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번 광교산에 오른 경험이 있는 주변 거주 친구들의 제안에 따라 '상현역 → 린병원 → 삼거리 → 버들치고개 → 매봉약수터 → 형제봉 → 소나무능선 → 토끼재 → 광교산정상 → 노루목 → 억새밭 → 사방댐 → 상광교 종점'의 10km 내외의 구간을 5시간 동안 탐방할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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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교산[光橋山]
높이: 582m
위치: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광교동
광교산은 수원시와 용인시 경계를 이루는 산으로 수원의 북쪽에서 불어오는 찬 바람을 막아주며 시가지를 안고 있는 수원의 주산으로 원래 이름은 광악산이었으나 고려 태조 왕건에 의해 광교산으로 명명되었다고 전해진다. 광교산은 산의 높이에 비해서는 인근의 백운산과 함께 상당한 규모를 자랑하는 덩치가 큰 산이다.
수원시 장안구 상광교동에서 수원지를 끼고 들어가는 산 입구에서 넓은 길을 걸어 들어가면 토사 저지용 댐이 나오고 댐을 지나면 등산 코스가 여러 갈래로 분기한다. 왼쪽 골짜기로 들어가면 백운산이 가까운 갈대 능선으로 가서 광교산 능선을 타는 능선 산행을 한 뒤 광교산 정상을 지나 형제봉 못 미친 안부로 내려오면 산행 기점으로 내려올 수 있다.
능선엔 수목이 울창하여 여름에도 햇빛을 보지 않고도 산행을 할 수 있을 정도이고 능선엔 소나무가 빽빽하여 삼림욕도 겸할 수 있다. 댐 위에서 중간길로 들어가되 개울을 따라 계속 올라가면 넓은 암반을 흘러내리는 와폭이 있고 이 골짜기로 올라가면 울창한 숲길이 나오고 곧이어 장성사지로 올라가는 큰길과 연결된다. 이 길이 댐 위에서 좌측으로 분기된 큰길과 연결된다.
인기 명산[69위]
광교산은 산세가 그리 수려하지는 않지만 도심에 있어 도시민들의 휴식처로 인기 있다. - 한국의 산하
3월 등산방 정기산행은 한 친구의 제안으로 수원 광교산을 다녀오기로 했다. 그리고, 사실상 코로나가 종식된 이후 첫 봄산행이라, 시산제도 같이 지낸다. 다만, 광교산은 광청종주, 또는 청광종주 즉, 반딧불이 화장실을 들머리 또는 날머리로 하는, 광교산에서 청계산까지 이어지는 능선을 따라 25km 내외의 종주만 했지, 그 외는 가본 바가 없어 코스를 구상할 수가 없었다. 해서 평소 광교산을 뒷산으로 다니는 친구들에게 코스를 잡아달라고 요청해, 종주와 같이 반딧불이에서 시작해 정상인 시루봉에서 상황에 따라 하산지를 결정하기로 했다. 그리고 시산제를 지내는 데 필요한 제품과 제기를 당일 참석자들이 상황에 맞게 들고 오기로 하고, 산행 날짜인 3월 25일 네 번째 토요일을 기다리고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정기산행과 부분적으로 겹치는, 2년을 기다린, 안내산악회 낙동정맥 북진 종주구간 중 거의 마지막에 해당하는 19구간을 달리는 산행을 두고 고민을 많이 했다. 정맥 종주는 관심이 없으나, 그 구간 중에 천고지 '면산'이 있다! 2022년 4월 28일 부산 다대포 몰운대에서 출발해 북진하는 종주팀을 지켜보며, 제발 정기산행과 겹치지 않기를 빌었지만, 허사였다. 해서 토요일 심야에 출발하는 산행이라, 정기산행 후, 바로 귀가해, 다시 장비를 꾸려 산악회 심야버스를 탈 생각이었다. 그런데, 자신을 잘 알지만, 산행 후 잡는 손을 뿌리치는 게 쉽지 않고, 술 한잔하면, 곯아떨어져 심야버스를 타지 못할 확률이 대단히 높다 사실 같은 이유로 회비는 다 지불하고 참석하지 못한 산행이 몇 건 있다. 와중에 무박 산행이라, 당일 산행의 1.5 배다! 물론 환급 따위는 없다. 그런데도, 언제 다시 ‘면산’에 오를 기회가 돌아올지 몰라, 강행할 생각이었다.
