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신의 숲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 에르파스는 멈춰설 수 밖에 없었다. 그런 그를 향해 다가오는 발걸음 소리가 있었다. 나무들 사이에서 몸을 나타낸 자는, 청록색 머리카락에 2미터가 넘는 거구의 몸집을 가지고 있었으며, 등에 메어놓은 양날도끼가 그의 몸에 가려지지 않아 눈으로 보였다. 네사람이 쫙 써도, 가려지지 않을 정도로 크고, 두꺼워 보였다. 전신이 검은색으로 되어있는 도끼의 새하얀 날은 섬뜻한 기분을 주었다.
"이곳까지 오게 되다니? 사인과 미르 담으론 처음인건가."
그의 알 수 없는 말에, 에르파스는 조금전까지 멍해있던 정신을 가추리고는 그를 보았다. 그의 말한마디 한마디 할때마다 보이는 날카로운 송곳니와 죽은사람만큼 새하얗고 창백한 피부는 절로 공포감을 들게 만들었다.
"................................"
아무말도 하지 않은 체, 그의 접근을 허락한 에르파스는 어떻게 할 영문을 몰랐다. 그의 당황하는 모습에 그는 쓴 웃음을 지으며 자신을 소개했다.
주진은 에르파스의 말에 의문을 표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는 이내 그의 머리에 오른손을 올렸다. 갑작스런 그의 행동에 에르파스는 당황했지만. 아무런 해를 입히지 않는다는 걸 알기에 가만히 있었다. 이윽고, 그의 입에서 나왔다고는 할 수 없는 고음의 목소리가 들려퍼졌다.
"타이린님의 이름에 대고 맹세하였으니. 맹세에 행하여, 어둠을 빛으로 밣히고, 죽음속에 생명을 꽃피울것이니. 당신의 이름에 행하는 일에 당신의 힘을 빌려주십시오."
주진의 오른손에서는 밝은 빛이 뿜어져나왔고, 그 빛은 허공으로 퍼져가더니, 이내 포물선을 그리며, 에르파스의 몸 속으로 들어갔다. 알 수 없는 빛이 자신의 몸으로 들어오자! 에르파스는 너무나도 당황했다. 하지만, 그의 오른손에 잡혀 꼼짝달싹 하지 못했다.
"용기있는 자에게 주는 나의 선물이다."
그의 목소리는 달콤한 꿀처럼 입안에 녹아 사르르륵 사라지듯, 귓속에 머물어 녹아내리듯 몸 구석구석으로 울려퍼졌다. 그 전까지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던, 가슴언저리에 알 수 없는 따스러움이 느껴졌고, 눈을 감았을때는 그 따스함이 빛으로 변하여 눈앞에 일렁이는 듯 싶었다.
'따스하다. 이 빛의 무엇이지?'
그렇게 눈을 떴을때는...... 그 곳에는 아무도 서있지 않았다.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높이 치솟은 그레이트 자이언트 나무 밖에 보이지 않았다.
에르파스는 서둘러, 주위에 떨어진 나무가지를 찾았다. 정당한 길이와 크기의 나무가지 두개를 들고, 스나이와 사르딘이 누워있는 동굴속으로 향했다. 그 둘은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아이마냥, 잠을 자고 있었고, 에르파스의 눈에는 사르딘의 얼굴이 들어왔다. 그녀의 갸느름하지 않은 달걀형의 얼굴은 너무나도 귀여웠다. 저절로 에르파스의 얼굴에 미소가 지어지듯이 말이다. 다시 자신이 가져온 나무가지를 옆에 놓아놓고는 서둘러 겉옷을 벗었다. 수도승 옷을 벗어내자. 평소에 즐겨입던, 학자풍의 옷이 나왔다. 오히려 지금의 모습이 더욱더 마법사에 어울렸다. 벗은 옷의 한쪽 귀퉁이를 찟어내서 길게 펼쳤고, 그것을 다시 나무가지에 엮었다. 그리고는 서둘로 스나이와 사르딘을 천위로 올렸고, 천이 덮여지지 않은 나무가지를 양겨느랑이에 끼워 잡았고, 동굴입구로 한걸음 한걸음 발걸음을 옴겼다.
매우 더딘 속도였지만, 조금씩 앞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에르파스는 두사람씩이나 끌고갈만한 체력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열걸음 옴기지 못해서 주저앉아버렸고, 그럴때마다 그둘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다시금 힘을 내어 발걸음을 옴겨보았지만. 지쳐버린 발이 걸려, 바닥에 넘어지고 말았고, 축축하게 젖어버린 대지는 에르파스의 몸 구석구석을 흙으로 물들렸다. 에르파스는 몸이고, 얼굴에 묻은 진흙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으며, 열심히 움직여갔다. 여전히 더딘 발걸음이었지만. 해가 사라지고, 어둠으로 숲이 물들어 갈때쯤에는 이곳을 빠져나갈 수 있었다.
