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종교는 없지만 믿음은 없다. 내가 자란 대륙의 역사와 문화적 전통이 종교에 기반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관혼상제에 깃들어 있는 종교의식을 행할 때마다 신의 위대함에 경탄한다.
그래서 프랑스인의 종교관을 이해할 수 없었다.
누구보다 세속적이고 비종교적이면서도 종교행사에 적극적인 그들을. 정확히는 프랑소와즈를.
드디어 나는 프랑소와즈 가족과 함께 크리스마스 미사에 참석할 영광을 얻었다. 그말인즉슨 프랑소와즈의 생일파티에 가게 되었다는 뜻이다.
크리스마스 전주, 자르제 컴퍼니 직원인 앙드레가 LJ재단에 대해 의견을 부탁한다며 나를 몇 번 찾아왔다. 나는 긴장했다.
"우리는 이제 폴리냐크가 일으킨 코인 사건도 마무리짓고 있어. 임원들도 교체할 예정이고."
"응. 나도 그렇게 믿고 있어. 하지만 서류적으로도 증명되었으면 해서."
나는 조바심이 났다.
"프랑소와즈와 직접 이야기할 수 있을까?"
"프랑소와즈와 고문님은 지난주에 만났다고 들었는데 구두로 전할 내용이 더 있나요?"
"이후에 마리 이사장이랑 의견을 정리했어. 아직 의사회를 개최하진 않았지만 미리 전달해놓고 싶어."
이 말은 반은 맞고 반은 거짓말이다. 마리는 나에게 폴리냐크를 자르겠다고 약속했지만 정말 실행할지는 알 수 없었다. 또 이사회를 열기 전에 폴리냐크에 가까운 이사진을 포섭해야 하는데, 마리가 어디까지 움직일지 나는 전혀 몰랐다. 이런 문제에 있어서 마리는 나보다 루이의 의견을 먼저 들었으니까.
내 거짓말을 어디까지 간파했는지 모르지만 앙드레는 고개를 끄덕였다.
"프랑소와즈에게 전달해서 일정을 잡을게. 마리 이사장님과 함께 만날 예정인가요?"
"아니. 마리가 끼면 진척이 잘 안되어서 그냥 프랑소와즈와 둘이 만날까 해."
그는 표정없이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미묘하게 불쾌해졌지만 아무렇지도 않게 미소지어주었다.
바람과는 달리 프랑소와즈와의 만남에는 앙드레가 동참하였다. 프랑소와즈는 처음에는 차가웠지만 내가 설득하자 점점 내 의견에 동조했다.
"네가 걱정할 일은 없을 거야. LJ재단은 다음 이사회 때 폴리냐크를 선임이사에서 제외하려고 해. 너희도 갑자기 문화기부 비용이 사라지면 재무적으로 힘들지 않겠어?"
"그래. 알겠어. 다음 이사회 일정이 언제니?"
아아, 마리가 프랑소와즈만큼만 남의 의견을 귀담아 들었다면 카페 가의 여러 문제들은 이미 해결되었을텐데.
마리는 일단 내 의견에 동조하고는 늘 멋대로 의견을 바꿨다. 나는 고문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아무 결정권이 없었다. 나는 또 한번 프랑소와즈의 현명함과 소중함을 느꼈다.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임시안건으로 올려서 비정기 회의를 개최하려고 해." 나는 내 희망사항을 말했다. "1월 초가 되지 않을까?"
"그래, 곧 크리스마스 휴가네."
나는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고 말을 자연스럽게 돌렸다.
"크리스마스는 가족끼리 보낼 예정이니? 네 생일이잖아."
"수십 년 째 똑같아. 이브는 가족들이랑 식사하고, 당일엔 교회에 갔다가 언니네들과 선물교환식…" 프랑소와즈는 지겹다는 듯 고운 얼굴을 찌푸렸다. 동그란 이마에 주름살이 잡히는 모습도 사랑스러웟다.
"교회… 너는 신을 믿는 거야? 카톨릭 신자니?"
"후후후 나는 무신론자야. 즉, 진정한 카톨릭 신자지"
프랑소와즈는 예의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으며 나를 보았다. 나는 어이가 없었다. 그래서 프랑소와즈보다는 훨씬 상식적인 앙드레에게 물었다.
"앙드레 너는 어때?"
