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그것이알고싶다 지리산에서 돈 없이 잘 놀기

[섬진강은어]

 실천문학 겨울호 특집- <성장 위주 개발의 한계>

   지리산에서 돈 없이 잘 놀기

                                                      이원규<시인>

“주인장도 없는 집에 우리 세 식고 잘 쉬다 가오.

방값은 복숭아와 사과 그리고 치약이 전부요.

연봉 7백만 원 집안에 가세를 보태주고 가야하는데~ㅠㅠ.

서울 오면 다 갚으리다.

참, 없는 살림에 책 두 권 서리해 가오. 아무래도 안 읽을 듯 하야~ ㅋ.

잘 자고 갑니다요. 산이 엄마 아빠."

며칠 집을 비운 사이 후배 부부가 하룻밤 자고 갔나보다.

지리산에서 12년 동안 여섯 번 이사를 하면서도 내내 자물쇠 없는 집에서 살았다. 연세 50만원 수준의 빈집에 살며 더 이상 잃어버릴 것도 없고, 누군가 훔쳐갈 것도 없으니 그동안 자물쇠가 필요 없었고 또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어차피 내 집도 아닌데다 이름하여 ‘너와 나의 경계가 없는 우리들의 산방’이라는 뜻의 피아산방(彼我山房)을 떡하니 당호로 내걸었으니 어찌 자물통을 잠글 수 있겠는가.

재산목록 1호인 모터사이클은 내가 직접 타고 다니니 잃어버릴 염려도 없고, 방안에 노트북·카메라 같은 물건들이 있지만 그동안 몇 권의 책 말고는 그 어떤 것도 잃어버린 게 없다. 사실이다. 누구인가 가지고 온 술이라도 먹다가 남기고 가니 오히려 살림살이가 늘어날 뿐이다.

이 세상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풍경이 아닌가? 인심으로만 보자면 전설 속의 청학동 같지 않은가? 그러나 사실 따지고 보면 그 이유는 아주 간단명료하다. 내가 사는 곳이 도시도 아니요 상가도 아니요 관광지도 아니요, 다만 이 세상에서 버려지고 퇴화된 빈집이기 때문이다. 나 또한 한 마디로 돈이 안 되고 돈도 없는 빈집 같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욕망에 달뜬 자는 절대로 오지 않는다. 한눈에 봐도 다 보이니 도대체 올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 그리하여 막상 와보면 오히려 술맛이 좋다? 몸과 마음이 편하다? 행복하다? 유쾌하다? 자기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무장해제가 된다? 그래서 결국 돌아갔다가 또 찾아온다? 처음엔 농담처럼 그러다, 그러하다가 마침내 빈집을 구해달라고 부탁까지 한다?

그 참, 바로 이런 곳이 지리산이다. 나의 집 얘기가 아니라 15년 전부터 일기 시작한 지리산의 보편적인 얘기다. 물론 이러한 보편성마저 일종의 지독한 편견에 불과할지 모르지만, 그 확산추세 즉 성장의 기세로만 보면 사실이다. 이 또한 얼핏 개발과 성장의 모습을 띠지만 이는 전혀 다른 의미의 21세기적인 새로운 형태의 개발이요 문명사적인 성장이다. 중앙집권적인 구심력으로서의 개발과 성장에서 이탈한 자발적 패배자(?)가 되어 ‘어디서나 스스로 주인이 되는’ 수처작주(隨處作主)의 자세, 차라리 원심력을 꿈꾸는 방외자적인 자기 계발과 성찰의 성장이다.

