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칼과 페르젠을 바라보는 내 자신을 거울에 비추노라면 초등학교 크리스마스 행사 연극이 떠오른다.
나는 예나 지금이나 남 앞에 자신을 드러내는 것을 즐기지 않아서 스태프를 원했다. 하지만 연극 선생님은 모든 학생들은 무대위에 단 한번이라도 올라와야 하고, 주인공도 스태프를 해야 한다는 극한의 평등주의자셨고, 나는 주인공이 등장할 때 우르르 퇴장하는 군인 중 하나를 맡았다.
본 연극 때, 나는 퇴장 타이밍을 놓쳤고 움찔거리다 부동자세로 서서 막이 내려갈 때까지 서있어야 했다.
나는 울먹였고 친구들은 웃으며 놀렸지만 선생님은 티 나지 않게 침착하게 서 있었다며 칭찬해주셨다.
"앙드레, 네가 잠깐만 등장하는 줄 알았는데 오랫동안 무대 위에 나와 있어서 얼마나 기뻤는지 몰라. 이렇게 잔뜩 찍었단다."
부모님은 무대 위의 나를 계속 볼 수 있어서 좋았다며 카메라의 영상과 사진으로 담으셨다. 다음해엔 부모님이 돌아가셨기 때문에 이 영상은 부모님 앞에서 공연한 처음이자 마지막 연극으로 남았다.
20년 가까이 지났지만 여전히 나는 무대 위의 배경처럼 서 있다. 바로 앞에 찬란한 조명을 받는 오스칼과 페르젠이 사랑의 연기를 하고, 오스칼이 짝사랑에 고통스러워 해도 나는 무대 중앙으로 달려나와 그녀를 뺏을 수 없다. 관객과 주연배우가 내 존재를 눈치채지 않게 구경해야 하는 엑스트라니까. 가끔씩 소품을 주인공에게 던져서 극 진행을 돕는 스태프니까.
무대에 페르젠이 등장한 순간부터 나는 가장 명예롭고 티 안나는 퇴장 시점을 궁리하게 되었다. 누구도 나의 존재를 눈치채지도 않고 내 부재도 눈치채지 않게.
그래서 페르젠이 오스칼과 공개적으로 만나고 관계를 인정할 때가 좋은 시점이라고 생각했다.
오스칼은 페르젠에 대해 자주 말하진 않았지만, 기회가 되면 언급하고 싶어했다. 좋은 방향으로.
"페르젠은 소탈하고 겸손해서 편해. 보통 남자들이 여자를 찍어 누르려 허세를 떠는 것과 정 반대거든."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세련되고 겸손한 태도로 나를 무시했고 그가 나보다 모든 면에서, 특히 비물질적인 부분에서 우위라는 것을 드러내고 싶어했다. 특히 오스칼 앞에서. 그를 만나면 언제나 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그것은 내 기분일 뿐이었다.
'오스칼이 그를 좋아하면 그걸로 되는 것 아닌가?'
겉보기와 달리 오스칼은 가정관이 매우 보수적이었다. 어린 시절 흔한 가벼운 이성 관계를 갖지 않는 것은 남자에게 적대적이어서가 아니었다. 아무도 모르는 오스칼만의 비밀이었지만 그녀는 여전사이기 전에 자신만을 위해 목숨이라도 바칠 기사를 꿈꾸는 소녀였다.
'나는 그녀를 위해 목숨은 바칠 수 있지만 목숨 외에 줄 수 있는 게 없으니까.'
반면 아버지가 딸의 남친을 심사하듯 까다롭게 고르는 심정으로 봤을 때, 페르젠은 완벽했다. 외모나 매너, 직업 뿐만이 아니다.
페르젠은 오스칼과 같은 계급이었고, 그녀에게 많은 자원을 줄 수 있었다. 자원은 단지 물질적인 부만이 아니다. 그는 전통있는 가문에서 자랐고, 많은 친척이 생존해있다. 나와는 달리 소개장 없이 사교클럽에 바로 가입했다. 영속적인 혈통에서 오는 정신적인 안정감. 물론 모든 것을 갖춘 그가 어떤 권태를 느껴서 유부녀와 연애하는지는 알 길이 없지만, 좋은 여성을 만나면 금방 사그러들 불장난이라 보였다. 나는 마음 속으로 그에게 합격 도장을 찍었다. 나의 오스칼, 내 여동생, 내 친구, 나의 귀부인에게 어울리는 짝으로.
