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사 산책 1> 강준만 / 인문과사상사 (2010)
[인물과사상사 8번째 리뷰] 다시 이 책을 꺼내 들었다. 작정하고 책구매도 했다. 나름 '균형잡힌 미국사'를 초보자도 쉽게 이해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 말이다. 역시 책이나 차는 '두 번' 우려 먹어야 제맛인 듯 싶다. 처음 읽었을 땐 막막했는데, 다시 읽으니 뭔가 감이 잡히니 말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미국의 역사는 '두 얼굴'을 지녔다. 하나는 세계 최강대국으로 우뚝 선 자긍심으로 똘똘 뭉친 얼굴이고, 다른 하나는 그 자리에 올라서기까지 뒷구녕으로 할짓 못할짓을 다하는 추악한 민낯이다. 그리고 미국은 서서히 침몰하고 있는 듯 싶다. 그 증거는 바로 '팍스 아메리카나의 붕괴'다. 한때 미국은 전세계의 경찰 노릇을 톡톡히 하며 '감배 놀이'를 즐겼었다. '감배 놀이'란 남의 잔치에 가서 감놔라 배놔라 참견하는 놀이다. 물론 여전히 미국은 초강대국이 틀림없다. 그런데 더는 '감배 놀이'를 하지 못하고 있다. 러시아도 보란 듯이 미국과 맞짱 뜰 각오로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으며, 이스라엘은 감히 미국의 간섭을 허용하지 않고 팔레스타인 말살을 밀어붙이고 있다. 여기에 중국과 북한마저 미국과의 대결을 저울질하며 간을 보고 있으니, 미국의 자존심이 와르르 무너지는 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암튼 이번 기회에 미국에 대해서 요모조모 뜯어볼 작정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서 '미국사'만을 이야기하지 않겠다고 했다. 오늘날 미국의 주축이 된 '백인들의 기원'은 물론이고, 미국의 원주민이었던 '인디언(원래 '아메리카 원주민'이라 불어야 마땅하겠지만, 편의상 '인디언'이라 칭한다)', 그리고 각지에서 노예로 끌려온 '흑인' 들의 기원까지 살펴보면서, 이후에 '이주민'이 된 히스페닉과 아시안 들까지 지금의 '멜팅 스폿'을 이룬 미국의 인종적인 문제의 근원까지 파헤치고, 이주해온 백인들의 본고장이었던 '유럽문화'까지 함께 아울러 살펴보겠다고 했다. 그래서 이 '산책'의 시작도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항해를 준비한 시절의 '유럽의 분위기'부터 설명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리뷰에 일일이 '요점정리'하듯 쓰지는 않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안목'이니 말이다.
1권의 핵심은 '미국의 주인은 누구인가?'다. 물론 한나라의 국민이 '주인'이고, 주권을 누리는 이가 '주인'일 것이다. 그래서 대한민국은 국민이 '주인'이며, 국민이 주권을 누린다. 하지만 미국의 국민은 '다인종'인 탓에 주인된 인종이 '따로'인 듯 싶고, 주권을 누리는 이도 '따로' 있는 듯 싶을 정도다. 그리고 그 주인은 바로 '백인'이고 말이다. 왜 미국은 이런 식이 되었을까? 솔직히 미국내 백인이 차지하는 수는 '소수'에 가깝다. 그런데도 미국 경제 '전체의 부' 대부분을 '백인'이 소유하고 있으며, 그런 까닭에 미국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반은 거의 모두 '백인들의 입맛대로' 움직이고 있다. 전체 인구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히스페닉'을 비롯해서 유색인종들은 온갖 차별을 아직도 다 받고 있는 실정이다. 왜 미국이 이 모양이 되었는지 짐작케 하는 내용이 바로 1권에 담겨 있는 셈이다. 바로 '미국의 독립혁명'의 주체가 바로 '백인'이었기 때문이다. '건국의 아버지' 이야기는 2권에 나오니 잠시 묻어 두겠다.
원래 미국이 위치한 '북아메리카'에는 원주민들이 살고 있었다. 이들은 '북아메리카 원주민'이라 불려야 마땅하겠지만, 유럽에서 대서양을 건너온 크리스토퍼 콜럼버스는 이 땅을 '인도'라고 철떡같이 믿었다(?)고 한다. 그래서 콜럼버스가 처음으로 도착한 섬들(지금의 카리브해 섬들)을 '서인도제도'라 불렀고, 이곳의 원주민들을 '인디언(인도사람)'이라 부른 것이다. 하지만 콜럼버스의 발견(?)으로 인해 유럽인들의 대대적인 이주가 곧바로 시작된 것은 아니다. 유럽인들이 정착하기에 북미대륙 동부해안은 너무나도 척박하고 추운 지역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초기 이주민들은 '인디언들의 도움'이 없었으면 굶어죽기 딱 좋았다.