‘녹색성장’이나 ‘4대강 살리기’ 혹은 ‘서민중심’이라는 항간의 언어 폭력적 독점과는 전혀 다른 얼굴이다. 동시대의 희망과 행복을 지향하는 행태가 어찌 이렇게도 다를 수 있는가. 적어도 누군가는 분명 반복 지속적으로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많은 사람들이 꿈꾸는 생태적인 삶 또한 때로는 존재의 현실적 근간을 흔드는 교조주의 혹은 엄숙주의에 빠져 있기 십상이고, 귀농·귀촌·귀향이 다 옳은 것만도 아니었다. 비교적 ‘죄를 덜 짓는’ 아름다운 선택이지만 이마저 스스로 대오각성의 일생을 걸고 하느냐, 억압적인 상황에서 마지못해 패배적으로 하느냐, 꽤 많은 사람들이 꿈꾸기에 멋질 것 같아서 따라서 하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굳이 지적하자면, 귀농·귀촌을 꿈꾸거나 현실화하는 이들의 대부분은 우선 멋진 집을 짓고픈 욕망에 사로잡혀 있다는 점이다. 먼저 풍수지리를 공부하게 되고, 마을에서 적당힌 떨어지고 자연풍광이 뛰어난 곳에 땅을 사고 포클레인으로 터를 만든 뒤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싶어 한다. 생태건축의 양식이든 아니든 그 가상한 꿈을 나무랄 수만은 없다.

하지만 이런 발상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얼마 지나지 않아 엄청난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모든 집이 그렇듯이 막상 설계를 마치고 집을 짓게 되는 순간 애초의 계획보다 더 많은 비용(적어도 5할 이상)이 들게 되니, 어쩔 수 없이 도시에서 팔고 온 집값이나 전셋값을 소진하게 된다. 말하자면 적응기간의 예비비가 그만큼 줄어드니 차라리 도시에서의 순응적 불안감보다 더 심한 고통과 마주치게 된다. 도시근교에서는 절대 이루지 못할(?) 그야말로 꿈꾸던 집에서 멋진 정원과 텃밭까지 갖추었지만 심리적으로는 쫓기게 된다.

몇 개월 지나고 보면 귀농생활의 수입이란 것이 실제로는 월 몇 만원도 되지 않는다는 사실과 자신이 산 땅값마저 지역 주민의 시세보다 훨씬 비싸게 샀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게 되고, 행여 다시 되팔려 해도 엄청난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려면 돈 많은 도시인 혹은 또 다른 귀농을 꿈꾸는 이들에게 되팔 수밖에 없으니 이 또한 ‘암묵적인 사기(?)의 카르텔’ 형성에 동조하게 됨으로써 남모를 죄의식에 휩싸이게 되고, 남은 예비비는 곶감 빼먹듯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현실적인 압박감이 뒷골을 엄습해 온다.

문제는 처음부터 잘못된 것이다. 돌아갈 수도 없는 헛꿈을 꾼 것이다. 영화 속에서나 본 듯한 혹은 이미 정착에 성공한 몇몇 지인들의 모습을 보고 나름대로 생태적인 설계를 했으나 이 또한 그토록 벗어나고 싶었던 자본주의적 질서 속에서 한 발도 빠져 나오지 못했다는 반증인 동시에 소위 ‘녹색성장’이라는 두 얼굴의 행태와 본질적으로 크게 다를 바 없는 궁여지책이거나 속도전적인 패착이 아닐 수 없다.

지리산뿐만이 아니라 전국의 거의 모든 바닷가와 산중과 강변에는 이렇게 수많은 집들이 들어서고 있다. 대개는 별장이지만 이를 제외하고는 거의 모두가 전원생활을 꿈꾸거나 생태적 마인드의 귀농을 이룬 사람들의 집이다. 겉만 보면 참으로 멋진 집이지만 사람의 마을과는 단절된 사유재산적 공간에 불과해 결과적으로 생태파괴에 동조한 셈이 되는 것이다.

막상 살다가 깨닫게 되는 문제는 비단 이뿐만이 아니다. 애초에 터를 잡을 때 풍수지리의 반만 보았던 것이다. 지수화풍을 다 읽은 게 아니라 대개는 바람을 모르고 물을 모르고 오로지 경치만 보았던 것이다. 그리하여 가뭄이 들거나 태풍·폭우·폭설 등 조금의 기상이변이라도 생기면 그때서야 ‘왜 이 땅에 애초부터 마을이 형성되지 않았는지’ 뒤늦게 알게 된다. 목욕이나 수세식 화장실 이용은 커녕 당장 식수가 끊기거나 외딴섬처럼 고립되는 정도를 넘어 거센 바람에 지붕이 날아가거나 산사태로 축대가 무너지는 등의 위험에 직면할 수도 있는 것이다.