"꼬르르르르륵~♪ 꼬르르르륵~♬"
에르파스의 배에서는 연회가 일어난듯, 연주소리가 울려퍼졌고, 자신의 배를 잡으며 쓴 웃음을 지을 수 밖에 없었다. 따뜻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녹차 한잔과 밀을 갈아 만든 토스트가 눈앞에 일렁거렸다. 입안 가득이 매꾸는 침을 한번 삼키고는 다시 팔에 힘을 주어, 발걸음을 옴겼다. 이제는 요령이 생겼는지 서른걸음은 옴겨야지. 쉬어가곤 했다.
아침이고, 밤이고 곤히 자는 두사람의 망토로 그들을 덮어주고는, 한쪽 나무에 등을 기대 앉으며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어둠으로 뒤덮힌 밤하늘에 반달만이 홀로 떠있었다. 늘 보여왔던 별은 어디로 가버렸는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그야말로 대평양위를 향해하는 단 한척의 배와 같은 기분이 들었다. 눈을 감은 그의 눈에 달과 같이 빛은 내는 하나의 배가 눈앞에 보였다. 그리고 그 배앞에 펼쳐진 푸른색 빛이 감도는 끝없는 바다가 보였고, 선미돛에 앉아 거드름넘치는 얼굴로 팔짱을 낀체 웃는 스나이의 모습이 보였다. 그런 그를 향해 소리치며, 돛을 잡으며 배를 몰아가는 자신의 모습도 보였다. 그리고 술통에 몸을 숨킨체 곤히 잠들어있는 사르딘의 모습도 보였다.
에르파스는 그렇게 잠이 들었다.
눈쌀을 찌프리며, 누군가의 손길에 잠에서 깨어난 에르파스는 자신을 깨운 이를 바라보았다. 그 곳에는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자신을 사랑스러운 눈길로 바라보는 사르딘이 앉아있었다. 에르파스의 눈길을 눈치챘는지, 사르딘은 그를 꼬옥 안아버렸고, 에르파스는 잠이 모조리 달아나다 못해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떠... 떨어지라구."
에르파스는 소리쳤고, 그 목소리를 들은 사르딘은 팔을 풀어 그에게서 떨어졌다. 그런 그녀의 표정은 기가 죽은듯한 울쌍을 짓고 있었다.
"킁킁...응? 이 냄새는 무엇이지? 킁킁"
그런 에르파스의 모습에 다시금 미소를 지으며, 화롯불위에 구워지고 있는 여러개의 새고기중 하나를 집어들고 에르파스를 향해 내밀었다.
그녀는 아무말 없이 웃고만 있었고, 에르파스는 군침을 넘기며 그녀에 손에서 가로채듯 빼앗아 입으로 가져갔다. 그녀는 손길이 닿았다는 것만으로 행복에 빠져버렸고, 그의 입에서 나온 달콤한 말은 그녀의 혼을 빼놓아버렸다.
"맛있다. 사르딘! 너가 한거야?"
"응!응!응!응!응!"
"맛있다."
그녀는 금새 화롯불로 달려가, 새고기를 들고 에르파스에게 건네주었다. 맛있게 먹는 에르파스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말이다. 그제서야! 혼자서 먹고 있던 사실을 깨달고는 먹던 것을 그녀에게 내밀었다.
"너두 먹어."
그가 내민 꼬지의 끝부분을 잡아든 그녀는 너무나도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리고 새의 구이의 뜯인 부분에 입을 가까이 되면서, 굵은 침이 입안으로 흘러들어갔다.
'가... 간...... 접 키스......'
그녀는 고기 한접 먹지 못하고 뒤로 쓰러졌다. 에르파스는 그녀의 모습에 즉시 다가갔고, 다시 잠들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자고 있는 그녀의 머리를 안아 들이며, 그녀의 빰을 손으로 쓰다듬었다. 그런 에르파스의 얼굴은 따스한 정으로 가득차 있었다. 그의 손길을 느꼈는 것일까? 에르파스의 손길이 닿을때마다 그녀는 더욱더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턱...
그녀의 얼굴위로 붉은 액체가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에르파스는 그녀의 얼굴에 묻은 붉은 액체를 손바닥으로 닦아 주었지만, 계속해서 흘러내리는 붉은 액체로 그녀의 얼굴은 물들어가고 있었다. 왼쪽 어깨에 꽂힌 화살의 깃은 은색의 깃이었다.
-턱...
또 하나의 화살이 에르파스의 가슴을 관통했다. 그녀를 안은체 그녀쪽으로 업드렸고, 그런 에르파스의 머리를 발로 차버리며 피가 잔뜩 묻은 사르딘의 얼굴을 닦으며 확인하는 사람이 있었다.
"남자잖아? 어떻게 하지? 한곰"
사르딘의 얼굴로 성별을 확인하던, 젊은이가 자신의 옆에 서있는 자에게 말을 꺼냈다. 그 자의 이름은 한곰인듯 싶었다.
"걱정말아라. 하늘의 아들이여. 신의 부름에 응한 우리에게 신은 대답을 알려줄 것이다."
