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비공개로 진행되는지라 정보가 별로 없어. 여름엔 꼭 너를 봐야겠다고 신나게 계획을 조잘거리는 던 순간은 이미 너가 떠난 뒤였어. 너무 늦었던 걸 몰랐어. 그래서 이젠 내 마음 편한 대로 생각하려 해. 전에 활동 쉬었을 때도 구체적으로 알리지 않은 게 참 너 답다, 현명하다 여겼거든. 이번에도 마찬가지네. 너도 지키고 다른 사람도 보호하고. 너 뭐 그리 지킬게 많았니. 착하고 여린 너를 잘 지켰어야지.
계속 울어서 양심이나 이성까지 쏟아진 건지 네 모습을 확인하고 싶은 이기심이 고갤 들기도 해. 정말 딱 마지막 모습이라거나 너가 머무는 곳이라거나. 이러면 안 되는 거 잘 아는데도 그런 마음이 들더라. 근데 어떤 로하가 그러더라고. 연습생이던 그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너를 양보해 준 가족들에게 이제 우리가 양보할 차례라고. 너를 아주 많이 좋아하지만, 정작 닿은 적은 몇 없는 나도 네가 생때같은 데 가까이에서 널 지켜봐온 이들의 고통은 가늠이 안 돼. 그래도 빈아, 나는 자꾸 제법 괜찮을 수 있겠단 생각이 들어. 여럿이 나눠가지는 이 슬픔을 지금까지 너 혼자 품어왔다는 건 더 끔찍하거든. 내가 조금이나마 덜어줄 수 있어서 다행이야. 미리 걷어가주지 못해 미안해.
너와의 이별이 소화되고 나면 밥 잘 챙겨 먹을게. 가능하면 운동도 할게. 너처럼 따스하게 세상을 바라보도록 할게. 몇 년 전에 깨달았는데, 나이가 든다고 자연히 꽃 이름을 알게 되는 건 아니더라. 잘 살피고, 여러 번 불러봐야 그 이름이 외워지는 거야. 너는 정말 많은 것들을 아끼고 사랑해 줬잖아. 그 사랑에 내가 살았어. 깊은 해저같은 우울에서 숨 쉴 수 있었고, 여러 사람을 만나 내 세계도 확장할 수 있었어. 네 따스함을 기억해. 너가 더 머물고 싶을 세상이 되도록 노력할 거야.
너만 생각하면 애틋하고 슬프고, 남은 사람은 걱정돼. 특히 산하는 불안할 정도로 걱정돼. 빈이가 아팠던 이후부터 산하가 많이 바뀌었다고 느꼈거든. 빈이 형은 무서워~하던 교정기 낀 산하 기억해? 그러던 애가 너를 많이도 챙기더라. 종종 그 눈빛이 너무 다정해서 소외감도 느꼈어!!! (로하도 껴주라!!!) 공연장에서 너가 불편해할 때면 가장 먼저 챙기는 게 산하라 정말 안심이 됐어. 빈이도 산하 엄청 아끼고 귀여워했잖아. 이런 관계가 참 좋았어. 이제 네 몫까지 우리가 줄 거야. 그니까 걱정말고.
나는 애정이 넘치는 사람도 아니고, 타인을 신뢰하는 사람도 아니라서 상실의 고통이 너무 어색해. 지독하게 아픈데, 이 정도로 널 좋아했다는 게 실감이 안 나. 내가 생각하던 것 이상으로 널 좋아했나 봐. 그래, 내가 미처 자각하지 못해서 너한테도 못 전했을 것 같아서 속상해. 믿는 종교가 없다는 게 슬퍼. 내게 신이 있다면 널 좋은 곳으로 보내달라고 빌었을 텐데, 그 부탁도 난 못 해. 너무 잔인한 시간들이야.
빈아, 우리 빈이. 몇 번을 불러도 질리지 않는 네 이름. 닳을까 겁나지만, 실컷 부를 거야. 민들레 보면서도 너 생각하고, 네스퀵 보면서, 전동킥보드 보면서, 진라면을 사고, 아메리카노, 위글위글, 토마토, 농구공, 구찌가방, 볼캡을 보면서 너를 떠올릴 거야. 널 그리는 내 몫을 잘 해낼게.
이제 너가 흔적으로만 존재한다는 게 실감이 안 나지만, 네가 남긴 것들이 너무나도 많아서 그 누구보다 선명하고 생생할 거야. 그니까 빈아, 너 정말 잘 있어야 해. 나는 '그럴 수도 있지', '괜찮아요, 다음에 잘 하면 돼' 하는 너의 위로와 응원으로 잘 살아볼게.
정말, 아주 많이 좋아했고
그보다 더 오래 널 기억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