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 충격 힘겹게 흡수한 강남구 전셋값 낮춰야 겨우 거래된다.
뉴스1, 박기현 기자, 2023. 4. 14.
(서울=뉴스1) 박기현 기자 = "봄이 벌써 끝난 것 같아요. 보통은 봄 이사 철에 전세 매물을 보러 오는 사람들이 많았거든요. 올해도 손님이 잠시 많아졌다 싶어서 호가를 높인 곳도 있었는데 금세 발길이 끊겼네요." (강남구 대치동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
"작년에는 17평 전셋값이 4억5000만원이었는데 지금은 3억원이니 한 30% 빠졌네요. 전세 매물이 소진되고 있긴 하지만 집주인들이 차액을 구하느라 힘들다는 얘기가 나와요." (강남구 개포동 B공인중개업소 관계자)
아파트 전셋값이 크게 하락하면서 강남구 등 일부 지역이 역전세난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강남구는 입주 물량이 다수 소화되면서 숨통이 트이긴 했으나 전셋값이 큰 폭으로 떨어져 역전세난 우려는 여전한 상황이다.
4월 14일 부동산R114가 국토부 실거래 공개시스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1분기 전국 아파트 전세 거래 1만7952건 중 1만7016건(60.88%)이 2년 전보다 더 낮은 가격에 전세 계약이 이뤄졌다. 지난해 4분기 대비 올해 1분기 하락 거래 비율로는 강남구가 74.5%로 가장 높았다.
실제로 강남구의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달 강남의 아파트 전세가율은 41.63%로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가장 낮았다. 지난해 9월(50.20%)부터 6개월 연속 하락했다.
매매 시장이 침체하는 상황에서 전세가율이 떨어지는 것은 집값보다 더 빠른 속도로 전셋값이 하락하고 있다는 의미다. 올해 강남구 아파트 전셋값은 서울 자치구 가운데 가장 큰 폭으로 떨어져 전국 아파트 평균 전셋값 1위 자리가 강남구에서 서초구로 바뀌었다.
지난 2월 입주를 시작한 강남구 개포자이프레지던스 아파트 인근의 C공인중개업소 대표는 "다른 단지에 비해서 매물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는 것은 맞다"면서도 "신축 아파트인데도 매매가 대비 전세가가 50%에 못 미치고 있다"고 전했다.
재건축을 추진 중인 개포주공 7단지 인근 D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여기는 재건축 단지다 보니 전셋값이 더 떨어졌다"며 "몇억 더 주고 신축 아파트 들어가는 게 낫다 보니까 전세 가격을 많이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강남구의 아파트 전세 거래 건수는 조금씩 회복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692건에 불과했던 거래량은 지난 2월 1000건을 넘어섰다. 3월 거래량은 888건으로, 신고 기한이 이달 말까지인 점을 감안하면 다시 1000건을 넘을 가능성도 있다.
강남구 대치동 E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이렇게 입지가 좋은 곳은 이 정도로 떨어진 가격이면 들어올 만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특정 지역에 입주 물량이 쏠리면 3개월 정도 가격이 확 빠지는 경우가 많다"며 "역전세난을 우려할 만한 상황에 있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다소 안정화가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masterki@news1.kr 기사 내용을 정리하여 게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