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서 관심과 보살핌이 가장 필요할 때는 죽음을 목전에 둔 순간일 것이다. 1999년부터 말기 암과 불치병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과 아픔을 함께해온 호스피스 공간 ‘정토마을’이 국내최초 호스피스 전문 병원 ‘정토마을 자재병원’으로 거듭난다.
이에 따라 현재 충북 청원에서 운영되고 있는 정토마을은 암 환자 전용 치유센터로 전환되고, 호스피스 관련 업무는 개업 예정인 울산 정토마을 자재마을로 통합될 예정이다.
‘호스피스’란 완화의료와 같은 개념으로, 완치가능성이 없는 환자와 그 가족의 고통을 덜어주고 그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치료행위를 말한다. 환자 개개인의 삶과 죽음의 질을 함께 생각하고 준비하며 인간의 존엄성과 생명의 고귀함을 유지하게 하는 전인적 돌봄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대학병원과 종합병원 등이 호스피스 병동을, 천주교와 기독교에서 호스피스 의원을 운영하고 있지만, 호스피스를 전문으로 하는 ‘병원’은 정토마을 자재병원이 최초이다.
울산광역시 울주군에 건립되고 있는 국내최초 호스피스 전문 병원 '정토마을 자재병원'은 완공까지 10%가 남았으며, 이르면 5월 중 환자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불교인들의 죽음이 너무 방치돼있다’, ‘타 종교 시설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개종을 해야 한다’, ‘불교가 사회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불교계에서 불모지나 다름없던 호스피스 사업에 뛰어든 재단법인 정토사관재자회 이사장 능행 스님은 2002년부터 자재병원 건립을 위한 모금활동을 전개해왔다.
지난한 세월이었다. 10년간 전국 사찰을 투어하며 모금활동을 벌였다. 1년이면 15만 킬로미터를 이동하는 셈이었다. 그동안 1만 원씩 소액기부를 꾸준히 해온 불자들도 있었고 집을 팔아 건립기금을 보탠 이도 있었다. 무비 스님, 혜국 스님, 우룡 스님 등 어른 스님들의 전폭적인 지원도 큰 힘이 됐다. 처음 설계와 달라지면서 추가비용이 늘어나는 부담도 있었지만 사부대중의 공감과 지원으로 정토마을 자재병원은 10년 만에 완공을 앞두고 있다. 재자병원 관계자들은 이르면 올해 5월경에는 환자를 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울산광역시 울주군 상북면 양등리 138-3번지에 소재한 정토마을 자재병원은 지상 3층 규모로 건립됐다. 지하 1층에는 임상병리실과 자원봉사자실, 열반당, 교육장 등의 시설이, 지상 1층에 완화의료(호스피스) 및 희귀난치성 불치병 병동, 약국, 중환자실, 진료실, 원무과, 상담실이, 2층에는 각종 암 질환 등 성인병중증환자 재활병동이, 3층에는 승가요양 전문병동과 통합의학센터 등이 들어섰다. 호스피스 병상이 34개, 재활병상 50개, 승가요양 병상이 24개로 총 108병상 규모로 꾸려졌다.
개원하면 양방의사 2명과 한의사 1명, 통합의학 전문가 1명 등이 상근하며, 간호사, 간호조무사, 요양보호사, 임상병리사, 사회복지사, 영양사, 조리사, 원무행정 인력 등 60여 명의 전문 인력이 환자를 돌보게 된다.
정토마을 자재병원에는 만 17세부터 65세 미만의 호스피스가 필요한 환자라면 누구나 종교에 상관없이 입원할 수 있다. 초기·진행·말기 암 환자와 뇌성마비, 척수손상, 파킨슨증후군, 다발성경화증, 루게릭병, 중증 성인병, 신경성 희귀난치성 질환, 중증 근무력증 및 기대 근신경성 장애, 근육의 원발성 장애, 헌팅톤병, 유전성 운동 실조, 척수성 근육위축 및 관련 증후군, 와상환자 등이 포함된다.
정토마을 자재병원 이사장 능행 스님