와중에 곰곰이 생각해보니, 수요가 있으니, 인기 있는 산행은 계속 반복되는데, 14기 종료가 얼마 남지 않았으니, 15기가 곧 출발할 거 같았다. 해서 낙동정맥 산행을 주시했다. 예상대로 종주 15기가, 북진하는 14기와 달리, 4월 8일 백두대간의 낙동정맥 분기점에서 출발하는 거로 남진을 시작한다. 문제는 이 산악회의 정기산행은 격주라, 면산이 포함된 2구간은 4월 22일 토다. 그날은 정기산행 겸 87과 연합 산행하는 날이다. 그런데, 산불통제로 입산 금지에 2구간이 포함된 건지, 2구간과 3구간의 순서를 바꿨다. 고로 면산은 5월 6일이다. 해서 망설임 없이, 종주 14기의 3월 26일 2구간을 취소하고, 15기 19구간을 신청했다. 하지만, 며칠 지나자, 2구간이 다시 3구간과 자리를 바꿨다. 이유는 모른다. 그날은 다시 등산방 정기산행 일이다. 14기는 이미 취소했으니, 방법이 없다. 일단 골치가 아프니, 5월의 일은 닥쳐서 고민하기로 했다.
이 글을 쓰며, 날짜를 정확히 기록하기 위해 안내산악회의 산행 계획을 검색해보고 깜짝 놀랐다. 14기의 2구간 산행이, 3월 26일이 아니라, 5월 20일 토요일로 변경됐다. 처음 15기 구간이 바뀌는 걸 보고, 산불 예방을 위한, 입산 금지 때문인 줄 알았는데, 14기는 강행이라, 그 구간은 입산 금지에 해당하지 않는 거로 생각했었다 14기는 북진 기준 19, 20구간을 제외한 나머지는 다 진행한 후라 바꿀 구간이 없어, 연기한 걸 보니, 다른 이유가 아닌 산불 때문이다. 어쨌든 그걸 발견하자마자, 바로 그 산행을 신청했다. 결과적으로 일주일 간격으로 북진하는 14기와 남진하는 15기 산행을 다 신청했다. 물론 둘 다 참석하지는 않고, 등산방 정기산행 일을 지금의 네 번째 토요일에서 세 번째로 바꾸는 걸 검토하는 중이라, 그 결과에 따라, 면산에 오르는 날짜도 결정된다.
천고지 면산 산행은 그렇게 정리가 됐는데, 광교산 정기산행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산행 들머리인 반딧불이로 접근하는 게 쉽지 않다는 참석자들의 불평이 나오기 시작하더니, 코스 변경 얘기까지 나왔다. 해서 친구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한 친구가 정리해 올린 안 중 하나를 선택했다. 그것도 들머리만, 날머리는 산행 중 결정할 예정이다. 어쨌든 당일 광교산과 가까운 수리산 산악날씨를 보면 기온은 9~10도 사이, 바람은 2m/s 정도, 구름이 약간 끼어 산행에 좋은 날씨라는 예보다. 그리고 시산제를 위해 불광역 길목인 대조시장에서 홍어 무침을 사 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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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지구청역 3번 출구에서 10시에 만나, 마을버스로 법륜사 입구로 이동하기로 해, 평소보다 느지막이 기상했다. 그리고 아침을 먹고 8시 20분경 집을 나섰다. 불광역에서 8시 50분발 오금행 열차를 타고, 신사역에서 신분당선으로 갈아타면 되니, 그보다 늦게 출발해도 되나, 역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대조시장에 들려, 홍어무침, 정확히는 가오리무침을 사기 위해서다. 대조시장에 들러 홍어무침을 사서 배낭에 넣고, 역으로 들어갔다. 역에는 불광동을 들머리로 해 북한산에 오를 생각인 거로 보이는 등산객으로 북적인다. 남들은 국립공원 북한산에 오르기 위해 불광역으로 모이는데, 난 광교산에 가기 위해 불광역에서 출발한다. 기분이 묘하다.
