일어난 쪽이 상대에게 전화를 해서 일어나자마자 서로에게 교육학 문제를 내는 것이었습니다. 각각 5문제씩 냈고 범위를 서로 원하는 부분을 요청하거나 전범위에서 무작위로 문제를 내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30분 정도 교육학 문제를 푸니 아침에 일어나기도 쉽고 일단 교육학은 점검했다는 생각에 마음 편하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문제 풀기를 선택했지만 전화로 교육학을 공부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고 시간도 얼마 안 걸리니 추천합니다. 대신 교육학 스터디만 하고 전화를 끊어야 합니다. 문제를 다 내고 ‘근데 있잖아 나 물어볼 게 있는데,,,,’로 시작한 한 마디로 인해 오랫동안 수다를 떨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세 번째는 학습플래너를 매일 작성한 것입니다. 저는 학습플래너라기보다는 TO DO LIST에 가까운 체크리스트 정도로만 작성했습니다. 그래도 아침에 일어나 간단하게 어떤 과목을 공부할 것인지, 공부 이외에 해야 할 사소한 집안일이나 과제는 무엇인지 등을 미리 적다보면 하루를 좀더 체계적으로 쓸 수 있습니다. 또한 저는 각 요일별로 공부할 과목을 정한다거나 미리 한달치 계획을 세우는 등 학습 계획을 미리 계획하는 능력이 없습니다. 그날그날 하고 싶은 과목을 골라서 공부하는 경향이 컸는데 이러다보니 정말로 저와 잘맞는 과목만 공부하게 됩니다. 하지만 학습플래너를 쓰게 되면 제가 각 과목을 현재 어디까지 공부했는지 점검하고 그에 따라 그날의 공부할 과목을 정할 수 있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하나를 끝내고 체크를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뿌듯함과 성취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것은 임용 공부를 할 때 굉장히 중요한 부분 중 하나이기 때문에 저는 ‘세탁기 돌리기’, ‘볼펜 사기’와 같이 아주 사소한 것도 일부로 적기도 했습니다.
네 번째는 만화책과 유튜브 등을 활용한 것입니다. 저는 4년제 사범대의 역사교육과에 재학 중인 학생이 맞는 것인가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세계사에 대한 기초가 부족했습니다. 중학교 이후로 제대로 세계사를 공부해보지 않아 위진남북조가 뭔지도 몰랐고 신성로마제국은 진짜 로마의 또다른 명칭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 정도로 심각한 수준에서 1월부터 인강을 수강하니 제가 제대로 소화해내지 못했고 세계사에 대한 흥미는 점점 더 떨어졌습니다. 기나긴 임용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 과목을 좋아하는 마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역사를 좋아해야 언제 끝날지 모를 긴 수험 생활을 하며 똑같은 것을 수십 번 보고 외워도 지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세계사에 대한 기초를 세우고 그에 대한 흥미를 찾는 것은 굉장히 시급한 문제였습니다. 저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역사 지식이 전무한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만화책과 유튜브를 틈틈이 보면서 저의 부족한 부분을 보충했습니다. 솔직히 EBS는 저에게 지루해서 보다가 말다가를 반복했는데 만화책이랑 유튜브는 재미있으니 제가 찾아서 보게 되더군요. 런닝머신 뛰면서, 샤워하면서, 집안일하면서, 밥 먹으면서 보면 시간도 절약할 수 있고 공부한다는 느낌이 없어 부담되지도 않습니다. 그리고 임용 공부를 하다보면 외울 내용이 너무 많아 불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내용은 보지도 듣지도 않으려는 경향이 생깁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정말 우리가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한 부분에서 나오는 경우도 더러 있고 잡지식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문제 풀이의 결정적 힌트가 되기도 합니다. 그러니 너무 개론서에만 매몰되어 있지 말고 여러 매체를 활용하여 여러분이 가진 지식의 폭을 넓히시길 바랍니다.
제가 즐겨보았던 것 몇 가지를 추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만화책은 WHY 시리즈,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을 보았습니다. 특히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은 꽤 내용이 상세합니다. 실록 속의 신하들이 올린 상소문 등이 거의 그대로 적혀있기도 하고요. 그래서 사료 이해나 사화, 영정조 시기 정치 변동과 같이 당쟁과 관련된 부분을 이해할 때 도움을 받았습니다. 저는 의외로 먼나라 이웃나라는 조금 이해하는데 난이도가 있었습니다. 그만큼 저의 기초가 부족했다는 뜻이겠죠. 유튜브의 경우 ‘지식해적단’, ‘지식한잔’, ‘국립진주박물관’, ‘로빈의 역사 기록’, ‘별별 역사’, ‘사피엔스 스튜디오’, ‘퍄퍄킴 역사’, ‘함께하는 세계사’ 등을 참고했습니다. 특히 신해혁명 이후 군벌 관련 내용은 ‘효기심’ 채널에서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이외에도 역사 관련 채널은 굉장히 많으니 여러분 취향대로 골라가시길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슬럼프에 빠졌을 때 주저하지 않고 저의 재정비에 시간을 투자했습니다. 저는 임용 공부 시작과 함께 슬럼프에 빠졌습니다. 이는 3학년 때 무리한 개론서 읽기로 인해 이미 지친 심신, 처음 보는 압도적인 공부량, 빠른 진도, 충분한 공부 없이 진행된 스터디로 인해 자신감 저하 등 여러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입니다. 보통 인강과 스터디는 우리가 뒤처지지 않도록 이끌어주는 쌍두마차의 역할을 합니다. 그러나 이 당시 저에게 인강과 스터디는 사고 난 차량을 끌고가는 견인차였죠. 여러분 사고난 차량은 수리점을 거쳐야 움직일 수 있지 견인차에 끌려간다고 해서 그게 차가 제대로 움직이는 거라고 하지 않습니다. 일단 수리점에 가야 해요.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본인의 상황에 인강과 스터디가 무리하다는 생각이 들면 먼저 멈춰서서 재정비 시간을 가지세요.
