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이민 온지 4년이 다 되어 갑니다. 세월 빠르네요. 잘 적응을 했느냐 하면 절대 아닙니다. 아직도 정착을 못했습니다.
이래저래 심약한 성격에다가 치열하게 살려는 의지도 없고 열심히 노력하는 타입도 아니고 여러가지 사정으로 한국을 왔다 갔다 해야 했기에 이도저도 아닌 베짱이가 되었습니다.
이것도 시큰둥하고 저것도 시큰둥해서 에라 모르겠다 여행이나 다니자, 하고 미국 중서부와 캐나다 서쪽 끝에서 동쪽 끝까지 갔다 오기도 했는데요, 한 곳에 죽치고 있는 것보다 여기저기 떠돌아 다니니 정말 좋더라고요. 저는 집에 박혀있으면 좀이 쑤시는데 밖에서 잠자면 잡생각도 없어지고 더 행복한 것 같아요.
가끔 모텔방에서 포근한 침대에 자는 것보다 야외의 텐트에서 침낭 속에 쏙 들어가 자면 잠도 더 잘 오더군요.
지금 집에 돌아 온지 며칠 되었는데 또 좀이 쑤시네요. 어딘가로 떠나고싶어요. 집은 내 원수~
북미의 도로에서, 혹은 캠핑장에서 캠핑카를 끌고 다니는 사람들을 많이 보았는데요, 갑자기 그런 사람들이 부러워졌습니다. 해서 아내와 같이 한 10년 일을 하고 트레일러 사서 북미 곳곳을 방랑하자는 목표를 세우기도 했죠.
여기저기 북미의 도로를 다니다 보니 트레일러 트럭들이 심심치 않게 보였습니다.이런 트럭들 중엔 롱홀 트럭이라고 며칠씩 물건을 배달하는 트럭들이 많습니다. 이 트럭엔 침대까지 있어서 트럭 드라이버들은 트럭에서 먹고 자고 생활하며 물건들을 나르고 있는 거죠. 이들은 전국경제를 돌게 하는 역군들입니다. 신체로 치면 산소를 운반하는 적혈구와 같은 존재들입죠.
어? 가만, 만약 내가 트럭 운전을 하면 지겨운 집을 떠나서 북미 전역을 떠돌면서 돈도 벌겠는데? 하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습니다. 거기다가 저는 운전을 좋아하고 또 잘한다고 자부합니다. 전 여태까지 심각한 사고를 일으킨 적도 없고 두 번의 주차위반 딱지 외에는 벌점이나 티켓을 받은 적도 없거든요. 좋았어~ 장거리 트럭 운전을 하자 라고 결심했습니다.
장거리 트럭커가 되기 위해서 이것저것 조사했는데요, 갑자기 세상의 급격한 변화를 목격하게 되었습니다. 거의 모든 운전직은 조만간 사라질 운명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죠.
우버와 같은 회사에서 이미 무인 택시를 시험 운행중인걸 알았습니다. 구글, 애플, 테슬라 등등의 쟁쟁한 다국적 기업들이 자동 운전을 오래 전부터 연구해 왔고 이제 상용화 전단계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벤츠 등의 트럭 회사는 이제 3년 후부터 상용 자율 주행 트럭들을 내놓을 것이고 미국의 몇몇 주들은 이미 이런 트럭의 운행을 허가한 상태입니다. 오지의 몇몇 광산 등에서 운행되는 트럭들은 이미 무인화가 완료되어 있어서 더 이상 트럭 기사들을 필요로 하지 않고 있습니다.
모든 물류와 운송 서비스에서 가장 큰 비용 요소는 인건비 입니다. 무인택시의 비용은 현재보다 많이 떨어질 것이고 자동화된 트럭으로 배달된 상품들의 가격은 대폭적인 비용 절감 요소가 될 겁니다.
