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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위기라는 단어가 온 세상을 뒤흔들고 있다. 물론 뼈저리게 느껴진다. 특히 자동차 업계의 위기가 엄청나다. 이것저것 잴 것 없이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볼보도 힘든 상황이다. BMW 인수설에 이서 중국 창안자동차가 인수할 것이라는 얘기도 흘러나왔고, 한편에서는 삼성이 눈독을 들인다는 소문도 있었다. 보도를 접한 볼보 오너들이나 일반인들 모두 궁금해 하고 있는 상황이다.
'글쎄요, 어떻게 답을 해야 할까요?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볼보자동차는 1999년 포드에 인수되었지만 현재까지 독자적인 경영을 해오고 있으며 이런 기조는 계속 유지될 거라는 겁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볼보 고유 정신과 기술은 변하지 않는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
볼보코리아 또한 본사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런 영향 때문인지, 볼보코리아는 올해 서울 모터쇼 불참을 선언했다. 모터쇼를 손꼽아 기다리는 마니아들도 많은데, 진짜 그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은지 궁금하다.
'경영학 원론에서는 힘들 때일수록 기본으로 돌아가라고 이야기합니다. 아시아 시장의 중요 거점인 한국에서 열리는 최대의 자동차 축제에 불참하게 된 것은 볼보 입장에서도 아쉬운 부분입니다. 하지만 현재 전세계적으로 자동차 업계가 불황의 시기에 직면한 만큼 마케팅 전략에서도 결단이 필요했습니다. 볼보코리아는 ‘선택과 집중’이라는 마케팅 전략을 택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비록 모터쇼를 통해서 볼보자동차의 가치를 선보일 수는 없지만, 이를 대신해 고객들이 직접 느끼고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다양한 마케팅을 진행할 계획입니다.'
올해 볼보코리아의 주목할 신차는 XC60이다. 그리고 C30 디젤도 들어올 예정이다. 하지만 시기가 계속 미뤄지고 있다. 힘든 시기일수록 시장의 관심을 끌 만한 신차의 중요성은 더욱 크다. 올해 볼보코리아의 신차 계획 또한 묻지 않을 수 없었다.
'현재 수입차 시장의 상황이 많이 침체되어 있고, 환율이 불안정하기 때문에 신차 발표 시점을 언제로 잡아야 할지 고민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자동차 회사의 본분은 최신 모델과 기술을 소개하는 것입니다. 올해에는 XC60을 출시합니다. 연령대가 점차 젊어지고 있는 수입차 오너를 위한 고효율 저연비 소형차도 계획하고 있으며, 뉴 S60의 출시도 준비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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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볼보는 2천135대를 등록해 업계 10위에 머물렀다. 할 듯 할 듯 하면서도 치고 올라가지 못하는 분위기다. 미국 자동차 업계의 침체 등 악재에 시달리고 있는 포드에도 뒤지는 수치다. 경제위기와 별개로 마케팅이나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 있어서 변화가 필요한 시점은 아닐까?
'판매량에 대해서는 볼보자동차 본사인 스웨덴 사람들의 마인드를 먼저 언급하고 싶습니다. 스웨덴 사람들의 정서는 놀라울 정도로 여유롭습니다. 단순히 차를 많이 팔기보다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프리미엄 품질의 차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최고급 세단의 경우에도 경쟁사와 비교하면 콤팩트합니다. 최고의 품질로 안전한 자동차를 만든다는 볼보의 철학 때문입니다. 따라서 단순한 판매량과 성장률의 비교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2009년은 볼보자동차에게 있어 중요한 해입니다. 자동차 기술 중 가장 위대한 개발로 꼽히는 3점식 안전벨트 탄생 50주년입니다. 올해 볼보코리아는 이런 점을 더욱 널리 알리면서 ‘안전’이라는 가치를 바탕으로 더욱 진보된 이미지를 전달하는데 주력할 계획입니다.'