저의 경우에는 스터디도 인강도 일시정지했던 5월 교생 기간이 터닝포인트가 되었습니다. 인강을 안 보는 사이 뒤처지는 게 아닐까 초조해질 수 있습니다. 그 시간을 너무 아까워하지 마시고 제대로 자신을 되돌아보고 왜 교사가 되고자 했는지, 내 공부 성향은 무엇인지, 앞으로 어떻게 하면 좋을지를 고민하세요. 저는 앞서 언급한 부분에 대한 고민과 함께 4월까지 진행된 내용에서 제가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던 것을 살짝씩 건드려보며 역사 흐름의 큰 틀 만들기, 시대 구분 등을 하는 시간으로 썼습니다. 어려운 부분은 EBS도 들으며 정리하는 시간을 가진 후 6월에 재출발하자 훨씬 공부하기 수월했습니다.
② 아쉬웠던 점
첫 번째는 임용시험에 대한 정보가 전무했다는 것입니다. 제 옆에 너무 유능한 친구들이 많았던 터라 대학생활 내내 그 친구들 따라가는 것이 습관이 되어서 임용시험에 대해서도 제가 찾아보기보다는 친구들이 하자고 하는 대로 따라갔습니다. 그러나 임용시험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으니 공부의 방향성을 잡기도 힘들었고 예상하지 못했던 방대한 분량에 압도되고 말았습니다. 우리가 여행 계획을 짤 때 지도 먼저 펼쳐 여행지의 위치를 확인하고 도착지로 가는 길을 탐구하는 것처럼 시험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니 여러분은 다소 시간이 걸리고 귀찮더라도 선배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합격수기도 읽는 등의 과정을 통해 임용 시험이 어떤 시험인지에 대해 먼저 알고 시험을 시작하시길 바랍니다. 저 같은 수험생이 등장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합격자들이 합격 수기를 작성합니다. 이점 꼭 유의해주세요.
두 번째는 임용 공부 초기 저의 수준을 파악하지 못하고 남들이 하는 대로 따라하기만 했다는 것입니다. 즉, 메타인지가 부족했습니다. 사범대학에 재학 중이었기 때문에 감사하게도 3학년 2학기부터 합격자 선배님들의 도움을 받아 개론서 읽기를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한국사, 동양사, 서양사의 대표 개론서를 한 학기만에 읽기 위해 어마무시한 분량을 학교 생활을 하면서 읽어야 했는데 한국사를 제외하고 정말 EBS 수준도 모르던 저에게 그것은 무리한 임무였습니다. 개론서 읽는 방법에 대한 지식조차 없었기 때문에 이 활동은 오히려 버거운 짐이 되어 제가 초수 공부 시작과 함께 슬럼프를 겪는 배경이 되었습니다. 만약 합격 수기를 읽고 계시는 여러분이 재학 중인 학교에서도 선배님과 함께 개론서 읽기 스터디를 실시하거나 이와 비슷하게 임용 공부 지원을 해줄 경우 부디 잘 생각하고 하실 것을 권장합니다. 선배들이 도와준다고 하는데 일단 도움이 되겠지? 라고 생각하고 무작정 뛰어들면 정말 힘들어질 수 있습니다. 자신의 수준이 어느정도인지 확실히 인지하고 저처럼 기본 지식이 부족하다고 생각이 된다면 개론서 읽기에 도전하기보다 EBS를 수강하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후에 있을 1~2월 인강 때 몰아치는 분량으로부터 여러분을 지켜줄 방패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인강을 듣는 동안에도 자신의 수준이 미약하다는 생각이 들면 기본만 하겠다는 마음으로 공부하세요. 저는 선배들로부터 받은 책들도 많았고 잘하고 싶은 의욕도 있었기 때문에 초기에 한국사 개론서를 한통 이외에 여러 권을 동시에 읽었습니다. 잘 하고 싶은 마음에, n수생들은 여러 권 읽는다는 소식에 조급해져서 도전하게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억하세요. 우리는 푸드파이터도, 먹방하는 유튜버도 아닙니다. 많이 읽어서 소화 못 시키면 그냥 시간만 버리는 것입니다. 그러니 이것도 못 하냐며 자책하기보다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마음가짐으로 자기 수준에 맞게 하세요. 초반에는 선위도 벅찹니다. 저는 초수 내내 선위도 힘들었어요.....