"콜럭...... 콜럭...... 그녀에게 무슨 짓이냐?"
에르파스는 피를 토하며, 그들에게 소리쳤다. 그런 에르파스의 모습에 하늘의 아들이라는 자는 활 시위에 활을 맺이고 있었다.
"신의 대답은 확실한 것이군. 돌아가자!"
한곰의 말에 하늘의 아들은 활을 다시 활통에 꽂아놓고는 사르딘을 등에 업었다. 그들을 무사히 돌려보낼 에르파스가 아니었다. 소매에서 아르콜을 꺼내집었고, 다른 한손에는 단검을 집어들었다.
"나 에르파스의 이름에 맹세하니. 대지를 떠도는 힘이여, 바람에 깃듯 힘이여, 나의 이름에 부름받으니. 한줄기의 불꽃이 되어, 나의 적을 불태우리라!"
그 말을 끝으로, 아르콜을 쥐었다가. 그들을 향해 던졌다. 에르파스의 목소리에 뒤를 돌아본 그들의 얼굴은 일그러지고 말았다.
"주술사였나? 하늘의 아들아! 서둘러라."
하지만, 사르딘을 등에 업어 활통에서 활을 꺼낼 수 없었다. 한곰은 스스로 에르파스를 향해 달려들었다. 왼쪽 허리에 찬 손도끼를 꺼내들고선 말이다. 그의 손도끼가 닿기 전에 에르파스의 아르콜이 먼저 던져졌고, 순식간에 아르콜은 불꽃으로 변하여 한곰을 뒤덮혔다.
"으아아아아아악"
한곰은 비명을 질렀다. 그리고 그 틈을 타, 에르파스의 단검이 그의 가슴에 꽂혔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에르파스의 기합소리와 함께 한곰은 뒤로 밀려갔고, 에르파스는 단검을 뽑아든체, 하늘의 아들을 향해 달려갔다. 하늘의 아들은 에르파스의 행동에 뒤로 주춤거렸고, 반격을 할 수 없는 사실에 눈을 찔끔감았다. 감았던 눈을 떳을때에는 자신의 앞에 있어야 할 에르파스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걸 알 수 있었다. 주위를 살펴보니, 한곰이 에르파스의 쓰러뜨리고서는 서있었다.
"한곰. 괜찮으십니까?"
"하늘의 아들아! 난 나 자신보다는 그가 내릴 재앙이 두렵군아."
"그렇다면, 지금 즉시 모습을 빼앗는게 좋지 않겠습니까?"
"아니다. 저주는 시행자의 죽음으로 인해 더욱더 강해지는 법이다. 난 이미 저주에 걸린 몸이다."
"그......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하늘의 아들아. 어서 돌아가! 부족을 구해라."
"그럼...... 한...... 한곰께서는?"
"난 이곳에 남겠다. 저주를 마을로 끌고 갈 수 는 없다."
"하...... 하지만......"
"어서! 가지 못하겠는냐? 넌, 나 하나의 목숨이 중요한 것이냐? 부족의 목숨이 중요한 것이냐?"
하늘의 아들의 눈에서는 굵은 눈방울이 맺혀지고 있었다. 바닥에 떨어진, 에르파스의 단검을 짋고서는 자신의 가슴에 일렬로 그었고, 그 피를 엄지에 묻혀, 한곰의 이마에 묻혔다. 이윽고 자신의 이마에 묻혔다.
"한곰이시여, 당신의 고결한 영혼은 언제나! 하늘의 아들인 저와 함께 할것입니다."
"고맙다. 형제여!"
하늘의 아들은 뒤를 돌아보지 않은체 달려갔다. 한시라도 빨리 마을로 돌아가기 위해서 말이다.
그의 모습이 사라지자. 한곰은 서둘로 바닥에 떨어진 에르파스의 단검을 다시 잡아들고는 에르파스를 향해 다가갔다. 그리고는 그의 몸에 박힌 화살을 잘라냈고, 화살촉을 잡아 화살을 뽑아냈다. 이미 의식이 끊어진듯 에르파스는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한곰의 크고 넓은 손바닥으로 화살이 통과된 상처를 짚눌렀고, 그의 손이 잠시나마 빛이 뿜어져나온듯 싶었다. 그것이 착각인듯 싶을 정도로 금방 사라졌고, 바지허릿띠에 맺어놓은 주머니를 풀었고, 그곳에는 나뭇잎을 돌로 쳐서잘게 다진 것이 들어있었고, 그것을 상처부위에 발랐다. 에르파스를 옆으로 눞혀놓고는 등의 상처에는 오른쪽 무릎과 배쪽에는 오른손바닥으로 눌렀고, 왼손은 다시금 왼쪽 어깨에 꽂힌 화살을 잘랐다. 상처부위에 다진 나뭇잎을 올려놓고는 어깨뒤쪽에는 왼쪽무릎과 어깨앞에는 왼쪽손바닥으로 눌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