판매부진으로 SK가 딜러권을 포기했다. 단기적인 문제는 아니다. 장기적으로 볼 때 수익 창출이 어렵기 때문에 포기했다는 생각도 든다. 앞으로의 딜러 선정과 현재 딜러 관리에 대한 계획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딜러망 확장은 생각보다 많은 고민이 필요한 일입니다. 궁극적으로 판매대수는 늘겠지만 서비스가 저하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볼보자동차는 임직원, 딜러는 물론 고객들도 모두 한 가족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그들에게 부담을 주면서까지 무리하게 딜러망을 늘리지는 않을 생각입니다. 다만, 수입차 시장이 커지고 있는 만큼 시장상황에 따라 유동적일 수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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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볼보는 포지션이 애매하다는 말을 듣곤 한다. 프리미엄과 대중차의 중간 성격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고, 또한 대중성과 마니아성도 동시에 지녔다. 좋게 말하면 시장의 모든 영역을 고루 아우른다고 할 수 있지만, 반대로 얘기하면 특별히 내세울 포인트가 없다는 뜻이다. 소비자들에게 확실하게 어필할 부분이 없다는 말이다. 이런 점을 극복하기 위한 마케팅이나 홍보가 필요한 시점이기도 하다.
'자동차의 가치는 개인이나 시대에 따라, 차 용도에 따라 변하지만 절대 흔들림 없는 가치가 있습니다. 안전입니다. 자동차는 사람이 운전합니다. 따라서 모든 자동차는 안전이라는 지상과제를 기본으로 만들어져야 한다는 볼보의 설립 이념은 더욱 의미가 깊습니다. 다만 과거에 비해 고객 인식 속에서 안전의 가치가 많이 퇴색됐다는 느낌도 듭니다.' 김 사장은 볼보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안전을 예로 들면서 설명을 덧붙였다. '이에 볼보자동차는 2020년까지 사고가 나지 않는 차를 만든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올해 출시 예정인 세계 최초의 알아서 서는 차 XC60에 올라간 '시티 세이프티(City Safety)'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시티세이프티는 볼보자동차 사고연구팀이 도심 속 사고의 약 75퍼센트가 시속 30km 이하의 저속주행 중에 일어난다는 데 착안해 만들었습니다. 앞차와의 간격을 레이저 센서가 모니터링해 충돌 위험시 속도를 줄이거나 알아서 멈춰서는 방식입니다. 사고를 방지할 수 있는 능동적인 형태의 안전장치를 개발하고 알리는 활동을 통해 미래지향적인 볼보자동차의 이미지를 전달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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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보를 이야기할 때 '이 차다' 싶은 차가 잘 띄지 않는다. 예전에 XC90이 그런 역할을 했지만 동급에 우수한 SUV가 늘어나면서 빛이 조금 바랬다. 현재 국내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S80도 볼보의 대표 이미지로 내세우기는 모자라 보인다. 볼보의 성격을 대표하는 차로 첫손 꼽히는 XC70은 안타깝게도 한국에서는 덩치 큰 왜건으로 인식될 뿐이다. 볼보의 강점은 두말할 나위 없이 왜건인데, 왜건 시장 확대가 볼보에게는 중요하다.
'왜건에 대한 얘기하기 전에 그 배경에 대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스칸디나비아의 기후 특징은 터보 엔진이나 많은 안전장비의 배경이 되기도 했지만 라이프스타일에도 반영이 되었습니다. 밤이 길고 혹독한 날씨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외부활동보다는 일찍 귀가하고 여가생활도 가족과 함께 즐기는 생활패턴이 자리잡게 된 것입니다. 가족 모두가 함께 하는 여가생활 습관은, 실용성이 큰 왜건이 발달하게 된 배경이 되었지요.' 김 사장은 한국 시장에서 왜건이 의미하는 점을 강조했다. '아직까지 국내 왜건 시장이 자리를 잡지 못한 것은 사실입니다. 국내 자동차 시장이 세단 중심의 ‘보여지는 것’을 너무 강조해온 때문입니다. 하지만 수요층이 변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볼 수 없던 해치백이나 네모 반듯한 원박스 스타일의 모델을 도로에서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왜건을 이야기할 때 선진국형 자동차라는 말을 합니다. 왜건은 철저하게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선택하는 차이기 때문입니다. 국내 자동차 시장의 선진화에 따라 앞으로 더 다양한 형태의 자동차들이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올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국내 볼보 마케팅을 보면 너무 프리미엄 쪽으로만 치중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국내 소비자들에게 볼보의 프리미엄 이미지는 아직 강하지 않은 것 같다. 볼보코리아 마케팅과 소비자 인식 사이의 간극을 좀더 좁힐 필요가 있지 않나 싶다.