세 번째로 기출 분석에 대해 고찰이 부족했습니다. 사실 여전히 기출 분석은 저에게 두루뭉술하게 느껴집니다. 모두가 기출 분석이 매우 중요하다고 외치지만 정작 저는 그게 뭔지, 어떻게 하는 것인지 잘 몰랐습니다. 정말 많은 합격자가 기출 분석 방법에 대해 상세히 남겼음에도 수험 생활 초기 합격 수기를 소홀히 한 업보를 그대로 돌려받게 된 것입니다. 시간이 한참 지나서야 기출 분석의 중요성을 느꼈지만 이미 5월을 넘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기출을 분석하는 데 시간을 쓰는 것은 늦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기출 내 지문과 답에 좀더 집중하여 이를 개론서에 단권화하였고 저의 부족한 개념을 보충하는 방향으로 기출을 활용했습니다. 그리고 기출을 많이 반복하여 기출에 나왔던 사료나 내용만큼은 완전히 습득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 방법이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확실히 다른 합격자들이 기출을 거의 씹어먹는 것처럼 분석하는 것에 비하면 많이 부족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저만의 공부 방법을 명확히 정하지 못하고 주변의 말에 이리저리 휘둘렸습니다. 저는 수능 시절부터 공책에 정리하고 연습장에 쓰면서 공부하는 습관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역사과 임용은 너무 범위가 많아 요약본을 만드는 것은 장수로 가는 지름길이라는 선배의 조언을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최대한 요약을 자제하고 개론서 정리도 선위에 단권화하는 정도로만 했습니다. 단권화가 마무리된 후에는 제가 더 이상 쓸 부분이 없어 그냥 연필로 밑줄 그어가며 읽기만 했습니다. 그러자 집중력이 떨어지고 제가 제대로 공부하고 있는 게 맞는지 확신이 들지 않아 이런저런 공부방법을 시도하다 결국에 막판에는 키워드만이라도 공책에 정리하며 공부했습니다. 합격자의 조언을 듣는 것은 굉장히 좋습니다. 그런데 사람의 성향과 습관은 쉽게 바뀌지 않습니다. 그러니 자신이 이때까지 해온 공부 방법 등과 합격자들의 조언을 적절히 조합하여 임용 시험을 어떻게 공부하면 좋을지 큰 틀을 만드시길 바랍니다. 이 내용은 첫 번째, 두 번째 아쉬웠던 점과도 겹치는 부분입니다. 이렇게 반복적으로 이야기하는 만큼 수험 생활에 있어서 자신에 대해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3학년부터 하면 가장 좋고 그것이 아니더라도 임용 시작 전에 한 번은 꼭 생각해보시길 바랍니다.
2) 재수
저는 초수 동안에는 서울에서 거주하다 재수부터는 굳이 서울에 있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서 본가인 부산으로 내려와 공부했습니다. 대대적인 이사이기도 하고 특히 2월에 저의 정신적 지주였던 할머니께서 돌아가심에 따라 심적으로 재정비를 해야 할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작년 공부를 되돌아보며 저의 공부 방법을 정리하고 2월 말부터 수험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제가 작년을 바탕으로 만든 공부 원칙은 다음과 같습니다.
- 7시 반 도서관 도착, 10시 공부 끝 하루 루틴 지키기
- 개론서, 기출, 학습지 선위에 단권화 -> 요약본 정리 -> 키워드 정리
- 한국사 교과서 9종 다 읽기
- 학습 플래너 매일 쓰기
- 무리하지 않고 충분한 예열을 거친 후 공부하기
- 따로 쉬는 날 두지 않기(하지만 힘들 때는 충분히 쉬기)
① 2월 말~ 3월
아래 사진은 제가 만들었던 2, 3월 계획표입니다. 저는 1월부터 하는 인강을 듣지 않았기 때문에 그 시간 동안 별도로 개론서를 읽었습니다. 하루에 몇 페이지를 읽어야 하는지 등을 계산해서 최대한 주요 개론서를 인강 전까지 모두 읽을 수 있도록 계획했습니다. 앞으로 인강과 선위를 반복해서 볼 기회는 많지만 개론서에 온전히 집중해서 읽을 기회는 지금 아니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개론서를 읽을 때 선위를 항상 옆에 두었습니다. 필기를 위한 것도 있지만 각각의 장점을 이용해 시너지 효과를 보기 위함이었습니다. 선위에는 정말 많은 내용이 보기 좋게 정리가 되어 있지만 중요한 내용만 선별한 만큼 단절적인 느낌이 없지 않아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흐름이 잘 이해되지 않을 수 있는데 이 부분을 메꾸어주는 것이 바로 개론서라고 생각합니다. 꼭 외워야 할 부분은 아니지만 흐름 이해에 중요한 문장들이 있습니다. 개론서를 읽다보면 그런 부분도 한줄 한줄 읽으면서 각자 자신에게 맞는 역사 흐름을 그릴 수 있습니다. 또한 선위에 있는 내용만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선위는 내용을 취사선택한 것이기 때문에 결국에 빠지는 내용이 있을 수밖에 없죠. 그 빠진 내용을 한 번이라도 읽어보는 것과 그냥 넘어가는 것은 차이가 꽤 큽니다.