머리로는 느림의 미학을 꿈꾸었으나 그 모든 게 너무 빨라서 자초한 일이다. 그러나 이러한 적응 과정을 뼈아프게 거치고 나면 비로소 천천히 자연의 한 몸으로 돌아오게 된다. 다만 때로는 빠른 것이 오히려 늦은 것이라는 사실을 절감하면서 말이다.

만약 꼭 같은 조건으로 귀농한다면 전혀 다른 방법도 있다. 우선 자신이 살고 싶은 마을의 빈집을 구하고 그 마을 주민으로서의 적응과정을 거쳐야 한다. 다 옳은 것은 아니지만 전통적인 지혜와 공동체적인 마인드를 갖추며 최소한 사계절을 살아본 뒤에 집지을 땅을 사더라도 절대 늦지 않다. 왜냐면 마침내 주민들의 시세에 맞게 살 수 있다는 경제적 비용 문제 뿐만이 아니라 집터에 대한 풍수지리적 이해가 두루 갖춰지기 때문이다. 되도록이면 이미 수백 년간의 검증이 끝난 빈집을 취향에 맞게 고쳐서 사는 게 훨씬 더 생태적인 일이지만, 굳이 새로이 집을 짓겠다면 말이다.

자연 속에 집 한 채를 짓는 일이 이러할진대 하물며 ‘녹색성장’의 주동력인 ‘4대강 살리기’로 대변되는 한반도 유사 이래 최대의 ‘국토 대수술’ 등은 어찌해야 할 것인가. 정치적 꼼수를 넘어 그 무지막지함에 눈앞이 캄캄할 뿐이다.

요즘 지리산에도 이명박 정부와 궤를 맞춰 ‘마침내 기회가 왔다’는 듯이 케이블카와 댐 건설 문제로 시끄럽다. 관광특구인 구례군이 이미 난개발의 대표적인 케이스이자 그 약발이 급격히 떨어진 산동면 온천단지를 되살리겠다며 노고단까지의 케이블카 설치를 추진하자 마치 맞불이라도 놓듯이 산청군도 천왕봉 케이블카 설치를 서두르는 등 지리산권 곳곳에서 4개 이상의 케이블카 불길이 번지고 있는데, 설상가상으로 함양군은 백지화되었던 지리산 댐을 유치하려고 몸부림치고 있다. 옥 국토가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민족의 영산이자 국립공원 1호인 지리산마저 막가파식 개발의 시험대에 오른 것이다.

경제적으로만 따져보아도 ‘전국의 온천단지 등 난개발 관광지가 왜 망하는지’에 대한 성찰이 없다. 여전히 문제는, 이미 관광의 패턴이 생태체험 등으로 변한 지 오래인데다 ‘제주도 올레길’과 ‘지리산 둘레길’ 등 걷기여행의 선풍적인 인기와는 정반대의 길인 구시대적 난개발을 서두르고 있다는 데 있다. 21세기적인 패러다임의 대전환을 예감하지는 못하더라도 뻔뻔하게도 그 ‘역주행’을 ‘녹색성장’의 이름으로 자행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지금 지리산에는 그 반대의 새로운 징후가 포착되고 있다. 아니, 이미 10여년 전부터 실천되고 현실화하고 있다. 언어적로만 따져보아도 따로 놀던 생명과 평화라는 말을 접붙어 ‘생명평화’라는 신조어를 만들었듯이 ‘모성의 산’ 지리산에 새로운 기운이 무르익어 가고 있다.

그 텃밭은 실상사의 도법 스님을 중심으로 한 남원시 산내면이다. 귀농학교와 대안학교, 그리고 농장공동체 등의 농작물이 새싹을 틔우기 시작했다. 전국적으로 시골의 면단위 초등학교가 폐교되는 등의 추세와는 정반대로 오히려 학생 수가 늘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귀농자 등의 젊은이들이 수혈됨으르써 마침내 족구대회를 해도 무려 13개 팀이 출전할 정도인데다 요즘은 마을대학 등의 논의도 무르익고 있다. 또한 해마다 지리산을 돌며 군단위에서 열리는 자생적인 축제인 ‘지리산 문화제’는 해마다 1천 명 이상이 모여 참여자 모두가 주체이자 중심이 되는 모범적인 큰 잔치로 자리 잡았다.

