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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승환의 바다목장 이야기
9. 홍어와 간재미 가오리의 구분
2009.02.07 22:14
윤승환
카테고리홍어이야기 댓글쓰기
[홍어와 간재미 그리고 가오리의 구분]
다시 본격적으로 홍어 이야기로 돌아왔다. 홍어집 사장이 물었다.
사장 : 그럼, 생긴 것은 비슷한데 홍어하고 가오리가 왜 그렇게 값 차이가 나는 거지요?
용하 : ㅎㅎㅎㅎ- 정말로 몰라서 물어요?
사장 :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솔직히, 정확하게는 모릅니다.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해야지요. 여러 번 배워보려고 했는데, 홍어하고 가오리 구분도 잘 못하겠고....... 진짜로요!
형님 :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지. 나도 몰라!ㅎㅎㅎㅎ
사장 : ㅎㅎㅎㅎ-
용하 : 홍어하고 가오리의 값 차이는 맛 차이 때문이지요!ㅎㅎㅎㅎ-
형님 : ㅎㅎㅎㅎ.......?.......
사장 : ㅎㅎㅎㅎ.......?.......
사람이 살다보면 가장 기본적인 것을 깜빡할 때가 있다.
형님 : 맛 차이 때문에 값 차이가 난다고?
용하 : 당연히 맛 때문이지. 홍어는 처음부터 비린내도 안 나고 삭힐수록 진하고 깊은 맛이 나고, 오래 삭혀도 안 썩으니까 보관도 오래할 수 있고.......
형님 : 그럼, 가오리는?
용하 : 가오리는 처음에 비린내도 조금 나고, 홍어는 씹을수록 맛이 진해지는데 비해서 가오리는 그것이 부족하고, 가오리는 오래 두면 삭혀지지도 않고 썩어버리고요.
사장 : 듣고 보니까 그거였네!ㅎㅎㅎㅎ.......
형님 : 이거 민망스러운데?ㅎㅎㅎㅎ.......
사장 : 그럼, 홍어하고 가오리는 어떻게 구분하지요? 인터넷에 보면 홍어를 가오리라고 했다가 가오리를 홍어라고 했다가........ 아무리 봐도 헷갈리던데?
이때 [수구리]를 생각해냈다.
용하 : 홍어하고 가오리를 구분하기 전에 홍어하고 상어를 구분하는 것을 배우면 홍어하고 가오리하고 개념이 확실히 잡혀요
사장 : 홍어하고 상어하고 구분이요?
용하 : 예, 개념을 잡으면 이해가 쉬워요. 홍어나 상어나 같은 물렁뼈 집안인데, 물고기 같이 생긴 것을 상어라고 하고, 납작한 것을 홍어하고 하잖아요?
사장 : 예에!.......?.......
용하 : 상어하고 홍어하고 중간 쯤 비슷하게 생긴 것으로 (평안도 사투리로) 수구리라는 것이 있어요. 대갈통은 홍어를 닮았고 몸통은 상어를 닮았는데, 가래상어라고도 하고요. 그런데 이것을 홍어라고 안하고 가래상어라고 해서 상어에 포함시키는데, 그것은 대갈통하고 몸통하고 확실히 구분이 되어 있어서 그래요
형님 : 가래는 호미로 막을 것 가래로 막는다고 할 때 그 가래냐?
용하 : 예. 삽같이 생겨서 큰 것.
사장 : 이해!
용하 : 무슨 말이냐 하면, 상어는 대갈통이나 몸통이나 지느러미가 완전히 구분되어 있잖아요?....... 홍어는 그런 것 없이 납작하게 한 장으로 되어 있으면서 꼬리가 있고?
사장 : 예에!.......?.......
용하 : 대갈통-몸통-지느러미를 구분할 수 있으면 상어로 분류하고 그런 것 없이 그냥 한 장으로 되어 있으면 홍어로 분류하는데, 수구리는 홍어같이 한 장으로 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대갈통-몸통-지느러미를 구분할 수 있으니까 상어에 포함을 시키는 것입니다!....... 이 정도면 상어하고 홍어하고 가까운 물렁뼈 집안이란 것을 알 수 있겠지요?
형님 : 아하!
사장 : 이해됐어요.
용하 : 그래서 홍어는 상어에 가까워서 썰어놓으면 날개 뼈들이 우동발처럼 두꺼운 편이어요. 가오리는 국수발처럼 가늘고.
