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하 편하게 쓰려고 일기체로 썼으니 양해 바랍니다.
1.
요즘 평택 미군부대 ‘캠프험프리스’에서 ESL 등록하여 다니고 있다. 개발새발/허접/발영어라 진작 했어야 했는데, 먹고 사는게 먼저이니, 부동산중개업 은퇴후 겨우 시작했다. 커미서리 뒤편 건너건너 두 번째 건물이다. 사람들은 이곳을 ‘원스탑 빌딩’이라고 부른단다. 미군 군복 입은 이들이 이곳에 들러 솰라솰라~뭔가뭔가~ 서류접수하고 무척 다들 바빠 보였다.
ESL 비기너 교실에는 나처럼 미군 군속 아내들이 대부분이다. 갓 결혼한 젊은 처자들도 꽤 있다. 솔직히 난 젊은분들은 다 영어 잘 할 것이라 생각했다. 근데 착각이었다. 적어도 미군과 결혼한 젊은 분들은 대부분 우수하지 않을까?했는데 그들도 나름 고충이 있었나보다.(그래도 그분들 영어는 나와 비교불가, 넘 훌륭~~흑)
앞으로 몇년내 미국으로 이주할 예정인 젊은 처자들에게 역이민 cafe 얘기를 했었다. 너무너무 좋은 곳이라고....흠...그런데 최근 <회원 가입자격 제한>을 건의/말씀하시는 몇분의 댓글 보면서 마음이 착잡해졌다. (어느분인지 닉은 까먹었다.)
암튼 ESL 젊은 처자들은 남편이 미군이라, 당연 미국으로 갈 분들이지만, 나처럼 이민 경험 없으니, 만일 이곳에 <가입자격에 제한>이 생긴다면, 그분들은 탈락~!
2.
‘그’라고 쓰고 ‘남산의 남편’이라고 읽는다.
그는 클스마스 아침 일찍부터 셀폰에 매달려 있었다. 미쿡에 있는 아이들과 통화하기 위해서다. 아침을 식탁에 차려놨는데 도통 먹을 생각을 하지 않는다. 아이들 목소리가 아침보다 더 중요한거다. 그냥 냅뒀다. 아침을 굶으며, 거의 3시간은 셀폰에 매달려 있던 것 같다. 아이들 셋다 모두 서른살 훌쩍 넘었음에도, 물리적 거리가 그에게 그리움 혹은 때론 고통으로 그를 때리고 있나보다.
내가 많이 사랑하는 그는 ‘한국에 이민자’로 살고 있다. 햇수로 벌써 15년째다. 내년이면 16년째군. 그는 ‘미국으로 역이민’을 꿈꾸고 있다. 나에게는 ‘이민’이 되겠지만. 흠....내년 클스마스에는 내가 미쿡에서 전화통 부여잡고 그처럼 한국에 있는 아이들에게 몇시간씩 저러고 있을까?
3.
‘손녀’라고 쓰고 ‘IRIS’라고 읽는다.
그는 우리에게 유일한 손녀가 너무도 보고 싶단다. 손녀가 커가는 것을 옆에서 지켜보고 싶단다. 그 간절함이 하도 절절해 어느날은 내가 눈물이 쏙 나올뻔도 했다. 손녀가 더 커버려 바빠지기 전에 미쿡에 ‘역이민’ 해야겠단다. 물론 나도 동의했다. 숏다리인 내가 운전하기엔 좀 불편해서 지금은 바꿨지만 오랫동안 랭글러에 손녀 이름을 스티커로 붙이고 다녔다. 만나는 사람마다 내 손녀는 아이리스에요. 여기 이름이 있잖아요.하면서 말이다.
4.
한국 이민자인 그에겐 메리 클스마스가 메리 메리 하지 않아 보였다. 몇시간에 걸쳐 미국에 있는 아이들과 통화하고도 그는 여전히 뭔가 아쉬워 보였다. 소파에 헝클어진 머리칼로 몸을 쑤셔박고, 멍하니 거실 창밖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눈밖에 보이는 것도 없구만. 흠... 그에게 얼른 나가서 논밭길이라도 걸어보자 제안했다.
5.
나홀로 아파트를 나가면 허허벌판이다. 무슨일인지 천평정도 되어 보이는 배추밭에 배추들이 거의다 나자빠져있다. 이미 동태가 된채로말이다. 김장을 하지 않으니 배추값이 어땠는지 감이없다만, 저거 심느라 고생했을건데, 주인은 속상하겠구나...흑
6.
서평택(남산이 살고 있는) 좋은점중 하나는 새가 정말 많다는 것이다. 요즘 자주 거실 창가에 우리둘은 매미처럼 붙어있다. 날아가는 새들이 환상적으로 아름답기 때문이다. 몇 마리가 아니고 수천마리들이 날아간다. 끝도 없이 날아간다. 우리 둘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런데 클스마스에 얘들은 왜 날아가지 않고 여기 이렇게 있는지? 새무식쟁이라서 잘 모르지만 말이다. 그의 취미는 사진찍기다. 나는 숨을 죽이며 그 옆에 붙어있고, 그는 이렇게 근사한 사진을 우울해 하던 클스마스에 왕창 찍었다.
