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하착(放下著)
김정희(1934∼ )
무 배추
장다리 밭에
옮겨 앉는 흰 나비
무심코 날아오른다
날갯짓도 가볍게
가진 것
아무것도 없이
빈 몸으로 가볍게.
-복사꽃 그늘 아래 (고요아침)
놓아야 보인다
방하착은 불교에서 화두로 주로 쓰인다. 집착을 내려놓아라, 마음을 편하게 가지라는 뜻이다. 우리 마음속에는 온갖 번뇌와 갈
등, 스트레스, 원망, 욕심 등이 얽혀 있는데 그런 것들을 모두 던져버리라는 뜻이다. 중국 당나라 때 엄양 스님이 조주 스님에게 와
서 물었다. “한 물건도 가지고 오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합니까?” 조주 스님 말씀하시길 “내려놓거라(放下著).” 다시 엄양이 “한 물
건도 가지지 않았는데요?” 조주 스님 왈 “지고 가거라(着得去).” 조주 스님 말씀은 “아무것도 없다는 인식 그 자체도 내려놓으라”는
것이다.
우리가 겪고 있는 대부분의 문제가 내려놓지 못함에서 비롯되는 게 아닐까. 놓지 못하기 때문에 해법이 보이지 않는다. 개인사
뿐 아니라 국정의 복잡다단한 문제도 아집에서 문제가 초래되는 경우가 많다. 갈등하는 문제가 있는가. 완전히 놓아버려라. 비로
소 길이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많은 문제가 풀릴 것이다.
유자효 한국시인협회장
첫댓글 내려놓아라...
내려놓았다는 그것까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