덧 없는 세월에 바쁘게 살다 보니 어느새 내 나이 60대 중반을 지난다. 아직도 마음은 40대, 기분은 30대인데,, . 이렇듯 빠른 세월 앞에서 대단한 인생철학 까지는 아니라도, 이제 막 은퇴하고 인생 3막을 열면서 지난 날들을 돌아보고 남은 세월을 어떻게 살까에 대한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나는 이 시대의 맑은 영혼으로 칭송 받다 간 법정 스님의 글을 좋아한다. 깊은 산 속에서 풀과 산 짐승을 벗 삼은 그의 삶과 글을 대하노라면 더운 여름에 냉수 한 사발을 들이켠 듯 시원하다. 시골에서 태어나 메뚜기를 잡다가 깜박 잠이 든 풀 숲에서 후두둑 밤알 떨어지는 소리에 깨곤 한 유년기를 보낸 나에게 그의 자연 찬미는 깊은 향수를 자아낸다. 가진 게 많아 부끄럽고, 그래서 모든 걸 비울 때 행복으로 가득 찬다는 무소유의 충만함. 그가 우리에게 주는 진정한 삶의 지혜이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의 삶은 어떠한가? 권력과 돈에 대한 지나친 집착. 부자들이 잘 쓰기 보다는 더 벌기에 골몰하고 재산 관리에 골치 썩이고, 의 좋던 형제 간에 상속 문제로 원수가 되는 등, 지나친 소유욕이 우리의 눈을 멀게 하고, 축복 받아야 할 부와 권력이 때론 저주로 돌아오는 모습을 보면 안타깝다. 갈 때 가져가는 것도 아닌 것을. 자식들에게 물려 주는 재산이 많을수록 그들의 자립심과 경쟁력을 죽이는 독이 되는 것을. 하루 밥 세끼 걱정 안 할 정도의 재물이면 그것으로 족한 것을,,,, .
인생을 세 막으로 나눈다고 한다. 1막은 태어나서 학교 졸업하고 사회 진출 할 때까지 남에게 “얹혀 사는 20여 년”. 2막은 직장(사업)과 처 자식을 위해 건강 해쳐 가며 고생하는 “남 위해 사는 30여 년”. 3막은 사회에서 은퇴해서 자식 다 결혼시킨 후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사는 “나를 사는 10-30여 년".
나이 먹으면서 익혀야 할, 노년의 삶을 아름답게 해주는 청량제와 같은 7 가지 지혜, 즉 7-UP을 얼마 전에 글에서 읽었다. CLEAN-UP (몸과 주위를 깨끗하게), DRESS-UP (허름하지 않게, 가능하면 정장을), SHUT-UP (젊은이들 모인 데서 일장 장광설이 모임 분위기를 망칠 수 있음), SHOW-UP (쓸쓸하다 하지 말고 각종 모임에 참석), CHEER-UP (항상 즐겁게), PAY-UP (무위도식말고 사회의 일원으로 기여를), GIVE-UP (쓸데 없는 욕심은 버리고).
옳은 얘기다. 특히 GIVE-UP과 CHEER-UP은 참으로 중요한 것 같다. 무엇을 자꾸 바라고 탐하면 채워지지 않은 한쪽
으로 인해 마음이 불편하지만, 욕심을 버리고 현재 주어진 것에 감사하는 마음엔 기쁨과 평화가 깃들 게다. 10년 전 맑은 공기와 푸른 숲을 찾아, 이 곳 고기리로 이사해 전원 생활을 즐기면서, 항상 넉넉하고 밝은 모습으로 즐겁게 사시는 옆 집 노부부의 모습에서 많은 것을 배운다. 그래서, 기도도 “-해 주십사” 하는 기복 기도보다 감사하는 기도를 하려고 노력한다.
몇년 전, 꽃다운 젊은 나이에 암 투병하다 세상을 떠난 어떤 여 가수가 죽음을 앞 두고 한 말. “사람은 한번 태어나면 되돌아가게 마련. 세상에 머무는 시간의 길이가 행복의 척도는 아니다. 길든 짧든 스스로에게 후회 없는 삶을 살았다고 말 할 수 있으면 만족한 인생이다.” 그래서 그녀는 죽기 전 날까지도 방송에 나와서 좋아하는 청색 기타를 메고 팬들과 노래하며 열심히 살다 갔을까?
어떻게 하면 죽을 때 후회를 안 (덜) 할 수 있을까. 욕심 버리고 즐거운 마음으로 살기? 이것만으론 뭔가 부족한 느낌이 드는데, 얼마 전 참석한 혼인미사에서의 신혼부부를 위한 신부님의 주례사는 귀 기울일 만하다. 본인이 봉성체나 대세를 주다 보면 죽음을 눈 앞에 둔 그들이 한결같이 지나온 삶에 대해 후회를 하는데 대충 3 가지이더란다. 좀 더 주위의 어려운 이웃과 함께 나눌 걸. 나에게 상처 준 사람과 마음 불편해 하지 말고 좀 더 용서할 걸. 아둥바둥 대지 말고 좀 더 즐겁게 살 걸.