내가 조용히 퇴장하기 위해 준비하는 동안 갑자기 페르젠이 무대 밖으로 사라졌다. 마리 이사장이 무대밖에서 불러낸 것이다.
조명 아래 혼자 서 있는 오스칼을 보자니 도저히 떠날 수 없었다.
손을 뻗어 다가가려 하면 페르젠이 다시 나타났다. 가끔씩 남자주인공은 제로델이나 아랑, 또 다른 데이트상대로 교체되긴 했지만 페르젠은 다시 나타났다.
남자주인공의 반복된 등장과 퇴장에 엑스트라인 나는 길을 잃고 무대 한켠에 엉거주춤 서 있었다. 남주에 대한 내 감정도 분노와 질시와 실망과 기대가 교차했다.
오스칼의 무대인 한, 영원히 나는 이렇게 서 있어야 할 것이다. 나는 오스칼의 무대에서 퇴장할 게 아니라 내 무대로 가야했다. 내 연극을 만들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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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내리는 창밖을 바라보며 20년 전 크리스마스 연극을 떠올렸다. 그때 스마트폰 창이 깜빡였다.
-너 시간될 때 잠깐 만날까.
베르나르는 멋진 녀석이다. 나는 그의 지칠줄 모르는 열정과 행동력을 좋아했다. 내가 가지지 못한 덕목이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할게. 나와 함께 하자. 앙드레."
"이번에도 해킹이냐? 이제는 못 막아줄 거야."
"그런 건 10대 시절에나 하는 거지. 나 스타트업 차렸어. 우리 회사 CMO겸 CFO를 맡아줘."
베르나르는 프랑스의 에드워드 스노든을 자처하던 녀석이다.
학창 시절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친구 막시밀리앙과 함께 국세청의 체납자와 페이퍼 컴퍼니로 세금 망명을 한 부자들의 리스트를 정리하여 '흑기사'라는 이름으로 온라인에 배포한 적이 있다.
해킹한 당사자는 막심이지만 테라 단위의 방대한 데이터를 몇 십일에 걸쳐 전처리하고 재분류한 사람은 베르나르이다. 한마디로 똘끼가 있는 녀석이다.
당연히 잡혀서 기소당했고, 동기와 교수들은 탄원서를 제출했다. 나도 친구였기 때문에 강도높은 조사를 받았다. 오스칼은 그와 전혀 접점이 없었지만 나를 위해 탄원서를 함께 제출했다.
그들은 집행유예를 받았고, 스타가 되었다. 나는 그가 시민단체에 들어가거나 저널리스트가 될 줄 알았기 때문에 스타트업을 차린 것이 신기했다.
"나는 네가 자랑스러워. 이런 친구를 둔 것도 영광이고. 하지만 같이 일하다가 감옥에 가고 싶진 않아."
"야야, 날 뭘로 보는 거야? 아 물론 나는 그런 놈이긴 한데, 우리 사업은 전혀 불법적이지 않아. 초기 투자금은 100프로 우리 돈이라고. 코인 인포를 판 돈을 다 여기에 박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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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기가 성공할 때가 있다. 막심이 딱 그런 케이스이다. 몇년 전에 비트코인 열풍이 불 때 코인에 투자한 사람은 두 부류이다. 작은 돈으로 일확천금을 노리는 젊은 부나방들, 그리고 큰 돈으로 더 큰 수익을 내려는 큰손들. 막심은 어느쪽도 아니었다. 그는 코인이 세상에 알려기지 전부터 코인을 신봉하는 빨갱이였다.
"코인은 중앙은행의 불합리한 화폐권력을 쪼갤 수 있는 탈 집중화 시민운동이다. 모든 정보를 분산해서 코인 소유자가 나눠 갖는 형태지. 진정한 민주주의의 실현이야."
지금 들으면 다들 웃지만 코인의 초기 모델은 정말 그랬다. 나도 둘의 주장에 설득되어 재미로 1코인을 채굴한 적이 있는데 나의 가난한 랩탑이 뻗어버려 이후로는 하지 않았다. 이후에 이 코인을 팔아 최신형 랩탑으로 바꾸었다.
둘은 1 비트코인이 1유로에 거래되던 시절부터 '코인 민주주의'라는 온라인 저널을 만들어 운영하였고(망했다), '코인 연구소'라는 연구단체도 만들었고(망했다), '코인 코뮨'이라는 시민단체도 만들었고(사라졌다), '코인 인포'라는 코인의 방대한 분석 정보를 제공하는 사이트를 만들었다(망할 뻔 했다. 기숙사 컴퓨터를 서버로 쓰다 정전되었으니까).