자, 그럼 그 많은 택시 운전사와 트럭 운전사들은 어떻게 되는 걸까요? 아니, 이 문제는 단순히 운전사들만의 일일까요? 상황은 보다 심각합니다.
북미에는 수백만 명의 장거리 트럭커들이 있습니다. 장거리 트럭커만 수백만 명입니다. 이들이 갑자기 직업전선에서 물러나게 된다면 이들의 가족이 큰 타격을 입게 됩니다. 또한 북미의 많은 도로 주변으로 트럭커를 상태로 하는 레스토랑, 휴계소, 모텔, 트럭스탑, 그로서리들이 성업중인데요, 이들이 깡그리 문을 닫게 됩니다.
로컬 물류를 담당하는 소형 트럭들, 택시들을 운전하며 생계를 꾸려가는 사람까지 감안하면 자동운전 기술에 직접 타격을 받을 사람들의 숫자는 어마어마 할겁니다.
이미 기술은 완성단계인데 법과 제도 때문에 도입이 늦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결국은 시간문제겠죠.
기술의 발전, 인공지능, 기계학습에 의해, 많은 분야에서 인간은 노동 현장에서 조만간 소외될 걸로 보입니다. 이런 변화에서 항상 취약한 계층은 노동 계층이고 이런 변화에 격렬히 반항할 것입니다. 실제로 제가 퀘백 지역을 지나갈 때 라디오에서 들은 내용이 우버와 몬트리올 시정부간의 합의에 반대하는 몬트리올 및 퀘백시 택시운전사들의 도로 점거 시위 뉴스였습니다.
갑자기 유럽의 어떤 나라에서 기본소득제 도입에 국민투표를 하고 한국을 포함한 제 1세계 국가에서 기본소득제에 대한 논의가 수면 밑에서 시작되고 있는 이유를 드디어 알게 되었습니다.
운송물류업에서 인간 운전사는 가장 큰 비용 요소입니다. 기술 발전에 의해 가장 큰 비용 요소를 없앨 수 있는 길이 열렸습니다. 하지만 이의 무작정 적용은 사회에 큰 충격을 가져오게 됩니다. 때문에 직업의 유무와 관계 없이 사람들의 기본 소득을 보장하게 해야 합니다. 기업은 자유롭게 새로운 기술을 적용합니다. 이로서 기업은 더 큰 이익을 거두게 됩니다.
결론적으로 트럭커가 되는 것은 장기적으론 좋은 아이디어가 아닌 것 같네요.
글이 개인적인 이야기에서 시작해서 인공지능에 자동운전을 거쳐 갑자기 자본주의 거대 담론까지 나와버렸네요.
앞으로 뭐해 먹고 살지 걱정입니다. 에구, 낮잠이나 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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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윗 글은 며칠 전에 다른 카페에 끄적거린 건데요, 여기에 재활용 합니다. 죄송... 그래도 트럭 얘기가 있어서...
아직 면허도 없는 트럭커 워너비가 쓸 수 있는 게시판을 못찾아서 감히 여기에 올립니다.
첫댓글 제 생각에는 SOLO 님이 은퇴할때 까지는 트럭직이 없어지지 않을거라는 생각 입니다
위험과 관련 된 사람이 직접 해야만 하는 직종이 인공지능의 발달로 인해
하루 아침에 사라지지는 않을것 입니다
용접 로봇이 개발되고 실제 현장에 적응할때 까지 많은 시간이 지난후 적용 했듯이
그리고 사람이 용접을 해야만 하는 작업도 아직 많이 남아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찍스님.
댓글 감사합니다. 올려주시는 글 항상 재밌게 읽고 있습니다. 사실 찍스님이 제 롤모델이세요. ^^;
저도 캘거리 살고 있고 조만간 면허에 도전할 예정입니다.
건강하시고 다가오는 겨울에 안전운전 하시길 기원니다.
거기가서 일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나요?
배운게 도적질이니 원 ㅜㅜ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