그러나 개론서는 줄글이라 규모가 큰 사건의 경우 한 번에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거나 제가 모르는 사건과 내용이 나왔을 경우 빨리 찾아보기 쉽지 않습니다. 그리고 무엇이 중요한 내용인지 몰라 모든 내용에 집중해서 읽을 때가 있지요. 이때 옆에 있는 선위를 활용하여 정리된 내용을 바탕으로 사건의 내용을 한눈에 읽고 이해하면 됩니다. 선위에 있는 내용과 사건을 위주로 개론서를 읽으며 흐름을 이해한다고 생각하시면 편할 것 같습니다. 왔다갔다 하는 것이 비효율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개론서 읽는 것이 서툰 분이나 저처럼 그저 읽기만 하면 어느 순간 집중력이 저하되는 분들에게 추천하는 방안입니다.
이렇게 개론서를 읽으면서 필요한 부분은 연필로 선위에 필기를 했고 나중에 그 내용을 다시 찾아보고 싶을 때를 대비해 문장 끝에 △, ○ 등의 표시를 하여 이 내용이 어떤 개론서에 있는지 알 수 있도록 했습니다. 개론서 읽기와 단권화를 동시에 진행한 것인데 저의 주목적은 흐름 이해였기 때문에 빠르게 개론서를 읽고 다시 읽으면서 중요 부분을 필기했습니다. 또 연필로 한 이유는 공부 초기인 만큼 수정이 필요할 때를 대비한 것입니다. 개론서 읽기가 다 끝나고 인강을 들으며 개론서를 한 바퀴 더 돌릴 때 저 표에 적힌 것처럼 다른 색의 펜을 활용해 선위에 필기했습니다. 나중에 읽을 때는 개론서를 가볍게 읽으면서 제가 빠뜨린 중요 내용이 있는지 확인하는 데 중점을 두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오늘 분량의 개론서를 다 읽으면 정리용으로 제가 쓰는 학습플래너 빈칸에 키워드를 정리했습니다. 이 키워드는 최대한 개론서를 보지 않고 마치 백지 복습하듯이 썼습니다. 그 후에 개론서와 선위를 다시 보면서 빠진 키워드가 있다면 추가로 적으면서 2번 복습할 수 있게 했습니다.
전공 공부는 개론서 읽기와 함께 교과서 읽기도 실시했습니다. 혼자서 교과서를 읽는 것은 재미없기 때문에 작년에 스터디했던 친구들과 그대로 스터디를 유지했습니다. 스터디 방법은 정해진 출판사 2곳의 교과서의 소단원을 읽은 후 카페에 각자 3개씩 교과서 문제를 올리는 것으로 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올라온 문제들을 풀고 카톡에 푼 사진을 올려 스터디 수행을 인증했습니다.
초기에는 세계사, 한국사를 동시에 진행했습니다. 세계사 이후에 동아시아사까지 실시했으나 이 두 과목은 따로 챙겨 읽을 정도로 내용이 도움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판단하여 2개의 출판사만 읽고 끝낸 후 더이상 스터디를 진행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한국사만 9종의 교과서에 대해 문제를 냈습니다. 한국사도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의 흥선대원군 부분부터 6월 민주항쟁까지만 진행했습니다. 이렇게 범위를 제한했음에도 불구하고 3월 7일에 시작한 스터디는 11월 13일이 되어서야 끝날 수 있었습니다. 그만큼 교과서에서 이 부분에 대해 굉장히 상세히 다루고 있다는 것입니다.
저희처럼 퀴즈를 내는 방식으로 모든 종의 교과서를 다 읽는 방법도 있지만 확실히 이것은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장기간 스터디로 진행할 자신이 없다고 생각되면 몇몇 교과서만 선택해서 집중적으로 읽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어떤 방법을 선택해도 상관없으나 교과서를 읽을 때는 사진, 사료, 탐구 자료 등도 굉장히 상세히 봐야 함을 유의하셔야 합니다. 특히 한국사 교과서는 교과서마다 특징도 뚜렷한 편이고 의외의 부분에서 개론서에서 등장하지 않는 중요한 내용이 등장합니다. 특히 배경, 의의, 한계 등을 집중적으로 보시는 게 좋고 교사용 교과서를 통해 각 탐구문제의 답을 확인하는 것도 놓치지 마세요. 그러니 혹시라도 보충할 부분은 없는지 꼼꼼히 살피고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바로바로 선위에 단권화 하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저는 보충할 것이 많아 아예 선위에 추가할 내용만 따로 파일로 정리했습니다.
한자 공부는 구영모 선생님이 추천해주신 한자 암기 박사라는 교재를 활용해서 외우는 것이 저의 계획이었습니다. 실제로 초반에는 그럴듯하게 굴러갔지만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리고 이렇게 외워도 바로 한자 사료에 적용하지 않다 보니 순식간에 잊어버려서 어느 순간 포기했습니다. 대신 다른 방법으로 한자 공부를 했습니다. 초수부터 한자 공부는 한자책을 통해 한자를 외우지 않고 사료를 직독직해하면서 자연스럽게 한자가 눈에 익도록 하는 방향으로 진행했습니다. 이 방법은 초기에는 어엄~청 오래 걸립니다. 하지만 구쌤이 사료 해석하실 때 놓치지 않고 따라가면서 주요 단어에 표시하고 해석하는 연습하시면 됩니다.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여러 뜻 중에서 상황에 맞는 뜻으로 해석하고, 모르는 한자가 나와도 추론하면서 사료 문제를 풀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리고 반복적으로 나오는 단어가 정해져 있어서 다른 것은 몰라도 그 단어만큼은 확실하게 기억하고 활용할 수 있습니다. 저는 해석하는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나오는 단어와 모양이 비슷해 헷갈리는 단어를 단어장에 정리해두고 보면서 공부했습니다.