수년 후 코인 열풍이 불었을 때 거래소에서 이 코인인포를 좋은 조건으로 인수했다. 코인 열풍은 꺼졌고 둘 다 코인을 아직 가지고 있으나 그들은 처음부터 코인을 '투자'로 보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어서 그들의 전자지갑에 든 코인의 규모는 의미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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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업은 금전적인 성공이 목표가 아니야. 이공계 개인 연구자의 후원을 목적으로 한다. 개인 연구자에게 후원하는 개인은 개별 투자자가 되는 거고, 취직하거나 특허가 팔리면 투자한 기간만큼 국채 수익율에 연동한 배당을 돌려받는 거야.
너도 알잖아? 이 나라에서 연구자의 위치를. 나는 이 불합리한 구도를 바꾸고 싶다. 앱 개발은 막심이 할 거야. 넌 재정과 전체 매니지먼트를 해줘."
맞는 말이다. 소재공학을 전공하면 대기업에 들어가거나 연구필드에 남거나 둘 중 하나의 길만 있다. 어느 쪽이든 남에게 고용되어야 하는 삶이다. 이직이 자유롭지 않아서 한번 취직하면 안정적으로 살 순 있지만 앞으로의 길도 정해져버리는 것이다. 나의 고민도 여기에서 출발했다. 자르제 컴퍼니를 떠나 이직할만한 곳이 없었다. 최소한 프랑스 내에서는.
재미있어보였다. 하지만 거절했다.
"나는 스타트업에 대해서도 전혀 모르고 지금도 중간관리만 하고 있어서 기업을 이끌 자격이 안 돼."
"매니지먼트만 한 사람은 필요없어. 이공계를 전공한 사람이면 해. 너는 공학을 전공했고 대기업에서 인사 재무를 했잖아? 게다가 CFO에겐 도덕성이 필요해. 네가 적임자야."
"......"
"함께 하자 앙드레. 네가 대기업의 부품으로 만족할 남자라고는 생각하지 않아."
"제안해줘서 고마워, 생각해볼게."
자르제 사장님은 나를 무척 아끼셨고 아들이나 마찬가지라고 자랑스러워하셨다. 특히 내 공부에 관해서라면 아낌없이 투자해 주셨다. 만화영화에 나오는 대부를 만난 기분이었던 나는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했고, 더 실용적인 진로를 택할 수 있었음에도 공과에 진학하여 자르제 컴퍼니에 취업했다.
사춘기 시절 종종 하던, 내가 그녀의 기사가 되는 꿈은 자르제 컴퍼니에 취직하자 완전히 사라졌다.
나는 그녀에게 상장사를 합법적으로 상속하기 위해 만든 지주사의 도구였다.
"섣불리 상장했어. 투자압박이 커서 어쩔 수 없었지. 앙드레 네가 도와주니 든든하다."
"감사합니다. 기대에 부응하겠습니다."
"프랑소와즈는 물가에 내놓은 아이 같아서 너에게 의지하게 되는구나."
자르제 사장님은 오스칼을 언급할 때마다 한숨을 쉬셨다.
말할 수 없는 여러 자금을 융통하고 비밀을 다루는 모든 행위들은 오스칼의 승계를 위해서였다. 오스칼은 이런 일을 전혀 몰랐고, 일선에서 열심히 신 공법을 테스트하고 적용하는 것이 소임이라고 생각했다. 지저분한 업무는 어디까지나 집사의 일이다.
연구소를 설립하고 우회 투자 방식을 확립해서 어느 정도 지분 승계에 필요한 구도를 만들었을 때 나는 어느정도 빚을 갚았다고 생각했다. 자르제 사장님은 문화재단까지 설립하고 싶어하셨지만 이건 시간이 더 필요하다. 아직 LJ재단과도 관계가 있고.
자르제 컴퍼니를 떠난다면 지금이 맞을 것 같았다. 실패하더라도 일어설 수 있는 나이이고, 스타트업 경험은 대기업이 아니거나 프랑스 밖에서도 쓸모있을 것이다.
나는 약간의 저금이 있었고, 지금 사는 아파트는 보증금이 높았기 때문에 할머니 집으로 들어가면 월급 없이도 1~2년은 버틸 여유가 있다. 남은 것은 오스칼에 대한 내 마음을 정리하는 것 뿐이다.