지리산 아랫자락으로 마을과 마을을 지나는 ‘지리산 둘레길’이 이어지고 있으니, 지리산 종주 등 정상정복이라는 욕망의 무한 경쟁구도 혹은 ‘1등주의’를 벗어나 고속질주의 아스팔트가 아니라 더불어 천천히 손잡고 걸어가는 마을길·숲길·강길·고갯길·옛길·농로가 되살아나고 있다. 개발과 성장의 길이 아니라 성찰과 상생의 길이 열리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기운에 화답이라도 하듯이 지리산을 넘어 섬진강이 흐르는 하동군 악양면에서 또 다른 빛깔의 꽃들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아직은 실험중이지만 지리산을 중심으로 한 ‘생태공화국’(?)이 수직에서 수평으로, 중앙에서 지역으로, 획일성에서 다양성으로 차츰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꽃바람은 생활 속으로 스며들어 악양면에는 ‘동네밴드’가 생겼다. 많은 돈을 들여 축제에 초청한 가수의 박수부대가 아니라, 멍하니 텔레비전을 보는 시청자가 아니라, 서울의 기획사에서 출시되는 음반의 단순구매자가 아니라 1차 산업인 농업처럼 음악의 직접 생산자이자 출연자로서 연주를 하고 노래를 부르는 동네 밴드, 이 얼마나 멋진가. 그러나 아마추어이 동네밴드의 실력을 우습게보지 봐서는 곤란하다. 문단의 화류계(?)에서 잘 나가는 박남준 시인이 20여 년간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불러왔지만, 오디션에서 기타연주는 물론 보컬에서도 떨어졌다. 겨우 하모니카를 불고 코러스를 하는 정도다.

그런데 더욱 멋진 것은 이 동네밴드 탄생의 주역이 된 단체가 귀농자들과 지역민들이 함께 만든 ‘지리산과 섬진강 사람들’인데, 그 이유가 섬진강변 19번 국도 4차선 확포장 계획을 저지하기 위해 만들었으니, 결과적으로 보면 아름다운 ‘섬진강변 벚꽃길’이 동네밴드를 낳은 셈이다. 꽃길의 자식이 동네밴드이니, 바로 이런 게 진정한 선순환이 아닌가.

그리고 또 하나 주목할 만한 일이 벌어졌으니 바로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만든 ‘지리산 학교’의 탄생이다. 지난 봄, 박남준 시인과 사진작가 이창수와 내가 차를 마시다 문득 제안하고 합의한 것이다. “이제 때가 온 것 같다. 지리산 사람들이 먼 도시로 돈 들여 공부하러 다니더라. 우리도 예술대학 하나 만들자. 총장은 도대체 느려터진 박남준 형이 하고...”

사실 이렇게 우습게 시작된 지리산학교가 지금은 문화예술 각 분야의 강사 12명과 학생이 100여명 이상인 명실상부한 학교가 되었으며, 벌써 3기생들이 졸업을 앞두고 있다. 처음엔 장난처럼 시작되었으나 ‘지리산의 때가 무르익다보니’ 밑그림도 쉽게 그려졌다. 돈 없이 만들 것, 현실 생활에 활용되는 예술을 가르칠 것, 교실은 각자의 공간을 활용할 것, 등록비는 최소화 할 것, 강사료는 기름값 정도만 받을 것, 장소는 하동군 악양면이라는 면단위를 중심으로 만들 것, 학생 모집은 지리산권 주민을 중심으로 하되 인접도시까지 포함할 것, 학벌이나 연령제한은 두지 않을 것 등이었다.