② 4~6월
인강 개강까지 시간이 애매하게 남아서 그 사이에 시간상 다 보지 못했던 서양사, 동양사, 역교론 개론서를 마저 보았습니다. 그리고 친구들과 인강을 듣는 날을 맞춰서 같은 날 같은 인강을 들을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인강을 들은 후에는 개인 공부 시간을 가지고 인강을 들었던 범위에 해당하는 내용을 인출하는 스터디를 9시부터 11시까지 구르미를 통해서 진행했습니다. 이것이 4~6월 간 진행된 공부의 큰 틀입니다.
이때 인강은 기출 분석을 위주로 진행되었기 때문에 강의를 듣기 전날에 미리 기출을 풀고 인강을 들었습니다. 인강을 들은 후에는 학습지의 내용과 기출의 지문을 선위에 단권화했습니다. 사실상 기출 분석의 방식이 초수 때와 전혀 바뀌지 않은 것입니다. 제가 이 방법을 고수한 이유는 기출 분석이 뭔지도 모르면서 이것저것 시도해서 시간만 뺏기느니 이거라도 확실하게 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여러분들은 좀더 기출분석에 대해 잘 생각해보시기를 추천합니다.
그래도 작년의 방식과 조금 바뀐 부분이 있다면 기출에 등장한 지문의 내용을 선위에 추가한 것뿐만 아니라 선위의 내용이 기출로 출제되었다면 그 부분도 따로 표시를 한 것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하늘색 색연필과 파란색 펜은 기출에 지문 혹은 사료 속 내용으로 출제된 부분입니다. 그리고 2020-b-5라고 되어 있는 부분은 솔리두스가 2020학년도 b형 5번 문제의 답이었던 거죠. 이렇게 하면 어느 부분에서 중점적으로 문제가 출제되었는지, 어떤 내용이 선지로 나왔는지 선위를 공부하면서 바로 알 수 있습니다. 그러면 하늘색 색연필 부분과 파란색 펜으로 적힌 부분을 다른 부분보다 더 중점적으로 외우면 되는 것이죠. 제가 기출 답에 출제 연도를 적어둔 것은 너무 최근 문제인 것은 어느정도 건너뛰고 공부하려는 의도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 한국사 독립협회가 2023학년도에 이어 바로 등장함에 따라 적어도 1개년은 쉰다는 불문율이 깨지고 말았습니다. 출제 연도 표시해둔 것을 보면 이미 예전부터 그 불문율이 어느정도 흐려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만 2024학년도 기출을 통해 완전히 박살났음이 증명되었습니다. 이제 여러분은 작년 기출이라는 것과 관계 없이 다 공부하셔야 합니다. 사실 이게 맞고 제가 꼼수를 부리려다 된통 당한 겁니다.
그리고 기출 분석반은 기출과 연관된 추가적인 자료를 따로 프린트로 제공해주십니다. 어느정도는 주요 개론서보다 심화된 내용에 대해서도 알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서 그것도 다 읽고 따로 선위에 단권화를 했습니다. 검정색 펜이 주요 개론서가 아닌 개론서에서 나온 정보, 인강 속 강의 내용 필기 등입니다. 그리고 주요 개론서는 초록색, 보라색 펜 등으로 구분해서 어떤 개론서에서 나온 정보인지 표시했습니다.(위 사진 속 초록색, 보라색 색연필은 제가 못 외웠던 내용을 따로 표시한 것입니다) 그러면 다른 내용에 비해 이 부분은 중요성이 떨어진다는 것이 바로 보입니다. 이렇게 필기할 때 볼펜 색으로 중요도에 차등을 두면 내용을 외울 때 선택과 집중을 할 수 있어 수월합니다. 어차피 모든 내용을 외울 수 있는 능력은 없으니까요. 이렇게 하면 1차로 개론서, 기출, 학습지의 내용을 담은 단권화가 완성됩니다.
기출분석반이 마무리되고 총괄평가를 진행했습니다. 초수 때도 마찬가지지만 저는 인강에서 진행한 모의고사나 총괄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맞은 적이 손에 꼽습니다. 그래서 저는 저의 멘탈을 보호하기 위하여 틀린 문제는 그에 대해서만 복습을 진행했고 각 과목 별로 점수를 따로 분류하거나 총점을 계산해 저의 실력을 분석하지는 않았습니다. 어떤 것이 더 좋은가는 여러분의 선택입니다만 저의 경험상 인강에서 실시하는 모의 평가와 실제 임용고시 결과가 항상 직접적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러니 총괄평가를 풀 때는 최선을 다하되 그 결과에 대해서는 적당히 걸러서 받아들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사실 이쯤 공부했으면 이미 내가 어느 과목에서 강하고 약한지는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을 것이기 때문에 그 점수 하나에 연연하지 않길 바랍니다. 대신 특정 과목의 어느 부분에서 더 약한지는 파악할 수 있는 기회로 삼기에 좋습니다. 그리고 저는 문제에 나왔던 사료들을 습득하는 것에 방점을 두고 공부했습니다.