'크리스마스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연내에 정리할 수 있을까? 오스칼 생일 분위기가 엉망이 되면 안 되는데…'
나는 오스칼을 포함한 자르제가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서 사직을 밝히는 장면을 상상했다. 머릿속에 떠오른 그들의 놀라는 표정은 나에게 묘한 희열과 두려움을 동시에 주었다. 특히 오스칼의 파란 눈동자가 커질 것을 상상할 때 내 망상은 절정에 다다랐다.
퇴장씬의 리허설로 방백과 독백을 거듭하며 아파트 문을 열고 들어왔다. 현관 트레이에 열쇠를 던지고 자켓을 건 다음 무언가 이질적인 공기를 느꼈다.
'도둑인가?'
나는 순간 긴장했지만 어두운 방 안에 앉은 어스름한 형체에 금방 익숙해졌다.
오스칼이 앉아있었다.
"오스칼? 뭐해? 불도 안 켜고?"
"늦었네. 어디 다녀왔어?"
"어…"
오스칼은 베르나르를 좋아하지 않았다. 어디까지나 도둑이라고, 그런 자와 어울리지 말라고 몇 번이나 이야기했다. 나는 내가 하지 못한 무언가를 그가 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내 생각이고 오스칼의 생각은 달랐다.
"그랑제꼴 시절 친구를 만나고 왔어. 우리 집엔 어쩐 일이야?"
오스칼은 내 열쇠 복사본을 가지고 있다. 내 아파트 보증인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나에게 알리지 않고 집으로 찾아온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나는 의자를 끌어당겨 옆에 앉았다.
"마리 이사장님과 페르젠 고문님은 만났어? 특별히 이야기 들은 게 있어서 온 거니?"
찬찬히 얼굴을 들여다보았으나 어두워서 오스칼의 표정은 보이지 않았다.
"LJ 재단과 손을 끊으려고 한다. 네가 처리해줘."
"......"
오스칼은 그 말만 남기고 방 밖으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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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총천연색의 프랑소와즈의 세상 속에서 혼자 흑백이었다. 눈에 잘 띄진 않았지만 이에 낀 음식찌꺼기 같은 이물감으로 언제나 그녀의 옆에 있었다.
프랑소와즈는 그를 남동생이라고 불렀지만, 내가 보기엔 자르제 사장이 프랑소와즈를 조종하기 위해 붙여놓은 하수인에 가까워보였다. 앙드레는 그 역할을 활용해서 천애고아인데도 사교클럽까지 들어올 수 있었다.
프랑소와즈는 순수하고 남의 말을 곧이곧대로 듣는 성격이라 전혀 눈치채지 못했지만 그는 상냥한 태도로 그녀의 의견을 바꾸게끔 하는 놀랍고도, 남자친구(내가 남자친구 자격이 있다면)가 보기엔 불쾌한 기술을 잘 활용했다.
그들은 서로를 연인으로 여기는 것 같지 않았다. 그녀는 세간의 안정적인 남여관계에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앙드레가 프랑소와즈에 갖는 감정은 분명히 우정이나 형제애 이상일 것이다. 그가 프랑소와즈를 오스칼이라고 부르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서로 가족같다곤 하지만 가족은 아니지 않는가.
애초에 남녀사이에 친구란 있을 수 없다. 특히 프랑소와즈처럼 아름답고 마음씨 곱고 교양도 있으면서 이상도 드높은 여자에겐.
그는 언제나 깍듯했지만 나를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았다. 나는 적당한 거리감으로 많은 사람들과 친분을 유지하는 것이 특징인데, 그와의 거리감은 전혀 알 수 없었다. 가까워지려는 몇 번의 시도도 언제나 예의바르게 흘려보냈다.
"앙드레. 우리 함께 한잔 할까? 이런 사교클럽 파티는 재미없잖아. 네 그랑제꼴 친구들 파티가 있으면 데려가줘."
"그래, 다음 기회에 가보자."
그는 한번도 나를 데려간 적이 없었다. 심지어 그는 내가 프랑소와즈와 가까워지려고 할 때마다 대놓고 훼방을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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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자기 시작할 무렵이였다. 나는 독점적인 관계를 원치 않는 그녀와 독점적인 관계가 되기 위해 몇 번이나 데이트를 신청했다. 갖은 방법을 써가며 데이트처럼 보이지 않게 자연스럽게.
"프랑소와즈, 펜싱 아마추어 대표선수까지 했었다며? 나도 기초는 배운 적 있는데 좀 가르쳐줄래?"
프랑소와즈는 매우 기뻐하며 커뮤니티 연습실을 바로 예약했다.
"나도 클럽에 안 나간지 오래 되어서, 새로운 사람과 운동할 기회가 없었어! 이번주 토요일 오전 어때?"