"음, 페르젠 고문님. 나는 올해 두 번 교회에 갔어. 부활절과 내 무신론자 동창의 결혼식. 그러니까… 나도 진정한 카톨릭 신자지." 앙드레는 프랑소와즈보다는 훨씬 상식적인 미소를 지으며 나를 보았다.
프랑스인의 종교관은 당최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이 화제를 끝낼 생각은 없었다. 나는 어떻게든 프랑소와즈의 생일파티에 갈 생각이었으니까.
"앙드레, 24일에는 출근할 때 갈아입을 옷을 챙겨서 회사로 와. 내 차로 본가에 가자."
나는 늘 저 둘의 관계가 묘했다. 아무리 막역한 사이라지만, 사귀지도 않으면서 크리스마스 이브에 한 집에서 자다니.
물론 나도 프랑소와즈와 사귄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남친 후보라고는 생각한다.
다행히도 앙드레는 그녀의 제안을 거절했다. "나는 할머니 댁에 갈 예정이야."
"아…" 프랑소와즈가 멍하니 앙드레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성탄절엔 쭉 나… 우리랑 함께 미사를 봤잖아."
"할머니가 허리 때문에 걷기 힘드셔서, 그냥 할머니 교구의 교회에서 볼까 해."
"...알겠어. 할머니에겐 내가 따로 안부 문자 보낼게. 오후엔 올 거지?" 프랑소와즈는 매우 실망한 눈치였다.
"그러면, 내가 같이 갈까?" 나는 씨익 웃으며 프랑소와즈를 보았다.
"올해 우리 부모님은 고아에서 크리스마스 휴가를 보내기로 하셨어. 소피는 함께 가지만 파비앙은 여자친구와 여행을 가니까 나도 본가엔 가지 않으려고."
"아, 너는 신자가 아닌데 왜 가려고 하는 거야?"
"나는 카톨릭 신자는 아니지만 신은 믿거든. 너희보단 종교적 신념이 있어. 이정도면 교회에 갈 자격이 있지?"
"그래, 네 마음대로 해." 프랑소와즈는 퉁명스럽게 말했지만 표정은 상냥했고 나는 조금 더 밀어부치기로 했다.
"나도 크리스마스 이브에 초대해줄 거니?"
프랑소와즈는 딱 잘랐다.
"크리스마스 이브 식사는 가족끼리 할 거라서, 미안해."
나는 실망감을 숨기지 못했다. 앙드레는 초대했으면서 나는 빼놓다니… 하지만 앙드레도 가지 않으니 괜찮다.
"미사 끝나고는 너희 집에 가도 되는 거지? 생일 선물 가져갈게."
"음… 가족끼리 모이는 자리인데… 그래, 알겠어." 프랑소와즈는 잠깐 고민하다 허락했다. "아침 10시 미사에 맞춰서 베르사이유 교회로 오면 돼. 주차 자리 찾기 힘드니까 본가에 주차하고 걸어가도 되고."
"즐거운 시간 보내요." 앙드레가 자리에서 일어났고 나는 안심했다. 앙드레가 그녀에게 마음이 있다고 느껴서 때때로 경쟁심이 불타올랐지만, 이럴 때 보면 그는 나를 전혀 견제하지 않는다. 남은 시간은 오롯이 우리 둘만의 것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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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톨릭의 형식과 상징은 언제나 나를 자극했고 마치 거시경제학의 그래프 곡선처럼 완벽한 예술적 완결성을 보였다. 물론 프랑소와즈가 아니었다면 생각도 하지 않았겠지만.
성탄절 미사에 참석한 나는 일어섰다, 앉았다, 인사했다, 성호를 긋기를 반복하였다. 나는 신교 문화권에서 자란 비종교인이지만 몇 차례 카톨릭의 결혼식에 참석한 적이 있었기 때문에 남들을 따라서 앉고 일어서기만 잘 하면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내가 프랑소와즈를 꼬드길 마음으로 그녀의 생일에 카톨릭 미사에 참여했다고 생각한다면… 바로 본 것이다!