③ 7~8월
7월 중순부터 새롭게 문제풀이반을 수강했고 앞서 진행했던 방식을 어느정도 유지하면서 개인 공부를 했습니다. 대신 아침에 실시하던 교육학 스터디가 없어지고 교과서 스터디와 같은 방식으로 카페에 문제를 올리는 교육학 스터디를 시작했습니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요약본 정리에 들어갔습니다. 저에게는 역교론과 동양사가 제일 어려워서 이 2과목은 전 범위를 요약 정리했으며 나머지 세계사와 한국사는 개론서와 선위를 다시 읽으며 복습했고 제가 유독 어려워하는 부분만 발췌해서 정리했습니다. ‘역사 교육의 첫걸음’은 개론서를 다시 읽으면서 바로 요약본에 정리했고 나머지 역교론과 동양사는 선위에 단권화 한 내용을 바탕으로 정리했습니다. 그야말로 기출, 개론서, 학습지 등을 모두 선위에 단권화하고 이것을 다시 한번 더 압축 정리한 셈입니다.
요약 정리할 때는 기출 지문과 기출에서 언급되었던 내용만 파란색으로 필기했습니다. 무엇보다 기출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역교론은 ‘아’ 다르고 ‘어’ 다른 과목이라 기출의 원문을 최대한 그대로 작성했습니다. 이후 중요도에 따라 내용을 취사 선택하여 검은색 펜으로 필기했습니다. 그리고 스터디나 인강을 들으면서 요약본에 보충해야 할 내용이 있다고 판단되면 옆 페이지에 추가 내용을 덧붙였습니다. 선위에 없는 추가 내용은 선위에도 추가해서 요약본과 선위 내용에 큰 차이가 없도록 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요약본이 더 이상 요약본으로서 역할에서 벗어나게 됩니다. 그러나 저는 요약본을 만들어서 주요 내용만 외우겠다기보다는 쓰면서 외우고 지저분한 선위를 정리하겠다는 목적으로 만들었던 것이라 사실상 ‘미니 선위’가 되었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요약본은 제가 밥 먹을 때나 공원에서 공부할 때 들고다니며 외웠습니다. 아무래도 이런저런 필기가 섞인 선위보다 더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어 정리 외에 따로 암기할 때 유용했습니다. 특히 암기펜이라고 해서 안 외워지는 부분을 붉은색 형광펜으로 칠하고 초록색 셀로판지를 덮으면 해당 단어가 안 보이게 만들어주는 펜이 있습니다. 이 펜을 활용하면서 공부했던 것도 도움이 되었습니다.
④ 9~11월
마지막 스퍼트를 끌어올릴 기간으로 모의고사 인강을 수강하였습니다. 이 정도되면 세세한 부분을 제외하고 큰 틀은 완성되어 있습니다.(그리고 그래야 합니다.) 그래서 기존에는 인강 수강 부분에 해당하는 내용에서 인출 스터디를 진행하였다면 이번에는 아예 랜덤으로 진행했습니다. 예를 들어 스터디에 모였을 때 명, 청 시기나 절대왕정 시기와 같이 특정 부분을 고르고 그 안에서 랜덤으로 문제를 내는 것입니다. 이렇게 해서 최대한 고르게 문제를 내되 상대가 어느 부분에서 나올지 예습해올 수 없도록 해서 그의 진정한 실력을 평가하고자 했습니다. 아주 단순하지만 확실한 방법이었기 때문에 한동안 보지 않아 잊고 있었던 부분도 다시 외울 수 있어 좋았습니다. 하지만 임용 공부 초기에 랜덤 인출을 하시면 자신감이 급격히 떨어질 수 있으므로 막판에 하실 것을 추천합니다.
저는 역교론이 굉장히 약했기 때문에 추가로 스터디를 하나 더 실시했습니다. 이번에도 함께 스터디 하던 친구와 했기 때문에 교과서 스터디와 같은 방식으로 진행했습니다. 선위의 목차를 적절하게 나누어 일주일만에 역교론을 한 바퀴 돌리도록 구성하여 결과적으로 퀴즈로만 역교론을 6번 회독할 수 있게 했습니다. 이렇게 하더라도 완벽하게 역교론을 외우는 것은 불가능하겠지만 적어도 뭐라도 했다는 생각에 자신감은 생깁니다. 그리고 6바퀴를 돌린 거니 실제로 효과도 꽤 좋았습니다.
이 시기는 마지막 정리로 저는 선위 다시 읽기와 기출 다시 풀기를 선택했습니다. 기출은 기출에 어떤 문제와 사료가 나왔는지 상기하는 정도로 빠르게 풀고 지나갔으며 대신에 객관식 선지들의 경우 각 선지를 적절하게 풀이할 수 있는지 정도는 점검했습니다. 그리고 요약본은 아무래도 내용이 압축 축소된 것이라서 최종 정리로 요약본을 보기보다는 선위를 보는 것이 더 적절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기출과 반대 순서로 선위를 읽었습니다. 기출을 시간 순서대로 풀었다면 선위는 그의 역순으로 읽는 것이죠. 이렇게 해서 특정 시기만 집중적으로 읽게 되는 것을 막고자 했습니다.