프랑소와즈가 나와 대낮에 데이트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기초를 배웠다는 말은 거짓이다. 중학교 체육 시간에 몇 개 동작을 배우고 실기시험을 쳤을 뿐이다.(심지어 B-였다) 하지만 나는 프랑소와즈와 가까워지기 위해서라면 플라잉요가도 할 기세였고 재빠르게 보호구를 렌트하고 미슐랭 레스토랑 예약도 잊지 않았다.
그런데 프랑소와즈는 앙드레와 함께 나타났다.
"앙드레가 정말 좋은 선생님이거든. 실력은 별로지만 지도만큼은 일등이야."
나는 무척 실망했지만 티 내지 않고 함께 연습했고, 전혀 재미있지 않았다. 지루한 몇 가지 동작을 익힌 후 바로 오스칼과 대련했는데, 상대가 되지도 않아서 싱겁게 끝났다. 앙드레는 우리가 대련할 때도 돌아가지 않고 의자에 걸터앉아 사과를 먹으며 지켜보고 있었다.
"함께 식사하자. 배달시켜 먹어도 되고, 근처에 캐쥬얼 레스토랑이 있어."
"아니야, 오늘은 이만 됐어. 다음에 술이나 마시러 가자."
나는 식사 제안을 거절하고 힘없이 돌아왔다. 프랑소와즈가 앙드레를 데리고 온 건지, 앙드레가 따라온 건지 알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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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마찬가지이다. 침대 밖의 프랑소와즈를 만날 때는 언제나 그가 있다.
'자르제 사장이 나를 좋아하지 않아서 경계하는 거일지도 몰라.'
나는 쓸데없는 생각은 하지 않기로 했다. 확실한 건 프랑소와즈가 나와 단둘이 데이트하는 걸 원치 않는다는 거였다. 그녀는 침대 밖의 나는 원하지 않는 걸까. 마리와 관계가 끝나가고 있다는 것을 알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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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 오펠-앙드레 이론 쓰려다가 걍 픽으로 대신합니다.
루루는 안드로메다로… 제가 하도 페르젠 생각에 여념이 없어 페르젠과 루루를 엮어야 하나싶기도. 하지만 루루는 남편(남친)없는 여자라 페르젠 취향이 아니겟죵.
코인도 실화입니다. 제 이야기였음 좋겠지만… 아쉽게도 아니네요. 코인 초기엔 정말로 저런 이상적인 목표가 있었고 그 이상을 믿은 시민운동가 몇은 부자가 되었어요.
첫댓글 어뜨케 넘 재밌어요 ㅠㅠ 울 카페.님들 글 올리시는 타이밍 밀당 자체가 이미 드라마라는 ㅠ
코인 어쩌고 빨갱이 어쩌고 할 때 뭐더라 둘의 연결고리는? 했는데 아 그게 있었군요 탈중앙화 분산화 어쩌고 ㅋㅋ 모두가 어쩌고해야 유지되는 가장 민주적인 보안방식 어쩌고 ㅋㅋㅋ
근데 오스칼 애도 안 낳을지도 모르는데 저런 암것도 모르는 애한테 고이고이 회사 싸서 안겨주면...그 다음은? 아놔 애를 여섯을 낳아도 어떻게 쓸만한 후계자가 한놈도 없어~라는 재벌 영감님 빙의 한탄을 하게 되네요 ㅎㅎㅎ
페르젠 저 샹놈은 다 가졌으면서 왜 앙드레를 못 뭉개서 안달이래요? 글구 것도 열등감인데 앙드레는 왜 펠을 합격시켜요? 아놔 저 동네도 좋은 남자 어지간히 없나보다 ㅠ 제로델이 낫지 왜??했는데 아무래도 오스칼이 펠을 좋아해서 앙드레가 가산점 잔뜩 줬나봐요 ㅠ
오스칼이 펠이랑 단둘이 데이트는 안하는 거 처음 알았네요 마리 의식해서일까요? 아님 어쩌니 저쩌니 해도
오스칼이 몰라서 그렇지 역시 펠은 오스칼에게는 고성능 ㄷ ㅣ ㄹ ㄷ ㅗ 인 건가!!!