신께는 죄송하지만 스테인드글라스를 투과한 빛을 뒤로 하고 서 있는 그녀의 옆모습은 너무나 요염하였다. 특히 엄지손가락으로 이마, 입술, 가슴에 차례대로 작은 십자가를 긋는 모습을 보았을 때 내가 그 십자가가 되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 프랑소와즈는 미사보를 쓰지 않았지만, 쓰고 있었다면 나는 당장 벗겨 키스했을 것이다. 십자가 앞에서… 불경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프랑소와즈는 눈을 감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줄을 서서 '성체'라 불리는 동그란 빵을 받아먹는 절차를 치렀다. 그녀는 입 안에 빵을 집어넣고 자리로 돌아와 눈을 감고 음미했다. 그 동작은 매우 고혹적이었고, 매우… 말할 수 없이 성적인 자극을 주었다. 마치, 한 말씀 만으로 프랑소와즈의 안에 내 몸이 들어간 것처럼. 입 안으로, 혀 밑으로…. 그리고 더 깊숙한 안쪽으로.
웬만한 에로스를 다 경험한 나는 생각한다. 경건함의 끝에는 언제나 에로스가 있다고.
신의 몸을 먹는 경건하고 순결한 프랑소와즈. 각종 성욕에 아무런 거부감이 없고 많은 경험으로 익숙한 나에게도 겪어보지 못한 최고의 에로스였다.
"프랑소와즈…" 나는 견디지 못하고 아주 작게 속삭였다.
프랑소와즈는 눈을 뜨고 나에게로 턱을 살짝 돌렸다. 눈으로 묻고 있었다. 나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내 종교적 얄팍함으로는 설명할 수 없었다.
'프랑소와즈! 말해줘! 나는 너의 것이다. 내게 한 마디만 하면 나는 모든 죄악을 고백하고 속죄하고 너에게로 달려갈게!'
번개가 치는 것 같은 성스러운 경험을 어떻게 말해야 할까. 세상에 이런 바보같은 일이 있을까. 하지만 바티칸에 보고한다면 분명 기적으로 인정해줄 것이다.
나는 프랑소와즈를 기다리고 있었다. 프랑소와즈가 단 한 마디만 한다면, 단 한 마디만 한다면 그녀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녀가 내 안에 들어온다면 내 영혼은 곧 낫고 기꺼이 그만의 남자가 될 것이다.
교회를 나선 프랑소와즈는 나에게 물었다.
"무슨 일이야?"
"아, 아니… 빵맛이 궁금해서 말 걸어봤어. 맛있게 음미하길래."
"맛 없어. 그냥 밀가루야." 프랑소와즈는 씩 웃었다. 그리고 이내 핸드폰에 들어온 문자 메시지를 보고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왜 그래? 안 좋은 소식이라도 있니?"
"앙드레와 할머니가 오지 않겠대."
"어머, 마론이 허리가 아프다 하더니. 루루가 서운해하겠다." 자르제 부인은 안타까운 표정을 짓고는 금방 표정을 바꿔 나에게 화사한 웃음을 지었다.
"페르젠 고문님은 함께 식사하실거죠? 함께 케이크 커팅 해요."
나는 문화재로 등록된 자르제가를 흥미롭게 둘러보았다. 프랑소와즈의 고고함과 냉정함은 유서깊은 가문의 역사와 문화적 전통 때문일 것이다. 문화재 해설사가 된 기분이라며 답지 않게 쑥쓰러워하는 그녀는 너무나 사랑스러웠다.
자르제가는 아들이 없어서 사위들의 회사와 돈독한 관계를 맺고 사업을 진행하는 전형적인 오래된 패밀리 비즈니스 회사이다. 아마 전체 경영권은 프랑소와즈가 물려받겠지만 자매 사이는 좋았다.
차례차례 자르제가에 도착한 누님과 형부들이 나를 환대하자 마리와 내 관계가 소문나지 않은 것을 확신하였다. 공식적으로 나는 아주 오래 전에 마리랑 잠깐 사귀다 헤어졌고 현재는 싱글인 남자이다. 가족들은 우리 사이를 궁금해했고 나는 '그냥 친구'라고 대답하면서 그녀 곁에 바싹 붙었다. 프랑소와즈는 내내 시무룩하게 핸드폰만 들여다보고 있었지만.
맏언니인 로랑시 부처가 도착하며 집안은 더욱 시끌벅적해졌다. 로랑시 집안이 경영하는 회사는 내가 맡은 상품의 회사채 포트폴리오에 들어있는 탄탄한 비상장 회사다.