이제 진짜 일주일 정도 남았을 때 저는 제가 제일 좋아하는 뮤지컬이 2024년에 오랜만에 다시 공연한다는 소식을 듣게 됩니다. 그러나 개막 시기가 10월 중반이라 만약 이번에도 또 떨어진다면 저는 그 뮤지컬을 볼 수 없게 되기 때문에 제 기준 초인의 힘을 발휘했습니다. 그래서 일주일 정도는 거의 밥 먹으면서 쉬는 시간 없이 공부해 선위를 전 과목 다시 회독했습니다. 회독하면서 정말 끝까지 안 외워지는 용어나 내용을 아주 간략하게 정리하였습니다. 제 경험상 시험장에서는 뭘 읽어도 눈에 잘 안 들어오고 시간도 부족하기에 끝까지 저를 괴롭히던 내용만 골라 준비하는 게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결국에 시간이 촉박해 한국사의 고종의 개혁 부분은 못 보고 시험을 치게 되었지만 지금 생각해도 어떻게 해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이렇게 선위를 막판에 한번 더 보았기 때문에 좀더 자신감 있게 시험을 치러 갈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3. 2차 공부
1차 시험을 끝내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완전히 망쳤다는 생각에 당장 기간제를 준비해야겠다고 다짐했던 게 아직도 생생히 떠오릅니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 저의 반응에 속상해하실 부모님 생각은 못하고 며칠을 징징거렸습니다. 그렇게 저희 가족 모두가 제가 올해도 떨어졌다고 생각하고 반쯤 포기했었습니다. 1차 시험 전 미리 12월 2차 스터디를 구해두었기에 그곳에 참여하기는 했지만 저는 기간제 면접과 실연 준비라고 생각하고 스터디에 임했습니다. 그만큼 12월은 2차에 대한 준비가 굉장히 부족했습니다. 교과서도 제대로 읽지 않았고 스터디에서 진행하는 면접과 실연도 큰 준비 없이, 영상도 안 찍고 대충 준비했습니다. 그러다가 1차 발표일에 덜컥 합격했다는 문구가 떴을 때 저는 정말로 정신이 나가는 줄 알았습니다. 수많은 합격수기에서 떨어질 것 같다고 준비 안 했다가 1차에 합격해서 발등에 용암이 떨어진 사례를 수없이 보고도 그것이 제가 될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을 못했기 때문에 합격의 기쁨보다는 우려가 더 컸습니다. 하지만 일단은 붙었으니 뭐라도 해야 한다는 생각에 12월에 함께 하던 스터디원 일부와 북소년에서 스터디원을 추가로 모집하여 2차 스터디를 본격적으로 진행하게 됩니다. 그러나 저의 준비는 정말 그저 실연과 면접을 많이 연습해보는 것에 지나지 않았고 교과서나 실연에서 저만의 스킬 준비 등이 매우 부족했기 때문에 제가 2차 준비에 대해서는 뭐라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실제로 실연에서 거의 5점으로 굉장히 크게 감점되었기 때문에 더더욱 저의 경험이 안 좋은 선례가 될 것 같아 글을 남기기 조심스럽습니다.
다만 반면교사 하시라는 의미에서 몇 가지만 남기겠습니다. 첫 번째로 교과서를 열심히 분석하세요. 저는 교과서 읽기에 매우 소홀히 했고 실제로 동아시아사는 펼쳐보지도 못하고 실연장에 갔습니다. 그나마 제가 아는 주제가 나와서 실연에서 뭐라도 이야기할 수 있었지만 그게 아니었다면 저는 바로 탈락했을 것입니다. 실연 횟수를 줄이더라도 교과서를 좀더 꼼꼼히 읽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실연을 아무리 많이 한다고 해도 할 수 있는 주제는 한정적이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로 평가원 면접은 자신감이 반입니다. 제가 주변 현직 선생님들 앞에서 면접을 시연했을 때 모든 선생님께서 자신감 있는 태도가 좋으나 나머지에 있어서는 두드러지게 좋을 것도 나쁜 것도 없어서 피드백할 것이 없다는 평을 받았습니다. 정말로 저는 자신감과 큰 목소리 말고는 아무런 장점이 없었던 것이죠. 그리고 실전에서 핀트에 엇나가는 답변을 하기도 하고 즉답형이 생각 안 나서 헛소리만 내뱉고 오기도 했습니다. 저는 저의 면접을 두고 ‘소리만 요란한 빈 깡통’이었다고 평가했습니다. 실제로 저의 답변을 들은 현직 선생님은 감점 여지가 있다고 이야기하셨습니다. 그런데 실제 점수는 저의 예상보다 훨씬 높았습니다. 도대체 명확한 이유는 알 수 없으나 제 생각에는 다소 핀트에서 벗어나더라도 끝까지 문제와 엮어서 답변했으며 최대한 자신감 있는 자세를 끝까지 유지하려고 했다는 점에서 좀 높은 점수를 받은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특히 면접은 채점 기준이 존재하긴 하나 평가자들의 주관적인 평가에 의한 상대평가라는 점에서 제 자신감 있는 태도가 좋은 인상을 줬다고 생각합니다. 일종의 후광 효과인 것이죠.