사장 : 아, 이제 ‘홍어는 날개 뼈가 통통하고 가오리는 가늘다’는 그 말이 무슨 말인 줄 알겠다!
이 부분 추가 설명을 하면- 80년대 초에 우리가 배울 때는 [수구리]를 상어에 속하는 것으로 배웠는데, 최근에 백과사전을 살펴보니 수구리는 가오리목 가래상어과의 바닷물고기로써 상어가 아닌 가오리에 포함시킨다고 한다. 그 이유는 아가미가 구멍이 상어와 같이 옆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배 쪽에 있어서라고 하고.
용하 : 또, 홍어는 상어하고 가까워서 꼬리에 상어 등지느러미 같은 지느러미가 2개가 있어요. 꼬리 끝에는 꼬리지느러미도 있고요.
형님 : 아!.......
용하 : 상어가 납작하게 홍어로 되면서 등지느러미하고 꼬리지느러미가 퇴화했던지 진화했던지 한 것이지요. 그리고 홍어는 꼬리가 두껍고 짧아요.
사장 : 아하!
용하 : 그런데 가오리는 꼬리에 등지느러미도 없고, 꼬리가 채찍같이 길고 둥글면서 꼬리지느러미도 아예 없지요. 대신에 꼬리 윗부분에 ‘가늘고 긴’ 독침이 하나 있어요. 평소에는 감추고 다니다가 위험할 때는 세우지요........ 그러니까 홍어가 가오리보다 상어에 가깝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사장 : 아아- 이해된다. 이해되네!
형님 : 아아! 나도 확실히 이해되네!
사장 : 그럼....... 인터넷에 보니까 홍어하고 가오리하고 설명을 하도 헷갈리게 해놔서 구분이 안 되어서 더 찾아보니까....... 외국(영어권)에서는 홍어 종류는 스케이트(Skate)라고 하고 가오리 종류는 레이(Ray)라고 한다고 해놨던데, 그래도 구분이 안 되어서 아무리 찾아봐도 그 설명이 없던데....... 영어로는 홍어를 스케이트(Skate)라고 하고 가오리를 레이(Ray)라고 하는 이유가 있습니까?
용하 : 나도 그것 때문에 한동안 헤맸는데.......
형님 :.......
용하 : 옆에서 수평으로 납작한 홍어나 가오리를 봤을 때 홍어는 꼬리에 등지느러미가 스케이트 날처럼 2개 튀어 올라와서 스케이트(Skate)라고 하고, 가오리는 쭉 벋은 광선(빛) 같이 생겨서 레이(Ray)라고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사장 : 아아- 알겠다. 개념을 아니까 이렇게 쉬운 것을.......
형님 : 나도! ㅎㅎㅎㅎ-
사장이 더 물었다.
사장 : 그러면, 또 인터넷에 보니까 사진은 분명히 홍어인데 백과사전에는 [눈가오리]라고 나와 있는 것은 왜 그래요?
용하 : 그것 때문에 많이 헷갈려들 하시는데....... 옛날 학자 중에 정문기라는 분이 어류도감(1977년 한국어도보)을 만드실 때 홍어하고 가오리를 통 털어서 [가오리과]로 집어넣고, 흑산도에서 나오는 종류의 홍어를 [눈가오리]라고 분류를 해서 그래요.
사장 : 어쩐지?
용하 : 그것 때문에 말들이 많았고, 수입하는 과정에서도 관세 때문에 문제가 많았었습니다.
사장 : 그럼 지금은요?
용하 : 근래에 와서 한국해양연구소에서 홍어는 [홍어과]로 분류해냈고, 흑산도에서 잡히는 홍어를 [눈가오리]에서 [참홍어]로 이름을 바꾸었습니다.
사장 : 어쩐지.......
홍어와 가오리의 구분에 대한 문제점들(특히 수입관세)이 많아 한국해양연구소의 정충훈 박사가 1999. [홍어류의 분류-한국어류학회지]를 통하여 홍어와 가오리에 대한 분류를 새로이 정립했다.
사장 : 또 인터넷에 보면 [홍어]라고 해서 올라온 사진들을 보면 흑산도 홍어하고 틀리던데, 그것은 왜 그런 겁니까?