하지만 초기 유럽인들은 '종교의 자유', '굶주림으로부터 탈출' 따위를 목적으로 한 자발적 이주도 있었지만, 영국에서처럼 '범죄자 국외추방지'로 미국이 낙점되었던 것이다. 이렇게 삼삼오오 미대륙으로 건너온 '백인 이주민들'은 인디언들의 도움을 받아 척박한 땅에서 살아남게 되었다. 그리고 인디언들에게 '농사법'도 배우고 익혀서 유럽에 생산물을 수출을 하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인 '이주의 역사'가 시작된 셈이다. 백인 이주민들이 성공적으로 농사를 지어 무역으로 이득을 톡톡히 본 작물은 다름 아니라 '담배'였다. 그런데 담배농사에는 엄청난 노동력이 필요했다. 그래서 백인들을 대신해서 농사를 지을 일손이 필요했는데, 그런 이유로 데리고 온 이들이 바로 '아프리카 흑인'이었다. 물론 처음엔 '인디언'에게 힘든 농사일을 시켰지만, 이들은 고된 노동을 견디지 못하기도 했고, 무엇보다 '이 땅의 원 주인'이었다. 그런데 백인들이 자신들의 땅을 빼앗는 것으로도 모자라 노예로 삼는다는 정책에 고분고분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서 흑인들이 낙점된 것이다. 그 흑인들의 일부는 '계약하인'으로 정해진 기간동안 노동을 하고 난 뒤에 '자유인'이 되었다고도 하지만, 더 많이 필요해진 노동력 때문에 '흑인노예' 시장이 활기를 띠자 애초에 머물던 흑인노동자들도 곧 '노예'처럼 부려먹기 시작했다. 그리고 흑인을 노예로 삼는 것은 <성경>에도 적혀 있다는 근거를 내밀면서 '정당성(?)'을 확보하기도 했다. 인디언 대신 흑인이 노예가 되었다고 해서 '인디언의 삶'이 나아진 것은 없었다. 더 많은 백인들이 미대륙으로 이주해오자 인디언들은 '살곳'조차 백인들에게 빼앗기고 '죽임'을 당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미대륙은 '새로운 주인'을 맞이 했다. 그리고 '흑인노예 무역'과 '인디언 사냥'으로 백인들은 영토를 점점 늘려 나갔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기로 미국의 시작은 '메이플라워 호'를 타고 '제임스 타운'에 정착한 백인들이 원주민 인디언들의 도움으로 안정적인 생활을 누리게 되자, 이를 감사하는 마음을 담아 '땡스 기빙데이(추수감사절)'를 제정해 기리고, 이후 더 많은 백인들의 '종교의 자유'를 찾아 이주하게 되었고, 곧이어 영국의 압제에 당당히 자율적인 민병대를 조직해서 독립의 기치를 올리고, 정정당당한 싸움에서 승리를 거둬 '정의로운 독립국가'를 세운 것으로 알고 있다. 허나 이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내용이다. 왜냐면 '선한 이미지'만 남기고 '나쁜 이미지'는 쏙 뺐기 때문이다. 앞서 말한 '흑인 노예무역'과 '인디언 사냥'을 하지 않았다면 미국의 역사는 시작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국의 역사를 '두 얼굴의 역사'라고 평했던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을 읽고 '반미감정'을 부추기자는 이야기는 절대 아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반미감정'이 아니라 '미국을 이길 수 있는 해법'이기 때문이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위태로울 일이 없다(지피지기 백전불태)'고 <손자병법>은 말한다. 그러니 아직 미국에 비해 보잘 것 없는 대한민국이 '반미감정'만 앞세운다고 해결될 일은 아무 것도 없다. 그렇다고 언제까지나 '미국의 노예'로 살 일도 아니기에 미국에 대해서 철저히 알아보잔 말이다. 그런 뒤에야 비로소 '반미'고, '승미'고, 이야기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이기고 지는 것보다 더 좋은 것은 '동등한 위치'에서 서로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란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평화보다 더 좋은 것은 없다. 그러니 미국에 대해서 빠삭하게 알 것은 알고, 선한 이미지는 드러내고 칭찬을 아끼지 말고, 추한 이미지는 절대 잊지 말고, 되려 속는 일은 더더구나 없어야 한다. 이것이 '외교의 기본'이다.
분명 '미국의 독립혁명'은 배울 점이 많다. 부당한 일에 당당히 맞서 싸워 꼭 지켜야 할 '도리'를 스스로 쟁취해냈기 때문이다. 허나 미국의 독립으로 인해 더 큰 피해를 본 '피해자'가 발생했는데도, 미국의 정책은 이들을 더욱더 궁지로 내몰고, 오직 '백인들만의 나라'로 만들고 말았다. 이런 나라를 '종교 박해'로부터 탈출해 '종교의 자유', '인권의 보장', 그리고 '독립의 기치'로 우뚝 세운 자랑스런 나라라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겠느냔 말이다. 물론, 모든 역사가 승자를 돋보이게 하고, 패자를 비참하게 만드는 것을 관행처럼 저지르곤 한다. 그러나 적어도 우린 그런 나쁜 관행으로 당해본 '피해의 역사'를 겪어보았다. 그러니 이런 추악한 면모를 외면만 하지 말고 냉철하게 '직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서양의 위대함'만 늘어놓는 역사에 대해 경계하고, '인간적인 면모'를 낱낱이 분석한 뒤에 잘못한 일이 있으면 '반성'해야만 한다. 그리고 다시는 그런 잘못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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