"와! 오스칼 이모의 친구! 어째서 오스칼 이모의 곁에는 이렇게 잘생긴 남자들만 있는 걸까? 이모가 미인이어서일까?"
"루루!"
프랑소와즈는 루루라 불리우는 로랑시 가문의 외동딸을 타박했지만 핸드폰에서 눈을 떼고 입에는 함박웃음을 지었다. 루이즈는 괴짜였지만 10대 조카들 중 유일한 여자여서 귀여움을 독차지하였고 모든 행동이 용인되는 것 같았다.
"나, 앙드레는 이제 이모에게 양보하려고."
루이즈는 가방에서 디올옴므 손수건을 꺼내 입술에 대며 과장된 자세를 취했다.
"무슨 말이니?"
"나는 운명의 남자를 만났어. 내 손에 이렇게 손수건을 남기고… 이 향기."
"얘가 빅토르 클레망 드 제로델 변호사 사무실에 직업 체험 학습을 간 후에 이런단다. 향기는 무슨, 우리집 세제 냄새니까 그냥 무시해, 무시해."
마담 로랑시는 손사레를 쳤고 나는 그 이름에 긴장했다. 마리 말대로 프랑소와즈가 아직도 제로델 변호사와 만나고 있는 걸까. 자르제 부인과 프랑소와즈의 표정을 보고 알았다. 앙드레보다 이쪽을 경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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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문화재단과 손을 끊는 건 쉽지 않다. 선대부터 내려온 인연도 있지만 자르제 컴퍼니는 비영리 재단이 없기 때문에 바로 거래를 끊으면 납부세액이 많아져서 위험하다. 자르제 컴퍼니는 전통적인 제조업과 건설업이 주력이라 쉽게 재단을 만들만큼 여유 자금도 없었다. 자르제 사장님에게는 운을 띄워놓았지만 당장은 안 된다.
오스칼은 개의치 않았다.
"세금은 버는대로 정직하게 내면 되잖아. 당장 끊을거야."
"LJ재단과 손을 끊는다면 다른 방법으로 세금을 절약해야 해."
오스칼은 언제나 단순하고 순수했다. 강함, 아름다움, 단호함… 오스칼를 형용할 단어는 많지만 어떤 것도 그녀의 내면의 본질은 아니다.
그녀의 본성을 한 마디로 표현하면 순수함이다.
나는 그녀를 순백의 흰장미로 남겨놓고 싶었고, 아마 자르제 사장님도 그랬을 것이다.
"오스칼, 솔직히 말할게. 우리 회사는 재정 상태가 좋지 않아. 자회사 중 최소한 두 곳 이상은 문화재단으로 절세하지 못하면 바로 적자로 돌아서게 돼.
내년 상반기 쯤으로 하면 안 될까?"
오스칼은 저윽이 충격을 받은 눈치였다. 나는 더이상의 말을 아꼈다.
페르젠과 마리까지 이어지는 오스칼의 이상한 관계가 조만간 청산된다는 기대 덕에 나는 기분이 좋았다. 오스칼을 향한 내 감정은 감히 말해서도 안 되고 내가 어떤 종류의 기대도 해서는 안된다는 걸 알고 있지만, 나는 그녀가 알아주길 바랬다. 내가 떠났다 돌아오기를 반복하는 남자가 아니라 영원히 그녀 옆에 있는 친구란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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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칼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그녀가 피한방울 안날 차가운 경영자라 생각한다. 실은 주변 사람의 말에 잘 설득되고 정에 휘둘리는데도 말이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페르젠의 몇 마디 말에 다시 의견을 바꾸어 LJ재단과 계약을 유지하려 하였다.
오스칼 옆에 남겠다는 내 다짐이 무색해졌고 베르나르는 언제 합류할 거냐며 독촉했다. 나는 크리스마스에 할머니를 모시고 교회에 다녀온 후 바로 그를 만나러 갔다. 연휴에도 문을 여는 동네는 관광지와 마레지구가 유일해서 우리는 마레의 펍에서 만났다.
"보험료 납부하고 왔나?"
베르나르는 종교활동을 보험이라고 불렀다. 베르나르는 멋지지만 냉소적인 녀석이고 그의 바람대로 저널리스트가 되었다면 참수당할지도 모른다 생각한다.
