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명산 트레킹
‘해발4,095m 키나발루 산 정상에 서다!’
서울고 총동창회 뉴스레터 28호(2019. 07. 09)
32회(58세) 동기들 ‘다시 새로운 시작’이라는
자신감 확인
지난 5월초 연휴기간 중(5월1일~5일) ‘서울고32회산우회’는 말레이시아 사바 주 보르네오 섬 코타 키나발루에 위치한 키나발루(Kinabalu)산 등정을 다녀왔다. 적도가 관통하고 있는 보르네오 섬은 세계에서 세번 째로 큰 섬으로서, 아래쪽은 인도네시아, 위쪽은 말레이시아와 브루나이왕국의 영토이다. 키나발루 산은 이 섬의 동북쪽 끝자락에 자리잡고 있으며, 해발 4,095m로 동남아시아 최고봉이다.
키나발루 산은 400만 년 전 화산활동으로 생성되었으며, 적도 원주민의 성지로 받아 들여지고 있다. ‘코타’가 도시라는 뜻이니, 코타 키나발루라는 지명은 키나발루 산이 있는 도시라는 의미일 것이다. 이들이 키나발루 산을 얼마나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는지 짐작이 가는 부분이다.
32회 산우회는 1년 전부터 본 등정을 준비한 결과, 32회 11명과 후배 3명을 포함하여 총 14명이 출발하였다. 5월1일 저녁에 인천공항을 출발, 현지에 도착하여 다시 버스를 타고 산 입구에 있는 숙소까지 이동하니 벌써 다음 날 오전 3시가 넘었다.
산행에 필요한 짐을 정리하고 눈을 붙이는 둥 마는 둥 아침을 먹고, 우리는 바로 산행기점인 해발 1,866m 팀폰(Thimphon) 게이트로 이동하였다. 그리고 해발 4,000m 이상 고지 등정에 대한 기대 반 우려 반의 심정으로 등산을 시작하였다.
마치 정글 속을 걷듯이 열대기후의 습하고 갑갑한 숲길을 가파르게 오르기 시작하였다. 처음부터 너무 가파른 것이 아닌가 하는 볼멘소리도 있었으나, 이는 그 이후에 벌어질 산행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 철없는 불만이었음을 곧 알게 되었다.
출발 이후부터 정상에 오르기까지 우리는 계속 오르기만 했다. 산이라는 것이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기 마련이나, 이 산은 달랐다. 아마 도봉산이나 북한산의 깔딱 고개가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된다고 보면 될 것 같다. 이번 산행의 참가자 면면이 나름 산 좀 탄다는 베테랑들이었으나, 해발 3,000m를 넘어서니 모두들 지친 기색이 역력하다. 그런 와중에도 수많은 신기한 나무들과 꽃들이 순간 순간 눈에 들어왔다. 이 산에는 6,000여 종의 식물이 서식하고 있다고 들었다.
해발 2,702m 라양라양(LayangLayang) 휴게소에서 점심도시락을 먹고, 오후 4시가 못되어 해발 3,273m 라반라타(LabanRata) 산장에 도착하여 1박을 준비하였다. 산장의 시설이나 저녁식사는 기대 이상이어서 나름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또한 저녁식사 후 휴식시간에 찾아온 산상 일몰의 아름다운 광경은 보너스였다.
다음날 새벽 2시30분, 우리는 단단히 무장하며 정상을 향한 결의를 다졌다. 출발 전 대오를 정비하는 짧은 시간, 야간 산행과 정상 등정에 대한 부담감으로 긴장감이 감돌았다. 고산 증에 대한 우려 때문에 김성모군이 준비한 신비의 묘약(?)을 너나없이 반 알씩 먹고 드디어 출발하였다. 이날 중국, 일본, 대만 등에서 온 외국의 등반대도 우리와 같이 모두 동시에 출발하게 되니, 출발지점이 혼잡하여 가파른 계단 길을 더욱 어렵게 꾸역꾸역 올랐다. 그러나 한참을 지나 숲 속 길을 벗어나 공제선을 확보하니 신비로운 신세계가 눈앞에 펼쳐졌다.
그것은 별들이 펼치는 우주의 대장관이었다. 미세먼지 하나 없이 쾌청한 날씨에 밤하늘엔 쏟아질 듯 무수히 많은 별들이 촘촘히 자리하고 있었다. 순간 ‘와~’하는 탄성이 절로 나왔다. 랜턴 불빛에 의지해 발 조심을 하면서도 틈틈이 하늘을 쳐다보았다. 은색가루를 흩뿌려 놓은 듯한 아름다운 갤럭시(은하수)가 보일 때는 이 순간을 영원히 간직하고 싶은 심정이었으며, 등정의 힘든 고통도 잠시 잊을 수 있었다. 이 멋진 광경을 카메라에 담지 못하고 뇌리에만 새기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었다.
해발 3,668m 사얏사얏(SayatSayat) 체크포인트에서 등반객들의 입산을 체크한 다음부터는 거대한 바위산을 밧줄을 타고 오르기 시작하였다. 나중에 하산 길에 바위경사아래로 아득한 낭떠러지를 내려다보니 차라리 올라갈 때 컴컴해서 아무 것도 안보인 것이 다행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발 3,800m 이상 암벽지대로 올라가니 고산 증이 극에 달하여 도저히 속도를 낼 수가 없었다. ‘열 걸음 걷고 3초 간 쉬는’ 느림보 행법으로 등정이 계속되었다. 드디어 정상 해발 4,095m로 우스피크(Row'sPeak)가 보였다. 정상에서 일출의 전조로 나타난 붉은 동쪽하늘을 보니 이 또한 신비롭기 그지없었으며, 이러한 감동을 경험할 수 있음에 오로지 감사한 마음을 가졌다.
구름으로 인하여 원형모양의 붉은 해는 보지 못하였으나, 정상의 날씨는 더없이 좋았다. 예상보다 바람이 잠잠하였고, 쾌청한 날씨 덕에 최고의 뷰(VIEW)를 누릴 수 있었다. 외계의 어느 행성에서 본 듯한 경이로운 바위모습을 직접 보니, 산행목표를 달성했다는 환희와 성취감으로 인하여 그 동안 우리를 괴롭히던 고산 증도 한방에 날려보낼 수 있었다.
현지 가이드의 설명에 의하면 “키나발루 산도 전자의 30%가 성공하는데, 한국인은 90%가 성공한다”라고 한다. 통계의 신뢰성은 차치하고 한국인의 끈질긴 투지와 열정을 우회적으로 표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아직 젊다, 사회 각 분야에서 은퇴를 앞두고 있는 나이지만, 이번 등정으로 인하여 “우리는 이제 새로운 시작”이라는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또한 친구들과 함께라면 어디든지 갈 수 있고, 얼마든지 오를 수 있을 것 같다.
앞으로 서울고32회산우회 친구들은 더 멋진 산행과 삶의 이야기를 이어갈 것이다. 힘겨운 등정을 함께했던 친구들과 후배들, 모두를 사랑하며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글_조기진(서울고32회 산우회)
첫댓글 고등학교 15년 후배 - 그들도 58세로 적은 나이는 아닌데~ 마음을 내어 힘든 산행을 완주했다.
마음 속으로 칭찬도 하고 부러움도 가졌다.
우리 광우산악회에서는 실행하기가 어렵겠다는 마음이 들지만 살짝 맛만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