'볼보자동차에게 프리미엄 가치는 중요합니다. 이는 볼보자동차를 구매하고자 하는 고객이 볼보에게 기대하는 가치이자 상호간의 신뢰와도 연결되는 부분입니다. 하지만 국내 자동차 시장은 점차 다양화 되어가고 있고 고객의 욕구도 점차 세분화되어 가고 있습니다. 따라서 프리미엄이라는 브랜드 가치를 유지하는 것과 동시에,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을 이해하고 접근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서 김 사장은 단순히 브랜드 이미지로 접근하는 마케팅이 아니라, 차의 성격과 타깃 층의 시각에 맞춘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2030세대를 타깃으로 하는 C30을 예로 들면, 록 밴드나 클럽에서 진행되는 파티는 물론이고 영화나 패션, 뷰티 등 젊고 경쾌한 브랜드와의 공동 마케팅을 진행해오고 있습니다. 반대로 S80은 세계적인 성악가 조수미 씨나 스웨덴 국왕의 의전차 제공, 공연 후원 등을 통한 문화 마케팅을 하고 있습니다. 물론 아직은 소비자 인식이나 브랜드 이미지가 변했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이는 브랜드와 소비자의 관계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앞으로도 목표계층을 이해하는 마케팅을 진행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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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보 딜러들은 평상시에도 상당한 폭의 할인을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만약 그렇다면 수익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건 당연지사다. 환율 등 어려움이 많겠지만 아예 가격을 조금 낮추는 게 낫지 않나 하는 말도 나오고 있다. 어떤 가격정책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하다.
'실제로 합리적인 가격을 얻기 위해 1년의 대부분을 각 차종의 가격정책을 위해 일을 한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치열한 협상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제는 미국이나 유럽 또는 기타 아시아 시장과 비교했을 때도 대등한 수준입니다. 수입차와 국산차들의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만큼 가격에 대한 부분이 민감해지기는 했지만, 앞서 말했듯 볼보코리아와 딜러들은 판매실적과 성장률을 강조하지 않습니다.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은 만큼 고객과 딜러들의 부담을 줄여주어야 한다는 점은 공감하고 있습니다. 본사에서는 이런 고통을 나누는 차원에서 여러 가지 지원책들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수입차 애프터서비스에 대한 불만이 제기될 때면 볼보도 자주 거론된다. 김철호 사장은 애프터서비스 분야에 오랫동안 근무했었기에, 문제점과 해결책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 같다.
'고객의 입장에서 보면, 직접 차를 운전하고 브랜드를 경험하며 이후 또 다른 차를 선택하는 과정이 반복됩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고객과 자동차 메이커의 관계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입니다. 볼보코리아는 고객이 차를 선택하고, 관리하는 모든 것을 하나의 과정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고객과의 관계 속에 신뢰를 구축하고 이를 유지하기 위한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에 볼보코리아는 판매를 책임지는 딜러사들이 직접 관리와 정비의 과정까지 책임질 수 있도록 자동차 판매뿐 아니라 애프터서비스, 중고차 관리, 금융 및 자동차 보험 등을 통합 운영하는 풀 딜러십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정비에 대한 과정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인천에 최신식 부품물류센터와 트레이닝 센터를 세웠고 각 센터의 요청에 따라 신속하게 부품을 공급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제주 지역과 같은 서비스 사각지대에는 정기적으로 무상점검 캠페인이나 고객의 사전예약으로 직접 찾아가는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물론 고객의 입장에서 보면 미흡해 보이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닐 수 있습니다. 하지만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앞으로도 센터 내의 시설을 확충하고, 최신 기술을 계속해서 국내에 공급할 계획입니다.'
