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꽃 졌으니>
- 전동균
발목을 걷고
하늘의 여울을 건너는 달빛 발자국
싸륵싸륵
신새벽 빈 마당에 쌓이고 있으니
막 언 얼음 위에 비쳐오는
그림자들.
떠나온 곳으로 돌아가는 것들의
맑디맑은 숨소리, 숨소리도 반짝이고 있으니
한밤을 새우고 술 마시러 가는 이여
한밤을 꼬박 앓고 술 마시러 가면서
현관에 흩어진 크고 작은 신발들
가지런히 모아두는 이여
이제 곧 사랑이 찾아오리라
세상에 나와
마음껏 울음 한번 울어보지 못한 자의
크나큰 울음과도 같이
그 울음 뒤의 못 견디는
못 견디는
허기와도 같이
- 시집, 거룩한 허기(랜덤하우스, 2008년) 中
[蛇足] 막 배달된 따끈따끈한 시집을 잃다가 이 시가 문득 눈을 찌르고 마음을 찔렀다.
어느 달 밝은 밤, 화자(시인)가 듣고 있는 '돌아가는 것들의/맑디맑은 숨소리'도 그러하고, '한밤을 꼬박 앓고 술 마시러 가면서' 흩어진 신발들을 가지런히 모아두는 행동도 그러하고, '세상에 나와 마음껏 울음 한번 울어보지 못한 자'에게도 '이제 곧 사랑이 찾아오리라'는 것도 그러하다.
나이 탓일까? '울음 뒤의 못 견디는 허기'를 자주 느끼는 것은.
그리고 그 '허기'를 채워줄 사랑이 과연 있기는 있는 것일까?
첫댓글 좋은글 감사합니다~~
함께 시를 읽을 수 있는 분이 계시어 저도 참 고맙습니다^^
잘보앗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