아무렴, 이 건 비단 신혼부부뿐 아니라 아직도 살 날이 창창한(?) 우리들에게도 맞는 얘기가 아닐까. 한 동안 모임 자리의 단골 건배사로 등장했던 “9988234”. 99 살까지는 구차스럽지 않을까? 딱 80까지만 살자. 그대신 우리 부부 지금
처럼 팔팔하게. 앞으로 남아 있는 15년, 나누며 용서하며 즐거운 마음으로 살기엔 충분히 긴 세월이지.
하느님! 딱 한번만 더 '비는 기도'를 드립니다.
“80까지만 팔팔하게 살게 해 주세요. 그러면, 하느님 섭섭하지 않으실 정도로 열심히 살께요!”
끝.
첫댓글 섭섭치 않으시게, 는 뎃글 이였는데 방을 잘못 찾아갔지요?
언제나 멍청 함에서 탈피하려나?
괜챦습니다. 옆방에 잘 다녀왔습니다. 봄꿈님의 늘 따듯한 마음에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주님이 기쁘시게끔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내일 옆 자리에서 뵙지요.... 짝꿍.
훤칠한 키 만큼이나 너그러우신 짝꿍님 ,꾸벅,,,내가 아직은 사오정 대열에는 들지 않은것 같은데요 . 아마 삼오정 정도는 될지 십습니다. ㅠ ㅠ .날씨가 더우면 증상이 뛰여가니까 ,잘 분간하셔야 할듯,,,전원생활 누리고 계신다고요. 짱 부러워요.
상추, 오이. 고추,,그런것도 심으시나요? 봉숭화도, 채송화도,심으시지요 ? 아참 고구마도 심으셨나요.
나는 땅속에있는 고구마나 감자를 내 손으로 캐보고 싶어요, 티비에서 보니까 짱 재밋더라구요.ㅎ ㅎ
좋은 글 감사합니다...^^
저의 삶에 적지않은 지침이 되어주는 글이네요..감사와 소중함을 모르고 교만하게" 아직, 아직, 젊으니까.."하며 살아가는 저에게 성찰의 시간이 되었네요..
안드레아 님..가영시아에서 많은 분들을 통해서 함께 더 의미있는 삶의 여정을 만들어 갔으면 좋겠네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신부님.
가영시아에서 즐거움과 함께 많은 것을 배우고 있습니다.
지갑을 많이 비우게 한 것 같던데, 다음 번엔 남편이 맛있는 것 마련해주겠지요?
가영시아를 통해 얻은 또 하나의 결실이었네요.
형제님을 남편이 참 많이 부러워했던모양입니다.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홀어머니와 형님 형수님 밑에서 결손된 부분이 많았겠지요.
형제님 아버님의 직업을 기억하는 걸 보면서 그 남자(남편)가 조금 안된 마음이 들어 콧등이 싸아~~~ 했더랬습니다.
지금은 부족한 것 없어도 어릴때 허기짐이 늘 고약한 통증인가 봐요.
형제님 기도처럼 우리 부부도 팔팔하게 살기를 저도 기도합니다.
가영시아가, 아니 모자가 만들어 준 오랜만의 해후. 저도 서규형을 만나 반가웠습니다.
부부가 오래 함께하면 닮아간다는데, 오누이 같은 두분의 모습 참으로 뵙기 좋았습니다.
주님의 사랑과 은총 안에서 두분 늘 건강하시길... 방학 숙제 (신부님이 주신) 열심히 하시고
나중에 뵙지요.
열심이신 우리 두레 형제님~
저도 이 시대의 맑은 영혼으로
언행 일치의 삶을 살다가신 법정 스님을 좋아하는데
형제님의 글도 스님 마음 닮아 있네요..
하지만 80보다 더 오래 팔팔하게 사진 함께 하시길 빕니다~
법정스님의 산문, 그리고 요즘은 로사 시인의 시도 아울러 좋아합니다. 네, 사진과 함께 팔팔하게 살다 마감하면 행복할 듯..오늘 읽은 글: Life is not measured by the number of breaths you take, but by the number of moments that take your breath away.(인생은 숨 쉰 횟수가 아니라 숨을 멈출 정도의 감동을 느낀 횟수로 따져야 한다.)
오늘 저는 형제님 말씀에 또 감동 받습니다~
We live deeds,not years; in thoughts, not breath; in feelings, not in figures on a dial.
주어진 삶에서 길이에 연연말고, 좋은행위 좋은 생각 좋은 감정으로, 감동 주고받으며 살아야겠네요..
나이 들어가면서 아름답게 살아가는 멋진 글이네요..
나누고, 용서하며, 즐겁게 살아 가기를 소망하면서
하루하루의 시간들을 소중하고 귀중하게 가꾸어 가야겠네요
좋은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소중하고 감사한 하루 하루."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때는 60대였다."라고 한 어느 영국작가의 말년 회고가 마음에 와 닿습니다. 우리가 건강하게 활동할 수 있는 기간을 10-15년 내외로 보면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언젠가 3막이 끝나는 날, 기쁘게 맞이할 수 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