펠이랑 앙드레 서로 싫어하는 거 저는 새롭네요 (애니에서도 님들이 알려주셔야 암)
펠이 못 이기고 혼자 궁시렁대는 거 통쾌하네요 ㅋ 자르파파가 펠 안 좋아하는 것도 좋아요
저 이전에 펠이 앙한테 사우나 가자고 '몇 번이나' 권했다는데서...왜??? 오앙 사이에 수십년째 진전이 없어서 앙이 장비가 부족한가 검사하려고? 했잖아요 ㅋㅋㅋ (언제나 최악을 망상하는 자 인증)
페르젠 시점은 몇년 전 이야기입니다. 막 같이 잘 무렵.ㅋ
페르젠은 오스칼이랑 정식으로 사귀고 싶어하는데 잘 안되니까 맨날 들러붙어있는 앙드레 미워하는 거 ㅋㅋ 오스칼은 페르젠 본심 알았다면 앙드레 안 달고 제대로 데이트 했겠죠. ㅠ
애니 앙펠은 서로 질투했다고 생각해요. 팬들 입장에선 페르젠이 방해꾼이지만, 페르젠 시점에서는 앙드레 완전 거슬리는 존재 아닌가요? ㅋㅋㅋㅋ
만화 앙펠은 괜찮은 사이였던 거 같아요. 패르젠이 오스칼에게 흑심 1도 없으니까ㅋㅋㅠㅠ
자르파파가 본인 시러한다는 건 페르젠의 헛생각인데 파파 본심은 어땠을까요? 음… 좋아할거 같은데요? 앙드레도 사전 합격판정 내렸고. 페르젠 완벽하자나요. 불륜 빼고.
근데 장비가 먼가요????
@눼이 그냥 뉴욕픽의 루루가 혼자 페르젠 싫어하는 것처럼 그냥 직감으로 싫어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뉴욕의 루루는 아마 무슨 점성술 같은 거 보고 그 아저씨는 이모 짝 아니야~ 이러는 거라 짐작하지만 ㅋ)
근데 마펠 불륜이 공공연한 비밀이면 자르파파가 싫어할만하지 않나요? 상류층의 수치라면서.
장비는...펠이 앙보고 이놈 왤케 진도를 못빼지 몸에 선천적인 문제가 있나 외양이라도 보려는건가 했어요 ㅋ
근데 애니에서 펠이 구혼하러 오지 않고 애매하게 남사친염병을 하니까 앙드레가 문제가 되지 제대로 구애 구혼하러 오면 앙드레가 서성대겠냐고요 오스칼도 자르파파도 둘다 앙드레 치워버렸겠죠 하여간 샹늠새끼
@alexis 앋ㅋㅋㅋ 그렇네요.. 그생각을 못햇어요 ㅋ 역시 알렉시스님이 쓰셔야 ㅋㅋㅋ
실은 사우나 썼는지 기억도 안나요. 페르젠은 루이나 앙드레나 프랑스엔 ㄱㅈ가 왤케 많은지.. 라고 생각할듯요 ㅋㅋㅋ
자르파파ㅡ 흘.. . 그생각도 못햇네욬ㅋㅋㅋ 진짜 사윗감으로 최악이네요? 페르젠 다 가졋는데 마리 때문에 인생 말아먹은 남자 ㅠㅠ
애니에서 앙드레 포지션은 약간 호위용 개 같은 거라 옆에 붙어잇어도ㅠ되죠. 페르젠은 평민은 사람으로 안 봣을걸요. 충견인데 자꾸 사람처럼 구니까 견제한 거죠
@눼이 아 그때 귀족들 구혼 데이트에 단둘이 두기는 했는지 갑자기 자신이 없네요. 응접실에서 차 마시는데도 노처녀 이모 같은 사람 배석시켰는지...
껄껄 말타고 출퇴근도 하고 남자들이랑 술도 마시고 별거 다하다가 남자랑 단둘이 차도 못 마시면 웃기겠네요
@alexis 약혼 전엔 단독 데이트 금지였을 걸요. 감시용 하인이든 이모님이든 배석해야ㅠㅠ. 물론 몰래 연애할 사람들은 다 했겠겠지만 ㅋ 또 결혼하고 애 낳은 후엔 좀 자유로웠고…
제 망상중 하나는 원작오스칼이 맨날 페르젠집 찾아가는 겁니다 ㅋㅋ 강약중간약 리듬으로 앙드레 달고갓다가 안달고 갓다가 ㅋㅋ 앙드레 잇을 땐 세상멀쩡한데 단둘이 잇음 마리타령으로 징징대는 페르젠 보고 남몰래 눈물짓는 오스칼… 귀엽져?
@눼이 뭐가 귀여워요 ㅋㅋㅋㅋ 에라이 오스칼 등짝 이리 대!
