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
끔찍하고도 안타까운 뉴스를 보면서
"아들, 엄마정도면 천사엄마 아니냐?
시험기간에 농구하고 컴퓨터게임하는 아들에게 새벽밥 해주고,
공부보다 건강이 최고라며 잠은 푸욱~~ 자야 된다고 침대로 등떠민...
전국에서 1등은 입밖에도 낸 적 없고, 서울대 법대? 하이고~~
엄마가 해주는 따뜻한 밥먹고 다닐 수 있는 대학에만 붙어달라고 했는데...
고사하고 지금 결정된 대학(원주 상지대학교)에 간 것만도 감사해하는 너네 엄마 말이다...ㅋㅋㅋ"
"ㅋㅋ 하기는~~"
길고 긴 엄마의 자화자찬에 우리 작은아들 강이가 소리내 웃는다.
그러면서도 TV화면에 비친 달력메모를 보면서
"공부를 잘하긴 했네...
엄마가 전국1등을 요구할때에는 그만큼 했겠지...
그런데 엄마, 성적이 내려갔다고 밥도 안주고 잠도 안재우고 스트레스를 줬다는 건 좀...
그렇다고 엄마를 그렇게 살해했다는 것도....
어떻게 저런 일이 일어날 수 있지?"
오래전 영화제목<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공부가... 일류대학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다는 말에 거의가 공감을 하면서도
끈을 놓지 못하고 전전긍긍하는 우리 부모님네들이다.
'네가 할 일은 공부만 잘하면 된다'며
사과하나 제손으로 깎아 먹을수 없게 만들고,
제방하나 청소할 줄 모르게 키우는 우리 부모님네들이다.
난 좀 다른 엄마라고 생각하면서 살아왔다.
나만의 착각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님, 그 지나친 소신이 우리 아들들을 지방으로 내몰았는지도...ㅎㅎㅎ
갑자기 지방대 기숙사에 있는... 몇 달째 얼굴을 보지 못한 큰아들 영이가 보고싶다.
자격증 시험도 준비해야 되고, 무엇보다 집에 다녀가는 경비가 아깝다면서...
군에 갔을때보다 아들 얼굴보기가 더 어렵다.
용돈외에 돈이 필요할때 쓰라고 카드를 한 장 만들어 줬는데,
핸드폰에 한 번도 문자가 들어오지 않아 왜 안쓰냐고 했더니
지통장에 있는 용돈만으로도 충분하단다.
그제는 일만오천원을 주고 운동화를 하나 샀다길래 엄마카드로 좀 나은걸로 사지 그랬냐고 했더니
좋은건데 제고품이라 싼거라며 앞으로도 이런거 잘 이용해야겠다면서 어린애처럼 엄마에게 자랑을 한다.
이뿐 내새끼....
얼마전 작은아들 강이는 1박2일 코스로 부산에 잠깐 다녀왔다.
지금까지 학교 공식적인 여행외에 혼자 나선 첫 나들이...
그것도 온라인게임으로 만난 부산에 거주하는 형들을 만나러 간다는데 우리 부부는 승낙을 흔쾌히 할 수는 없었다.
세상이 얼마나 무시무시한가 말이다.
부산에 있는 형들(4명)의 전화번호를 다 받아놓고서야 어렵게 허락을 했었다.
무엇보다 꼭 가야만 한다고 고집부리는 강이의 의지가 너무 강했고,
아기만 같았던 강이에게 성인이 된 첫 걸음에 경험을 얹어주고 싶기도 했다.
토요일 새벽 5시 부산행 KT를 타고 만 이틀을 형들과 만나 추억을 쌓고 다음날 심야 고속버스를 타고 월요일 새벽에서야 집으로 돌아왔었다.
물론, 걱정하는 아빠엄마에게 수시로 행적을 문자로 보내주는 센스도 보여주면서...
<지금 도착해서 마중나온 형들 만났어요.>,
<형들하고 해운대 왔어요. 갈매기 밥주고 있어요. >
<성현이형네서 지금 자려고 해요. 넘 재미 있어요. 걱정마세요.>
<지금 고속버스 탔어요. 새벽3시정도 도착한대요. 그냥 주무세요. 제가 문열고 들어갈게요.> 이렇게...
너무나도 멋진, 잊지못할 여행이었다고.... 요즘도 틈만 나면 부산에서 형들과의 추억담을 들려 준다.
해운대, 부산갈매기, 부산 돼지국밥? ㅎㅎ
기회가 되면 부산에 가서 살고 싶단다.ㅎㅎㅎ
정말 좋긴 좋았던가보다.
누구든지 자식들을 잘 키웠다, 잘못 키웠다는 결론은 쉽게 내리지 못한다.
삶은, 인생은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다.
언젠가 누군가 올려놓은 좋은 글중에서
<자식을 자랑거리로 만들기보다 자식이 자랑스러워하는 부모가 되라.>는 말을 항상 가슴에 새긴다.
영이랑 강이가 우리처럼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가리라...
자신을 사랑하는 자존감으로 ...
세상에 빛과 소금같은 존재로....
더불어 살아가는 시대에서 특출함도 좋지만 평범함도 그못지않게 소중하다는 가르침도 함께....
엄마라는 이름으로 말이다.
첫댓글 절대공감!!짝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