용하 : 그것도 이전 어류도감에 흑산도 홍어를 [눈가오리]라고 하고 [상어가오리]를 홍어라고 해서....... 진짜 홍어를 모르는 기자들이 [참홍어] 기사를 올릴 때 [간재미] 사진을 올렸다가, 그것이 인터넷에 퍼져서 그래요
사장 : 간재미 사진을 [홍어]라고 올렸단 말입니까?
용하 : 예. 이전에 어류도감에 [상어가오리]라고 한 것이 서해안 일대에서 [간재미]라고 부르는 것이거든요. 간재미는 [참홍어]보다 훨씬 작은데 사진으로 보면 생김새가 거의 똑같아요.
사장 : 그랬었구나....... 그러니까 어렵지.
용하 : 그리고 [간재미]도 꼬리에 등지느러미하고 꼬리지느러미가 있으니까 [홍어]가 맞는 것이고요. 그래서 새로 어류도감을 통일할 때 그동안 표준말로 [상어가오리]라고 했던 (전라도 서해안 사투리인) 간재미를 [홍어]로 승격시킨 것이고요!
사장 : 아!........
용하 : 그런데 이것을 모르고, 진짜 홍어를 모르는 기자들이 진짜 [참홍어] 기사를 올릴 때 ‘간재미에서 승격된’ [(간재미)홍어] 사진을 첨부해서....... 사람들이 지금도 인터넷을 보면서 착각을 하는 것입니다.
형님 : 정리하면, 최근에 새로 어류도감이 만들어지면서 그동안 그냥 홍어라고 했던 흑산도 홍어는 [참홍어]로 승격됐고, 간재미는 [홍어]로 승격된 것이네!
용하 : 그렇지요!
그러자 홍어집 사장이 홍어와 가오리, 간재미의 차이점을 듣기를 원했다.
사장 : 그러면 홍어하고 가오리하고 간재미하고 비교해서 정리 좀 해주실래요?
용하 : 홍어는 큰 것은 10kg 정도까지 크고 맛있고.......
사장 : 예에!.......?.......
용하 : 간재미는 생긴 것도 홍어하고 비슷한데.......
형님 :.......
용하 : 간재미는 싱싱할 때 먹으면 맛도 홍어하고 비슷해서 크기를 알 수 없는 사진으로 봐서는 잘 모르는 사람들은 구분하기가 힘들어요.
사장 :........
용하 : 그리고 간재미는 커봐야 1kg 정도 밖에 안 돼서 두께가 얇고, 살집이 없어서 홍어만큼 찰진 회를 먹을 수가 없고, 그래서 주로 회 무침으로 묻혀먹고, 삭히면 말라 비틀어져버려서 가치가 없어져버리기 때문에 삭힐 필요가 없는 것이지요.
사장 : 아하!.......?.......
형님 : 그럼, 가오리는?
용하 : 가오리는 시장에 가면 보통 배 쪽이 노란 노랑가오리를 말하는데, 크기는 거의 홍어만큼 해도 맛이 홍어나 간재미만 훨씬 못합니다. 생긴 것도 홍어하고 확실히 다르고요.
형님 :........
용하 : 홍어는 거의 마르모꼴인데 가오리는 둥그스름해요. 꼬리하고 지느러미는 아까 이야기 했고요!
사장 : 아아 이제 확실히 알겠네!
용하 : 그리고 옛날에 전라도 지방에서는 흑산도 홍어하고 같은 종류의 홍어만 홍어라고 하고 나머지는 다 간재미라고 불렀는데........ 그래도 좀 더 많이 아는 사람들은 노란가오리를 말할 때는 노랑간재미라고도 불렀어요.
사장 : 아!.......
용하 : 노랑간재미는 쳐주지도 안했고, 노랑간재미 먹을 바에야 그냥 간재미 먹었지요. 전라도 쪽에서는 홍어에 맛이 들었으니까.
형님 : 아!.......
여기서, [식객-순라길]이야기가 다시 나왔다. 나름대로 홍어공부를 해보려고 했다는 것이다.
사장 : 그럼?....... 허영만 식객 [순라길] 끝나고 (식객 9권 154페이지에) 나와 있는 [홍어-눈가오리-가오리 구분]에 대한 설명은 어떻게 된 것이지요?
용하 : ㅎㅎㅎㅎ- 거기서도 설명이 잘못된 것입니다. 영만이 형님 팀도 실수를 한 것이지요. 아직까지도 대부분 백과사전에까지 그렇게 나와 있으니까.
