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스황제' 카스파로프 한국 왔다! 기자회견에서 들어본 체스황제의 바둑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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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훈현 9단이 ‘바둑황제’라면 러시아의 게리 카스파로프(Garry Kasparov, 51세)는 ‘체스황제’로 불린다. 역대 최장 기간인 21년 동안 세계랭킹 1위를 유지하며 ‘역사상 가장 위대한 체스 챔피언’이란 평을 듣고 있다. 1975년 12세의 나이로 (구)소련주니어챔피언십에서 역대 최연소 체스챔피언으로 두각을 나타낸 그는 16세에 세계주니어챔피언십을 평정한 후 17세에 체스 그랜드 마스터로 인정받았다. 그후 6시간이라는 체스 역사상 가장 긴 대국을 펼쳤던 1984년~1985년 세계챔피언십에서 당시 세계 챔피언이자 숙명의 라이벌 아나톨리 카포프를 누르고 22세의 나이로 최연소 세계 챔피언에 오르며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이후 21년 동안 세계 정상의 자리를 지키며 체스의 역사를 다시 쓴 그는 1996년과 1997년 2년 연속 IBM이 내세운 슈퍼컴퓨터 ‘딥 블루(DEEP BLUE)’와 ‘인간 대 기계’의 대결을 벌여 화제를 모았다. 1996년의 첫번째 대결에서는 6전 3승2무1패로 딥 블루를 물리쳤다. 카스파로프는 이 싸움을 “인간의 통찰력과 무시무시한 계산기계의 야수적 힘과의 대결”이라고 자평했다. 그러나 이듬해 대결에서는 지난해 맞섰던 기종보다 연산속도가 2배 이상 향상돼 초당 2억 개의 행마법을 검토할 수 있었던 ‘계산기계’에 지고 말았다. 체스를 둘 줄 모르는 사람도 ‘딥 블루’와 ‘카스파로프’라는 이름을 기억하게 한 사건이었다. 카스파로프는 2005년 체스계에서 더 이상 이룰 것이 없다며 은퇴를 선언한 후 정치가로 변신해 현재 야당 지도자로 러시아 정치개혁에 앞장서고 있다. 2007년 <타임> 선정 ‘세상을 바꾼 100인’으로 꼽히기도 한 그는 <월스트리트저널> 국제정세 칼럼니스트로도 활동하고 있으며, 카스파로프 체스 재단, 카스파로프 인터내셔널 체스 아카데미를 설립해 체스의 대중화와 후진양성에 힘쓰고 있다. 이처럼 체스계에서 ‘전설적인 체스 플레이어’로 불리는 카스파로프가 세모(歲暮)에 강릉에서 열리는 '2013 한국야쿠르트 7even 세계청소년 마인드스포츠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했다. 한국에 도착한 뒤 곧바로 오후5시부터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회견내용 중 바둑과 연관된 질문과 답변 위주로 보도한다. 체스에 관한 얘기가 곧 바둑계의 얘기와 다를 바가 없기 때문이다. ○● 관련기사 ‘세계청소년 마인드스포츠대회’ 강릉에서 열린다 ☜ 클릭 - 한국방문이 처음인지? 한국 체스가 세계 체스계에서 어느 정도 위치인지? 또 바둑도 둘 줄 아는지? “한국방문 기회가 생겨 매우 기쁘다. 처음이다. 한국에서 체스 인기가 많진 않지만 이것은 체스에 대한 관점에 달린 문제라고 생각한다. 대체적으로 체스는 서양 유럽과 미국에서 많이 두고 대회가 열렸는데 일본을 비롯해 태국이나 캄보디아 같은 아시아 국가들에 체스와 비슷한 게임이 많다. 바둑도 그중 하나다. 따라서 체스(잠재력)는 매우 넓다고 본다. 정확하게 한국적인 체스는 아직 없다. 한국에서 체스게임을 활성화시키고 싶다. 이번 방한도 그러한 목적 때문이다. 확산(보급)에 특별한 비결이 있는 게 아니다. 공적인 지원과 인프라가 필요하다. 25년간의 아시아 체스역사를 보면 날로 확산되고 있다. 1980년 무렵만 해도 아시아인들은 거의 투명인간처럼 있었지만 이제는 중국 인도 베트남 필리핀 등에서 많이 즐기고 있다. 확신하는 건, 체스의 활성화가 필요하고 지원이 절실하다. 인터넷 소셜네트워크와 체스는 관련돼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적 사고방식과 문화에 알맞다고 생각한다. - 바둑을 아느냐고 질문했는데...? “물론이다. 둘 줄도 안다. 하지만 경기결과는 역시 신통치 못하다. 체스 외적인 보드게임은 잘 못한다. 바둑은 체스보다는 훨씬 추상적인 게임이기 때문에 그 정도의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체스는 논리적이고 구체적인 게임인데 반해 바둑은 추상적이고 개념적이기에 굉장히 어렵다. - 교육적 효용가치 면에서 바둑을 높이 사고 있다. 체스 또한 그러리라 생각하는데? 체스의 장점을 말해달라. “체스가 21세기 교육시스템에 포함될 수 있다고 보며 이는 세계 각국의 현상이자 추세다. 체스는 논리적인 것과 큰 그림을 읽는 것, 패턴을 알아볼 수 있는 능력을 키워준다. 현대교육의 가장 큰 걸림돌은 외우는 것과 패턴을 볼 수 있는 눈이 부족한 데 있다. 