환승이 가장 빠른 문의 위치로 가 조금 후에 도착한 열차를 탔다. 그런데 생각보다 승객이 많아, 거의 만원 수준이다. 토요일 이 시간 승객이 이렇게 많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승객의 복장으로 봐서, 상춘객은 별로 없고, 대부분 출근하는 거 같다. 주 5일 근무가 아직 정착되지 않은 방증인가? 와중에 종로3가, 을지로3가 등의 환승역에서 많은 수가 내리고 또 타고 하는 사이 빈자리가 생겨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리고 다시 책을 보다가, 어디쯤 왔는지 확인하기 위해 주위를 두리번거리다, 서너 자리 떨어진 곳에 앉아 있는 영빈을 발견했다. 이 친구는 일산에서 출발해 빈자리가 있었을 거다. 무언가 집중하고 있고, 거기라 멀어 인사하기 불편해 텔로 연락하고 말았다. 그리고 9시 56분경 수지구청역에 도착해 3번 출구로 나가자, 미옥이 기다리고 있고, 이어 기영, 낙진, 영한, 창우, 희제가 도착해 10시 10분경 도착한 마을버스를 타고 법륜사로 향했다.
10시 35분경 법륜사 입구에 도착하자, 우리보다 먼저 수지구청에서 출발한, 기식, 세익, 주행, 흥수에, 선현, 장희가 기다리고 있다. 오랜만에 보는 친구도 있고, 산행에 처음 참여한 친구도 있어 반갑게 인사 후 등산 앱을 기동했다. 그리고 현 위치의 고도를 확인했는데, 높이 170m다. 수지구청을 떠난 마을버스가 계속 위로 올라가 대략 100m 이상을 될 거로 생각했는데, 예상보다 높다. 광교산 정상인 시루봉 높이가 582m에 불과하니, 수직으로 410m가량만 올라가면 된다. 광교산에 관해 잘은 모르나, 정상에 오르는 최단 거리에 최고 높이의 들머리가 아닐까 생각된다. 여기까지 오는 과정은 험난했으나, 정기산행 들머리로는 괜찮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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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교산으로 오르는 들머리는 마을버스 정류장에서 법륜사 방향으로 아스팔트로 5분가량 올라가면, 법륜사와 주택 사이의 좁은 개천을 따라, 등산로가 나 있다. 고로 마을 주민에게 피해가 가지 않게 그 구간을 통과하는 동안에는 조용히 앞만 보고 올랐다. 그런데, 주의가 온통 진달래다. 지난주 선바위산에서도 보기는 했지만, 만개하지는 않았는데, 혹시 수원과 영월이 비슷한 위도? 그리고 고도는 선바위산이 높다면 말이 된다. 하긴 그사이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궁금한 건 못 참아, 지도를 펼쳐보니, 선바위산이 광교산 한참 아래에 있다. 다만 높이는 400여 미터가 더 높고, 선바위산은 3월 19일, 광교산은 3월 25일로 일주일가량의 차가 있다. 그래도 두 산의 진달래 맛은 같다!
한국 산의 특징이 정상까지 최단 거리 코스는 경사가 급해, 이를 각오하고 산행을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급하지 않다. 어느 산에서나 볼 수 있는 수준이다. 이 평가는 산행 후 모든 친구의 공통된 의견이다. 그래서 한 친구가 광교산을 고집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갈림길마다 이정표가 있어 길을 잃을 염려도 없고, 위험하거나, 경사가 심한 곳에는 갑판 계단 또는 철 계단이 있어, 쉽게 오를 수 있다. 그래서 광교산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도시의 시민들이 많이 찾는 게 아닌가 생각된다. 물론 그 역도 성립되지만. 시설이 좋아, 가벼운 마음으로 정상을 향해 올라, 11시 7분에 동천동 갈림길을 통과하고, 11시 26분에 장승이 있는 헬기장에 도착했다.
그즈음 후미 그룹과 같이 움직이고 있던, 흥수에게서 연락이 왔다. 광교산 주변 시민이, 정상인 시루봉 직전, 수리봉이 시산제를 지내기 좋은 장소라고 하니, 확인해 보라는 전화다. 해서, 헬기장을 지나, 수리봉을 향해 올라가는데, 11시 27분에 등산 앱이 수리봉 반경 50m 내라고 음성으로 알려준다. 그런데, 그 위치가 갑판 계단 위다. 고로 수리봉까지는 계단으로 올라간다. 수리봉이 암봉이라 위험해 계단을 설치한 거로 보인다. 당연히 동영상을 찍으며 올라, 11시 30분에 정상에 도착했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보니,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봉우리가 정상인 시루봉이다. 꽤 떨어져 있을 거로 생각했는데, 아니다. 그리고 아무리 봐도 암봉인 수리봉 정상에 14명이 모여 시산제를 올린다는 건 말이 안 되는 건 둘째고, 너무 위험하다. 해서 흥수가 도착하기를 기다렸다. 여기는 아니니, 다른 대안을 생각하며 흥수가 도착하기를 기다렸다. 먼저 수리봉으로 오르는 계단 직전 쉼터로 다시 내려가 자리를 잡는 거, 다음은 정상인 시루봉을 향해 가다가, 적당한 장소를 물색하는 거. 최악은 안면 깔고 등산객으로 붐비는 시루봉 전망대에 자리 잡는 방법!