형님 : 정확히 어떻게 잘못되었는데?
용하 : 거기에 나와 있는 설명 중에서 [홍어]하고 [가오리]에 대한 설명은 맞고, 거기에 [눈가오리]라고 나와 있는 그림은 [간재미]입니다.
사장 : 아하! [눈가오리]가 [홍어]하고 같은 것인데, [간재미]를 [눈가오리]라고 이름을 붙여놨단 말이지요?
용하 : 예. 거기에서 봐도 [홍어]라고 그려놓은 것하고 [눈가오리]라고 그려놓은 [간재미]가 생긴 것이 비슷해서 구분하기가 어려워 보이는데.......
형님 :.......
용하 : [홍어]하고 [간재미]는 실제로 대놓고 보면 크기 차이가 워낙 많이 나니까 그렇게 많이 헷갈리지 않아요.
사장 : 하아!....... 이제 뭐가 정확히 잡히는 것 같네!
형님 : 그럼, 그것 영만이 형님한테 알려줘야겠네. [식객] 앞으로도 계속 더 팔려나가서 계속 더 찍어낼 것인데....... 우리 셋 다 영만이 형님 펜들이잖아!ㅎㅎㅎㅎ-
사장 : 그리고 이왕 고쳐서 그릴 것이면 홍어하고 가오리는 크게 그리고, 그 중간에 [눈가오리]는 [간재미]로 바꿔서 확실히 작게 그리라고 하고.ㅎㅎㅎㅎ-
형님 : 너 오늘 진짜 홍어 값 제대로 한다. ㅎㅎㅎㅎ.......
사장 : 윤사장님, 홍어 많이 드십시오.ㅎㅎㅎㅎ.......
용하 : 아! 부담 없네.ㅎㅎㅎㅎ.......
수산물/알쓸신잡 어류 이야기
어부들도 잘 몰랐던 홍어와 간재미의 기묘한 관계
입질의 추억 ★입질의 추억★
2018. 5. 2. 11:06 댓글수8 공감수30
출처: https://slds2.tistory.com/m/2888
친자 확인을 통해 부모와 자식 관계가 새롭게 밝혀지는, 아침 드라마 같은 상황이 바다에서도 종종 일어납니다. 맛도 다르고 모양도 달라서 지금까지 서로 다르게만 취급했던 두 식재료가 실제로는 같은 어종이었음이 밝혀진 사건. 그래서 오늘은 어부와 상인, 낚시 및 일식 분야에서도 역대급으로 뒤통수 칠 만한 기묘한 사연을 소개할까 합니다.
표준명 홍어(방언 : 간재미)
기존에 알던 인식을 살피면 이렇습니다.
"간재미도 홍어의 일종이나 가오리와는 다르다."
가끔 간재미를 두고 홍어냐 가오리냐는 논쟁이 있기도 하고, 한수 더 나아가 간재미가 홍어냐 아니냐는 논쟁도 있습니다. 심지어 어민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한데 대표적으로 “간재미는 홍어 새끼다”와 “간재미와 홍어는 서로 다른 어종이다’라는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 중입니다.
그런데 한 평생 어류 생태학을 연구하고 유전자를 분석해 종의 구분을 체계적으로 분류하는 학자들은 다른 의견을 내놓고 있습니다. 우선 서해와 남해에서 잡히는 간재미는 같은 종입니다. 서식 환경이 다르다 보니 채색과 무늬에 차이가 있을 뿐 유전적으로는 같은 종입니다.
여기서 간재미란 말은 이들 지역에서 불리는 방언입니다. 예전에는 홍어와 구분하기 위해 표준명 '상어가오리(Raja porosa)'로 명명하기도 하였습니다. 홍어와는 다르나 다 크면 몸길이 50~60cm밖에 안 되는 작은 홍어류로 취급했던 것입니다.
반면에 홍어는 1m 이상 아주 크게 자라며 몸에는 요소를 포함하기 때문에 삭히면 암모니아와 트리메틸아민으로 분해되면서 강렬하고도 톡 쏘는 맛을 선사하기로 유명합니다. 홍어 중 최고로 여기는 흑산도 홍어(표준명 참홍어)는 삭혀먹는 고급 홍어로 전국 식도락가들이 앞다투어 찾아 먹는 전남의 진미입니다.