그러면 어떻게 학생들을 모집할 것인가? 대답은 명쾌했다. “일단 강사들이 전시회를 하자. 하동 야생차 축제에 각자의 작품을 내보이고 ‘이런 것 가르쳐 드립니다’ 홍보를 하자. 한 명이든 두 명이든 일단 시작하자.” 그러나 결과는 대성황이었다. 모두들 목말라 있었던 것이다. 마당에 멍석을 깔았을 뿐인데 잔치가 벌어진 것이다. 곧바로 면사무소 2층 강당을 빌려 입학식을 치렀다. 목공예반·천연염색반·도자기반·사진반·기타연주반·퀼트반·그림반·숲길걷기반·시문학반 등 70여명의 학생들이 등록을 했다. 16세에서 60대 중반까지, 농부에서 면서기며 농협조합장까지 지리산 현주민과 바깥주민의 황금 비율로 학생회가 만들어졌다.

1주일에 한번 강의하되 학생들과 수업시간을 조율하고, 학생이 많으면 교육의 질이 떨어지니 한 반에 10명 이상을 뽑지 않기로 했으며, 강의실은 찻집 하나를 활용하되 강사 각자의 작업실에서 수업하는 ‘움직이는 학교’ 개념으로 하고, 한 달에 한번 전체 모임의 날은 물물교환 장터와 공개특강을 열어 학생과 강사, 그리고 지역주민들이 함께하고, 학교의 모든 운영은 강사들과 학생대표의 모임인 운영위원회에서 결정하되 전통적 화백회의 수준으로 되도록이면 만장일치를 보기로 했다.

지리산학교는 애초 합의대로 실제로 진행되고 있다. 운영위에서 쉽게 합의되지 않는 것들은 일단 보류해왔다. 언제나 천천히 내실을 기하는 것이 우선이니 뭐 그리 급할 게 있겠는가. 그리고 지리산학교의 특장 중 하나는 누구나 선생이자 제자라는 점이다. 예를 들자면 시를 가르치는 강사는 곧 사진반의 제자이며, 목공예반의 선생은 그림반의 제자이기도 한 것이다. 강사 또한 서로 크로스로 수업을 들을 수 있고, 학생들 또한 다른 과목을 수강할 기회를 열어 놓았을 뿐만 아니라 학생들 중에서 농사 등의 전문가는 제자이자 곧 강사들의 선생이 되는 것이다. 수직적 구조는 자연스레 무너지고 수평적 구조와 다양성을 인정하는 학교로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것이다.

그리하여 무엇보다 재미있는 것은 수업시간이다. 두 시간 수업 중 한 시간이 끝나면 잠시 쉬는데 그때부터 공부하는 책상은 곧바로 잔칫상으로 변한다. 농부는 매실주와 더불어 고구마를 쪄오고 읍내에 사는 면서기는 통닭을 사오는 등 십시일반의 만찬이 벌어지고 술 한 잔씩 나누며 자유토론이 이어지는 것이다.

지리산학교를 벤치마킹한 제주도에서는 이미 한라산학교가 만들어졌으며, 인근의 구례에서도 논의 중이며 광주와 울산 등에서도 준비과정에 들어갔다. 머지않아 돈 없이 만드는 ‘앉은자리가 곧 학교’이자 ‘움직이는 학교’의 훈풍이 전국으로 번지게 되면 이런 학교들의 네트워크가 생기게 됨으로써 서로 수학여행을 다니고 크로스 강의를 하는 날도 멀지 않을 것이다.

21세기적인 새 패러다임의 진정한 개발과 성장은 바로 이런 얼굴이 아닐까. 세계 최고수준의 자살율과 교통사고 사망률, 그리고 암 사망률을 감출 수 없는 우리시대의 자화상을 목도하며 나는 오늘도 모터사이클을 타고 19번 국도를 달려 지리산학교에 간다, 동네밴드 공연을 보러간다, 지리산문화제에 시낭송을 하러 간다, 룰루랄라 한 바탕 잘 노는 새로운 공화국을 꿈꾸며.