그래서 체스를 배움으로써 단순히 숫자 계산만이 아니라 그 이상 알아나갈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체스가 앞으로 활성화될 수 있다고 본다.” - 1997년 인공지능 슈퍼컴퓨터인 ‘딥 블루’에 졌다. 당시 졌을 때 느낌을 말해줄 수 있는지? “이 자리에서 정확하게 설명하긴 힘든 장소 같다. 컴퓨터와는 96년 이전에도 많이 두어봤고 97년 이후에도 많이 두어봤다. 사람과 기계의 전투는 생각보다 긴 역사를 가지고 있다. 현재 월드챔피언마저 기계를 이기기 힘들다고 본다. 내가 챔피언시절인 85~2001년 사이에 컴퓨터가 놀라울 정도로 발전했다. 상점에 살 수 있는 소프트웨어 컴퓨터는 17년 전에 내가 겨뤘던 것보다 훨씬 강하고 완벽해졌다. 단지 계산을 잘하는 것보다는 훨씬 더 체스에 대한 이해력이 강해졌다고 본다.” - 프로기사 전성기는 20대로 내려왔다. 30대 중반만 되어도 퇴조현상을 보이고 있다. 체스계는 어떤지? 달라질 여지가 있다고 보는지? “20세기 초중반부터 나이 많은 플레이어들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때 당시는 30대 중반이 최전성기라 봤다. 60~70년대 체스 월드챔피언십을 보면 그건 합당한 생각이었다. 그렇지만 점차 전성기 나이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지금 노르웨이 출신의 체스 월드챔피언이 23세인데 나는 21세에 타이틀 땄다. 많은 것을 외워야 하고 그걸로 인한 스트레스가 있기 때문에 나이가 많을수록 힘들어진다. 솔직히 전성기에 관해 특별한 나이를 매기는 것은 별로 생각해 보지 않았다. 톱10 선수들의 나이를 보진 않았는데 아마 평균 30세 정도 될 거 같다. 예외는 있지만 바둑과 비슷한 현상이 있는 건 확실하다. 하지만 바둑계에 비해 아직은 30대 중반에 확연히 실력이 떨어지는 현상은 없는 거 같다. 체스계에선 그 연령대가 아직은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 1996~97년 챔피언으로 활동할 때는 체스를 모르는 사람도 카스파로프라는 이름을 알고 있었다. 당시 카스파로프 씨처럼 유명한 플레이어가 지금은 있는지? “황금시대를 항상 기억해두는 건 좋은 일이다. 정보화시대가 되면서 예전에 견줘 체스플레이어와 즐기는 팬들은 엄청 많아졌다. 하지만 월드챔피언십 경기나 톱플레이어들 이름이 예전처럼 그렇게 홍보되지는 않는다. 이것은 세계체스연맹의 큰 문제점이라고 본다. 저변이 확산되었는데도 홍보가 안되는 건 사업적인 아이디어나 마케팅 노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현재 노르웨이의 잘 생긴 23세의 어린 월드챔피언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스폰서십을 바꿀 수 있다고 본다. 내가 세계체스연맹 회장이 되고 싶어 하는 이유는 체스의 성공을 이끌고 싶기 때문이다.” - 얼핏 듣기로 예전 챔피언을 지낼 때의 우승상금이 100만 달러 이상으로 들었다. 지금은 얼마나 되는가? “90년도 기억하기로는 300만 달러였다. 최근 월드체스챔피언십은 250만 달러 수준이다. 이게 체스계의 큰 문제점이다. 체스사업권, 매니지먼트가 부실하기 때문에 기업들의 후원이 부족하다고 본다. 소셜미디어와 인터넷 통해 점점 스폰서가 늘어남에도 불구하고 체스에 돈이 들어가지 않는다. 한가지 체스에 불리한 점은 축구나 농구에 비해 텔레비전 관전 면에서 흥미가 떨어진다는 점이다. 하지만 역으로 생각하면, 화면이 작은 컴퓨터나 스마트폰은 스포츠를 즐기기보다 체스를 즐길 수 있는 이점이 훨씬 많다. 급속도로 모바일 세상이 펼쳐지고 있지 않은가.” - 세계의 체스협회가 172개라고 들었다. 인구는 얼마나 되나? “정기적으로 두는 인구가 10억 명이다.” - 정치쪽 관심이 많고 언젠가 대권에 도전할 걸로 알고 있는데, 세계체스협회장에 나서는 건 복귀를 의미하는가? 그리고 자녀들은 체스를 하는지? “정치에 관심이 많다는 건 무슨 뜻인지 정확히 모르겠으나 나는 세계정치, 철학과 같은 다양한 분야에 관심 많다. 정치활동이라 생각하지 않고 인권개선하기 위한 활동이라 생각하고 있다. 내가 러시아에서 많이 하는 말이 제대로 된 선거를 갖자는 말인데 이는 투표는 이기는 게 아니라 하자는 거다. 그렇지만 체스연맹에서는 선거를 이기는 거에 관심이 있다. (장내 웃음) 나는 컴퓨터한테 져서 은퇴한 게 아니다. 개인적인 사정 때문에 그만뒀다. 회장을 하겠다는 건 프로로 돌아오는 게 아니니깐 ‘리턴’보다는 뭐라고 해야 할까. 체스를 두는 사람과 체스를 매니징하고 경영하는 건 전혀 별게이다. 8년 전 프로에서 은퇴를 했지만 나는 체스를 떠난 적이 없었다. 항상 좋았었으니까. 체스 활성화 위해 교육과 그런 것 지원했기 때문에...세계 곳곳에 재단이나 아카데미를 세워 보급과 후진양성에 힘썼고 책을 쓰는 것도 체스 두는 것 못지않은 행위다. 아이들은 체스를 두지 못한다. 일곱살 된 늦둥이가 있는데 체스에 관심을 좀 보여 위안이 된다. (웃음) 손자손녀들에게 기대를 하고 있다.” [사진|김수광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