스웨덴을 포함하는 북유럽은 독특하고 개성적인 문화를 지니고 있다. 물론 볼보가 대표적 모델이 될 수 있다. 김철호 사장이 생각하는 볼보는 어떤 차일까?
'볼보자동차는 감성적인 기계라고 생각합니다. ‘함께해서 더 나은 삶’이 슬로건입니다. 여기에서 말하는 '함께'의 개념은 가족은 물론 사회, 국가, 환경 등 보다 넓은 개념을 의미합니다. 이것이 곧 스칸디나비아 인들의 정신이기도 합니다. 혹독한 기후 속에서 이를 훼손하지 않고 유지하기 위한 기술을 만들어내고 건강한 사회를 위한 개개인의 역할이 생활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있는 그들의 정신은, 볼보자동차에도 반영되어 있습니다. 볼보자동차의 모든 기술과 디자인은 함께 하는 삶에 대한 접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내 가족은 물론 상대방의 안전까지도 배려한 수많은 첨단 안전장비와 친환경 인테리어, 자연을 지키고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엔진기술 등이 그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운전하고 싶은 욕구가 들고, 기분 좋게 주행할 수 있으며, 더 나은 삶을 대변해주는 자동차를 경험할 수 있도록, 나아가 볼보를 선택한 것에 대한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차를 만든다는 것, ‘더 나은 삶을 위해 디자인한다'는 브랜드 비전에 담긴 감성가치가 볼보자동차의 진정한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경기불황은 볼보자동차만의 문제가 아니라 모두의 현안이다. 어려운 시기를 어떻게 극복해 나가야 할까?
'모든 영역에서 비슷하겠지만, 2009년은 수입차 브랜드에게도 힘든 한 해가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경제불황과 소비심리 위축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불황일수록 고객의 마인드를 움직이기 위해서는 차별성 높은 브랜드 가치가 중요할 것입니다. 따라서 올해는 '안전의 대명사'라는 이미지를 재확립하고, 모델별 특화 마케팅, 그리고 고객이 직접 느끼는 스킨십 마케팅으로 볼보의 위상과 가치를 알리는 데 주력할 계획입니다.'
어려운 시기인 만큼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고, 볼보자동차의 장점을 더욱 강조하기 위해서는 대표이사만의 컬러가 더해져야 할 것이다. 볼보코리아에 어떤 컬러를 입힐 계획을 세우고 있을까?
'경영에 있어 가장 강조하는 점은 신뢰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신뢰는 고객과 딜러, 딜러와 임포터, 고객과 서비스 '관계' 등을 포함합니다. 저는 서비스 파트에서 시작해서 세일즈 팀을 거쳐 이 자리에 오기까지 관계의 중요성을 직접 체험했습니다. 책상 위에서 느끼는 고객 목소리와 현장에서 듣는 고객 목소리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습니다. 고객이 브랜드를 선택할 때 원하는 가치는 제품 그 이상의 것입니다. 고객이 사는 것은 상품이 아닌 가치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진정한 프리미엄 브랜드라면 브랜드 이름 하나만으로 고객을 설득할 수 있는 신뢰를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김철호 사장은 1990년 젊음과 열정이라는 단어만 믿고 자동차 시장에 뛰어들었다. 한성자동차 벤츠 사업부 서비스와 쌍용자동차를 거쳐 1998년 볼보코리아와 인연을 맺는다. 이후 애프터 세일즈 이사와 상무를 역임했고, 지난해 12월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에디터/최윤섭 사진/김범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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