앙드레도 달고가고 로자리 앙드레도 달고 가고 혼자도 가고...
ㅋㅋ 애니 오스칼은 아닌척하느라고 많이 안 갔을 것 같아요
@alexis 어우 그럼요. 원작펠은 베르사유 내의 갱의실도 노크도 없이 벌컥벌컥 열자나요. 오스칼을 여자로 안보니까. 서로 자주 방문했을 거에용. 로자리도 달고…
로자리 잇을 땐 진짜 귀부인용 사교 이야기하고 앙드레 함께 있을 땐 정치 이야기 하고, 오스칼과 독대할 땐 마리 이야기하며 약한 모습 ㅋㅋㅋ 오스칼은 이런 페르젠 보고 진정한 남자다 어쩌고 하면서 홀라당 반하는 거죠. 근데 원작 페르젠은 진짜 신사 맞으니까요ㅋ
애니는 펠이 일방적으로 왔을듯요. 오스칼이 페르젠 너무 조아하는데 티 못내서 ㅠㅠ
25화에서 동침할 때도 페르젠은 처녀 아니라 생각하고 꼬셧기 때문에 오스칼은 침대에서 처녀 티 안내려고 애쓰고, 선수 페르젠은 처녀란 거 알고 깜짝 놀라지만 티 안내고요.
아아 제가 19금 실력이 있음 이걸 후작방에 풀어쓰는데 ㅋㅋㅋㅋ (언젠간 쓸지도 모름)
@눼이 아니 왜 처녀가 아니라고 생각했을까요?
어딜 봐도 모쏠인데..??
누구랑 잤다고 생각했을까요? 앙드레? 제로델?
(후작방에 써주셔야 합니다. 그러나 궁금하니 일단 답부터 주시고 픽은 조만간..ㅋㅋ)
@유리바다 이것도 망상의 영역이긴 한데요… 엄…
페르젠이 오스칼이 처녀인거 알고도 덤벼들었다면 천하의 ㅆㄴ이거든요. (레모나님 이론의 펠은 그런 ㅆㄴ 맞지만 제 이론의 펠은 그래도 양심챙긴 놈)
양갓집규수랑은 혼전에 잘 수가 없자나요?
아무리 오랜만에 만나서 반가웠다고 해도 제정신박힌 귀족신사라면 절대 처녀랑은 잘 수 없어요. 결혼으로 책임질 각오를 하면 몰라도.
하지만, "오스칼은 남장군인이니까 양갓집규수랑은 다르게 즐기면서 살았을 거다!" 라고 생각하고 달려든다면 가능하죠. 또 오스칼이 너무 적극적이기도 했으니 착각할 만하다고 봅니다. ㅋ
정작 스킨십 진도뻬다보니 "어라 얘 모쏠이네?" 라고 눈치까게 되었지만 이미 늦은 상황. 진실을 외면하며 일은 치뤄버리고… 다음날 혼란스러움 속에서 '니가 남자로 태어낫어야 했는데'따위로 얼버무리는 겁니다 호호호.
누구랑 잣는지는 별로 상관 안햇을거 같아요. 처녀가 아니라고 믿고 덤벼들었다는 게 중요. 아 결국은 ㅆㄴ맞는데 암튼...
@눼이 그게 저도 좀 의아하긴 했어요~ 양갓집규수고 절친인데 너무 쉽게 생각하는 거 아닌가ㅎ
오스칼이 평소 남자들 세계에 어울리느라 성적인 농담도 개의치 않고 플러팅에 적극적으로 응했다면 많은 합리화가 가능했겠네요ㅋㅋ
@유리바다 후후 여기서 또 망상포인트가 많은데요. 역시 픽으로 써야하나? ㅋㅋㅋ
말씀대로 오스칼 평소 태도때문에 착각했을수도 있구요
페르젠이 미국가있느라 7년만에 재회하자나요? 그전엔 당연히 모쏠인거 알았을테지만, 올만에 만난 여사친이 넘나 이뿌고 본인에게도 적극적이니 (만났을때 키스나 허그 햇다고 칩시다ㅋ) "어라! 얘 모쏠탈출했나?"하고 바로 작업들어가는 거죠 ㅋ
물론 마음 깊숙한 곳에선 경고사인이 오지만 애써 무시하고 진도 착착! 그리고 "에라이 모르겠다!" 하고 끝까지 가버릴수도 잇죠 ㅋㅋㅋ
다음날 '책임질까?' 고민하고 있는데 오스칼이 먼저 마리 이야기 꺼내니까(오스칼 화법) '얘는 나랑 즐기기만 할 생각이었나보다'라고 실망반 안심반 넘어간달까나요.