눈밭위의 새들이 그의 마음을 녹였나보다. 아니면 저 날아가는 새들이 그의 그리움도 함께 가지고 갔는지...그의 표정이 한결 밝아졌다.
P.S. 사진은 조만간 삭제 예정임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첫댓글 야호~~제가 1등이네요^^
동갑 카페회원님인 남산님의 요즘 포스팅은 요즘들어 더 더 아름답습니다.
내내 서울서만 살던 제게 경기도나 지방쪽은 확실히 좀 더 정부의 혜택?이나 누림이 있는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만약 역이민을 하게 된다면,,,,나도 저쪽으로 ~~하는 솔깃함을 충분히 주고 계십니당.
근데.이번에는 일반 한국인은 접근하기 힘든 부대 내의 ESL 이군요^^
남편분의 가족 사랑이 대단하신것을 보니
남산님께 대한 사랑도 지극할것이고ㅡ앞으로 미국의 생활도 즐거우실거라 여겨지네요
(기왕이면 저와 가까운 곳으로 오시면 좋을걸~~싶은 아쉬움이 ㅎ)
사진으로 보여지는 풍경이 참 멋집니다
넵 우리 갑장이죠? ㅎㅎ 여름폭풍님 반가워요^^
지방이 좋은점도 있고 또 불편한점도 있고
어디살든 비슷한 것 같아요.ㅎㅎ
넵, 저는 남편이 미군으로 리타이어하고
지금 군속으로 근무중이라
부대출입 아이디카드가 있어 ESL코스 등록이 가능했어요.
영어가 능숙하지 않은 현역 미군도 클래스에 오시더라구요.
서평택의 새들은 정말 멋지고 이뻐요.
매일 볼 수 있다는 것이 행복하답니다^^
미국의 크리스마스는 일년중 제일로 손꼽는 가족이 한자리에 모이는 명절이 됩니다.
그점에서 더욱 더 남편분 마음은 즐거움보다는 그리움에 우울하게도 되겠습니다.
부인이 옆에서 잘 어루만져 주셔야겠습니다.
부군은 일에서 은퇴하시면 곧 미국으로 되돌아 감은 당연한 것이니 영어 공부 잘 해 두시면 도움되겠습니다.
제가 미국 처음 와서 다녔던 이곳 Tulane University ESL 회상하게 하여 주셨습니다.
그림을 참 잘 그리십니다.
두분 건강하고 많이 사랑하시며 잘 지내기를 바랍니다.
글 감사합니다.
언제나 다정하신 노라님 고맙습니다.
크리스마스가 정말 미국인에게는 큰 명절인가봐요.ㅠㅠ
영어는 흠....갈길이 너무 머네요.
이번생은 영어 망한 것 같아요. ㅠㅠ
먼곳에 계시지만 건강하시구요.
새해 복도 많이 받으시구요.
감사합니다.
남편분의 눈이 참 따뜻하고 선하시네요. 남산님의 글은 언제나 심플하고 시원해서 참 좋습니다.
두 분 건강하고 행복한 새해 맞이하시기 바랍니다.
남산님, 글 잘 읽었습니다. 신사 남편분을 펜슬로 멋지게 그리셨네요. 파란눈의 손녀도 정말 이쁘고요.
땡스기빙과 크리스마스는 정말 큰명절이죠. 주유소 몇군데 오픈하고 식료품 가게, 식당 등 대다수 비지네스가 문을 닺습니다.
가족들과 시간을 같이 해야하니까요. 당연 거리도 한산합니다.
저는 아직 미국이라 남산님의 이민을 환영합니다~
회원 자격을 역이민 한자 혹은 할자 로만 제한 했다면
우리가 즐겨 읽는 남산님의 글은 읽을수 없었을 겁니다.
ESL에서 만난 그젊은 처자들도 이 카페에 부담없이 올수 있어야
우리 카페가 더욱 버라이어티해지고 흥미로울듯 합니다.
미국으로 이민간 사람들이 대부분 거쳐가는 ESL 코스, 저는 미국으로 이민을 하자마자 미군에 바로 입대한 까닭에 ESL은 생략이 되었지만, 1973년 19살 나이에 미육군 훈련소에서 우왕좌왕 하던 때가 그리운 추억으로 다가옵니다.^^
미군이나 미군속과 결혼해서 한국에 사시는 분들은 이민자로 분류하는 것이 옳습니다. 한국내에 있는 미군시설은 한국이 아닌 미국이기 때문입니다.^^
캠프 험프리스는 미국 영토로 간주되기 때문에 남산님은 미국 유학생이 되고
영외 거주자인 남편은 한국에서 미국으로 출퇴근 하는 셈이네요... ㅎ
남산님의 아름다운 글과 사진들에, 왕추천! 남겨요.~
사랑하는 남편님의 손녀 자라는거 곁에서 보고싶다는 소망 완전 공감합니다^^
교회에서,사업체에서 카리스마 작렬인 제 남편(4손주의 할아버지)
손주들앞에선 완전 아이입니다.
술레잡기,축구,레고만들기 하다못해 인형놀이도 마다하지 않지요.
제가 가끔 두얼굴을 가졌다고 놀리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