여기까지가 어민과 상인, 미식가와 낚시인들이 알고 있는 상식일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부터 하는 이야기는 간재미와 홍어 좀 안다는 사람들도 뒤통수 맞을 만한 내용일 것입니다.
간재미 산지로 유명한 진도 가사군도
간재미 잡이는 작은 활새우를 꿴 주낙을 이용한다
#. 간재미와 홍어는 같은 종이었다.
좀 전에 썼듯 간재미의 표준명은 '상어가오리'입니다. 그런데 이 상어가오리가 전남 일대에서 잡히는 '홍어'와 같은 종이라는 사실을 아는 이들은 드물 것입니다. 저는 3년 전, MBC <어영차바다야> 제작진과 함께 4월 무렵 진도로 간재미 취재를 간 적이 있었습니다. 취재를 마치고 칼럼을 쓰는데 이때 간재미와 홍어의 관계를 명확히 하기 위해 국내는 물론, 일본 학술지와 도감을 찾아 일일이 학명을 대질하고 표본을 동정하는 작업을 했습니다.
마침 그 무렵에 기사 하나가 눈에 들어왔는데 뜻밖에도 국내 자료였습니다. 이 자료를 바탕으로 공신력 있는 국내외 자료를 수집해 간재미와 홍어의 관계를 명확히 할 수 있었습니다. 이와 관련된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국립생물자원관은 2008~2010년 동안 국가 생물종 목록 구축 사업을 통해 우리나라에서 자연상태로 서식하는 자생생물 3만7천 여종의 목록을 완성했다고 밝혔다. 특히, 그 동안 같은 종이었지만 다른 이름으로 불렀던 홍어(Okamejei kenojei)와 상어가오리(Raja porosa), 간재미(Raja kenojei), 묵가오리(Raja fusca)등이 모두 동일한 동물로 확인됨에 따라 연구진은 분류학적 검토 후 이들 종을 정명(正名)인 ‘홍어(Okamejei kenojei)’로 정리했다.
‘국제동식물 명명규약'에 따르면 같은 종에 이름이 여러 개일 경우 가장 먼저 붙여진 이름이 정식명이 되고 그 뒤로 붙여진 이름은 정식명에 귀속되는 '이명(異名)'이 된다고 한다. 따라서 간재미의 정식명은 '홍어'이며, 상어가오리가 이명으로 따라붙게 된다.
한편, 홍어 중 최고급 횟감으로 취급되는 흑산도 홍어는 ‘참홍어’라는 별개의 종으로 등재되어 있다.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 연구위원이자 어류학 박사인 황선도 박사의 글에 의하면 “얼마 전까지 홍어류에 대한 분류학적 체계가 이루어지지 않아 혼란스러웠다. 그러나 한 전문가의 노력으로 한때 살홍어, 눈가오리 등으로 분류되었던 흑산도 홍어가 이제는 ‘참홍어(Raja pulchra)’로 학회에 보고되었다. 그리고 군산을 비롯해 서해안에서 간재미(Raja kenojei)로 지금도 통용되는 놈은 홍어(Okamejei kenojei)로 제대로 자리매김해야 할 때이다.”라고 밝혔다."
현재 한국 어류도감 및 국립수산과학원의 수산생명자원정보센터에는 간재미나 상어가오리 같은 명칭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대신 홍어와 참홍어로만 분류되어 있습니다. 수산생명자원정보센터의 분류동정란에 홍어를 찾아보면 유사어에 간재미, 갱게미, 상어가오리란 말이 등장합니다.
학명은 ‘Okamejei kenojei’로 통합되었습니다. 국립생물자원관의 공식 사이트에는 홍어의 이명을 'Raja fusca Garman(상어가오리)' 즉, 간재미로 표기했습니다. 다만, 아직은 이러한 분류체계가 혼란스러울 수도 있습니다. 기존에 간재미로 부르던 것을 홍어로, 홍어로 부르던 것을 참홍어로 불러야 하니 낚시계와 어민 모두 익숙하지 않을 것입니다.
시장에 유통되는 생물 홍어(간재미)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홍어목 어류가 몇 종류 있는데 모두 한반도를 비롯해 일본, 중국 등 동아시아에 서식합니다. 대표적으로 참홍어, 홍어(간재미), 무늬홍어, 고려홍어 등이 있습니다. 그런데 홍어과 어류는 가자미과 어류만큼 생김새가 비슷비슷해 동정이 매우 어렵습니다. 여기에 간재미는 개체 변이가 있어서 서식처 환경에 따라 채색과 무늬가 조금씩 달라집니다.
