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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도시와 농촌 상생 위한 운동으로 출발
서울 명동 대성당에서 미사와 행사
한국 교회 우리농촌살리기운동(이하 우리농운동) 30주년을 맞아 기념 미사와 행사가 열렸다.
6월 28일 서울 명동 대성당 파밀리아 채플과 꼬스트홀에서 진행한 축하와 기념 자리에는 우리농촌살리기운동의 두 축인 가톨릭농민회와 도시생활공동체 회원을 비롯해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장 박현동 아빠스, 각 교구 우리농 대표사제단 200여 명이 참석했다.
박현동 아빠스는 이날 미사 강론에서 지난 30년간 이 땅에서 생명 농업을 실천해 온 농민, 도시 소비자들 사이를 연결해 온 생활공동체 활동가들은 참으로 죽음의 문화가 아니라 살리는 문화를 만든 이 땅의 생태 사도들이라고 말했다.
박 아빠스는 “우리농촌살리기운동이 걸어온 길은 자본의 논리와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한 세계적 소용돌이의 중심에서 우리 신앙인들이 하느님의 질서에 시대에 맞는 응답을 한 것”이라며, 존경과 경의를 보냈다.
그는 하느님이 부여한 질서를 드러내고 그 감수성을 회복하고 살리는 그 모든 활동은 현재 기후위기 시대에 필요한 인류의 보편적 통찰과 맞물려 있다며, “오늘날 많은 도전과 어려움에도 생명 공동체에 대한 염원은 계속 만들어 가야 할 우리의 과제이고 연대가 필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6월 28일 서울 명동 대성당 파밀리아 채플에서 봉헌한 우리농 30주년 기념 미사. ⓒ정현진 기자
우리농운동은 1994년 우루과이라운드로 수입 쌀이 개방된 직후 우리 농민과 쌀을 지켜야 한다는 한국 교회 차원의 결단이었다.
“우리는 농업, 농촌, 농민의 문제를 나의 문제로 인식하면서 이로부터 새로운 삶의 길을 찾으려고 합니다. 우리는 도시와 농촌의 생명, 생활공동체운동만이 ‘함께 살고 모두를 살리는 길’이라고 확신합니다. 우리는 하느님 창조질서를 보전하고 생명의 먹거리를 제대로 나누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할 것입니다. 우리는 ‘우리농촌살리기운동’이야말로 우리의 믿음과 생활을 일치시키는 ‘참 공동체’를 실천하고 지향하는 ‘믿는 이들의 삶의 자세’라고 고백합니다.”(1994년 6월 29일, 우리농촌살리기운동 전국본부 창립 선언문)
우리농운동은 먹거리 수입 개방이라는 이슈나 농촌, 쌀에 국한하지 않는다. 땅, 먹거리, 농민이 모든 이의 삶의 근본이라는 것에서부터 서로를 살리는 생명살림운동, 창조질서보존운동, 삶 전반의 변혁을 위한 ‘운동’이었으며, 유기농산물 소비 촉진이 아니라 농민과 도시생활자들 간의 공고한 약속과 신뢰였다.
현재 우리농운동은 2023년 기준으로 가톨릭농민회가 교구 13개, 분회 65개, 농민 회원 857명, 도시생활공동체는 교구 10개, 본당(성당) 210개, 활동가 2000여 명이 함께하고 있다. 가톨릭농민회는 전년에 비해 1년 사이 회원 40명, 분회 1개가 줄었다.
우리농을 위한, 우리농을 향한 바람들을 봉헌했다. ⓒ정현진 기자
우리농운동 30주년, “더 성숙한 연대 운동으로 나아간다”
30주년 기념 미사를 봉헌하며, 우리농운동 모든 주체는 “새로운 다짐과 약속”을 선포했다.
“생명 중심의 가치관을 더욱 굳건히 확립한다. 한층 성숙한 연대 운동으로 성장시켜야 한다. 운동과 사업의 운영 방식을 새롭게 정비하고 더욱 힘차게 나아간다”고 선언한 이들은 “향후 30년을 내다보며 당면한 안팎의 어려움을 극복할 길을 찾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 30년간 조직적 기반 마련, 사업 확대, ‘생태 사도적 운동’으로 교회 운동의 면모를 갖추는 등 성과가 있었지만, 농민 고령화, 후계농 부재, 식생활 문화 변화, 기후위기 등의 외적 요인과 함께 “생명농 나눔 사업 정체, 각 교구와 지역 간 편차와 불균형, 후속 세대 부족”으로 운동의 장기 전망이 밝을 수만은 없다는 현실도 드러냈다.
이들은 모든 어려움 가운데서도 “생명의 일꾼”, “살림의 일꾼”으로서 소명 의식을 잃지 않을 것이며, 무엇보다 사랑과 신뢰의 관계 속에서 ‘도농 생활공동체’를 이루는 데 헌신하겠다며, “개인 간, 생산과 소비 공동체 간, 본당 간, 교구 간 연대를 강화하고 서로를 살리는 관계 맺기에 성의 있는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농사로 지키는 미래' 기념 미사 뒤 모든 참가자가 함께한 축하 퍼포먼스. ⓒ정현진 기자
신흥선 가톨릭농민회 회장은 올해 30주년 진단을 위한 실태조사 결과 “모든 주체가 우리농운동의 가치에 동의하고 현재 어려움을 함께 극복하고자 하는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는 것이 가장 큰 희망”이라며, "창립 58주년을 맞은 가톨릭농민회는 현대 농민 운동의 시초라는 위치에서 정책 문제 해결과 생명농업을 지키기 위한 활동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또 우리농 도시생활공동체 김연숙 회장(전국협의회)은 생태계에 대한 책임을 배우고, 생태 사도로 나아가야 할, ‘활동가’라는 이름의 무게와 책임을 말하고, ”우리 앞에 놓인 많은 고민과 변화는 버겁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우리농운동이 꼭 필요하다고, 우리가 하자고 마음먹은 사람들“이라며, 더 즐겁게 함께 갈 수 있도록 우리농운동에 함께해 달라고 요청했다.
한편,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는 30주년을 준비하는 가운데 2022년부터 우리농운동 활성화를 위한 TF팀을 운영했으며, 올해 우리농운동 현황 진단을 위한 설문조사, 권역과 교구별 간담회를 진행하면서 앞으로의 30년을 위한 방안을 모색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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