여기서 꿀잼은 이꼴 다 보고 있는 앙드레입니다 ㅋㅋ
앙드레는 왜 보고만 있냐. 라고 하면 오스칼이 앙드레에게 마음이 없어서가 아니라. 애니 앙드레는 신사니까 모쏠 오스칼 꼬실 생각을 안하는 거구요.
제 기준 애니앙, 원작펠은 신사 / 원작앙, 애니펠은 무뢰한 ㅋㅋㅋ
@눼이 픽 써주셔야겠는데요~ 빈말이 아니라.. 포인트가 넘쳐나서 ㅋㅋ
막줄 무뢰한 동의합니닼ㅋㅋ
그중에서 오스칼이 싫다는데도 막무가내 난리친 원작앙에게 가산점 2포인트 드리고요
총점은 애니펠이 ㅆㄴㅅㅋ 승!
@유리바다 아 진짜로 써볼까? 하다가 루앙픽에 대충 썼엇어서 패스하기로... 닥치는대로 갈기다가 페르젠 심정을 제대로 안써서 아쉽네요.
실은 애니오펠만 주구장창 노래불러서 애니 오젤로 하나 써볼까나 싶은데 아직 삘이 안왔어요. 후훗 아무튼 조만간...
@눼이 루앙픽이랑 이건 다르죠!! 시대도 다르고 다 다른데~!!
애니 오젤도 환영합니다 ㅎㅎ
와… 갈수록 흡입력이 엄청나네요…! 눼이님의 문장력에 감탄합니다! 페르젠과 앙드레가 서로에 대해 생각하는 부분이 너무 재밌어요~. 세련되고 겸손한 태도로 무시, 불쾌한 기술 활용. 크으…. (따따봉)
그 와중에 목숨 밖에 줄게 없다는 앙드레 안타깝구요… 세사람, 서로의 마음이 엇갈리는 지점을 너무 잘 묘사하셔서 늘 외마디 탄식을 내뱉으며 감상합니다.
으헐 감사합니다. 흡입력은... 닥치는대로 쓴 후 두번 안읽고 올리면 됩니다 ㅋㅋ 이미 앞에 뭐 썻는지 기억 못해요...
알렉시스님 댓글에도 썻지만 페르젠 입장에선 앙드레 너무 싫엇을듯요. 맨날 혹달고 나오는 오스칼도 원망스러웟을테고 ㅋ
계급장 떼고 붙으면 앙드레가 누구에게도 안 지는데 그놈의 계급이 뭔지 ㅋ큐ㅠ
@눼이 맞아요… 페르젠은 확신을 안주고 오스칼은 둔하고… 답답 터지네요 ㅎㅎ 앙드레는 앙드레대로 불쌍하고 ㅜㅜ
@리겔 오스칼 둔팅이 ㅋ 하아 근데 오스칼은 또 연애고자인게 매력인 뇨자라 어쩔수 없...;
불쌍한 앙드레에게는 나이에 맞는 짝 하나 구해줄까 싶기도 합니다. 볼륨 있는 분으로다가...
@눼이 볼륨 있는 분 기대됩니다… ㅋㅋㅋㅋ 앙드레 귀여운 녀석…
@리겔 후후 감사합니다. 귀여우니까 공공재급으로 여러 여자들에게 사랑받아야죠. 그리고 또 차이고 ㅋㅋ
이걸 이제 봤네요~~ 앙드레 짠하고.. 오스칼 왜 앙드레 달고 나와 ㅋㅋ 연애씬 없어도 꿀잼이구만요
눼이님 진짜 해박하세요~~신기하게도 이 앙드레 진짜 원작만큼이나 신분차가 절감되네요. 못지않게 견고한 유리의 벽에 막혀있는 느낌.
하아 코인 부럽져? 근데 정작 저런 당사자들은 본인 돈번것보다 '민주주의가 훼손되었다'고 거품물고 아직도 코인민주주의 시민운동 하러 다니더라고요? ㅋ 베르나르가 딱 이런 타입. 뒷걸음쳐서 쥐잡아도 금새 엥꼬날 인간 ㅋㅋㅋ
앙드레 유리의 벽에 막혔으니 볼륨있는분으로... 오스칼이 다 가졌어도 풍만함은 못 가졌으니 ㅋㅋㅋㅋㅋㅋㅋ
@눼이 볼륨 좋아하든디 얼른 글래머 언냐 붙여주세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