   <2009년 실천문학 겨울호>

[섬진강은어]

제 글이 아니고 제 옆에 사는 분의 글... ㅋㅋㅋ 왜 제목에 스크랩이라고 안뜨나여??? 글고 이글 실은 넘 길죠... 다 읽기 힘드신 분을 위하여 요약< 지리산에서는 돈없이 맨날 딩가딩가 노래부르고 논다, 뭐 그런 야그... ㅋㅋㅋ지리산에 와서 괜히 근사한 집짓고 헤메지 말라는 뭐 그런 야그... 울집은 여전히 문 안잠그고 다니니 놀러오라는 야그... ㅋㅋㅋ 암튼 뭐 그런그런 야그... 쫌 있으믄 동네밴드 12월12일에 정기공연한다는 야그 ㅋㅋㅋ 맨위 사진은 지마누라도 동네밴드라는 야그 ㅋㅋㅋ (덧붙여 위사진은 동네밴드 지리산문화제서 죽쑨 날 사진... 난 노래 안부르고 코러스만 했당! 휴우~~~)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지리산학교에 대한 얘기를 티비에서 잠깐 본듯 합니다.아 저 사람들 정말 행복하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었는데.../은어님을 잊지않고 있네요...너무 감사하고 고맙습니다./ 두번째와 세번째 사진의 배경은 어디서 많이 본듯하네요~ㅋㅋ오백장터날 찍으신듯 합니다...^^

[섬진강은어]

오우, 딩동댕~ 그날 지리산시인 박남준, 박두규, 이원규 다 올라가서 한바탕 놀고 왔답니다...

[초보]

나 오란 얘기지??? 알았어 갈게.ㅋㅋㅋ

[섬진강은어]

ㅋㅋㅋ 역쉬! 나의 프러포즈를.... 글고 이후에 공주도 가자! 사상의학 취재차 갈껀데... 가믄 아마 귀한 약도 얻을수 있을껴...

[애너벨리]

놀러 ... 진짜 함 가야겠어요~^^

[섬진강은어]

당근! 오샴~~~ 곧 일정 올릴께... 그날 부산서 그리 보내고 안적도 맴이... 아쉬움~~~

[시드]

ㅠ.ㅠ 지금은 동공에서 뇌로 글이 전달이 안되네...지금은 패스하고 쫌 있다 다시 읽어야겠당...ㅠ.ㅠ

[섬진강은어]

내 요약본 읽어어~~~~~~~~~~~~~~~~~~~~~~~~~~~~~~~~~

[비바람]

100% 아니 200% 공감합니다, 학교의 발전을 빌고요..

[섬진강은어]

학교 무지 잼나게 운영되고 있슴다... 종강식이면 먹을꺼에 눌려죽고 그럼다... 아무나 와서 주는 젓가락만 들고 먹으면 된다는 야그... 교무처장 빽으로 무한제공~~~~

[苞山]

마음만 간절한듯 합니다..저 또한 경치좋은곳에 노후생활을 꿈꾼다는 것이 이미 잘못된 답을 생각했나 봅니다..ㅎㅎ 역시나 마음 이겠지요,,,,,^^~

[섬진강은어]

아니에요... 그런 꿈이 없으면 이 삭막한 도시를 어찌 견디며 삽니까! 다만 집에 큰돈 들이기보다 좀 담장 낮고 덜 화려한 집에서 살면서 놀고 살자, 뭐 그런 야그겠지요...

[지리산다람쥐]

섬진강은어님 너무방갑습니다..피아산방님두 잘 게시지요..어느겨울날 함께하고싶습니다.

[섬진강은어]

네, 잘 지내시지요? 어느 겨울날 놀러오시라고 위에 초대장 날렸어요.

[다롱이]

빨리 오란 야그지?....ㅋㅋㅋㅋ..

[섬진강은어]

그런 야그지... ㅋㅋㅋ

[유자향기]

은어님 반가워요. 가까이 살면 유자차 한 병 들고 가서 녹차 한 잔 마사러 갈터인데.... 공주 언제 오세요? 저 서산에 살아요.

[섬진강은어]

아, 네... 서산... 전에 주신 유자차도 잘 마셨어요... 음, 보고 싶네요... 12일에 놀러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