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황소
유옹 송창재
한낮 뙤약볕에
이빨마저 누런
늙은 황소는
그늘찾아 피할 힘도 없어
긴 혓바닥을
땅 바닥까지 늘이고
진 침을 뚝뚝 흘리고 있다.
힘 깨나 쓴다고
내 남 논 가림없이
돈 벌러 다니고도
달구지 바퀴 끌며
청도싸움 꿈꾸었던 논두렁 장사였지만
돈 벌랴 씨받이하랴
그늘 찾아
파리 쫓을 힘마저 남지 않았다.
함께 늙은 주인마저도
백태 낀
멀건 눈으로
부채 휘둘러
등짝에 달라붙은
똥파리도 못 쫓고
두리번 두리번
지나는 이들만 쳐다보고 있다.
그렇게
주인과 함께 늙은 황소는
누가 주인인지 모르게
땡볕에서
된 땀을 흘리는 권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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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언제나 감동의 아름다운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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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