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술붕어입니다.
군대 생활을 같이했던 친구 딸 결혼식 청첩장을 받고
불현듯 전경대 시절의 일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갔습니다.
전경대는 연고지 배치로
부대원들 대부분이 그 지역 출신들이었습니다.
103전경대는 전북 부안 격포에 주둔하고 있었는데
내 모교인 익산의 여러 명의 남성고 출신들이 있었고
그 중 동기동창이 3명이나 있었습니다.
30기 김*현은 5소대1분대(치안감. 전 서해해양경찰청장)
23기 소*영은 본부중대(지하철 공사 퇴직),
13기인 나는 5소대 3분대 분대장 (서울시 퇴직)이었습니다.
우리들에게는 3명의 여자가 있었습니다.
은실이.(가명)
인근 마을에서 제일 예쁘다는 소문이 난 아가씨로
전경대원들의 선망의 대상 이었습니다.
그런데 내 친구 소*영이 추석 때 마을 노래자랑에 나가
기타를 치면서 "목화밭"이란 노래를 불러
대상을 받은 사건을 계기로 사귀 여인입니다.
휴가 때 전주에서 데이트를 하다 보면
안 바라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미인이었습니다.
혜숙이.(가명)
이리여고를 나와 교육대학에 다니던 아가씨로
이번에 딸을 결혼 시키는 김*현이 데이트 신청을 하자
대학도 못 들어 간 놈이 무슨 데이트 신청이냐고 핀잔을 주자,
이를 악물고 공부를 하여 대학에 들어갔고
원광대 3학년 때 경찰 간부후보생 시험에 합격하여
치안감(전 서해경찰청장)까지 오르게 한 여인입니다.
그러나 결혼까지는 가지 못했습니다.
옥선이(가명)
눈이 유난히 크고 까만 술붕어가 사귀던 아가씨로
결혼까지 생각했었는데
경찰에게 딸을 시집보낼 수 없다는 부모님들의 반대로
헤어진 추억속의 여인입니다.
우리들은 군 시절 이 여인들 문제로 심히 괴로워했으며
모였다하면 소주병을 무수히 쓰러뜨렸습니다.
젊고 혈기 왕성하던 시절이 엇그제 같은데
모두 현역에서 은퇴 머리에는 서리가 내리고
김*현은 김제에서 파프리카 농장을
소*영은 가평에서 통나무집 짓는 사업을
나는 여주에서 블루베리 농장을 짓고 있으니
세월 참 빠릅니다.
막걸리가 마시고 싶은 오늘같이 날이면
하늘과 바다가 온총 피빛이던 서해바다의 낙조가 보고 싶고
친구 딸 결혼식 날
아무래도 집에 못 들어 올 것 같다는 예감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