세 번째, 자의적으로 판단하지도, 그 판단을 믿지도 말 것. 저는 실연을 끝내고 내가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줬다고 자신하면서 나왔습니다. 실연에서 어느 정도 점수를 잘 받았을 것이라고 예상했기에 마음 편하게 면접을 보러갔습니다. 그리고 면접에서는 정말 연습 때도 하지 않은 치명적인 실수들을 잔뜩하고 왔지요. 그러나 실제 점수에서는 놀라울 정도로 저의 판단, 느낌과는 다른 점수가 나왔습니다. 만약 면접을 먼저 보고 실연을 봤으면 어땠을까요? 저는 아마 면접을 망쳤다는 생각에 더욱 긴장해서 실연을 지금보다도 망쳤을지도 모릅니다. 1차와 달리 이틀에 걸쳐 진행되는 만큼 그 어떤 때보다 멘탈 관리가 중요합니다. 그러니 자의적으로 자신의 실연과 면접을 평가하여 그것이 다음날의 시험에 영향을 미치도록 하지 마세요. 계속해서 떠오른다면 잘 쳤다고 실제와 관계없이 세뇌하려고 하세요.
4. 멘탈 관리
저의 주특기는 긍정적 사고입니다. 안 좋은 일이 생겨도 액땜으로 치부해버리거나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그런 유한 사고 말입니다. 그런 저조차도 임용고시 때는 정말 힘들었습니다. 1년에 한 번뿐이라는 점, 나의 밥줄과 직접적으로 연관된다는 점 등등이 이래저래 사람을 압박해서 공부에 집중하기 어렵게 만듭니다. 그래서 저는 시험 동안에는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자존감을 올려줄 수 있는 몇 가지 말들을 머리에 세뇌하고 공부를 했었는데 그는 아래와 같습니다. 이 외에도 많았는데 잘 떠오르지 않습니다.
- TO가 한 자리여도 그 자리가 내 자리
- 나만큼 역사 좋아하는 사람 없어
- 난 할 수 있다
- 내가 면접을 보러 가는 것이 아니라 면접관이 나를 보러 오는 것이다
- 이 정도 액땜이면 합격은 따놓은 당상이다
그리고 저는 상상하는 것을 좋아해서 여러 가지 상상을 통해서 자신감을 올리곤 했습니다. 이를테면 합격해서 합격수기를 쓰는 상상도 있습니다. 이것은 제가 가장 열심히, 많이 했던 상상입니다. 상상도 그냥 하는 게 아니라 합격 수기를 쓴다면 어떤 내용을 쓰고 싶은지, 꼭 전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지 등을 종이에 적으면서 생각했습니다. 결국에 저는 합격 수기를 쓰고 있지만 제가 종이에 적어둔 것과는 내용이 많이 달라졌네요. 추가로 합격해서 저를 챙겨주었던 주변 사람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는 모습, 합격 후 마음 놓고 뮤지컬을 보는 모습 등등 합격 이후에 제가 무엇을 할 것인지 정말 구체적으로 상상했어요. 제 나이와 비슷한 분들은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그 유명한 R=VD 공식에 딱 걸맞게 행동했다고 할 수 있죠. 이게 진짜일지는 모르겠지만 저의 멘탈 관리에는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또한 임용 합격 그 자체보다는 합격을 통해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생각하며 부수적인 목표를 세웠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주변 사람들에게 감사 인사하기, 서울 여행 가기, 유럽 여행 가기, 뮤지컬 보기 등 정말 다양한 목표를 세웠어요. 이렇게 여러 목표를 세우자 제가 공부를 할 때 정말로 임용만 보고 가기보다 좀더 멀리 시야를 두고 움직이게 되더라구요. 그리고 이게 임용이 주는 압박감도 줄여주고 임용 시험에 합격했다는 사실 그 자체 외에도 부가적인 보상이 주어지는 것이라 생각되어 더 열심히 공부하게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진짜 사소한 것에 감사하다, 나는 운이 좋다는 말을 계속하며 살았던 것 같아요. 버스 빨리 오는 것, 내가 좋아하는 자리가 비어있는 것, 도서관 식단에 내가 좋아하는 반찬이 나오는 것 등 진짜 별 것 아닌 것에도 그런 말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게 은근히 일상 속 저의 행복감을 높여주는 데 큰 역할을 하더라구요. 정말 간단한 것이니 여러분도 꼭 실천해보시길 바랍니다.
5. 나가며
끝까지 읽어주신 분들 여기까지 읽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부족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처음에 합격 수기를 쓰겠다고 다짐했을 때는 정말 어마무시한 합격 수기를 작성하고 싶었는데 막상 쓰다보니 어떻게 공부했는지 하나도 기억 안 나서 기억을 더듬느라 고생했습니다. 완성도가 너무 떨어져서 민망할 정도입니다. 그래도 한 마디 더 해보자면 마지막으로 임용을 공부하는 여러분들에게 정말 고생했다고 말하고 싶어요. 사실 고등학교부터 교사 하나만 보고 지금까지 온 것이잖아요. 다른 회사나 진로로 취직하기 어려운 사범대 특성상 교사가 안 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많을 것 같아요. 하지만 지금까지 정말 잘 해왔으니까 조금만 더 하면 되거든요. 그러니 내가 왜 교사가 되고자 했었는지 떠올려 보면서 딱 1년만 고생해봅시다. 초수 합격자가 적다고는 하지만 없는 것은 아니거든요. 그 주인공 여러분이 될 수 있습니다! 아자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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