우리가 주로 먹는 간재미는 몸길이 40~60m 사이인데 이것이 더욱 자라면 몸길이 1m 이상으로 성장하는 홍어가 됩니다. 그래서 간재미와 홍어를 나란히 놓고 비교하면 크기에서 오는 차이도 상당하지만 생김새와 분위기가 다르며, 무엇보다도 삭혔을 때 나오는 암모니아 향에도 차이가 있어 아예 다른 어종으로 인식한 것도 무리는 아닙니다.
혹자는 "홍어는 삭혀서 먹고, 간재미는 삭히지 않은 생물로 먹는다"며 그 이유를 암모니아 생성에 두었습니다. 즉, 홍어는 암모니아가 생성되는데 간재미는 생성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논리도 결국에는 '같은 종'으로 밝혀졌기 때문에 틀린 사실이 됩니다.
진도에서 맛본 간재미탕
제가 진도로 간재미 취재를 갔을 때 일입니다. 그때 싱싱한 간재미(잡은 지 수 시간 밖에 되지 않은 생물 선어)로 탕을 끓여 먹었는데 먹을 당시에는 느끼지 못했으나 다 먹었을 즈음 트림을 하면서 암모니아 향이 은은히 나는 것을 느꼈습니다. 재차 국물을 떠먹으면서 코로 내쉬자 은은히 느껴졌던 암모니아 향이 좀 더 선명히 다가왔습니다.
이로써 알게 된 것은 간재미도 요소가 있으며 삭히면 기존에 우리가 알던 홍어와 마찬가지로 암모니아 향이 난다는 것이었습니다. 요소와 암모니아 생성에서 양적인 차이가 있을 뿐, 간재미도 삭혔을 때 암모니아 향이 나오기는 마찬가지였던 것입니다.
※ 이 글을 요약하자면, 우리가 다르게 여겼던 홍어와 간재미는 사실 부모와 자식 관계로 밝혀졌습니다. 기존에 간재미로 부르던 것을 홍어로, 홍어로 부르던 것을 참홍어로 불러야 올바릅니다. 신안과 흑산도 일대에서 주로 잡히는 고급 홍어는 '표준명 참홍어'로 홍어와는 구분해야 합니다. 그래서 현재 우리바다 도감에는 홍어와 참홍어로만 구분되어 있으며, 간재미란 말은 홍어를 일컫는 방언으로 남게 됩니다.
왼쪽부터 가오리, 홍어(간재미), 참홍어
#. 가오리, 홍어(간재미), 참홍어의 구분
홍어과 어류를 구분할 때는 ‘코’ 라인을 보는 것이 가장 쉽습니다. 가오리의 코 라인은 굴곡 없이 밋밋합니다. 종류에 따라 돌출된 코가 거의 없으며, 종류에 따라 둥그런 반원을 그리기도 합니다. (사진 속 가오리는 노랑가오리)
반면, 홍어(간재미)는 역삼각형 라인을 그리면서 코가 돌출되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흑산도의 명물인 참홍어는 홍어(간재미) 코보다 더 많이 돌출되어서 뾰족하다는 인상을 줍니다. 가오리 중에서 어떤 종은 꼬리에 독침을 가지기도 하는데 사진의 노랑가오리가 그러합니다. 반면, 간재미를 비롯한 홍어과 어류에는 꼬리에 독침이 없으며 단단하고 날카로운 잔가시가 여럿 난 것이 특징입니다.
#. 마치며
지구온난화로 바닷속 환경이 변하면서 난류성 어류의 출현 빈도가 잦은 요즘입니다. 남획으로 절멸 위기에 놓인 종이 있는가 하면, 신종이 출현해 학회에 보고되기도 합니다. 여기에 교잡종까지 생기면서 이들 종을 가리기 위한 동정과 어류 분류학은 점점 고도화되고 있습니다. 바다가 빠르게 변화하고 이에 따른 연구가 진행됨에 따라 기존에 알던 인식을 뒤엎는 사례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우리도 변화하는 바닷속 환경을 감지하고 발 빠르게 받아들일 준비를 해야 할 것입니다.
※ 본문 중 일부는 황선도 해양수산학 박사의 글과 국립생물자원관 및 국립수산과학원의 자료를 참고하였습니다.
첫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