수리봉 정상에 앉아, 시루봉과 종루봉, 형제봉으로 이어지는 광교산의 능선을 감상하며 흥수가 도착하기를 기다렸다가, 그가 도착해 상황에 관해 얘기하는 걸 옆에서 듣고 있던 등산객이 정상 직전에 꽤 넓은 곳이 있다고 알려줘, 망설임 없이, 정상인 시루봉으로 갔다. 그런데, 시루봉 직전 서너 명이 둘러앉을 만한 공간이 있고, 그 아래 또 다른 공간이 있기는 하나, 약간 경사져 둘러앉기에는 불편한 장소만 보일 뿐이다. 해서 정상 전망대를 차지할 생각으로 올라가 봤으나, 그러기에는 등산객이 너무 많다. 해서 반대편은 어떤가 봤지만, 주 등산로라 흥수나 나나 광청종주를 하며 익숙한 곳으로 우리가 원하는 장소가 없다는 걸 잘 알았다. 해서 뒤돌 내려와, 정상 직전의 경사지고 비좁은 장소에 우리의 상징인 산신도를 건 후, 작은 상을 펼치고 재물을 배치했다.
약간의 해프닝이 있었던 후 시산제에 참여한 모든 친구가 모여, 먼저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이후 한쪽에서는 주린 배를 막걸리로 채우고, 다른 쪽에서는 흥수가 준비한 절차에 따라 시산제를 지냈다. 이후 각자 가져온 재물과 먹거리를 펼쳐놓고, 다양한 종류의 막걸리, 이슬이, 영지버섯 담금주 등과 같이 먹고 마셨다. 와중에 까마귀가 찾아와 물론 그들과도 나눠 먹었다. 그리고 우리가 있었다는 모든 흔적을 깨끗이 지우고 바로 위에 있는 광교산 정상, 즉 시루봉으로 가 정상석과 산신도를 배경으로 단체 인증을 남겼다. 우리가 시산제를 지낸 곳이 시루봉 바로 직전 등산로 아래로 오가는 등산객이 우리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중에는 아래로 내려와 구경하고 간 청춘들도 있고.
시산제도 지냈고, 광교산 정상 인증도 했으니, 오늘 목표로 한 건 다 한 상태로, 어디로 하산할지 결정된 건 없지만, 일단 흥수 안인 반딧불이 화장실을 향해 갔다. 그리고 토끼재에서 일이 있어 먼저 하산해야 하는, 선현과 세익, 장희가 내려갔다. 토끼재에서 세 친구를 보내고, 광교산을 향해 가는데, 등산 앱이 고지 반경 50m 내라고 음성으로 알려준다. 당연히 종루봉일 거로 생각하고 핸드폰을 꺼내 확인해 보니, 종루봉이 아니라. 비로봉이다. 순간 토끼재 이정표에 '비로봉(종루봉) 0.2km'라 기록된 걸 본 기억이 났다. 우리가 알고 있던 종루봉이 비로봉으로 개명한 거다. 종각의 의미인 종루에 종이 없어, 비로봉으로 바꾼 게 아닐까?
광청종주할 때는 종루봉이 개명한 비로봉은 대개 우회해서 지나가기 일수지만, 나는 매번 종루봉에 들러, 정자에 올라 경치를 감상했었다. 이번에도 몇몇 친구는 우회를 선택했고, 나머지는 종루봉을 향해 올랐는데, 그중 대여섯은 중간에 있는 기묘하게 생긴 소나무에서 노닥거렸고, 나는 바로 동영상을 찍으며, 종루봉으로 올랐다. 그리고 반대편으로 하산해 우회한 친구들과 합류해 형제봉으로 향했다. 그리고 2시 5분에 형제봉에 도착했음을 알리는 음성 메시지를 들었다. 다른 친구들이 유유자적하면 즐기고 있을 때 페이스를 계속 페이스를 유지한 건, 시산제를 지내느라, 제대로 먹지 못해 배가 고팠기 때문이다. 1분이라도 빨리 내려가 늦은 점심을 먹고자 하는 욕망이 강했다.
