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한 반란
“공은 둥글다”는 주로 축구 경기에서, 변수가 많아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는 뜻으로 이르는 말입니다. 전력상 약팀이 강팀을 이길 경우에 은유적 표현으로 많이 사용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지난 2019년 폴란드대회 때 깜짝 4강과 준우승으로 한국 축구사에 새로운 역사를 기록한 u20 세계 청소년 축구대회 이후 두 대회 연속으로 4강에 오르는 쾌거를 보여준 장한 젊은 선수들이 고맙습니다.
지난 대회에는 이강인이라는 걸출한 선수와 그 선수를 활용할 줄 아는 정정용 감독과 나머지 선수들의 헌신과 희생이 빚어낸 걸작품이라 하겠습니다.
“꾸역 꾸역 이기는 팀”이라는 닉네임을 얻을 정도로 세계대회에서 36년만의 4강에 오르는 기염을 발휘했었기에 축구팬들은 열광했었습니다.
그로부터 4년이 지난 올해의 대표팀은 그때에 비하면 그야말로 골짜기 세대라 불리울 만큼 기대도, 관심도 받지 못한 대표팀이었습니다.
인터넷 중계가 되지 않는 것도 한 요인이지만, 사실 개인적으로도 금번 대표팀이 조별리그를 통과 하리라고는 예상을 하지 않았던 일 인 입니다.
그런데 첫 경기인 우승후보 프랑스를 2:1로 이기고 나머지 두 경기를 비기는 모습에 무관심이 관심으로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조별리그를 통과하더니 16강에서는 남미의 강호인 에콰도르를, 8강에서는 아프리카의 복병인 나이지리아를 주저앉히고 4강에 올라 모두를 놀라게 했습니다.
이번 대표팀을 골짜기 세대라 부르는 이유는 이들의 움직임과 준비 과정에 축구 매체나 전문가들 모두로부터 주목받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빅 스타 선수나 스타 사령탑이 존재했던 과거 대회들과 달리 금번 u20 대표팀은 선수들 가운데 이름이 알려진 선수가 거의 전무한 실정입니다.
더욱이 대부분의 선수들은 프로팀에서 실전 경험이 손꼽을 정도였다 합니다.
나아가 90분 경기조차 실전에서 뛰지 못한 선수들이 대부분이라 하니 4강 성적 자체로도 기적에 가깝다 하겠습니다.
금번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김은중 감독은 웬만한 축구팬이라면 이름은 알고 있을 것입니다.
선수 시절 공에 맞아 한쪽 눈이 실명인 상태로 대전시티즌에서 자신의 등 번호인 18번을 2016년부터 18년 동안 영구 결번하게 하는 뛰어난 선수로서의 성적을 남겼습니다.
개인적으로 u 20 김은중 감독의 인터뷰를 보면서 자신의 분야에서 부단한 노력을 하는 유형이구나 싶은 것이 8강전에서 행한 “지피지기 전술”이라 생각됩니다.
개인적 능력이나 체력 상태로나 나이지리아의 실력이 한국보다는 나았음을 그날 경기 내용은 보여줍니다.
그럼에도 공은 둥글다는 속설처럼 축구 경기 특성상 약팀에게도 기회는 올 것이며, 기회가 왔을 때 어떻게 기회를 살릴것인가를 치밀하고도 날카로운 전략과 전술을
사용했다는 점에서 김은중 감독을 높이 평가하고 싶습니다.
이제 이틀 후 이탈리아와 4강전이 남아 있지만, 금번 대표팀의 성적은 가히 대단하고도 유쾌한 반란입니다.
그것도 단순한 운이 아니라 치밀한 전략과 전술을 계획하는 지도자들과 또한 지도자들의 가르침을 묵묵히 믿고 따라 준 선수들의 합작품입니다.
이러한 대표팀의 모습을 보며 객관적 지표나 예상은 그야말로 수치와 견해일 뿐이지 그것 자체가 절대적인 것이 아님을 생각하게 해 줍니다.
자신의 약함과 열세를 인정하고, 자신에게 있는 강점과 열정을 가지고 문제 앞에 도전한다면 태산같은 문제라도 넘어설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는 점이 u20 대표팀이 국민들에게 준 선물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여러분 한명 한명을 주님의 이름으로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