"멤버를 몇 명 더 모았어." 그는 잘생겼지만 왠지 인상이 나쁜 상쥬스트를 소개하였다. 후원금과 구글 광고 외의 유료 사업 모델을 개발할 거라고 했다.
"너는 언제 합류할 예정이지?" 성질 급한 베르나르의 독촉에 나는 사실대로 대답했다.
"아직 지금 직장을 다 정리하지 못했어."
"대갓댁 마당이 넓다고 해도 네 마당이 아니야. 얼른 마무리하고 다음 머슴에게 빗자루 넘겨줘. 난 너 들어올 때까지 이 자리 비워놓을 거다. 우리 회사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으면 다 네 탓이라고."
나는 별볼일 없는 직장인에 불과한 나를 높게 평가하고 기다려주는 베르나르에게 감사했다. 누군가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 자체도 기뻤다.
불꺼지고 차가운 내 아파트로 돌아온 나는 오스칼의 메시지를 받았다.
- 어디야?
- 집이야. 막 도착했어.
- 내가 거기로 갈게.
오스칼은 5분도 안 되어서 도착했다! 마치 내가 집에 돌아오길 기다린 것처럼.
"오스칼, 메리 크리스마스. 그리고 생일 축하해."나는 당황한 감정을 숨기려고 얼른 선물로 준비한 레고 아키텍쳐를 건냈다. 오스칼은 고맙다고 말하며 받아들였으나 얼굴은 화난 기색이 역력했다.
"할머니가 아파 생일파티에 못 온다더니, 마레에서 누굴 만났니?"
아차.
오스칼은 짠순이라 유튜브 프리미엄에 쓰는 비용이 아깝다며 내 구글 계정을 동기화 해놓았다.(넷플릭스와 디즈니 플러스도 내 계정을 쓴다) 뭐가 문제인지 모르지만 유튜브와 함께 위치정보도 동기화 되어버렸다.
그래서 오스칼의 구글맵에서 내 위치를 검색할 수 있다. 큰 오류가 아니어서 내버려두었던 것이다.
"내가 어디 갔는지 궁금했어?"
"널 추궁하려는 건 아니야! 하지만 요즘 퇴근도 이른데 집에는 돌아가지 않고! 아니, 아니. 감시해서 미안해. 하지만, 지난 주에도 혼자 늦게까지 나갔다 왔지."
내가 깜빡한 사실이 있는데 오스칼은 스토커적인 기질이 있다는 점이다. 숲속 여기저기 조약돌과 빵부스러기를 흩뿌려놓은 내 잘못이겠지만. 진작에 동기화 에러를 고쳐놓지 않은 내 자신의 뺨을 주먹으로 치고 싶었다.
"샤틀레와 만났지? 오늘 그 자의 메타 페이지에도 똑같은 장소가 업데이트 되어 있었어."
나는 솔직하게 대답하기로 했다. 아마 사틀레의 메타 페이지에서 새 회사를 차렸고 초기 멤버를 모으고 있다는 정도는 확인했을테니.
"베르나르가 사업을 시작했는데 내가 합류하기를 원해."
"..." 오스칼은 손에 든 선물 포장지를 노려보고만 있었다.
"가겠다고 확답하진 않았어. 가능성을 알아보려 한 것 뿐이야." 나는 신중하려고 노력했다.
"오스칼, 동기들이 새로운 도전을 하는 동안 나는 쭉 자르제 컴퍼니에서 일하면서 적당히 만족해왔어. 좋은 회사고, 익숙하니까. 이런 느긋한 나에게도 새로운 시대의 발걸음이 들려."
오스칼은 여전히 반응없이 입을 다물고 있었다. 나는 내친 김에 평소 생각을 다 말하기로 했다.
"내가 자르제가 외부의 사람이어서 더 크게 느낄지 모르겠지만 자르제 컴퍼니도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새로운 고객이나 시장을 개척한다던가, 새로운 사업에 도전하는 시도를 해볼 때야.
전통 산업에 충실한 자르제 컴퍼니도 훌륭하지만 이대로는 새로운 흐름에 따라가기 힘들거든."
오스칼은 포장지에서 눈을 떼고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았다.
"그렇다면 망설이지 말고 자르제 컴퍼니를 떠나 하고 싶은 일을 해도 좋아. 난 상관없으니까."
