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은 더럽혀지기 위해
존재하는가
막 날아오르려는 흰 비둘기의 꿈도
순백의 웨딩 드레스에
만개한 꽃의 노래도
티끌 한 점 없는
아름다움일 때라야
제대로 더럽혀질 수 있다는
것인가
화사한 목련꽃은 이미
추하게 시들어가고
그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 편지를 읽자던
이제 막 대학에 들어간
건각의 아들은
느닷없이, 오늘 일어서지 못한다
아름다움을 더럽힌 후에
오는 기쁨을 맛보려는
누군가의 지팡이에 의해
일격을 당한 듯,
아름다움과 꿈이 크면 클수록
더럽혀지는 것도 그만큼 커진다는 듯,
건각의 아들은 황망하게,
오늘 일어서지 못한다
배설물로 가득한 도랑 위로
장미꽃을 던지는
사드의 초상을 그렸던 바타유처럼
고통이 나의 성격을
형성한 건 사실이다
고통없이는 난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도 안다
하지만 꿈의 건각이 생짜로
무너지는 것은
어느 고통에게 달려가
항의할 일인가
그 고통이 내 생의 것으로만
끝날 줄 알았던
꿈들이 하얗게 닫혀버리는
이 봄날에
난 연두초록 번지는 잎,
어느 한 점 알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