2시 9분 형제봉 정상에 도착해 주위를 둘러보니, 정상석 부근은 인증을 찍으려는 등산객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고, 그 옆에는 아이스크림을 파는 노점이 자리 잡고 있다. 해서 막걸리를 팔면 그걸로 배를 채울까 하고, 상품을 봤으나, 막걸리는 없어, 인증을 남기는 등산객이 교대하는 틈을 빌려 정상석만 인증을 남기고 반대편으로 내려갔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반대편이 '조광조 묘'로 내려갈 수 있는 갈림길이다. 이 갈림길에서 묘로 내려가자는 의견이 있어, 다들 도착하기를 기다렸는데, 이 친구들은 정상석을 배경으로 인증도 찍고, 하드도 사 먹고 내려오느라, 10분가량 늦었다. 그나마도 밑에서 빨리 오라고 재촉한 결과다. 만약에 대비해 비상식으로 들고 다니던 것도 시산제에서 다 먹어 치운 후라 먹을 게 없어 빨리 내려가는 게 중요했다. 그런데 한 친구가 하드 하나를 들고 와, 그걸로 허기를 달랬다.
갈림길에 다 모였을 때 어디로 하산할 건지를 가지고 논쟁을 벌여, 거리가 짧은 곳으로 내려가기로 했다. 하산지가 중요한 이유는 귀가하는 교통편이 달려 있어서다. 해서 등산 앱으로 거리를 확인해 본바, 조광조묘 방향이 반딧불이 방향의 두 배에 가까운 거리라. 애초 흥수의 제안인 반딧불이 화장실로 방향을 잡았다. 더는 갈림길에서 망설이 이유도 없어, 페이스를 유지하며, 날머리로 향해 3시 17분에 경기대 경계에 도착했고, 3시 22분에 반딧불이 화장실 앞에 있는 쉼터에 도착하는 거로 내 산행을 마감했다. 그리고 뒤에서 유유자적 따라오던 친구들이 다 모인 시각은 3시 30분경이다. 물론 친구들이 도착할 때까지 주변 식당을 스캔하며 어디로 갈까 심각하게 고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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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의 산행으로 몸이 좋지 않은 친구를 흥수가 안마로 풀어준 후, 경기대 정문이라는 정체성이 등산로 입구라는 정체성을 뛰어넘어서인지, 등산객이 먹을 만한 식당을 찾아볼 수가 없었는데, 와중에 토끼고기를 파는 토끼마을이라는 식당이 그나마 나아 보여 그 식당으로 들어갔다. 시간이 늦어서인지, 넓은 홀과 방을 가진 식당인데, 손님은 아무도 없다. 그리고 벽에는 잘 먹었다는 유명인의 사인이 가득하다. 분위기로 봐서는 토끼고기를 잘 먹었다는 건데, 토끼는 1시간 전에 예약해야 한다고 해서, 쌈밥정식을 주문하고, 고기가 부족할 거 같아, 테이블당 하나씩 제육볶음을 추가했다. 그리고 소맥으로 무사 산행과 화려한 시산제를 할 수 있게 도와준 광교산 신에게 감사하는 건배를 했다.
이후 각자 좋아하는 술을 마시며, 세상 돌아가는 얘기를 1시간 반가량하고 식당을 나왔다. 그리고 각자의 집으로 흩어지는 거로 2023년 3월 등산방 정기산행이자, 2023년 한해의 무사 산행을 산신에게 기원하는 시산제를 마감했다. 아! 개인적으로는 토끼고기를 위해 가을에 번개로 청광종주를 추진할 예정이다.
처음 계획과 달리 광교산행에 관한 여러 가지 안을 조합한 '법륜사 입구 → 수리봉 → 시산제 → 시루봉 → 토끼재 → 종루봉(비로봉) → 형제봉 → 조광조묘 갈림길 → 반딧불이 화장실'의 8.96km(트랭글) 코스를 4시간 49분 동안 즐겼다. 이동 3시간 46분, 휴식 1시간 3분! 휴식의 대부분은 시산제 시간이다.
접근이 쉽지 않아서 문제지, 가볍게 즐기기에는 이번 광교산 법륜사~반딧불이 코스도 괜찮았다.
이번 시산제로 코로나로 중단했던 정기산행을 재개한다는 걸 산신에게 알린 산행이다.
정기산행 일을 기존 매월 4번째 토요일에서 3번째 토요일로 변경하는 안건이 처리된 중요한 산행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