"......."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내가 무엇때문에…'
나는 화가 났다.
오스칼이 무대 백스테이지에서 내 사과를 받지 않았을 때도 화가 났다. 페르젠이 떠나는 기차시간을 묻지 못하고 분수대 앞에서 서성이는 모습을 볼 때도 떠난 페르젠을 기다리며 나와 시간을 보낼 때도, 돌아오면 나를 놔두고 당장 페르젠을 만나러 가는 그녀를 배웅할 때도 화가 났다. 나의 희생, 나의 헌신, 나의 시간과 노력과 애정을 아무렇지도 않게 치부하는 그녀 앞에서 화가 났다.
나는 늘 그랬던 것처럼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도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처럼.
내 분노는 언제나처럼 내 목구멍에서만 맴돌다 침묵 속에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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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펠오젤오앙? 뒷일 저도 모름 일단 썼습니다ㅋㅋㅋㅋ
오스칼은 까날 르몽드 BBC 유료판은 회삿돈으로 구독하고 엔터테인먼트 구독은 앙드레 계정 쓴다는 설정입니다 ㅋ 할인쿠폰 세일전단지 모으고 배달팁 싫어서 배달도 안시킨다는 설정. 티끌모아 티끌 만들 타입… 캐시워크 토스 끝전모으기 할 타입.
종교행사는 거룩한 자리지만 실제로는 미사나 법회 때 연애 많이 햇대요. 미혼남녀가 한자리에 앉을 수 있는 공간이라.
첫댓글 오오 ㅠ 드디어 업데잇!
이거 넘 좋네요 펠-->오-->앙!!!
LJ 끊어야겠다고 앙드레 집에 불 꺼놓고 대기탄 이후로 시간 순서대로 쓰신 건가요? 아 전 정말 오스칼이 확실한 계기가 있어서 끊어낼줄 알았는데 또 어물쩡 넘어가요? ㅠㅠ
동기화를 가급적 안해서 그런가 남의 계정을 내 유튜브에 동기화하는 게 가능한지 몰랐어요. 오스칼이 앙드레 계정 비번까지 아는 거예요? 아니 앙드레 구글 알면 다 아는 거 아닌가요ㅠㅠ 부부라도 모를 거 같구만 얘네 뭐예요 ㅋㅋ
페르젠 ㅋㅋㅋ 아니 왜 엉뚱한데서ㅋㅋㅋ 오스칼이 식는 게 보이니 저러나봐요
근데 마리가 저렇게 짜증나게 해도 페르젠은 마리한테 정 안 떨어지나봐요
넹 시간순이에요.
앙드레가 루루 데리고 외출 > 코인때문에 오스칼이 펠마 만남(루루는 제로델 만남) > 앙드레에게 손끊으라 지시 > 이번 화
나머지는 다 회상이에요.
페르젠은 늘 오스칼을 사랑햇습니다. 다만 잡은 고기라 그간 좀 소홀햇고요. 오스칼이 떠날거 같으니 혼자 애닳아하지만 감정을 드러내지는 않는다는 설정입니다.
그래도 집안 환심도 샀겠다, 이제 슬슬 환승준비해야죠 ㅋ
오스칼은 바로 손끊으면 손해라는 앙드레 말에 설득됨 + 존잘얼굴 마주보니 마음약해짐 + 귀얇음 ㅋㅋㅋ
비번 몰라도 유튭 동기화 가능해요. 둘은 가족이니까 아무렇지도 않게 계정 공유하지만 페르젠 눈에는 너무 수상하겠져. ㅋ 맨날 의심하는 이유가 있다는 ㅋㅋㅋ
하… 오스칼…. 예쁘니 봐줍니다. 앙드레 힘내…🥲아… 이 셋은 어떻게 되는 건가요 와그작와그작
오스칼 원래도 미인이지만 눼이님이 묘사하신게 페르젠 시선이어서 그런지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네요!
저도 어떻게 될지 모르겠네요 생각나는대로 쓰고 있어서 ㅋㅋ 어떤 결말이 오스칼에게 제일 행복할지 ㅠㅠ 확실한 건 여기 오스칼은 폐병 안걸립니다! 앙드레 눈은... 잘 모르겠네욬ㅋㅋ
오스칼은 언제어느시대에건 미인이죠! 3자의 시선일 때 특히 매력적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